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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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방법을 찾았다 (3)
노아의 방주 안.
“왔나?”
“엉.”
“얼추 이야기는 전부 끝낸 모양이군.”
노아흐가 입을 열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하나린한테 추가적인 지시 사항 정도만 내리고 온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었으니까.”
그의 말에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했고. 이내 그의 맞은편에 앉은 김현우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되었나?”
“그녀?”
“괴력난신 말일세, 자네가 물어본다고 하지 않았나?”
노아흐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봤는데 딱히 필요 없다고 하더라.”
“필요 없다고?”
김현우가 괴력난신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간단히 설명해 주자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했다.
“뭐, 나야 그녀의 정체가 뭔지 모르니 특별히 뭐라 하지 못하겠네만…… 뭐,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렇게 말했겠지.”
“그렇지?”
노아흐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김현우는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하면 되나?”
“자네가 전할 말이 끝났다면 시작해도 될 걸세. 뭐-”
노아흐는 슬쩍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자네가 그 제자에게 말을 끝내놨다면 ‘준비’는 충분히 끝난 거니까 말일세.”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하수분의 주머니 속에서 그에게 받았던 구슬을 꺼내들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구슬.
“그러니까, 이걸 삼키면 되는 거지?”
“그렇네, 삼키면 되네.”
“……그럼 이 구슬에 담겨 있는 위업이 내게 흡수가 된다?”
“그렇네. 다만 내가 전에 말했듯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네.”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김현우는 이 칼파의 연꽃을 먹어치우는 데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 들었다.
“……위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오히려 다른 업이 잡아먹힐 수도 있다 이건가?”
“그렇네, 만약 자네가 그 칼파의 연꽃을 전부 흡수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오히려 그 칼파의 업에 잡아먹히게 되겠지.”
“그럼 내가 아니게 된다…… 이거지?”
“그걸 설명하는 건, 조금 난이도가 높은 문제군. 하지만-”
노아흐는 슬쩍 고민하기 시작하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결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자네는 자네인 게 맞네. 결국, 그 업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네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다만-
“만약 자네가 그 업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자네의 인격이나 가치관이 그 업에 의해 변질될 거라는 게 문제지.”
‘내’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의 인격이나 가치관이 변질된다.
“……그냥 다른 사람이 되는 거잖아?”
“그렇다고 해도 자네의 인격이 소멸했다가 다시 생겨나는 건 아니니까 말일세, 자네의 기억이나 이전 생각은 온전히 존재할걸세, 다만 앞으로의 가치관 생각 행동이 전부 바뀔 뿐이지.”
“그게 인격 교체당한 거랑 무슨 차이야.”
괜스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짧게 중얼거린 김현우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구슬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이번에는 편하게 가나 싶었다.”
“원래 편한 건 없네. 게다가 이번에는 진짜로 편한 게 맞지 않나?”
“노력보다 얻을 수 있는 게 커서?”
“정답일세.”
확실히, 위업(偉業)이라는 것을 아직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다만 일반적인 업보다는 좋은 것이 자명했다.
‘확실히, 청룡의 업이나 제천대성의 업을 얻을 때처럼 수련으로 개고생을 하지 않아도 돼서 그런 참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김현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구슬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질문했다.
“야 근데…….”
“이번엔 또 뭐지.”
“이거, 삼켜야 한다고 했잖아?”
“그러네만, 문제라도 있나?”
“아니, 내 목구멍이 이 정도로 커질 것 같진 않아서 말이야, 애초에 이거 삼킬 수 있긴 하냐?”
김현우가 그렇게 묻자 노아흐는 의미 모를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어차피 그 구슬은 자네의 체내에 진입한 순간 삼킬 생각도 없이 사라져 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준비가 되면 삼키도록 하게.
“어차피 자네가 그것을 먹고 당장 무슨 일이 있어 전투 불능 상태가 된다고 해도 신경 쓰지 말게, 어차피 그러기 위해 자네의 제자까지 불러서 준비한 게 아닌가?”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한 준비.
그것은 바로 어제, 제천대성과 청룡, 그리고 김현우가 컬렉터룸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아브에게 들었던 하나의 소식 때문이었다.
“……뭐, 그렇겠지.”
그것은 바로 탑 위에 있던 정복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움직일 줄은 내심 알고 있기는 했는데.’
되도록 움직이지 않았으면 했으나, 역시 세상만사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듯 김현우가 제일 취약해질 만한 타이밍에 그들은 9계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뭐, 그래서 준비를 한 거지만.’
김현우는 조금 전 하나린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내 후, 하는 한숨을 내쉰 뒤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구슬을 그대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와 함께 드는 이물감.
입안에 거대한 구슬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입안에 느껴졌던 이물감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김현우의 입 안에 들어갔던 구슬이 그의 입안에서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
김현우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하얀색 섬광이 번쩍이는 듯한 착각을 받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음, 시작됐나?”
그렇게 의자에 조용히 몸을 눕힌 김현우의 모습을 봄과 동시에.
“벌써 간 건가요?”
노아흐는 자신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와 있었나?”
그곳에 서 있던 것은 바로 아브였다.
그녀는 노아흐와 마찬가지로 의자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김현우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괜찮은 거예요?”
“뭐가 괜찮다고 묻는 겐가?”
“그야 당연히 가디언이죠, 뭐 저도 위업을 먹는 것만으로도 온전하게 흡수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아브가 말을 흐리자 노아흐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말했지 않나. 위업을 흡수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세. 뭐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패널티를 줄여놓기는 했으나 그래도 위업을 흡수하는 건 벅찬 일이지.”
그의 말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그렇겠죠?”
“뭐,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애초에 지금 이 일 자체는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말일세.”
애초에-
“지금 시작한 게 다행이지.”
“지금 시작한 게 다행이라고요?”
아브의 물음에 노아흐는 손짓을 이용해 방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구슬 중 하나를 끌어왔다.
구슬 안에 비치고 있는 것은 김현우가 이전에 시공진을 수련했을 때 쓰였던 장소.
노아흐는 앉아 있는 김현우의 몸에 구슬을 가져다 대었고, 그와 동시에-팟!
김현우는 그 자리에 없었다는 듯 그 거대한 구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래, 늦게 시작한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지금도 좀 늦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브가 말하자 노아흐는 곧바로 대답했다.
“뭐, 자네와 김현우의 제자라면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긴 한데, 오래 끌 수는 없어요.”
“그건 나도 알고 있네, 내가 말했지 않았나? 어차피 김현우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어날 걸세. 자네는 그때까지 막아주기만 하면 되지.”
그의 말.
아브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움직였다.
“그 녀석의 제자를 만나러 갈 생각인가?”
“뭐, 그렇죠. 아마 그들이 작정하고 9계층으로 내려온다면 꽤 빨리 내려올 테니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푸른색의 포탈을 만들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힘이 없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잘 다루는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런 아브의 모습을 보며 외마디 말을 남긴 노아흐.
하지만 노아의 방주는 조용해지지 않았다.
“도착!”
그도 그럴 것이 혼자가 된 노아의 방주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천대성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순차적으로 오는군.”
노아흐의 말.
“이미 누가 들렀어?”
그에 제천대성이 질문을 하자 그는 곧바로 답했다.
“처음에는 김현우가 들렀지.”
“아, 시작한 거야?”
“그렇네.”
“그다음으로는?”
“통괄자가 들렀네.”
“통괄자?”
“그래, 자네도 어제 들었다시피 그 녀석들이 내려오고 있거든.”
노아흐의 말에 제천대성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천(四天) 말하는 거지?”
“그래. 통괄자들은 그들의 행보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잠시 이곳에 들렀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네.”
그의 말에 제천대성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흠, 그래?”
“그렇네.”
“뭐,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린가?”
노아흐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듯 제천대성을 바라보자 그는 씨익 웃더니 노아흐의 맞은편에 앉아서.
“그도 그럴 게-”
자신이 가져온 그것들을-
“내가 좀 좋은 걸 들고 왔거든.”
-꺼내 들었다.
***
“어우 썅.”
김현우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어지러움에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으며 눈을 몇 번이고 깜박였다.
눈앞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을 때 느껴졌던 끔찍한 울렁증.
그 울렁증을 해소하기 위해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숨을 쉬던 그는 이내 어지럼증이 슬슬 가시는 느낌에 따라 주변을 파악했고.
“이곳은 또 뭐야?”
김현우는 자신이 굉장히 특이한 공간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은 굉장히 거대한 신전이었다.
그것도 새하얀 백색으로 지어져 있는 신전.
주변으로는 조각이 되어 있는 기둥들이 거대한 천장을 받치고 서 있었고, 새하얀 대리석에는 스스로의 얼굴이 비칠 정도로 깨끗했다.
“…….”
그리고 그것은 벽면도 마찬가지였다.
땅바닥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타일로 이뤄져 있는 그 벽면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마구잡이로 조각되어 있었다.
마치 그림과도 같은 상형문자.
그리고 그렇게 시선을 돌려.
[반갑다.]김현우는 거대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
아니, 그것은 거대한 무엇인가가 아니었다.
분명 그것은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다만, 평범한 인간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 모습이라는 것이 문제였다만.
김현우 자신보다 수십, 어쩌면 수백 배는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그 남자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고, 그 위에는 여섯 개의 팔과, 세 개의 얼굴이 달려 있었다.
허나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세 개의 얼굴 중 오른쪽의 얼굴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는 것이었고, 여섯 개의 팔 중에서도 양쪽 하단에 나 있는 두 개의 팔이 검게 칠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지우개로 그 부분만을 지워낸 것처럼.
김현우가 그렇게 멍하니 자신의 앞, 정확히는 신전의 중앙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그의 입이 열렸다.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고 있었다고……?”
김현우가 알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자, 거대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래, 김현우. 나는 내 인격 중 하나를 처치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