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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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방법을 찾았다 (4)
“인격 중 하나……?”
김현우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구를 올려다보자, 그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는 이전에 범천(梵天)을 소멸시키지 않았나?]그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고, 그에 거구에 달린 두 얼굴 중 왼쪽에 있는 얼굴은 이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네를 기다렸다네.]거체의 얼굴, 아니- 자신을 범천이라고 칭하는 거체의 말에 김현우는 순간 슬쩍 귀찮아질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나한테 자신의 인격 중 하나가 당했으니 복수하려고?’
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들을 올려다보자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범천은 너나 할 것 없이 김현우의 생각을 읽은 듯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 두 인격은 네게 딱히 해를 입힐 생각은 없으니까! 오히려 도와줬으면 도와주었겠지!]담담하고 지혜로움이 느껴지는 왼쪽 얼굴과 다르게, 굉장히 우렁차고 용맹해 보이는 가운데 얼굴은 그렇게 말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범천들의 모습에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곤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다행인데, 그럼 나를 기다린 이유는 뭐야?”
김현우의 물음.
그에 왼쪽에 있는 얼굴은 입을 열었다.
[자네를 기다린 이유는 개인적으로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지.]“……내가 그 인격을 죽인 게 감사를 받아야 할 정도의 일이야?”
김현우는 슬쩍 시선을 돌려 범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세 개의 얼굴 뒤에는 거대하게 빛나는 광배가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여섯 개의 손은 각각 특이한 모양의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묘한 신성함이 느껴질 정도로 위엄 있는 모습.
다만 그런 범천의 모습에 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오른쪽의 얼굴과 두 개의 팔이었다.
마치 검은색의 크레파스로 칠한 듯 더럽게 지워져 있는 범천의 오른쪽 얼굴과 두 개의 팔은, 김현우에게 일종의 모순을 주었다.
그렇게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범천의 왼쪽 얼굴은 마치 김현우의 생각을 읽기라도 생각한 것처럼 발언했다.
[우선 자네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궁금증을 먼저 풀어주자면 지금 자네가 보고 있는 ‘공허’는 원래라면 자네가 처리한 그 녀석이 있을 곳일세.]“……내가 처리한 그 범천…… 아니, 그 녀석을 말하는 거지?”
[맞네. 그리고 자네가 했던 질문에 답해주자면 우리 둘은 자네가 그 어리석은 인격의 폭주를 막은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네.]“음, 대충 무슨 스토리 인지는 알 것 같은데.”
김현우는 범천의 입에서 나온 폭주라는 말과 지금 자신이 만난 범천의 모습을 보며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대충 원래 너희들은 세 인격이었는데 그 녀석이 너희들 멋대로 힘을 들고 나가서 폭주한 거지?”
그의 어림짐작에 가운데에 있는 얼굴은 감탄했다는 듯 오! 하는 탄성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너는 상당히 똑똑하군!]왼쪽의 얼굴과는 다른 우렁찬 목소리가 신전 안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김현우는 슬쩍 귀가 먹먹해짐을 느꼈으나 이내 그는 왼쪽의 얼굴이 하는 말에 집중했다.
[자네의 말이 거의 맞네. 우리는 원래 세 인격에서 하나인 존재였네만 사실상 제일 늦게 연꽃에서 빠져나온 그는 우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외도를 걸어버렸지. 사실 그것까지만 해도 별상관은 없었네만 그가 다음에 행한 행동은 충분히 문제가 있었네.]“……?”
[우리의 오른쪽이기도 한 우(右)는 ‘그’의 도움을 받아 나, 좌(左)와 정(正)을 봉인하고 우리의 힘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네. 그게 문제였지.]좌가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정이 입을 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신성(神性)을 잃고 영락했지. 그 우매하고 어리석은 녀석 하나 때문에 말이야.]“그런데 그 상황에서 내가 그 녀석을 처리했고.”
[자네의 생각대로, 우리는 이 이상 불필요한 신성의 영락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네.]“음, 그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김현우의 질문에 좌는 고개를 슬쩍 좌우로 휘젓고는 말했다.
[아니, 그건 불가능하네. 영락되어 버린 신성은 돌아오지 않지. 다만 우리가 연꽃 안에 들어가 수행을 하는 것으로 우리들은 다시 연꽃을 피워 개화할 수 있겠지.]“…….”
대충 수행을 해서 땜빵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잠깐.”
“아니,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희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지?”
김현우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는 바로 범천의 위업(偉業)을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잘 알고 있네. 자네는 아마 칼파의 연꽃 안에 들어 있는 위업(偉業)을 흡수하러 온 것이겠지?]“……맞는데, 네 말을 들어보니까 지금 내가 너희들의 업을 흡수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의 질문에 곧 두 얼굴은 김현우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하하하! 그런 것 같군!]-이제야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좌와 정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내 정이 물음을 던졌다.
[지금 네가 생각하는 건 혹시 네가 지금 이 위업을 흡수하면 혹시 우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겠지?]“맞아.”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애초에 네가 지금 이 업을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본체는 어차피 탑 외부에 있으니까.]“……그런 것도 되는 거야?”
김현우가 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좌는 대답했다.
[자세히는 설명하기 어렵다만, 확실한건 ‘우’ 덕분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걸세.]아무튼-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위업을 흡수하더라도 우리는 딱히 제지할 생각이 없으니까. 아니, 오히려 우리의 입장에서는 칼파부터 시작해 처음부터 업을 쌓아 올리는 게 더 낫네.]한 번이라도 영락한 업은, 언제고 다시 영락할 수 있으니까 말이지.
좌는 그렇게 말하며 입을 다물었고. 이내 정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김현우를 한번 보고는 이내 네 개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무거운 중압감이라도 느껴질 것 같았던 손이 조용히 움직이고, 그렇게 모인 네 개의 손에서는-우우우웅───!
-황금빛의 광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바닥으로 가려질 정도로 작았던 광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이내 김현우의 몸 전체를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커진 광휘를 만들어낸 정은.
[자, 이것이 바로 ‘나’의 업이다.]이내 김현우의 앞에 빛나는 광휘를 놔두었다.
파직-!
그와 함께 거대한 금이 가기 시작하는 범천의 몸.
“뭐, 뭐야?”
김현우가 갑작스레 박살 나기 시작하는 범천의 몸을 보며 당황했으나 오히려 두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 광휘에 ‘나’의 업을 모두 담았으니 우리는 이제 이 탑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되었다.]그와 함께 범천의 주변을 근처로 거대한 신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상형문자가 쓰여 있는 벽은 금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바닥도 마찬가지였다.
무너져가는 신전 속에서도 범천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부터 ‘우리’에게 질문을 하지 말고 듣고만 있게, 업을 준 뒤부터 우리는 더 이상 자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니까 말일세.] [우선 ‘내’가 준 그 업에 손을 가져가면 너는 지금부터 우리의 업을 흡수할 수 있을 거다. 거기에 노력은 딱히 필요 없다.] [다만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할 걸세. 우리는 최대한 자네에게 온전하게 업을 꺼내 주었으나 자네의 육체가 그 업을 흡수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 [네가 나의 업을 어떻게 쓸 건지는 대충 예상이 가는군, 아마 너는 ‘그 녀석’을 죽이러 가는 거겠지?] [그러니까 우리 나름대로 업을 제외한 하나의 조언을 해주도록 하겠네.]그와 함께 들려오는 말에 김현우는 집중했고, 이내-
[그럼 나는 행운을 빌도록 하지.] [그럼 우리는 행운을 빌도록 하겠네.]김현우는 범천의 작별인사와 함께 자신의 앞에 있는 광휘에 손을 뻗었다.
***
끝없는 통로.
그중에서도 9계층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철문 앞에 서 있는 네 명의 정복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열리지 않는군요.”
그것은 바로 정복자들이 아무리 신호를 보냈음에도 열리지 않는 9계층의 철문 때문이었다.
비가 아무리 마력을 흘려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열리지 않는 문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백은 이내 선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선, 혹시라도 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백의 질문에 선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이 문 자체에 ‘특수한 마력’이 걸려 있는 거라면 모르겠다만, 이 문은 특수한 마력이 걸려서 열리지 않는 게 아닌 것 같군.”
“……그런가.”
백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젓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귀가 괜스레 비아냥거렸다.
“그냥 열기 싫어서 안 여는 거 아니야?”
“……지랄하지 마라, 괴이.”
“귀, 분란조장은 그만 두라고 했을 텐데요?”
“어이쿠 그럼요.”
선과 비의 말에 괜스레 비꼬는 듯한 음색으로 고개를 끄덕거린 귀.
비는 그런 귀의 모습을 보곤 이내 다른 곳을 돌아보며 의견을 냈다.
“다들,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나요?”
“글쎄, 딱 봐도 9계층에서 우리가 오는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있는 걸 봐서 이 문이 쉽게 열릴 것 같지는 않으니…….”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10계층으로 올라가서 내려가면 되잖아?”
귀가 무슨 고민을 하냐는 듯 입을 열자 선은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정신인가? 10계층에서 9계층으로 내려가는 과정이 쉬울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설마 멍청해서 자기가 탑을 걸어 올라왔던 기억을 까먹은 건가?”
선의 말에 귀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이내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럼 어쩔 건데? 여기서 문열어주세요!! 하고 철문이나 꽝꽝 내리치고 있으려고?”
하-
“퍽이나 잘도 열어주겠다.”
“…….”
선은 그런 귀의 말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9계층에서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
그그그그그극─!!!!
“응……?”
그들은 뒤쪽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누구 할 것 없이 고개를 돌렸고.
“뭐야?”
“왜 열려?”
갑작스레 뒤쪽에서 열리기 시작하는 철문을 보며 저도 모르게 묘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그들이 그런 표정을 짓든 말든 이미 완전히 열린 철문은 하얀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자 그럼 바로 가 보실까?”
“잠깐!”
“왜? 또 이게 무슨 함정일까 이곳에서 지루하게 토론이라도 하려고?”
“그게 아니라 최소한의 위험은-!”
비가 먼저 나아가려는 귀를 막으려 했으나 그는 듣기 싫다는 듯 하얀 빛 앞으로 가며 입을 열었다.
“최소한의 위험이고 뭐고, 문이 열리면 그냥 들어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해? 어차피 여기서 계속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는 걸 뻔히 알고 있잖아?”
아무튼,
“나는 여기서 지루하게 서 있을 생각 없으니까 너희들이 안 가겠다면 먼저 간다.”
귀는 그 말과 함께 곧바로 하얀 빛을 향해 뛰어들었고, 이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비는 이내 진한 한숨을 내쉬었고.
“……우리도 가도록 하지.”
이내 입을 연 백의 말에 비는 왠지 찜찜한 느낌을 떨치지 못하며 철문 안쪽을 향해 몸을 움직이는 백과 선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하얀 빛을 빠져나갔을 때.
“야, 너무 늦는 거 아니야?”
그들은 원숭이를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