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다구리는 이렇게 치는 거다 (6)완전히 개박살이 난 중국의 산중에서.
“오, 네가 아우가 그렇게 말하던 그 인간이냐?”
“뭐, 제천대성이 말하는 거면 내가 맞기는 하지.”
“늘어져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말하는 데 거침이 없군!”
“……뭐?”
김현우가 미처 불만을 표하기도 전에 소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그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다! 내 이름은 평천대성 우마왕이라고 한다! 평천대성의 뜻은 하늘을 평정하는 큰 성인이라는 말이지!”
“아, 그래.”
자신이 내밀기도 전에 손을 끌어 잡고 위아래로 크게 휘두르는 우마왕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곧 그런 우마왕의 옆으로 걸어오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이산대성?”
“거참 대단하군. 잠 한번 자고 빠져나오니까 저번에는 별것 아닌 것 같던 놈이 이렇게 성장해 있다니……!”
“형님, 내 말이 맞지? 이 녀석의 성장력은 진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니까?”
“그래, 솔직히 보기 전까지만 헤도 좀 안 믿겼는데 이렇게 보고 나니 확실히 느껴지는군, 확실히 성장 속도가 빨라!”
“오! 어디보자, 이야~ 이 녀석이 진짜 몇 달 전에는 근두운도 제대로 못 타는 녀석이었다 이거지?”
“그렇다니까?”
“역시 아우랑 같이 다니는 놈들은 뭐가 하나씩 있는 것 같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대단하다는 듯 웃음을 짓는 이산대성의 뒤로, 다른 대성들이 몰려와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초에 인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건이 있어 포탈을 넘어온 김현우는 왠지 싸우지는 않았으나 갑작스레 피곤해지기 시작하는 육신을 느끼며 제천대성의 동료들인 칠대성의 인사를 차례차례 받아나갔다.
그리하여 그렇게 개 박살이 난 산중에서 때 아닌 수많은 악수 요청을 받게 된 김현우는 한참이 되어서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저기, 제천대성.”
“왜?”
김현우의 물음에 대답한 그.
“우선 지금 너희들이 잡은 놈들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정복자는 과력난신이 상대하고 있는 녀석밖에는 없는 거지?”
그의 물음에 제천대성은 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럼 도와주러 가야 하는 거 아냐?”
“도와주러 간다고? 그녀를?”
제천대성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 했고.
“뭐, 전에 무조건 자기가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소리를 듣기는 들었는데, 좀 긴가민가해서 말이야.”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 김현우의 말에 답변한 것은 바로 하늘에 떠 있던 청룡이었다.
“왜?”
“그녀가 너한테 한 말대로, 그녀는 절대 그 녀석에게는 지지 않을 테니까.”
“……?”
“뭐, 보고 있어라. 아마 그녀는 조만간 이 곳으로 올 테니.”
청룡의 확신 어린 말.
그에 김현우는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으나 이내 입을 다물었다.
***
두억신은 자신의 업을 버렸다.
하지만 두억신이 자신의 본질인 괴이(怪異)로서의 업을 버린 것은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닌, 전부 철저한 계산 하에 놓인 일이었다.
괴이의 업을 버리는 것으로 두억신은 자신의 본질을 버리기는 했으나 ‘괴력난신’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두 뿔을 부숴버렸기에 그는 더 이상 괴이로서의 힘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본질을 상징인 ‘뿔’을 파괴함으로 버렸으니까.
그러나 두억신은 그다지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 내게는 사천왕의 업이 있다……!’
어쩌면 일반적인 괴이로서는 감히 대적할 수 조자 없는 사천왕의 위업(偉業)을 두억신은 가지고 있었고.
‘저 눈엣가시 같은 괴력난신을 제거하기만 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업만으로도 두억신은 충분히 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모자란 업이야 그 녀석의 개새끼 노릇을 좀 더 하는 것으로 충당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그 여러 가지 계산이 머릿속에 맞아떨어져 그는 뿔을 부수고 ‘괴이’에 담겨 있던 업을 모두 소실시켰다.
그렇게 소실된 업은 바로 두억신 자신의 업도 있었고, 그가 맨 처음 이 탑을 오르기 전에 자신의 누이에게 훔쳐 나온 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저년은 더 이상 업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다……!’
분명히 그럴 터다.
자신의 뿔은 분명 그녀의 업을 담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박살 냈으니까.
그런데.
분명 그럴 텐데-
‘어째서, 웃는 거지?’
두억신은 자신의 앞에서 미소를 짓는 괴력난신을 보며 광소를 짓던 얼굴에 금을 만들었다.
두억신의 미소에 금이 가면 갈수록 괴력난신의 미소는 짙어졌다.
처음에는 입가가 비틀어 올라가고.
그다음에는 두 눈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휘어진다.
또 그다음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두억신의 앞에 드러날 정도로 환한 웃음이 지어지고.
그녀의 입에서 광소가 흘러나온다.
그렇기에 두억신의 표정은 그와 반대로 점점 굳어갔다.
광소하던 얼굴에 금이 가고.
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진다.
사라진 미소에는 순간적인 혼란이 가득해지고.
이내 그 혼란 뒤에 두억신의 얼굴에 자리 잡은 것은 바로-탓!
-초조함이었다.
초조함.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적어도 지금 두억신의 머릿속에서 지금 이 상황은 그가 초조함을 느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조함을 느낀다.
왜?
이유는 모른다.
그냥.
두억신은 본능적으로 초조함을 느꼈기에 괴력난신의 앞으로 달려 나갔다.
괴이의 힘이 빠져나가서일까? 두억신의 몸은 이전처럼 빠르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저 눈 깜짝할 새, 라고 표현하기가 모호할 정도로 빨랐다면, 지금은 그의 속도를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속도는 느려졌다.
허나 그렇다 해도 두억신의 속도는 괴력난신보다는 빨랐고.
그렇기에 그는 괴력난신이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분명 괴력난신으로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짧은 시간일 텐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은 두억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꾹 쥐었다.
그와 함께 팽창하는 두억신의 근육.
두억신의 뒤에 있는 광배가 더더욱 큰 원을 향성하며 주변을 밝게 비추고, 그는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혹시 이렇게까지 했는데 공격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갑작스레 생긴 불안감.
허나 두억신은 그 생각을 거둬버렸다.
이미 그는 자신의 본질을 버리고 사천왕의 업만으로 존재를 유지하고 있고, 그렇기에 그는 괴력난신을 공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까득!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확신이 들어차지 못한 주먹을 억지로 꾹 쥐었고, 이내-꽈아아앙!
그의 주먹은, 정확히 괴력난신의 머리를 후려쳤다.
‘역시!’
그와 함께 느껴지는 쾌감.
이전까지 두억신은 단 한 번도 그녀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녀가 아무리 압도적으로 약하다고 해도 두억신의 공격은 결국 그녀의 몸에 닿기 전에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반격을 당했다.
절대로 반격당할 리 없는 그녀에게.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맞았어!’
두억신의 공격은 무척이나 깔끔하게 들어갔고, 그 증거로 그가 휘두른 주먹에는 괴력난신을 후려친 감각이 남아 있었다.
무척이나 짜릿한 감각이.
왼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환호하는 두억신.
허나 그는 그다음 순간 무엇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무엇인가가 이상하다고.
“…….”
두억신은 분명 괴력난신의 얼굴을 후려쳤고, 그의 주먹은 무척이나 깔끔하게 그녀의 얼굴을 뭉개는 걸로 모자라 그녀의 몸을 허공에 몸을 날려야 했다.
그래, 자신의 위업과 그녀의 업의 차이라면 응당 지금 상횡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재롱은 전부 끝났느냐?”
“……!!”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두억신은 여전히 괴력난신의 머리를 후려치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두억신의 주먹을 맞은 채였다.
허나 분명 그 주먹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괴력난신에게는 딱히 이렇다 할 피해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녀는 멀쩡했다.
아니, 멀쩡하다 못해, 그녀의 이마에는 원래 달려 있는 두 개의 뿔과는 관계없는 또 다른 뿔이 생겨나 있었다.
“무-”
콰드드드드드득!!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무슨?’
이라고 물으려던 두억신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괴력난신에 의해서.
“카학!”
괴력난신의 주먹에 땅바닥에 처박힌 두억신의 입가에서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오고.
뻐어엉!
괴력난신의 발차기로 인해 두억신의 몸이 일순간 포탄처럼 쏘아져 나가 처박힌다.
주변의 사물을 모조리 박살 내며 땅바닥을 구르는 두억신.
그를 보며 괴력난신은 웃음을 짓고 입을 열었다.
“멍청한 아우야, 설마 네가 뿔을 부수면 네가 흡수한 내 업이 같이 날아갈 거라 생각했느냐?”
괴력난신의 질문에 두억신은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
그는 그러지 못했다.
양손은 금방이라도 숙인 몸을 일으키기 위해 몸을 지탱하고 있었으나,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탁- 탁-
그리고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두억신의 귓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무척이나 짧은, 그러나 느긋하게 걸어오는 듯한 발소리.
아주 옛날, 그가 수천 수만 번을 들어왔던 그 발소리.
“도대체 어떻게!!”
두억신은 순간 격분하며 입을 열었으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땅에 박힌 상태였고, 그는 그 상태 그대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지. 그 생각은 틀렸다, 아우야. 너는 내 업을 완전히 소화한 게 아니지 않으냐?”
“그……그게 무슨!”
“그게 무슨 소리냐고?”
꽈득!
“크악!?”
괴력난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두억신은 자신의 몸이 점점 죄여오는 무엇인가를 느끼며 피를 토했고, 그 와중에도 괴력난신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너는 내 업을 훔치고, 내 업을 마음대로 사용했지. 허나 너는 내 업을 사용할 뿐, 완전히 흡수하지는 않았더구나.”
아니- 애초에 흡수할 수조차 없었던 게 더 맞는 말이겠지.
괴력난신이 말을 지속하면 지속할수록 두억신은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짓눌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짓눌리고 짓눌리고 짓눌린다.
팔다리가 수축하고, 그의 몸이 수축한다.
“그런데, 감히 내 업을 제대로 흡수하지도 않고 휘두르기만 했던 네가 내 업을 네 의지로 완전히 소멸 시킬 수 있을 줄 알았느냐?”
두억신은 이제 그녀의 말에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괴상한 형체가 되어 있었다.
뿌득- 뿌드드득! 뿌드드드드득!!
그의 몸에서 나는 기이한 소리.
그러나 괴력난신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고.
“아니, 아니지. 네가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한 업을 스스로 버리면, 그 업은 그대로 내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 멍청한 녀석아.”
그 말을 기점으로, 두억신의 몸은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들리는 소리는 그의 몸을 구성하는 골격이 부서지는 소리였고.
그다음으로 들리는 소리는 수많은 파육이 터지는 소리였다.
그다음으로는 피부가 짓이겨지고, 그다음으로는 그 몸 위에 걸쳐져 있던 갑옷과 광배가 박살 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은 괴력난신은 완전히 박살 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살아 있는 두억신을 보며-
“자, 그럼 어디 그 두 눈으로 다시 한번 똑똑히 보거라.”
-그렇게 말했다.
“나, 야차(夜叉)의 재림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