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구미호는 죽고 싶지 않다 (2)그다음 날, 하남에 있는 거대한 장원의 정문에 도착한 김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대문 앞에 있는 미령과 하나린을 바라봤다.
“오셨습니까, 스승님.”
“오셨어요, 사부님?”
“어, 그래…….”
평소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방 앞에 대기하고 있는 두 제자들이 장원의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슬쩍 의아함을 느꼈으나.
“근데-”
“예?”
“네?”
사실 김현우가 의아함을 느낀 것은 그녀들이 자신의 방문 앞에 서 있는 것 대신, 이 장원의 정문에 서 있는 것 때문은 아니었다.
분명 그녀들은 평소에는 방 앞에 대기하다가도 자기 일이 있을 때면 슬쩍 자리를 비우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지금 김현우가 그녀들을 보며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 아닌-
“……너희, 안 춥냐?”
그녀들의 옷차림이였다.
“별로…… 춥지는 않습니다.”
“저도요 사부님.”
김현우야 딱히 어느 순간부터 날씨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터라 춥고 더움을 딱히 몸으로 느끼지는 못하나 분명 어제 대충 돌려보던 뉴스에서 오늘 온도가 상당히 낮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 다른 사람들은 슬슬 코트를 입을 정도로 쌀쌀한 날씨라는 걸, 김현우는 분명히 들었다.
“…….”
그런데 분명 김현우가 그렇게 들은 것과는 반대로, 그녀들의 옷차림은 무척이나 가볍기 그지없었다.
미령의 경우에는 분명 검은색 치파오를 고집하면서 최근에는 그 위에 간단한 옷을 덧입고 있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흠.”
그녀는 마치 한창 여름에 입었던 것으로 기억한 무척이나 단이 짧은 치파오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 다시 만났을 때부터 안 좋은 일의 후유증으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온몸을 가죽옷으로 똘똘 둘러매고 있던 하나린도 가벼운 옷을 입고 있었다.
짧은 탱크탑에 딱 봐도 공기가 슬슬 통할 것 같은 반팔을.
“…….”
두 달, 아니 한 달 전에 이렇게 입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 갈 수 있을 정도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날씨에 저 옷을 입고 있는 건 굉장히 특이해 보였다.
“……아니, 뭐.”
그렇기에 김현우는 순간 그녀들에게 뭔가 말하기 위해 입을 열려 했으나, 이내 자신의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까 제자들 옷차림 가지고 일일이 지적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들의 복장은 너무 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김현우는-
“……날씨도 추운데 옷 좀 적당히 입고 다녀라.”
-그저 그렇게 한마디 하는 것을 끝으로 장원의 정문을 통과해 들어갔고.
김현우는 자신이 장원의 정문을 통과해 들어가자마자 그녀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것을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제자들을 뒤로하고 장원의 건물 중 하나로 들어간 김현우.
“다 모였나?”
하남에 있는 장원의 건물 중 하나에서,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모여 있는 이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위로 올라가게?”
그리고 그런 김현우의 말에 그와 가장 가까이 앉아 있던 손오공은 그런 물음을 던졌고 그에 김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지금 당장 위로 올라갈 수는 없어.”
김현우는 그렇게 대답을 하곤, 그가 어제 노아흐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달하며 시선을 돌렸다.
현재 장원의 건물에는 상당히 많은 이들이 소파나 바닥에 앉아 김현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당장 김현우와 가장 가까운 소파에는 손오공과 청룡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뒤에는 괴력난신이, 그리고 그 주변으로 칠대성과 천마가 차근차근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결국에는 한 달 뒤쯤이 돼야 최상층으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네?”
“그렇지.”
손오공의 말에 깔끔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김현우는 이내 다른 이들을 보며 마침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뭐,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사항에 불만 있는 사람?”
뭐, 사실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겠나 싶었으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김현우는 그렇게 질문했고.
“뭐, 딱히 불만은 없지.”
“나도 마찬가지니라.”
“오히려 ‘밖’을 그렇게 망가뜨리면서 까지 업을 모았던 새끼 얼굴이나 좀 보고 싶네.”
곧 김현우의 앞에 모여 있던 그들은 한마디씩 거들며 그의 의견에 별 불만이 없다는 것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김현우는 곧바로 정해둔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튼 그런고로 대충 최상층에 갈 때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남는데, 그 한 달 동안 너희들이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제천대성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김현우에게로 시선을 집중했고, 그는 곧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고, 나랑 좀 박 터지게 싸워주면 되는 거야.”
“너랑 박 터지게 싸우자고?”
손오공의 뒤에 있던 평천대성이 되묻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봐주는 거 없이 전력으로 한번 싸워보자 이거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9계층에서 싸우지는 않을 거고 싸울 장소는 따로 만들 거야.”
적어도 이곳보다는 편하게 날뛸 수 있는 곳에서 말이야.
그런 김현우의 말을 잠시간 듣고 있던 청룡은 말했다.
“흠. 한마디로 수련을 도와달라는 건가?”
“정답이랄 것도 없이 맞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현우.
그는 어제 노아흐에게 나름대로 수련을 하겠다고 말해둔 뒤 자신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옳을지 생각했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수련.
김현우는 범천의 업을 얻었으나 그 업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했고, 제대로 사용하는 법도 몰랐다.
분명 노아흐나 아브는 자신에게서 범천의 업이 느껴진다고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사용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저번 청룡의 업을 수련했을 때처럼 고행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뭐, 그래 봤자 수련에 대한 생각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식으로 수련에 대한 생각을 한 뒤 바로 했던 생각이 그냥 마구잡이로 누군가랑 붙는 식으로 전투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애초에 청룡의 업을 얻으며 김현우는 스스로가 절대로 그런 수행이나 고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고, 거기에 덤으로.
‘……분명 전투를 하면 잡히는 실마리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이지.’
김현우는 왠지 본능적인 직감으로 수련보다는 전투를 하는 쪽이 범천의 업을 깨우치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뭐, 그것은 그저 김현우의 직감일 뿐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김현우의 말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손오공은 두말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안 그래도 그냥 TV만 보고 있는 것도 지겨웠는데 이 정도는 도와줄 만하지.”
그의 대답에 김현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괴력난신이 입을 열었다.
“나도 도와주도록 하겠느니라. 어차피 네가 말한 다른 공간이라는 것은 허수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뭐 그렇지?”
“그렇다면야 사실 이렇게 의견을 물어볼 것도 없이 다른 이들은 다 너를 도와줄 것 같구나.”
“?”
괴력난신의 말에 김현우가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가 그녀의 말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나쁘지 않지. 나도 우리 아우를 오지게 털어버린 놈과 한번 싸워보고 싶었거든.”
“아니, 그때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니까!?”
평천대성의 말에 반박하는 손오공.
허나 그는 그런 손오공의 말을 흘려듣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고.
“생각해 보면 그때는 딱히 상대해 줄 만도 못했던 것 같은데, 새삼 지금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긴 하군.”
“그러고 보면 그 범천의 인격 중 하나도 개박살을 내버렸다며?”
“신선도 여럿 부쉈다는데.”
평천대성의 말을 시작으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하게 앉아 있던 칠대성들은 저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번에 한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그래 나도 개인적으로 궁금하구나, 솔직히 네가 싸우는 건 봤지만 이렇게 업을 다 되찾고 나서 맞붙으면 또 재미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칠대성 외에도 그 옆에 있는 천마나 괴력난신도 한마디씩 거들며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김현우는 일순 가벼운 압박을 느꼈으나-
“다들 참가하는 거 같아서 좋네.”
-이내 김현우는 긴장을 풀고는 건물 내에 모여 있는 이들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뒤로 김현우가 제일 먼저 싸울 상대를 나름대로 정하고 있을 때쯤.
아랑 길드의 꼭대기 층에서는 구미호와 이서연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후릅.
자신이 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은 이서연은 이내 구미호를 보며 그녀가 꺼냈던 주제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어제 장장 5시간 동안 하나린과 미령을 붙잡고 연애 강좌를 했다?”
“그렇다니까요, 정말…….”
그녀의 말에 구미호는 불만이 잔뜩 있는 듯 괜스레 들고 있던 잔을 조금 큰 소리로 땅바닥에 내려놓더니 이내 자신의 불만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되었다니까요? 도대체 그 두 명 다 어디서 연애지식을 배웠는지 모를 정도로 괴팍해요!”
“예를 들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이야기하기도 힘들어요…… 다만 제일 충격적인 대사는…….”
“……대사는?”
이서연이 궁금하다는 듯 구미호를 바라보자 곧 입을 열려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충격적인 대사도 너무 많아서 딱히 하나를 꼽을 수가 없네요. 다만 확실한 건 그 둘의 연애 능력…… 아니, 그냥 공감 능력 자체가 굉장히 떨어진다니까요?”
구미호의 하소연에 이서연은 슬쩍 시선을 올려 김현우의 제자인 미령과 하나린을 떠올렸다.
‘……확실히.’
김현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미령과 하나린은 지나치게 마이웨이적인 성격이 강했다.
뭐, 하나 정도 다른 점이 있긴 했다.
‘현우 오빠는 본인을 위해서지만, 그 둘은 오히려 현우 오빠를 위해서 움직이니까.’
이서연은 그녀들이 지금까지 했던 이런저런 행각(?)들을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미묘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미령이야 말할 것도 없이 김현우를 위해 중국을 통째로 바치겠다고 선언했었고, 하나린은 김현우가 탑 안에 있을 때 상상했던 도시를 그대로 만들어주겠다고 멕시코시티를 통째로 심시티로 만드는 중이었다.
당장 하는 것만 봐도 도저히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녀들의 행각에 이서연은 쓴웃음을 지었고.
그렇게 쓴웃음을 짓는 도중에도 구미호는 불만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아무튼, 그 둘은 뭔가 문제가 있다니까요?”
그리고-
“구미호는 여기에 있나!?”
구미호는 곧 아랑길드 길드장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면서 들어온 미령과 하나린을 보며 저도 모르게 불만스럽게 열려 있던 입을 다물었다.
“……미, 미령 님……? 하……하나린 님?”
구미호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중얼거렸고, 이내 자신이 조금 전에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난 피살이다……!’
그녀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으나-
“빨리 다음 강의를 들려줘라!”
“빨리요!”
“……네?”
-그다음에 들려오는 소리에 구미호는 이내 저도 모르게 멍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