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다구리는 이렇게 치는 거다 (4)
백호의 거대한 동체가 움직인다.
쿠우웅!
동체를 한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진동과 소음이 산을 울리고, 일제히 새들이 날아오른다.
허나 한 걸음으로 산에 진동을 울리게 하는 동체는 그 몸집에 비해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손오공의 앞에 도달했다.
콰아아앙!
발을 내리찍는 것만으로 터져 나오는 엄청난 굉음.
그러나-
“!”
손오공을 노리고 떨어져 내렸던 백호의 발은 그를 맞히지 못했다.
곧바로 백호의 얼굴을 향해 튀어나오는 손오공을 보며 백호는 민첩한 몸놀림으로 곧바로 몸을 뒤로 내뺐으나-
“어딜!”
“!”
백호가 몸을 뒤로 빼기 위해 몸을 든 그 순간, 손오공이 들고 있던 여의봉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곧 백호의 머리통을 후려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진 여의봉은 순식간에 움직여 몸을 세운 백호의 머리통을 내리쳤으나.
“큭!”
손오공의 여의봉은 백호의 머리통이 아닌 오른쪽 어깨를 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백호는 그대로 오른발을 휘둘러 손오공을 후려쳤다.
퍼어엉-!
거대한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백호의 일격을 맞은 손오공은 순식간에 산 한곳에 처박혔으나 곧바로 그의 앞으로 복귀해 싸움을 이어나갔다.
순식간에 터져 나가는 지반들.
거대한 동체가 산과 숲을 엉망진창으로 박살 내고.
손오공의 여의봉이 땅에 거대한 도랑을 만든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지던 싸움은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다.
분명 압도적인 동체를 가지고 있는 백호는 손오공과는 다른 압도적인 질량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손오공을 후려친 백호의 시선이 일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어딜 그렇게 한눈을 팔아!?”
백호에게 다른 이들의 전투를 파악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가다가는 괜히 체력만 소비하겠군……!’
-백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위업을 개방했다.
콰아아아아!!
백호의 몸에서 거대한 광채가 흘러나온다.
순간이지만 그를 상대하고 있는 손오공마저도 눈을 가릴 정도로 눈부신 광채.
그와 함께 조금 전까지 수세에 몰리고 있었던 백호의 외견이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동체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갑주.
백호의 팔다리에 쓰이기 시작한 순백의 장갑과 그 위를 타고 관절마다 만들어지기 시작한 순백의 갑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여덟 개의 푸른 보주를 보며 손오공은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면서도 곧 비아냥거렸다.
“뭐야, 설마 그 늙은 찐따의 업을 위업이라고 사용한 거야?”
손오공의 조롱 어린 말에 백호는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여덟 개의 보주를 주변으로 띄우기 시작하며 대답했다.
“광목천왕(廣目天王)의 위업이지. 과연 일개 요괴인 네가 그 상위존재인 광목천왕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백호의 말.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설마 이 몸이 그런 말에 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애초에 업이 완성되기 전에도 하늘과 지옥을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던 내가?”
손오공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여의봉을 어깨 위로 올리며 씨익 웃더니 대답했다.
“그래, 뭐 만약에라도 내가 널 막지 못한다고 쳐보자. 근데 아마 그때쯤이면 이미 네 친구들은 전부 뒤져 있지 않을까?”
그의 말에 백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검선(劍仙) 여동빈의 모습.
그는 자신이 받았던 사문천왕의 업을 개화해 본격적으로 싸우고 있었으나-
“역시 산속에 처박혀 있던 신선이라 그런지 싸움은 더럽게 못하네!”
“야 이것도 막아봐라 찐따야!”
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세 명의 대성 덕분에 제대로 검을 휘두르지도 못한 채 몸의 상처를 늘려가고 있었다.
여동빈이 검을 휘두르려 하면 귀신같이 초근접으로 붙어 아예 검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세 명의 대성들.
“큭!”
여동빈은 몰려드는 세 명의 대성들을 피해 일순 거리를 벌려 검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했지만-꽝!
“끅!?”
여동빈은 곧 거리를 벌리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번개를 받아치느라 다시 거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산대성의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가격하기 위해 휘둘러지고, 그것을 막은 순간 뒤쪽에 나타난 평천대성이 위에서 아래쪽으로 그의 몸을 내려친다.
콰아아아!
뒤늦게 검을 들어 막았으나 그 힘까지 모두 흘리지 못한 여동빈은 순식간에 땅을 향해 처박히고-
“왔어?”
“!!!”
-구신대성은 땅바닥에 처박히는 순간까지도 검을 놓지 않는 여동빈의 몸에 주먹을 휘둘렀다꽈아아아앙!
거대한 폭음.
그 모습을 보며 백호는 침음성을 흘렸다.
검선 여동빈.
그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탑에 올라와서 자신의 업을 모두 되찾았으며, 그가 받은 위업은 자신과 같은 사천왕의 업 중 하나였으니까.
사실 지금 위업까지 개방한 상태의 여동빈이라면 저기에 있는 세 명의 대성을 상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공격을 전혀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연계라니.’
여동빈이 제대로 된 힘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연계 때문이었다.
여동빈이 제대로 검을 휘두를 시간조차 주지 않고 초근접으로 달라붙어 공격을 퍼붓는 이산대성과 평천대성.
조금이라도 떨어져 검을 휘두르려 하면 하늘에서 대기하던 청룡이 기다렸다는 듯 번개를 쏘아내 그의 움직임을 막고, 그 뒤에는 구신대성이 마무리를 한다.
그야말로 숫자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들의 연계.
“…….”
백호는 곧 나타가 있는 곳도 별다를 바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인상을 찌푸렸고.
“쯧.”
이내 그는 여동빈과 나타가 밀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찾았다.
‘청룡……!’
그것은 바로 하늘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청룡 덕분이었다.
여동빈과 나타는 분명 조금의 피해를 감수하며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대성과 거리를 벌린 뒤 조금의 여유를 틈타 본격적으로 싸움을 주도 하려 한다.
허나-
꽝!
-현재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청룡은 어느 한 곳의 싸움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하늘을 유영하며 결정적인 순간순간에 중요한 번개를 때려 넣고 있었다.
‘청룡을 먼저 처리해야……!’
백호는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으나.
“아서라, 얼굴에 생각이 다 보인다,”
“!”
그 순간만을 기다린 것인지. 손오공은 이미 백호의 앞에 도착해 여의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커져라 여의!”
작아진 여의봉이 순식간에 거대해지며 찰나의 무방비에 놓인 백호의 턱을 무자비하게 올려친다.
거대한 동체가 한순간 허공을 향해 튀어 오르고, 그와 함께 손오공의 오른손이 인을 맺는다.
그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는 수많은 손오공.
하늘 여기저기 어디에든 할 것 없이. 그냥 ‘많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손오공이 하늘을 가리고.
“자, 그럼 네가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금강(金剛)-
손오공들이 들고 있던 여의가 일제히 거대해져-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십팔격(十八?)!
-하늘을 가렸다.
***
“……!”
그다음 순간 김현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본 것은 푸른 하늘이었다.
새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푸른 하늘.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금세 상체를 일으켜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했고.
곧 그는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노아흐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지역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그와 함께 몸속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느낌에 김현우는 그것이 범천의 업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이내 당장 자신에게 흡수된 범천의 업이 아닌 다른 곳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갔다.
‘도대체 그놈은 뭐야?’
김현우는 조금 전, 아니 조금 전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그 순간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수공간에서 깨어나, 자신을 주시하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을.
“…….”
그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킨 뒤 차분하게 그 눈동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은 적이 아니다.
오히려 네가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는 게 좀 당황스럽다.
내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위로 올라오라는 말뿐이다.
눈동자는 분명 김현우와 이런저런 선문답을 주고받았으나 결국 그 모든 선문답을 간출하게 요약하면 그가 자신에게 말한 내용은 네 가지 정도였다.
그리고 그 네 가지의 답변에서도 두 개는 쓸모없는 답변이었다.
아니, 어쩌면 네 가지 중에서 세 가지가 쓰레기였던 것 같다.
‘그 새끼는 대체 또 뭐 하는 새끼야?’
적군은 아니라는데 알려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그냥 한 말은 위로 올라오면 어련히 다 알아서 알게 될 테니 위로 올라오라는 말만 하다니.
그 덕분에 한동안 고민을 하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짧게 탄식하며 욕을 내뱉었다.
“이런 썅.”
어떻게 된 게 자신에게 1차적으로 온 정보는 확실하게 완성된 정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김현우는 짜증스레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궁금증은 아직도 많았다.
그 눈동자가 누구인지 궁금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 사색에 잠겨 눈동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파악하기에는 김현우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 김현우가 범천의 업을 흡수하기 위해 들어갔을 때 이미 정복자들은 내려오는 도중이었고, 그가 아무리 정복자들을 막아 놓으라고 말해놨어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을 머릿속 한 구석에 억지로 구겨 넣은 뒤 몸을 움직였다.
“…….”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확인하자 김현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초원 한가운데 만들어져 있는 포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나마나 노아흐가 깨어나면 넘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포탈이 분명했기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고 포탈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와 함께 하얗게 점멸했다가 보이기 시작하는 방주 내의 모습.
“오. 왔나?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군.”
김현우는 방주 안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반기는 노아흐의 목소리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아흐를 바라보며 물어봤다.
“얼마나 지났어?”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대답했다.
“자네가 범천의 업을 흡수하러 들어가고 난 뒤로 9계층의 시간으로는 이제 3일 정도가 흘렀군.”
“3일?”
“그렇네.”
“생각보다 얼마 안 걸렸네?”
의외라는 듯 입을 여는 김현우를 보며 노아흐는 대답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수련과는 다를 거라고……. 뭐, 이번에는 수련을 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네만.”
“?”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히려 빨리 나오면 내려오는 정복자들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서 좋은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일리가 있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가려 했으나-
“……음, 그냥 자네가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군.”
“?”
-이내 노아흐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의 앞에 포탈을 하나 만들어주었고.
“……엥?”
김현우는 그 포탈 속에 보이는 의외의 상황에 저도 모르게 멍한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