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상승 효과 (4)
김현우는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을 바라봤다.
언제고 그가 몇 번 정도는 비슷하게 본 적이 있었던,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컬러만이 존재하는 그곳에서 긴현우는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야차의 십보멸살에 걸려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무척이나 말끔했다.
완전히 넝마가 된 츄리닝도 말끔하게 복구되어 있는 상황.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곳이 어디인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내면세계?”
혹시나 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김현우.
“잘 아네.”
그러나 대답은 무척이나 빠르게 돌아왔다.
“!”
김현우는 순간 들린 대답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고, 거기에서-
“……범천(梵天)?”
“아직 기억하고 있군.”
-범천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는 김현우가 이전에 만났던 것처럼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이전처럼 삼두육비 또한 아니었다.
어찌 보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그는 인간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현우는 그가 범천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
일견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그의 몸 근처에는 김현우가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새하얀 광휘가 휘몰아치고 있었으니까.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김현우를 한번 마주보곤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를 이곳으로 불렀다.”
“이유는…….”
김현우의 물음에 범천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네도 알다시피 위업에 관한 이야기지.”
김현우는 범천이 나온 시점부터 대충 이 대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슬쩍 끄덕이고는 이내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위업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당장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업의 사용법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며?”
김현우의 노골적인 불만 어필에 그는 대답했다.
“이전의 내가 했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뭐?”
“아마 네가 조금 시간의 텀을 여유롭게 가지고 업을 억지로 사용하려고만 하지 않았어도 아마 지금쯤 너는 더 빠르게 내 업을 사용 할 수 있었을 거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김현우가 이상하다는 듯 범천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슬쩍 고민하는 듯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다 말했다.
“간단하게 설명해 주도록 하지. 내가 네게 남겨 준 업은 네가 보아왔던 다른 업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범천은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김현우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마침 결론이라도 내리듯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업은 한 번의 공정을 거친 터라 일일이 사용을 해야 하는 방식이라 이거야?”
“그래, 너도 본 적 있겠지? 자신의 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이들을 말이다.”
그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복자랑 싸우기 시작할 때부터 김현우는 줄곧 그런 녀석들이랑 싸워왔었다.
청룡의 업을 가지고 있는 전우치.
역병군주의 업을 가지고 있던 만년빙정.
그 이외에도 그가 만났던 수많은 정복자들은 자신의 업 이외에도 타인의 업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한 번의 공정을 거친 것들이다. 너도 알겠지만 애초에 업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히 타인에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넘긴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마치 네가 수련을 통해 청룡의 업이나 제천대성의 업을 얻은 것처럼 말이야.”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있어?”
“나는 네가 쌓은 업이 고스란히 느껴지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됐을 뿐이지.”
범천의 말을 잠시 듣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무튼, 결국 의견을 종합해보자면, 네가 나한테 넘겨준 업은 내가 제천대성과 청룡의 업을 얻은 것처럼 공정을 거치지 않은 업을 내줬다는 소리지?”
“……뭐, 그 두 개의 업과는 좀 엄연하게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결국 결론적으로 네가 말한 게 맞다.”
그의 긍정.
그에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니, 그래서 결국 내 업은 일일이 공정을 거치지 않는 업이라는 소리라는 건 알겠는데, 결국 이 위업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사실 지금 김현우에게 중요한 것은 업의 사용법이었다.
애초에 지금 김현우가 칠대성을 포함해 야차와 싸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자신의 안에 있는 범천의 업을 끌어내기 위해서였으니까.
김현우의 말에 그는 대답했다.
“그걸 굳이 물을 필요는 없다.”
“뭐?”
“이미 너는 위업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엥?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김현우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자 범천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너를 이 내면세계로 데리고 온건 나라고.”
“뭐, 그랬지?”
“그리고 네가 나하고 만났다는 건 네 안에 잠들어 있던 내 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아니, 그게 뭔 소리야?”
김현우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팍 찌푸렸으나 그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너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진짜 범천이 아니다, 그저 나는 진짜 내가 너에게 위업을 넘겨줄 때 같이 딸려온 사념이지.”
그리고-
“그런 위업과 같이 딸려온 사념과 현재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소리는, 곧 네가 범천의 업을 각성했다는 것이지.”
“……그럼 지금 내가 범천의 업을 각성했다고?”
김현우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라면 업이 몸에 완전히 정착하고 난 뒤에야 네가 범천의 업을 조정할 수 있게 됐겠지만, 아무래도 그녀와의 싸움 덕분에 꽤 빠르게 각성한 것 같군.”
“……야차와의 싸움 덕분에?”
“그래, 아마 네가 그녀와 싸움을 하며 있는 대로 힘을 끌어다 쓰고 전부 소모해버리니 자연스럽게 원래 있던 마력들이랑 합쳐져야 할 위업이 빈 곳을 대신 차지하면서 각성을 촉진시킨 거다.”
-뭐.
“대충 그런 현상이라는 거다.”
“……대충 그런 현상이라는 건 또 뭐야?”
“말 그대로다, 실질적으로 네가 범천의 업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조금 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거지. 그러나 그걸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더럽게 많이 걸리니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으란 이야기다.”
그의 말에 김현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파지직-!
새하얀 방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래?”
“호들갑 떨지 마라. 범천의 업이 완전히 네게 흡수되면서 내 사념도 너한테 흡수되는 중일 뿐이니까, 아마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너는 다시 ‘밖’에서 눈을 뜰 거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게 되면,
“너는 내 위업을,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을 거다.”
xxxx
괴력난신(怪力亂神), 아니- 이제는 야차(夜叉)라는 자신의 본명을 되찾은 그녀는 자신의 마력에 가둬져 더 이상 비명도 지르지 않는 김현우를 무표정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허나, 그런 무표정한 얼굴과 다르게 야차의 머릿속은 감탄으로 들어차 있었다.
‘생각보다 더 굉장한 아이로구나.’
맨 처음.
야차가 처음 김현우를 상대할 때만 해도 그녀는 진심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
진심을 다하지 않은 것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여유롭게 김현우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주며 공격을 이어나갈 정도로 느긋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어지는 전투에 야차는 점점 자신의 전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분명 평범한 사람, 아니- 생물이라면 그 누구도 전투를 지속하면 지속할수록 약해진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힘을 소모하는 전투는 정말 당연하게도 전투의 피로도를 불러오고, 그 피로도는 몸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어 전투능력을 조금씩 상실 시킨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허나 그런 당연한 상식을, 김현우는 깨버렸다.
이상하게도 그는 전투를 하면 할수록 강해졌다.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녀가 보기에 김현우는 매순간 전력을 다하며 야차에게 달려들었으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강해졌다.
마치 전투를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성장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야차는 결국 최후에 가선 자신의 힘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드러낸 채로 싸움을 이어나가야 했고. 김현우는 결국 대부분의 힘을 드러낸 야차에게 패했다.
그것도 온몸이 완전히 걸레짝이 된 채로.
‘……뭐, 어차피 이곳은 허수 공간이다 보니 목숨을 잃으면 자연스레 몸이 원상태로 복구되겠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김현우의 근처에 있던 마력들을 회수했다.
털썩-
그녀가 마력을 거둬들이기 무섭게 땅바닥에 몸을 처박는 그.
야차는 어깨를 으쓱이곤-
‘뭐, 그래도 이 몸을 상대로 이 정도나 버텼으면 대단한 것이겠지.’
-이내 마력을 완전히 거둬들이고는 김현우가 회복하기를 기다렸다.
“…….”
얼마나 기다렸을까.
김현우의 몸은 야차가 생각했던 대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기괴하게 뒤틀려 있던 팔 다리가 다시 원래의 자리를 되찾으며 재생하기 시작하고,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있던 뼈들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야차는-
“……!?”
곧 이상함을 느끼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분명 김현우는 자신의 예상대로 재생하고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놀라는 것은 바로 김현우의 몸에서 일어난 변화 때문.
‘……죽어서 재생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허수 공간에는 죽음이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허수 공간 안에 있는 이가 죽음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그 몸은 다시 원래대로 재생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재생’이라기보다는 ‘되돌린다’고 말하는 게 더 어울렸다.
그런데 지금 김현우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이 허수 공간의 재생인 ‘되돌린다’와는 다르다. 되돌린다고 하기엔 많이 어폐가 있어 보였다.
우드득- 우드드드득!
야차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김현우의 몸에서 일어나는 재생은 더더욱 빠르게 박차를 가했다.
뒤틀려 있던 온몸의 뼈가 제자리를 찾고, 찢어지고 벌어져 있던 상처들이 순식간에 혈관과 피부를 만들어내며 재생한다.
마치 재생이라기보다는 몸을 다시 창조하는 것 같은 느낌의 회복.
그리고-
“!!”
그녀가 눈을 한번 깜박임과 동시에, 김현우는 그녀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언제 몸을 전부 회복했는지도 보지 못했고.
언제 자리에서 일어났는지도 그녀는 보지 못했다.
마치 원인이라는 과정이 지워지고 결과만 남은 것 같은 그 상황에 야차의 눈이 일순간 커졌고.
“무-”
이내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으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고 있는 김현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물음에 돌아오는 것은 대답이 아닌 들어 올려지는 김현우의 주먹.
“!!”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야차는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김현우가 주먹을 들어 올리는 순간 야차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섬뜩함에 회피가 아닌 방어를 택했고-
“방심하면 안 되지 않겠어?”
양팔을 들어 올린 야차의 귓가에, 너무나도 익숙한 김현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
야차는 거대한 폭음소리와 함께, 자신이 날아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