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5
25
025. 수틀리게 하지 마라(1)
12년 만에 탑에서 빠져나온 김현우가 아레스 길드의 헌터를 살해했다는 정보는 언론을 타고 빠져나가 단 하루 만에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지금까지만 해도 헌터 업계쪽에서만 이슈가 되던 김현우.
그는 안 그래도 크레바스를 혼자 클리어했다는 사실 덕분에 주변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거기에서 이번에 터진 이슈 덕분에 김현우는 동아시아 전체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거기에 덤으로 김현우가 그런 이슈로 이목을 끌다 보니 현재는 그와 친하다고 알려진 한국의 3대 길드장, 김시현과 이서연, 그리고 한석원까지 이슈에 논란거리로 꼬인 상태였다.
“쯧…….”
한석원이 사는 목동의 2층 저택. 마치 TV CM 광고에나 나올 것 같은 고풍스러운 목조 저택으로 꾸며 놓은 저택 안에서 이서연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진동하는 것을 봤다.
“아주 불나겠네.”
“이게 누구 때문인지 아는 거예욧!?”
김현우의 말 한마디에 이서연이 히스테릭을 부리며 소리를 빽 질렀다.
그래 봤자 김현우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소파에 몸을 뉘고 피식 웃으며 이서연을 달랬다.
“걱정 마, 뭘 그렇게 걱정해?”
“아니 그럼 지금 걱정 안 하게 생겼어요!? 안 그래도 저번에 아레스 길드랑 척 졌다고 말했을 때부터 불안하다 싶더니만…… 사람이 좀 유도리 있게 살아야죠! 여기가 탑인줄 알아요!?”
이서연이 따지듯 여유로워 보이는 김현우에게 대꾸하자 그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야.”
“왜요!?”
“이렇게 듣고 있으니까 뭔가 굉장히 바가지 긁히는 것 같은데……”
마누라는커녕 여자친구도 없었는데…….
학창시절에는 고아, 고아원에서 나온 뒤에는 열심히 일하다가 인생이 참 힘들어서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그리고 군대를 나오자마자 탑에서 12년 동안 갇혀있던 그로서는 여자친구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근데도 뭘까 이 기분은.
‘이거, 진짜 묘하게 바가지 긁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너 나 좋아하냐?”
“오빠, 진짜 한마디만 더 씨부리면 제가 뇌전으로 지져드릴 수 있는데 한마디만 더 해보실래요?”
김현우의 농담에 이서연의 표정이 한 순간 굳어지는 것을 보며 김현우는 흠칫 떨었다.
뭐, 이서연과 싸워도 지지는 않겠지만 뭔가 여기서 더 장난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기에, 그는 누워 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 모습을 보던 김시현이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제 폰 좀 봐요.”
[이창진 기자]뚝
부재중 전화 (182)
[오영택 팀장]부재중 전화 (183)
“세상세상 저 처음 나왔을 때 빼고 부재중 전화 이렇게 많이 본건 처음이라니까요…….”
“그래서 나는 그냥 폰을 꺼버렸지.”
한석원의 대답에 김시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 형은 왜 그렇게 태평해요? 지금 저희들 다 같이 사회적으로 매장되기 직전이라니까요? 길드원들한테는 이야기해 놓기는 했는데…….”
김시현의 한숨에 김현우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현재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쭉 둘러보았다.
1. 고인물
2. 고인물 헌터 김현우
3. 김현우 살인
4. 아레스 길드 피해자.
5. 아랑 길드
6. 고구려 길드.
7. 서울 길드
8. 김시현.
9. 이서연.
10. 한석원
11. …….
…….
……
…….
‘이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먹어보긴 또 처음이네.’
물론 그가 처음 빠져나와 튜토리얼 존을 클리어할 때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먹긴 했지만, 김현우는 그때 당시 본인이 1위를 하는 것도 몰랐다.
그는 실시간 검색어 밑에 있는 헤드라인도 살펴봤다.
[고인물 헌터 나오자마자 살인 용의자!?] [3대 길드 길드장 그들도 사실 김현우와 비슷한 성향?] [아레스 길드의 열띤 증언, 진짜일까?] [김현우에게 맞았다는 아레스 길드 피해자 증언하다.]자극적인 제목의 향연.
그는 한석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기자회견은 몇 시예요?”
“이제 30분 뒤야.”
김현우는 어젯밤 이서연에게 소식을 듣고 TV 뉴스를 접하자마자 한석원에게 연락해 기자들을 모아달라고 전했고, 한석원은 그의 말대로 인맥을 동원해 기자들을 모아 주었다.
“오빠, 기자들 모아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서연이 묘하게 불안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김현우를 바라보자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왜 그런 눈으로 봐?”
“…정말 모르는 거 아니죠?”
이서연이 진짜로 몰라요? 라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지만, 김현우는 당당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내가 왜?”
그 말에 김시현과 이서연이 저도 모르게 서로 눈을 맞췄다.
그리고 김현우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이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가볍게 이야기했다.
“내가 항상 말했잖아?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내가 설마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기자들 모아달라고 했겠어?”
“……형 스타일이면 그럴 것 같기도 한데……?”
“기자들 후려 패면서 아레스 길드도 박살 내겠다고 지랄하려는 거 아니에요?”
“…….”
김현우는 생각보다 무척이나 많이 떨어져 버린 신뢰에 할 말을 잃었다.
***
그렇게 한석원의 저택에서 30분밖에 안 남은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을 때, 강남에 있는 아레스 길드의 본사에서는 흑선우가 유병욱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우선 현재 상황은 성공적입니다. 언론들은 정보를 풀자마자 달려들어서 어젯밤 거의 모든 S뉴스에서 이 사건에 대해 다뤘고, 오늘 낮쯤에는 토론회도 열릴 예정입니다.”
“그래?”
“그 이외에도 기자들이 열심히 정보를 퍼다 새로운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아마 당분간 여론의 열기는 식지도 않을 겁니다.”
그의 말에 흑선우는 좋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말했다.
“자, 그래서 그 녀석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우선 현재 들어온 정보로는 오늘 오후 2시경,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더군요.”
“그래?”
“하지만 그 기자회견에서 김현우가 어떻게 행동한다고 해도 현재 여론을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여론은 무조건 먼저 치는 게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오니까요.
유병욱 인사부장의 말에 흑선후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모든 건 선빵 필승이지.’
뭐든지 먼저 시작하는 게 좋다.
다른 사람보다도 한 걸음 더 먼저 내딛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심지어 그 한걸음이 다른 사람을 짓밟기 위해 내디디고 있는 한걸음이라면 무조건 걸음을 먼저 내디뎌야 한다.
그래야 조금 더 앞에서 그 녀석을 확실하게 눌러 버릴 수 있으니까.
‘게다가 그 녀석이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서 더 좋았지.’
흑선우는 키득키득하며 며칠 전에 있었던 표창식을 떠올렸다.
굉장히 싸가지없는 자세로 국방장관은 표창과 포상금을 받고 그냥 내려가 버리는 김현우의 모습에 사람들은 약간의 반감을 품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그때까지는 반감보다 김현우를 경외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지만.
지금 뿌린 정보로 인해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김현우가 크레바스를 단신으로 클리어하고 얻은 인기가 그대로 독이 되어 김현우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
흑선우는 이 즐거운 상황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생방인가?”
“예, 아무래도 주변국들의 시선도 집중되어 있다 보니 아마 지상파와 케이블에서도 실시간으로 송출할 예정인 것 같습니다.”
“아주 인기가 넘치다 못해 터지는군.”
“아, 그리고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몇 명 정도 사람을 보내 놓았습니다.”
유병욱의 말에 그는 잘했다는 듯 미소짓고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깝치지 말았어야지.’
흑선우는 지 꼴리는 대로 행동했던 김현우의 모습을 생각하며 비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흑선후가 느긋하게 김현우의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을 때쯤.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목동의 시설에 마련되어 있는 무대에 수많은 사람이 들어서 있었다.
앞에서 카메라를 점검하듯 이리저리 돌리는 기자부터 시작해서,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언제든 기사를 적을 준비를 하는 기자들, 그 이외에도 시설 내에 별다른 통제가 없다 보니 기자들이 앉아있는 그 뒤에는 일반 시민들도 와서 스마트폰으로 회견장 내부를 촬영하고 있었다.
엄청난 인구.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꽤 넓은 홀인데도 불구하고 자리가 꽉꽉 들어차 있는 그곳에.
“왔다! 김현우다!”
“진짜다!”
기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들이대며 다가왔지만, 김현우는 빠른 속도로 마이크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자 다들 앞으로 오지 마시고요. 다들 서로서로 에티켓 지켜줍시다.]울리는 김현우의 말에 엉덩이를 들었다가 다시 착석한 기자들.
김현우는 혼자서 기자들과 시민들 앞에 섰다.
기자들은 금방이라도 집중하려는 듯 눈을 부릅뜨고 김현우를 바라봤고, 시민들은 웅성대면서도 스마트폰을 쥔 체 김현우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김현우는 여유롭게 입을 뗐다.
[자 우선 알다시피 제가 기자회견 하는 법을 잘 몰라서, 그냥 제가 아는 대로 할게요. 저한테 질문하실 분?]김현우의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드는 기자들.
[네 그쪽 기자.]김현우는 앞에 있는 안경을 쓴 남자를 지목했다.
“현재 심정이 어떠십니까?”
[네 그냥 좆같네요.]“네?”
[좆같다고요.]김현우의 말에 순간 뻥진 기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다음 기자를 호명했다.
[네, 그쪽 기자분은?]지명된 기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 질문했다.
“아시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이번 일로 인해 모든 이목이 김현우 씨에게 쏠렸는데, 아레스 길드가 일부러 노렸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나요? 당연히 노렸다고 생각합니다.]“어제 아레스 길드의 길드원을 살해하신 것으로 굉장히 논란이 되고 계시는데 진실 여부가 궁금합니다.”
[안 그래도 그거 대답해 주려고 기자회견 연 거잖아요?]기자의 말에 김현우는 그렇게 대답하곤 곧바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무엇인가를 꺼냈다.
“저건?”
김현우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 그것은 바로 그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이었다.
그는 입가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야, 저는 솔직히 아레스 길드 위쪽이 이렇게 무식할 줄은 몰랐는데…….]김현우는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저는 이 일을 이렇게 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김현우의 말에 조금 전 질문했던 기자는 추가로 입을 열었다.
“그 말은, 지금 현재 아레스 길드의 길드원을 살해하셨다고 인정하시는 겁니까?”
기자의 질문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네.]“헉!”
그 말에 기자회견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하는 웅성거림, 허나 김현우는 스마트폰 조작을 끝마치고-
[단,]입을 열었다.
[기자님들이 손가락 놀리시는 건, 이 내용을 전부 듣고 나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의 재생 버튼을 눌렀고, -뭐긴 뭐야, 아레스 길드에서 너 때문에 친히 보낸 귀한 몸이시지.
곧 스마트폰에서 켜진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회견장을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