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상승 효과 (1)
김현우와 천마의 싸움이 끝났다.
승자는 그 누구도 예견할 수 있었듯 김현우였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군.’
그리고 조금 전의 일격으로 더 이상 땅을 밟지 못하고 일순 허공을 날았던 천마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언월도를 바라본 뒤, 이내 시선을 돌려 김현우를 바라봤다.
천마는 허수 공간에 오랜 시간을 머물고 있던 터라 정확히 그와 만났던 것이 얼마인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허나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시간관념일 뿐이고, 그는 김현우가 자신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 긴 세월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수 공간과 이 9계층의 시간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다르게 돌아가니까.
‘예전에는 이 상황이 정반대였던 것 같은데.’
천마는 자신의 언월도를 붙잡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분명 처음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왔을 때 이 상황은 정확히 반대되어 있었다.
천마는 땅을 오롯이 밟고 서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자신처럼 땅바닥을 나뒹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
천마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은 자신이 졌다는 것에서 나온 허탈한 웃음도 아니었고.
반대로 인정에서 나온 체념의 웃음도 아니었다.
‘……오랜만이군.’
다만, 천마는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고 난 뒤에야, 자신이 아주 간만에 무엇인가를 느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랜만이군, 이렇게 전의가 솟는 건.’
전의(戰意).
천마는 자신이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린 그 감정이 다시금 자신의 마음속을 가득 채우는 느낌을 받았다.
“…….”
맨 처음, 그가 탑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 그에게 전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탑을 오를 때부터 이 탑이 이미 자신과 같은 등반자들의 등급이 정해진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다른 감정을 느끼면서도 전의는 느끼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해도, 결국 이 탑에서 정해진 것은 절대로 뒤바꿀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허나 눈앞에 한때 자신의 제자로 뇌령신공을 전수받은 김현우는 어떤가?
그는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고, 지금에 와서는 자신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김현우가 자신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는 딱히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외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천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현우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천마는 그런 김현우를 보며 생각했다.
그와 정확히 얼마의 시간 동안 싸웠는지 천마는 딱히 세지 않았으나 그 시간 동안 천마는 분명 김현우가 자신에게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천마는 이번 싸움에서 자신이 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탑 안에 들어와 등급이 정해진 것으로 더 이상의 성장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신은, 이 탑의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직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준 것은 조금 전까지 손속에 사정을 두며 이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미약하게나마 자신을 성장시켜 준 자신의 제자 덕분이었다.
‘자신의 위해서라고 하더니, 오히려 나를 위해서였나.’
일순 김현우와 천마의 시선이 한번 마주쳤다.
그럼에도 김현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에 한동안 그를 바라보던 천마는-
‘내가 제자 하나는 잘 둔 것 같군.’
이내 피식 웃으며 그렇게 생각하곤, 이내 거침없이 걸음을 옮겨 김현우를 지나 포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김현우가 자신을 스쳐지나간 천마를 바라 봤을 때, 천마는 이미 이 초원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뭐야, 설마 삐진 거야?’
조금 전, 천마가 아무런 말도 없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던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최근에 구미호한테 잡혀 사는 것 같더니 성질머리는 전혀 안 죽었군.’
김현우는 이 자리를 빠져나가 버린 천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단적인 김현우의 생각만으로도, 천마가 김현우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뭐지.’
김현우는 애초부터 천마가 생각한 것처럼 깊은 생각을 가지고 천마와 싸움을 벌였던 것이 아니었다.
‘분명 전투를 하면 본격적으로 깨닫는 게 있었을 것 같은데-‘
그가 천마와 싸움을 벌일 때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손속에 사정을 둬가며 싸운 이유는 바로 범천의 업 때문이었다.
애초에 김현우가 칠대성을 포함한 다른 이들과 싸우려고 했던 것도 범천의 업을 다루는 법을 깨닫기 위해서였고.
김현우는 직감상 분명 싸움을 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범천의 업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초에 자신에게 업을 줬던 범천마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같은 말을 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천마와 싸울 때 일부러 손속에 사정을 두며 길게 전투를 이끌어나갔지만 결국 그는 딱히 무엇인가를 얻지는 못했다.
……물론 김현우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반면에 그와 전투를 치렀던 천마는 큰 깨달음을 얻었으나, 그는 그 사실 또한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쯧.”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생각을 이어나가던 김현우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조급하게 생각해 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김현우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후우-”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느새 잔디밭에 앉아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김현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다음 상대를 정할 수 있었다.
“내 차례가 상당히 빨리 왔군.”
김현우가 그다음으로 고른 상대는 바로 이산대성이었다.
그는 김현우가 지목하자마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빠져나왔고, 김현우는 그를 보며 자연스레 다음 전투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전력으로 간다.’
조금 전 김현우는 천마를 상대할 때 그와 최대한 오랫동안 싸움을 이어나가기 위해 손속에 사정을 뒀었으나, 이번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미 적당히 손속에 사정을 두며 깨달음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런 생각이 김현우의 머릿속에 스쳐감과 동시에 싸움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시작되었다.
김현우의 신형이 이전과 변함없는 속도로 튀어나가고, 조금 전까지 곰방대를 물고 있던 이산대성이 입가에 미소를 만든 채 자신의 주먹을 들어올린다.
그렇게 시작된 격돌.
꽈아앙!
이산대성은 강했다.
천마보다는 그 강함의 우열이 당연히 높았고, 언뜻언뜻 김현우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의 공격을 선보였다.
그러나-
“졌군.”
-결국 종래에 나온 승패는 이산대성의 패배.
이산대성은 분명히 강했으나, 이미 김현우는 이산대성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허나 이산대성을 뛰어넘은 상태에서도 김현우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와의 전투를 완전히 끝내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
그다음 사람은 구천대성.
또 그다음 사람은 북해대성.
그다음.
그다음.
그다음.
……
……
어느 순간부터 김현우는 별말을 하지 않고 칠대성과 싸움을 이어나갔고,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채 모든 칠대성을 이겼다.
허나 모든 칠대성을 이겨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우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전과는 다르게 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꽈아앙!
칠대성의 마지막 주자인 평천대성 우마왕이 김현우에게로 쏜살같이 달려든다.
압도적인 거구가 말도 안 될 정도의 속도로 움직여 그의 얼굴을 후려치려 들었으나 김현우는 그런 평천대성의 공격을 몸을 옆으로 빼는 것으로 피하곤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빡!
누가 들어도 굉장히 소름끼치는 소리가 초원에 울려 퍼진다.
그러나 정작 사신의 몸에 발차기를 맞은 평천대성은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은 채 김현우의 얼굴을 향해 그대로 머리를 휘둘렀다.
뻑!
마찬가지로 초원을 울리는 거대한 소음.
허나 그 소음이 또 다른 시작점이라도 된 듯, 김현우와 평천대성은 다시금 템포를 올려가며 서로를 공격해 나가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김현우의 몸에서 터져 나온 검붉은 스파크가 일순 그의 몸을 타고 대기로 퍼져나가고, 그와 마찬가지로 평천대성의 몸 주변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붉은 열기가 퍼져나갔다.
쿠그그그그그긍!
흔들리기 시작한 주변의 지반이 마구잡이로 박살 나기 시작하는 그 순간, 김현우와 평천대성은 여지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고-꽈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터진 이후에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김현우였다.
그 누가 보더라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소름 끼치는 접전.
“하하핫! 좋다! 역시 아우가 인정한 실력답게 대단하군!”
싸움에서 진 평천대성은 딱히 분하다는 느낌 없이 정말로 만족했다는 듯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포탈을 향해 들어가 버렸고,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초원을 돌아봤다.
초원은 맨 처음 천마와 싸울 때처럼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단 한 명만 빼고.
“흐응, 이제 끝났느냐?”
“다른 애들은?”
김현우가 묻자 괴력난신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말했다.
“네 두 친우는 서로 할 일이 있다고 하더니 전부 밖으로 나갔고, 너와 싸운 다른 이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싸움이 끝나고 난 뒤에는 모두 나갔느니라.”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도대체 왜 안 느껴지지?’
김현우는 천마와의 싸움 뒤로, 칠대성을 상대할 때는 모두 전력으로 그들을 상대했다.
그는 범천의 업을 의식하지 않고, 칠대성을 상대했으며 그 누구 한명을 상대할 때도 무조건 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범천의 업은, 오히려 그 사용법을 더더욱 모르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기에 애초에 범천의 업을 사용하는 법이 전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순 머릿속을 맴돌았다.
허나, 그런 김현우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 그럼 시작하자꾸나.”
그 이유는 바로 기다렸다는 듯 김현우의 앞에 마주 선 괴력난신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극히도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김현우를 응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싸우지 않을 것이냐?”
“아니, 그건 아닌데.”
김현우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괴력난신은 묘하게 샐쭉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녀석들과 싸울 때도 머릿속으로 온통 생각을 하고 있더니, 지금도 마찬가지로구나.”
“……내가?”
“그래, 아마 네 녀석과 싸웠던 다른 이들도 전부 느꼈을 거다.”
“그건 좀 미안하네.”
김현우의 말에 괴력난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니라.”
“……왜?”
“어차피 너는 그들은 전부 이겼지 않았느냐? 그렇기에 그들도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탓하고 넘어간 것이니라.”
다만-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내 앞에서도 그렇게 전력을 내지 않고 어영부영할 싸움을 할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괴력난신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입을 열었고-
“그게 무슨-”
콰아아아아아아!!
-그와 함께, 김현우는 자신의 온몸에 느껴지는 섬짓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 어디 한번, 다른 이들은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것을 한번 구경해 보자꾸나.”
그리고-
“네 전력을 말이다.”
괴력난신은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