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최상층 (1)
목동에 있는 유명한 일식집의 독방.
그곳에서 이서연과 김시현, 그리고 한석원은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멍하니 자신의 앞에 놓인 초밥을 먹고 있는 세 명.
그런 한동안의 침묵 끝에 멍한 표정으로 초밥을 먹고 있는 이서연과 김시현을 바라본 한석원은 이내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둘 다 왜 그렇게 멍때려?”
그의 물음에 김시현은 한석원을 바라보고는 뭔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멍때리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을 좀.”
“생각? 아까 현우가 말해 줬던 거 말하는 거야?”
한석원의 물음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긍정했다.
“그게 아니면 뭐겠어요.”
김시현은 자신들에게 이유를 말해주고는 조금 더 잠을 자겠다는 이유로 자신의 방인 저택의 2층으로 올라가 버린 김현우를 떠올렸고.
“뭐…… 솔직히 나도 의외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또 생각해 보면 그렇게 멍을 때릴 정도야?”
한석원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듯 말했다.
“솔직히, 좀 충격이라서요.”
“충격이라고?”
그의 말에 대답한 것은 이서연이었다.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그러나 아직 충격이 풀리지 않은 것 같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좀, 현우 오빠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충격이라고 해야 하나…….”
이서연이 약간 말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시현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나도 좀 충격이네.”
그 둘의 반응에 한석원은 이 일식집에 오기 전, 김현우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한참이나 이걸 말해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던 김현우는, 이내 드문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그렇게 대답을 했었다.
“분명히 현우가…… ‘그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했었나?”
한석원이 그렇게 말하자 이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충격받을 일이야?”
한석원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그 둘을 보며 말했다.
뭐 자신은 김현우와 계속해서 같이 다니지 않기는 했으나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그의 강함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는 어렴풋이는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김현우의 과거를 생각해 봤을 때 한석원은 그가 충분히 그런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어도 한석원이 알고 있는 그의 인생은 딱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인생이 아니었으니까.
한석원이 김현우 본인에게 직접 들은 과거에 의하면 그는 고아였고, 쓰레기만도 못한 고아원 원장 밑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다가 독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곧바로 고아원에서 빠져나왔고, 그 이후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다가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그렇게 군대에서 개고생을 하다 전역을 했을 때-
‘……탑에 들어왔다고 했지.’
그야말로 김현우의 과거는 정말 불우했다.
게다가 그의 불우한 과거는 거기에서 끝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게 1회차를 모두 깨고 탑의 정상에 선 김현우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곳에서 10년 동안이나 갇혀 있었으니까.
“…….”
아무튼, 그의 불우한 과거를 생각해 봤을 때 김현우의 입에서 나왔던 그 소리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이기는 했다.
애초에 그는 그런 이성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
한석원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 가만히 있던 이서연이 이미 입을 열었다.
“아니 오빠의 과거를 들어보면 그리 충격적인 일은 또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또 형이 그런 말을 하니까, 뭔가 안 어울려서…… 맞지?”
“그치? 그게 좀 크지.”
마치 서로의 동의를 구하듯 말하는 이서연과 김시현.
한석원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문득 고개를 끄덕였다.
“뭐……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
확실히 탑 밖에 빠져나온 김현우는 특정인들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 왔으니까.
게다가 김현우는 자기가 하고 싶다면 한다, 라는 말을 지키듯 그 무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했다.
“…….”
뭐, 아무튼 탑에 나오고는 줄곧 그런 모습만을 보여주던 김현우가 그런 말을 하다 보니 한석원 자신도 처음에는 조금 신기한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뭐, 그래도 사실 저희가 이렇게 충격 먹을 일은 아니긴 하죠.”
그렇게 이서연이 멍을 때리고 있자 이내 생각을 정리한 듯한 김시현이 뒤늦게 입을 열었고 이서연도 마찬가지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기는 하지.”
“근데, 사실 또 이렇게 되니까 좀 궁금해지기는 하네.”
“……뭐가 궁금해?”
김시현의 말에 이서연이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결국 현우 형의 본심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그렇게 행동했다는 거잖아?”
“……그런데?”
“한 마디로, 형은 그냥 걔들 마음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니까, 아마 제자들 쪽에서 지금까지처럼 미적지근하게 덤비는 게 아니라 돌직구로 덤비면 거의 무조건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뭐, 무슨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김시현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말하자 이서연은 생각하는 듯하더니-
“확실히…… 그렇게 밀어붙이면 오빠 입장에서는…… 답을 줄 수도 있겠네.”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한석원은 이내 피식 웃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초밥을 집어 먹고는 입을 열었다.
“뭐, 남의 연애 사업에 그렇게 관심주지 말고 밥이나 먹자, 너희들이 뭔가를 해줄 것도 아니잖아?”
“뭐…… 그렇기는 하죠. 사실 저희들이 끼어들 입장도 아니긴 하고요.”
“그런 그렇지.”
이서연과 김시현이 차례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한석원은 그 둘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아, 참”
“?”
“뭐, 이건 내 생각이다만, 역시 결혼은 될 수 있으면 안 하…… 아니, 되도록 굉장히 늦게 하는 게 좋다고 본다. 결혼하기 전에 되도록 전부 다 즐기는 게 좋다 이거지.”
갑작스레 왠지 인생의 무게가 훅 담긴 것 같은 한석원의 말에 김시현과 이서연은 저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xxxx
그로부터 정확히. 2주 뒤.
노아의 방주 안에서 아브와 김현우, 그리고 노아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부적인 조절은 끝났네. 이제 내일이 되면 이동진도 완벽하게 작동할걸세.”
“바로 최상층으로 갈 수 있는 건 맞지?”
“그렇네. 아마 내일 이 이동진을 탄다면 아마 자네들은 바로 이 탑의 최상층에 도달할 수 있을걸세.”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아브를 보며 물었다.
“혹시 알아낸 정보는?”
“유감이지만 별로 없어요. 이 한 달 동안 어떻게든 그 안에 침투해서 조금이라도 안을 보려고 했는데,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는 아브.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우선 최상층에는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거지?”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추측이기는 하지만 대략이나마 안에 뭐가 있을지 추론해 보자면…… 아마 정복자들이 있을 거예요.”
“……정복자들?”
“네.”
“……뭐야, 정복자들은 저번에 내려온 그 녀석들로 전부 끝인 거 아니었어?”
김현우의 되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니에요…… 아직 최상층에는 내려오지 않은 정복자들이 있으니까요……물론 이전번에 내려왔던 사천이나 기술자보다는 약하지만요.”
거기에-
“이건 정말 추측성이 다분하지만, 아마 설계자가 만든 무엇인가가 있을 확률이 높아요.”
“……설계자가 만든 무언가?”
아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지난 한 달간 최상층의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주변을 돌았어요.”
-물론 확인은 할 수는 없었지만요.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최상층의 외벽을 탐색하던 도중, 안쪽에서 익숙한 힘을 느꼈어요.”
“익숙한 힘?”
“설계자의 힘인 겐가?”
노아흐의 말에 아브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냥 기운이나 힘이 터져나간 거면 안쪽에서 뭔가를 했구나 하면서 넘어갈 수 있을 텐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니라고?”
“네, 저도 처음 느껴보는 기운의 움직임이었는데…… 자세히 느껴보니 그건 바로 설계자의 힘이 여러 개로 나뉘고 있던 거였어요.”
“……설계자의 힘이 여러 개로 나뉘어?”
노아흐는 아브의 말을 듣더니 심각하게 인상을 찌푸리고는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라도 제가 잘못 느꼈나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노아흐의 모습을 보던 아브는 마치 확인사살을 하듯 그렇게 말하며 수심 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그들의 대화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지금 그 위에서 설계자가 무슨 짓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했다.
“네, 우선 기운이 여러 개로 나눠진 걸로 봐서는 아마 이쪽에서 다수가 올라가는 것을 알고 준비한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군.”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뭐가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데?”
“생각해 보게, 아무리 생각해도 그쪽에서는 굳이 일부러 자신의 기운을 나눠주면서까지 다수를 상대할 만한 물량을 만들지 않아도 충분할걸세.”
-적어도 내가 아는 설계자는 상당히 강하니까 말일세.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저도 그것 때문에 불안한 거예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노아흐와 아브가 수심 깊은 얼굴로 고만에 빠지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대답했다.
“그냥 자신감이 더럽게 넘쳐서 그런 거 아니야?”
“……자신감?”
“그래, 아브 네 예상대로라면 그 녀석이 나를 키워먹으려고 지금까지 이딴 식으로 정복자를 내려 보냈다 이거잖아. 아니야?”
“네…… 그렇죠. 그리고 아마 그 예상은 거의 빗나가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면 간단하지. 그냥 우리를 물로 보고 있다, 이 정도로 해석하면 편할 것 같은데?”
김현우의 말에 노아흐는 그리 쉽게 생각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김현우는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지도 못한다며?”
“……그건 그렇네만.”
“그럼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잖아?”
그는 이어서 말했다.
“어차피 제대로 알 수도 없는 걸 고민해 봤자 별 특별한 의미는 없잖아? 우리가 열심히 고민한다고 해서 하늘에서 최상층 정보가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닐 거고,”
“그것도 맞는 말일세.”
노아흐의 긍정.
그에 김현우는.
“그러니까 고민하지 말라고, 어차피 최상층에 올라가야 하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최상층에 올라가서-
“설계자인가 뭔가 하는 건방진 새끼 대가리를 깨버려야 하는 것도 분명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마치 다짐하는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