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6
26
026. 수틀리게 하지 마라(2)
[아레스 길드에서 보낸 자객, 뭐 그런 거야?] [이해력이 빠르네?]스마트폰에서 김현우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 아무튼 그렇게 대단한 건 보스 잡는 걸 봐서 알았는데 마력 사슬에 묶이고도 그렇게 느긋해도 되겠어?] [마력 사슬? 이거?]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예전, 김현우가 최소한의 증명을 위해 아레스 길드가 가지고 있는 던전을 클리어 할 때, 김현우를 죽이러 왔던 남자 ‘신청강’의 목소리.
[내가 꼭 아레스 길드에서 의뢰받은 놈들을 처리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어떻게 너희들은 그렇게 하나같이 똑같지?] [이건 또 뭔 소리야?] [그래 지금 네가 하는 말도 똑같아. 뒤늦게 허를 찔러 몸을 구속당하면 억지로 침착한 척하며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지. 어떻게 해야 이 함정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하고.]김현우의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신천강의 목소리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기자회견에 사실을 고백하고 있었다.
뭐, 스마트폰 안의 녹음기가 재생되었을 뿐이었지만.
[…….] [그런데 이렇게 침착한 척하면서 오히려 역도발하는 놈들의 특징이 뭔 줄 알아?] [뭔데?] [바로 내 신경을 건드려서 명줄을 재촉한다는 거야!] [콰아아앙!]그 뒤에 들리는 거대한 폭음 소리를 끝으로 김현우는 재생이 멈춰진 스마트폰을 바라보곤 눈을 돌려 기자회견장을 바라봤다.
얼어붙은 기자회견장.
김현우가 말했다.
[이것 참, 아레스 길드의 높으신 분들도 제가 또 아무런 증거를 안 남겨 놓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이것 참 유감이네요?
마치 비웃는 것 같은 미소를 지은 김현우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과시하듯 흔들더니 또 한번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혹시 지금 김현우 씨가 틀어 준 소리는 어디서 녹음된 겁니까?”
그렇게 스마트폰을 조작하던 도중, 들려오는 기자의 말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그건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 제가 왜 이 녹음을 이곳에서 틀었겠습니까?]김현우의 말에 순간적으로 웅성이는 기자들.
그들은 곧바로 자판기에 손을 가져가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민들과 앞 대열에 있는 기자들은 김현우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한참이나 웅성거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한 기자가 손을 들지도 않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결국 녹음일 뿐 아닙니까? 녹음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담백한 표정으로 말했으나 그의 눈 속에 은근히 녹아 들어있는 초조함을 본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안 그래도 그 이야기가 안 나오면 섭섭할 뻔했네요.]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뭐, 이 녹음이 언제 녹음된 파일인지 까보면 그걸로도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굳이 또 저렇게 질문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제가-]그와 함께 김현우는 주머니 속에서 꺼낸 스마트폰을 다시 한번 들이밀었다.
[-하나 더! 증거를 준비해 드렸습니다.]모여 있던 기자들과 시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현우의 스마트폰을 향해 움직이고, 그때 김현우가 입을 열었다.
[자, 이게 뭘까요?]“그건……?”
[이건 바로 저를 죽이러 왔던 헌터의 스마트폰입니다. 뭐, 사실 락이 걸려 있어서 제대로 확인은 못 했어요.]그래도 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야 보안 업체나 경찰관님들한테 맡기면 다 나올 테니까 우선 한번 보시라고 가지고 나와 봤습니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을 몇 번 정도 주변에 보여주는 것처럼 왔다갔다 하더니 문득 기억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이건 말해두려던 건데, 대충 그때 상황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좀 요약해 보려고 합니다.]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더니 단상에 두 손을 올리곤 느긋하게 몸을 기댄 상태로 말했다.
[저는 그 사람을 죽일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근데 죽이려고 달려드는데 어쩌겠습니까? 저는 이제 막 탑에서 빠져나온 신입인데, 열심히 반항했죠.]웃기는 소리. 라고, 회장에 모여 있는 기자들과 시민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서 회견을 열고 있는 김현우는 비록 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 능력은 이미 입증된 상태였다.
단신으로 크레바스 안에 들어가 안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고 홀로 그 재앙을 멈춘 남자.
그게 바로 김현우였다.
그렇기에 세간의 집중이 김현우에게 쏟아졌던 것이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김현우는 마치 기만을 하듯 과장되게 몸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죽지’ 않으려고, 네 거기 자판 치고 계신 기자분 잘 알아들으셨습니까? 저는 ‘죽지’ 않으려고 싸운 겁니다.]자판을 치고 있는 기자를 굳이 손가락질까지 하며 입을 여는 그의 모습.
자판을 치던 기자는 김현우의 손가락질에 얼어붙었지만, 그의 입은 계속해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정당방위로 싸우다 보니, 결국 그는 그 던전에서 나오는 보스 몬스터인 ‘메가 엘리게이터’한테 기습을 당해 죽고 말았습니다.]이것 참, 이렇게 보면 제가 죽인 것도 아닌데, 그쵸?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 안쪽으로 집어넣은 뒤 입을 열었다.
[뭐 저도 아레스 길드랑 딱히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아서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판을 키워주시니…….]저도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끝까지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체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무대에서 몸을 돌렸고, 그 순간을 끝으로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자들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두고 급하게 노트북을 꺼내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각각 SNS 자신들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업로드 하거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회견장 안에 있는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아레스 길드의 뒷돈을 받아먹은 기자들을 빼고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김현우가 내뱉은 말은 하나하나가 전부 특종감이었으니까.
그렇게 기자들이 새로운 이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을 때.
“….”
김현우는 회견이 열렸던 무대를 떠나며 키보드를 치고 있는 기자들을 한번 봤다.
‘사건은 더 큰 사건으로 덮는다.’
옛날, 고아원에서 지낼 때, 막연하게 고아원 원장새끼를 사회에 고발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런저런 방송 관련 책을 보다 읽었던 김현우의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는 그 문장.
그것을 떠올리며 김현우는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알았어?”
처음 신천강이 자신을 습격하러 온 던전을 들어가기 하루 전, 김시현은 김현우에게 몇 번이고 되도록 조심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렇기에 정말 혹시나? 하는 싶은 마음에 그는 그날 던전에 들어감과 동시에 스마트폰의 녹음기를 켜두었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닌지 신천강이 왔다.
김현우는 혹시나 저장해 둔 녹음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는 듯 스마트폰을 괜히 문질거리곤, 김시현이 미리 대기시켜 놓았던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오후 2시에 있었던 김현우의 기자회견 뒤로, 전세는 크게 기울었다.
아레스 길드와 은밀하게 연결되어있는 언론이 어제 터뜨린 김현우의 아레스 길드원 폭행사건을 사실을 애써 언급하며 발악해도 그 사건은 순식간에 묻혀 버렸다.
김현우가 퍼뜨린 아레스 길드의 사건 때문에.
그야말로 김현우의 ‘사건은 더 큰 사건으로 덮는다’는 전략이 제대로 먹힌 상황에서-
“이런 씨발!”
와장창-!
유병욱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컴퓨터 모니터를 책장을 향해 던져 버렸다.
책장에 부딪힌 모니터가 산산이 부서지며 큰 소리가 났지만, 불이 꺼져 있는 관리부서는 침묵만이 있을 뿐이었다.
‘씨발…씨발!’
유병욱은 신경질적으로 의자에 앉은 뒤 눈을 질끈 감았다.
‘좆됐다…좆됐어……!!!’
몇 번이고 발을 구르던 유병욱은 아까 전 눈에 띄게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흑선우의 얼굴을 떠올렸다.
‘실책이다…실책이야……!’
그는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물며 바닥을 쿵쿵 찼다.
유병욱은 자기 자신의 안일함을 탓했다.
‘그 개새끼가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을 줄이야…!!!’
솔직히 누구라도 한번은 ‘혹시’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했다.
그리고 그 혹시, 그러니까 ‘만약’의 상황에 대해서 유병욱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자료를 조사하면서도 그거 혹시 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나 또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당연히 그도 했었다.
꽤 많이 했었다.
그는 매사에 의문을 많이 달고 다니던 사내였으니까.
그 의문과 의심을 통해 아레스 길드에 입사하고 인사과에 들어와 흑선우의 인정을 받고 인사부장 자리까지 꿰찰 수 있었으니까.
허나 그런 유병욱이라도 김현우를 깊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그가 보여주는 일상 때문.
처음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그에게 사람을 붙였을 때도, 유병욱을 도저히 그를 의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끄……!!!!”
그의 생활은 단순했으니까.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일상다반사였고, 혹시 집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동료라던 길드장들과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것 정도였다.
그 이외에 다른 곳은 이동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가 여러 방송 매체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오만하고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병욱은 우습게도 그를 그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이미 김현우는 유병욱의 머릿속에 ‘힘만 쎄고 세상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머저리’로 보였으니까.
“하…….”
그렇기에 그런 그가 이런 증거를 숨기고 있을 거라고 그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다.
한참이나 책상에 얼굴을 묻은 채 몇 번이고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른 그는 어느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당탕!
그가 거칠게 일어남과 동시에 의자가 나가 떨어졌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지금이라도 수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인사이동 때, 아니, 그다음 인사이동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무척이나 잘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유병욱이 이를 갈며 일을 수습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을 때쯤, 강남에 위치한 고급 양식집의 개인룸에서는 김현우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저녁을 먹으며 강남역의 뷰를 보고 있었다.
“으엑, 이게 뭐야.”
“왜요?”
“아니, 이건 뭐 양도 작고 나는 맛이라고는 야채 맛밖에 안 나잖아?”
그렇게 말하며 야채 소스가 곁들어진 고기를 삼킨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옆에 있던 물을 들이켜곤 말했다.
“나는 역시 이런 고급 음식은 안 맞나 봐.”
그가 그렇게 말하며 입을 슥 닦자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던 김시현이 입을 열었다.
“형, 그보다 그건 언제 챙긴 거예요?”
“응? 뭘?”
“그 스마트폰이요. 전 진짜 방송 보면서 깜짝 놀랐다니까요? 그걸 언제 챙겼나 하고요.”
“그러게,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어요. 분명 기자 폭행이나 안 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시현과 이서연이 차례대로 말하자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거, 뻥이었는데?”
“……??”
“……뭐라고요?”
“스마트폰 뻥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