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이제는 올라가야 할 때 (3)아브의 시스템 룸.
게임팩들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는 그곳에서 한동안 아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솔직히 너무 정보가 부족해요.”
그런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고는 왠지 김이 샜다는 듯 말했다.
“조금 전에는 그렇게 굳게 고개를 끄덕거리길래 뭔 대단한 거라도 알아냈나 싶었더니.”
“그래도 몇 개 알아낸 건 있어요.”
“……알아낸 거?”
“네. 제가 말씀드렸죠? 애초에 그 눈동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건 지금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해요. 당신이 그 눈동자를 아무리 설명해도 정보가 이렇게 부족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거든요.”
다만-
“그와는 별개로 ‘위’에 대한 정보는 조금 찾을 수 있었어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답했다.
“위?”
“네. 그 눈동자가 언급했던 ‘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검색해 보니까 이런저런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아브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을 움직이자마자 아브 앞으로 떠오른 로그는 이내 그녀의 손가락에 의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래 뭐.”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아브의 말에 동의하며 생각했다.
‘역시, 너무 정보가 적었나.’
김현우가 생각해도 노아흐나 아브에게 말해주었던 정보는 너무나도 빈약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가 그 공간 속에서 눈동자를 마주쳤을 때 그가 보았던 것은 칠흑같은 허수공간뿐이었고, 거기에 그가 눈동자에게 들었던 유의미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무엇을 물어도 아직 이야기해줄 때가 되지 않았다느니 하면서 대답을 회피했으니까.
‘그나마 얻을 수 있었던 건 ‘위’라는 정보뿐이지.’
김현우는 그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위로 와라.’
라고 말했던 그 눈동자의 말을.
김현우는 그런 말을 하는 눈동자를 보며 추가적인 정보를 요구했으나 그는 결국 위로 오라는 말을 반복하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정보를 던져주지 않고 결국 사라졌었다.
“다 됐어요.”
그는 눈동자와 만났던 기억을 다시금 상기하던 중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고.
“눈앞에 떠다니는 그 수많은 로그들은 뭐야?”
김현우는 자신이 잠시 한눈을 판 그 사이에 아브의 앞에 떠오른 수많은 로그창들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고.
“찾아 놓은 정보들이에요. 사실 제대로 정리하지를 못해서요.”
아브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지를 까딱했다.
그와 함께 아브의 주변에 떠 있던 로그들은 순식간에 뭉쳐지기 시작했고, 곧 아브는 자신의 앞에 하나로 만들어져 있는 로그를 읽어 내리곤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제가 찾은 정보로 아마 ‘눈동자’가 말하는 ‘위’라는 건, 탑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계속 말해봐.”
김현우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아브에게 계속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고, 그에 그녀는 자신이 찾은 정보들을 훑으며 김현우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선 지금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이 정도예요.”
김혀우는 아브의 말을 끝으로 자신이 들었던 말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러니까 그 눈동자가 말한 ‘위’라는 곳은 이 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 탑의 최상층을 말하는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저도 모르는 정보들이 더 나오더라고요?”
“……너도 모르는 정보?”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 애초에 이 탑에 관계되지 않은 이야기라서 정보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찾으니까 나오긴 나오더라고요. 대충 찌라시 정도로요.”
“찌라시……?”
“네. 제가 찾은 정보에서도 딱히 장소에 관해 설명되어 있지는 않고 ‘위’라고 표기한 것들이 있더라고요. 뭐, 정보 사이사이에 나온 단어라서 저도 좀 파악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아무튼,
“물론 제가 그 눈동자와 대화를 하지 못해서 정말 확실하게 이렇다! 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 눈동자가 ‘위’라고 말했다면, 아마 그 위는 이 탑의 최상층이 아니라 다른 ‘위’를 말했을 확률이 높아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현우는 괜스레 복잡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결심했다.
‘우선 넘기자.’
김현우는 눈동자에 관한 일을 잠시 잊어버리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눈동자에 관한 일은 지금 ‘설계자’를 잡는 것이 최종목표인 김현우에게 있어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우선 설계자를 잡고 생각하자.’
김현우는 자신의 최종 목표가 설계자를 잡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며 머릿속에 들어차있는 눈동자에 대한 생각을 치워버리곤 대답했다.
“뭐, 아무튼 알았어. 아무래도 우선은 넘겨야 할 것 같네.”
“음…….”
김현우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듯 고개를 숙인 아브.
“왜?”
“아, 아뇨. 저도 순간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살짝 고민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건 또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가 묻자 곧바로 고개를 절레 거리며 대답한 아브를 보며 김현우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위쪽의 상태는 어때?”
“위쪽이라면 아직까지 움직임은 없어요.”
“……전혀 없는 거지?”
“네, 전혀요. 저번이랑 똑같아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입을 열었다.
“거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이상하네. 아니면 그 설계자라는 새끼 대가리가 빡대가린가?”
김현우의 중얼거림에 아브는 대답했다.
“왜요?”
아브의 물음에 김현우는 줄곧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입장에서 지금 그 설계자라는 놈이 하는 짓은 이해가 안 되거든.”
김현우는 곧바로 이야기를 이었다.
“생각해 봐, 당장 내가 등반자들과 싸울 때는 그렇다 치고, 위쪽에서는 최소 그 설계자라는 녀석이 전우치를 9계층에 보냈을 때부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거잖아?”
“그렇죠.”
“근데 그 새끼 행동이 이상하단 말이야. 분명 정복자를 보낸 건 나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을 거고, 솔직히 ‘만년빙정’을 혼자 보냈을 때까지는 이해가 되긴 해.”
근데-
“그 만년빙정까지 털리고 자기 동료인 조율자까지 죽여 버린 시점이면, 나 같으면 직접 내려와서 죽여 버릴 것 같거든.”
“……확실히 그게 맞죠.”
아브가 호응하자 김현우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놈은 자기가 직접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계속 자기 따까리만 보내더라고? 그래서 저번에는 범천이 내 손에 뒤졌잖아? 이번에는 사천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와서 뒤졌고.”
“그렇죠?”
“노아흐에게 듣기로는 분명 전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김현우의 고민어린 말에 아브는 그와 마찬가지로 잠시 고민하는 낯을 띄웠으나 이내 그녀는 결심한 듯-
“가디언.”
“응?”
“……제 생각이기는 하지만, 아마 설계자가 이런 식으로 등반자를 보내는 이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
그다음 날.
“냥- 냥! 냥~ 냥! 우리 꼬마 고양-”
“닥쳐라 이 썅년!”
“어머, 우리 고양이가 벌써 그렇게 화가 난 걸까?”
천호동에 있는 김현우의 저택.
김현우가 노아의 방주 안에 일을 보러 들어간 그 짧은 사이에 미령과 하나린은 기다렸다는 듯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냥~냥~냥~냥!”
그녀를 놀리려는 듯,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일부러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는 하나린을 보며 이를 악 문 미령은 곧바로 그녀의 놀림에 반격했다.
“그래도 그 역겨운 목소리로 ‘오빵~’이라고 짖는 네년보다는 낫군.”
“……뭐?”
“그렇지 않은가? 액면가로만 보면 스승님보다 분명 몇십은 더 처먹었을 것 같은 얼굴로 오빵~이라니, 설마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 화류계에서 열심히 엉-”
“이 미친 꼬맹이년이?”
“뭐야, 설마 찔리는 건가? 대단하군.”
“뭔 개소리야 이 땅딸보 같은 년아!”
조금 전과는 다르게 바뀐 상황.
허나 미령과 하나린은 서로를 보며 인신공격……어쩌면 패드립보다도 더한 인신공격을 하며 서로의 역린을 건드렸다.
“50년은 쳐 늙은 할매 같은 액면가 주제에! 아니, 오히려 그 나이 대 할머니한테 사과를 해야 할 정도로 나이를 처먹은-”
“어쩌라고 이 땅딸보 같은 년아! 사부님이랑 같이 돌아다니면 이성 사이도 아니고 개 쪼끄만한 ㅈ-”
점점 심해지는 욕설.
하나린과 미령은 어느새 진한 마력을 퍼트리며 각각 어제 김현우가 내주었던 아티팩트를 꺼내들기 시작했고, 그녀들의 싸움이 시작하기 직전-
“어머 오셨어요?”
“…….”
“…….”
미령과 하나린은 구미호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미호와 함께 현관문 안으로 들어와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있는 천마의 모습까지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응?”
한순간 그녀들의 머릿속에 일어난 인지부조화.
그녀들은 순간 이 인지부조화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으나,
“아, 서방님 먼저 방 안에 들어가 계실래요? 저도 금방 들어갈게요!”
“그러도록 하지 낭자.”
“……!!”
이내 그녀들은 그 인지 부조화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마와 구미호의 관계였다.
분명 몇 달 전,
아니, 몇 달 전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시간에 미령과 하나린은 천마와 구미호의 관계를 본 적이 있었다.
천마는 노골적으로 들이미는 구미호를 무척이나 질색한다는 듯 밀어냈고.
구미호는 그런 천마에게 빠진 것처럼 그에게 계속해서 구애를 했었다.
물론 미령과 하나린이 그 상황을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나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천마와 구미호의 관계는 그랬다.
구미호가 구애하고, 천마는 그걸 질색한다는 듯 받아치는 전개.
하지만 지금은?
천마는 구미호의 말에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에 들어갔고, 예전과는 다르게 싫은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은은한 미소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게다가 천마가 마지막에 붙였던 말을, 미령과 하나린은 똑똑히 들었다.
낭자.
그래,
천마는 분명 구미호에게 낭자라고 했다.
세상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만나기만 하면 ‘꺼져라’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천마는, 분명 구미호에게 그렇게 말했다.
“…….”
“…….”
예전과는 눈에 띄게, 아니- 눈에 띄는 것을 넘어 그냥 상식 개변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모습에 그녀들은 천마를 방 안으로 들여보내고 흥흥거리며 거실 안으로 들어온 구미호를 바라봤고.
평소처럼 서로를 헐뜯으며 싸우고 있는 그녀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웃음을 지으며 무엇인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하던 구미호는.
“……?”
문득 조금 전까지 풍겼던 살벌한 마력과 그녀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미령과 하나린을 바라봤다.
“……???”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나린과 미령의 모습에 구미호는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지만.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한 거죠?”
“……네?”
이내 곧 구미호는 하나린과 미령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질문을 듣고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