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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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위업(偉業) (2)
그렇게 한동안 아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짧게 혀를 차며 대답했다.
“거참 더럽게 파악하기 힘드네.”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짧게 침음성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말했듯이 일반적인 업과 위업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편해요. 다만 예외가 많아서…….”
아브가 그렇게 말하며 슬쩍 말을 흐리자 김현우는 쩝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뭐, 대충 알았으니까 됐어.”
사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았으나 김현우는 그렇게 대답했다.
‘어차피 들어봤자 이해도 못 할 것 같고.’
아니, 사실 어느 정도 이해하기는 했다.
“……그러니까 네 비유에 의하면, 그냥 태생적으로 업을 타고난 녀석들의 업을 위업이라고 하는 거잖아?”
“네, 그렇죠……?”
“근데 또 그렇게 설명하기에는 몇몇 예외가 있는 거고?”
“……그것도 맞죠.”
아브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김현우는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생각했다.
‘뭐, 확실히 이렇게 놓고 보니 노아흐가 했던 말이랑 그리 다를 바가 없긴 하네.’
노아흐는 위업을 일반적인 업보다 더 강한 업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해줬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 비유가 김현우가 이해하기는 편했다.
‘……그래도 좀 더 정확하게 알기는 했으니까.’
김현우는 아브가 해주었던 설명을 복잡할 것 없이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업(業)이 ‘노력’으로 쌓을 수 있는 업이라면.
위업(偉業)은 그냥 타고난 재능으로만 쌓을 수 있는 업이라고 이해하면 편했다.
물론 그중에도 예외가 있기도 하고 김현우가 정리한 표현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뭐, 사실 업이고 위업이고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중요한 건 앞으로 김현우가 상대할 녀석들의 전력.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업이 일반 업인지 위업인지는 상관없다.
김현우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들의 강함이었으니까.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던 생각을 차근차근히 정리한 김현우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하수분의 주머니를 꺼내 그 안에 넣어놓았던 이석을 꺼냈다.
분명 평범한 돌일 텐데도 불구하고 묘한 푸른색으로 발광하고 있는 이석을 보며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그보다, 노아흐가 가져오라고 한 건 이거 맞지?”
김현우가 아브에게 이석을 보여주자 그녀는 그로부터 이석을 받아들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네, 이게 바로 그게 맞을 거예요.”
“그럼 이제 이걸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는 건가?”
“음, 불편하면 제가 가져다드릴까요?”
“어떻게?”
김현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아브는 곧바로 대답했다.
“힘의 봉인이 풀린 뒤부터는 어느 정도 제한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 공간 말고도 다른 곳으로도 이동할 수 있게 됐거든요. 애초에 저는 ‘통괄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너 저번에 힘을 다 썼다고 했나?”
“……저번이라면, 범천 때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그때.”
“네, 그때 당시에 그가 오는 걸 막으려고 12계층을 단절하느라 거의 모든 힘을 써버리기는 했죠.”
아브의 대답에 김현우는 슬쩍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그럼 저번처럼 이곳에 못 오게 계층을 단절하거나 하는 건 못하는 거지?”
“네, 그건 아마 좀 힘들 것 같아요……. 만약 하라 그러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제가 가진 힘으로는…….”
“네가 가진 힘으로는?”
“……한 시간?”
“한 시간 정도가 한계라고?”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좀 짧기는 하네. 그런데 계층을 단절한다는 게 그렇게 많은 힘을 소모하는 일이야?”
김현우의 물음에 묘하게 고민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두어 번 정도 갸웃거리더니 이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예전의 저라면 그렇게 많을 힘을 소모할 정도의 일은 아니에요, 다만 지금은 ‘설계자’가 이 탑의 권한 대부분을 쥐고 있거든요.”
“……설계자가?”
“네, 그 덕분에 원래 통괄자는 저라고 하더라도 탑을 조종하는 데 많은 힘이 들어요.”
“한 마디로 효율이 별로 좋지 않다 이거지?”
“네. 그 말이 맞겠네요.”
아브의 끄덕거림에 김현우는 쯧 하며 한 번 더 혀를 차고는 머리가 복잡한지 두 눈을 감으며 소파 쪽으로 몸을 뉘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아브는 이내 김현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에 만난 그 정복자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김현우는 인중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더니 대답했다.
“뭐, 대충 그것도 있기는 하지. 결국 어그로를 끌지는 않았어도 혹시나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사실 김현우는 지금 상황 자체도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계자의 입장에서 지금 이 상황은 당연히 좋지 않은 상황이었을 테니까.
당장 그의 동료인 기술자는 이미 자신의 손에 죽었고, 그가 데려왔던 다른 정복자들도 마찬가지로 청룡과 제천대성, 그리고 미령과 하나린에게 죽임을 당했다.
명백히 자신의 전력이 줄어든 상황.
허나 그럼에도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 마치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처럼, 설계자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역시, 좀 이상하단 말이야.”
“……정복자를 만난 거요?”
“그것도 포함해서, 설계자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좀 궁금해서 말이야.”
“설계자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요?”
“그래, 솔직히 너도 알고 알겠지만 지금 이 상황은 오히려 설계자에게는 좋지 않은 상황이잖아? 상대의 전력은 늘어나고 있고 반대로 자신의 전력은 깎이고 있으니까.”
“그건 그렇죠.”
아브의 긍정에 김현우는 곧장 대답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이거지, 자신의 전략이 깎여 나가는 상황에도 딱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고민하듯 고개를 아래로 숙였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던 아브는 이내 망설이는 듯 입을 우물 거렸으나 이내-
“아마도.”
“……아마도?”
“그냥 예상이기는 해도, 아마 제 예상대로라면, 설계자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녀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
천호동에 있는 자택 내.
“……내 업을 되찾을 수 있는 법을 알았다고?”
소파에 앉아 자신을 향해 얼굴을 들이미는 그를 보며 김현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천대성을 밀어내며 대답했다.
“뭐, 나도 자세하게 설명을 들은 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게 가능할 거라고 하긴 하던데?”
김현우의 말에 제천대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로?”
“……그러니까, 나도 듣기만 한 거라서 잘 모른다니까? 자세한 건 1주일 뒤에 가보면 알겠지.”
김현우의 말에 제천대성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갸웃거렸고, 옆에서 김현우와 제천대성의 대화를 지켜보던 청룡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사실인가?”
“뭐가?”
“업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말 말이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냥 들은 거라니까? 자세히는 나도 모르고 1주일 뒤에 가보면 알게 되겠지.”
“……확실히 제작자의 말이라면 뭔가 방법을 찾은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제작자가 업을 찾을 수 있을 리가────”
김현우의 거듭된 대답에 청룡은 허공에 뜬 채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청룡.
그는 드물게 흥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천대성과 청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못 미더울 정보야?”
그의 물음에 청룡은 생각을 이어나가다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좀 믿기가 어려운 정보기는 하지.”
“왜?”
“너도 알겠지? 저 녀석의 업은 이 탑에, 정확히 말하면 ‘설계자’에게 빼앗긴 상태다.”
“응? 잠깐, 설계자한테 빼앗겼다고?”
김현우의 되물음에 청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정확히 말하면 이 탑에 빼앗긴 거라고 보는 게 맞지만, 어차피 이 탑에 있는 업들은 모두 그 녀석에게 흘러갈 테니 설계자에게 빼앗기는 게 되는 거지.”
아무튼-
“그런 시점에서 봤을 때, 제작자가 제천대성의 업을 온전히 찾을 수 있는 법을 발견했다고 하면, 좀 제대로 믿기는 힘들지 않나?”
“……확실히, 그건 그러네.”
사실 김현우는 지금까지 제천대성이 업이 없는 상태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가 쥐고 있던 업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막연히 ‘제천대성은 원래의 업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
한동안 청룡의 말을 듣고 짧게 생각을 이어나가던 김현우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무튼, 지금 우리끼리 이야기해 봤자 딱히 나오는 답은 없을 것 같으니까 1주일 뒤에 찾아가 보자고.”
“일주일 동안 잠이나 자고 있을까?”
“……갑자기?”
김현우가 제천대성을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원래 잠을 자면 시간이 빨리 가거든.”
“그건 동감한다, 사실 옛날에 수행할 때도 잠을 참는 게 참 고역이었지, 토굴에 들어가 수행하다 깜빡 잠이 들면 백 년 정도는 우습게 지나가니까 말이야.”
갑작스레 시작된 청룡과 제천대성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현우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그 둘의 대화를 끊고는 대답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물어볼 게 있었는데.”
“물어볼 거?”
“그래, 혹시 너희들 두억신이라고 알아?”
“……두억신?”
청룡의 되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혹시 알아?”
“갑자기 그 이름은 왜 나와?”
제천대성의 물음.
그에 김현우는 조금 전 아브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다시 하기 시작했다.
노아흐의 부탁으로 이석을 구하러 12계층에 간 것부터 시작해서, 12계층에 먼저 도착해 있던 두억신을 만난 것까지.
“……두억신, 두억신이라.”
김현우의 이야기가 끝나자 소파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제천대성은 입을 열었다.
“뭐, 알기는 알지.”
“알고 있다고?”
“그래, 뭐 물론 잘 알고 있는 건 아냐.”
“……뭐야 그건? 뭐…… 그냥 이름만 들어봤다, 뭐 그 정도라는 거야?”
“그렇지?”
“너는 어떻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게 없냐? 어떻게 들어보면 다 한 다리만 걸치고 있네.”
김현우가 괜스레 제천대성을 타박하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그럼 어떻게 해? 그리고 애초에 나는 원래 하늘에 있든 땅에 있든 딱히 소문 같은 건 듣고 다니는 타입도 아니었다고.”
제천대성의 반박을 들은 김현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 근처를 빙빙 도는 청룡을 보며 물었다.
“청룡, 넌 아는 것 좀 있어?”
김현우의 물음에 청룡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원숭이보다는 조금 더 잘 알고 있기야 해도 자세하게 설명할 정도는 안 되는군. 다만-”
“다만?”
“두억신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알고 있다.”
“……두억신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래.”
“그게 누군데?”
김현우의 물음.
그에 청룡은 망설임 없이 김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제자.”
“……내 제자?”
“그래, 정확히는 네 제자 안에 있는 그녀가 두억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