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최상층 (2)
그다음 날.
“다 모였지?”
하남의 장원의 중심 건물.
“다 모인 것 같네.”
“아마도 다 모이지 않았을까요?”
손오공과 김시현의 중얼거림을 끝으로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을 차례차례 바라봤다.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며칠 전까지 보이지 않다 어제 돌아온 칠대성들이었고, 그다음에는 그런 칠대성과 마찬가지로 하루 전쯤 돌아온 천마였다.
그다음에 보이는 것은 건물 한쪽에 있는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있는 야차,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청룡이다.
“?”
어째서 야차와 청룡이 같이 있지? 라는 생각이 찰나 김현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딱히 내색하지 않고 사람들이 전부 모여 있는 이들을 체크했다.
“뭐, 우선 모일 사람은 다 모인 것 같네.”
이서연과 구미호를 포함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두 제자에게까지 시선을 돌린 김현우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이내 잠시 말을 정리하듯 입가를 우물거리더니 가볍게 말했다.
“다 모인 것 같으니까 지금부터 간단하게 브리핑한다. 다들 불만 없지?”
김현우의 말에 아무런 말없이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하는 이들을 보며 그는 곧바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 다들 알겠지만 다시 설명하자면-”
그 뒤로 김현우는 현 상황을 다시금 간단하게 그들에게 설명했고, 이내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아무튼 오늘 이동진이 완성돼서 올라갈 건데, 혹시 올라가는 게 싫은 사람?”
김현우의 물음에 돌아온 것은 침묵.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슬쩍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너희도 알다시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갈 수는 없어.”
“왜지?”
평천대성의 물음에 김현우는 답했다.
“우리가 위로 올라간 동안 혹시라도 그 녀석이 저번처럼 행동할 수 있거든.”
“저번처럼……?”
“아.”
평천대성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현우는 그제야 평천대성이 최근에서야 깨어났다는 것을 상기하고 그에게 예전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려주었다.
정복자가 내려오는 것을 막으니 설계자가 1계층과 9계층을 한 번에 연결해버려 곤란했을 때를.
“흠. 확실히 그런 거라면 이 계층을 지킬만한 이들은 몇 명 정도 남아야겠군.”
그렇게 김현우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평천대성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아무튼 그래서 이곳에 남길 사람을 4명 정도 구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원래라면 조금 더 많이 남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김현우는 이번에 완전히 끝장을 보러 탑의 최상층에 가는 것이기는 했으나 그러다 본진털이라도 당해서 9계층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면 오히려 본말전도가 되어버린다.
설계자를 죽이고 왔더니 9계층이 파괴돼서 터전이 사라지면 허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리저리 생각해본 결과 김현우는 9계층의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기는 것으로 생각을 끝마쳤다.
그도 그럴 것이 설계자가 예전처럼 1계층과 9계층을 이어 붙여도 우선 이 9계층에는 등반자의 등급이 높지 않다면 자력으로 처리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상황이면 내가 굳이 이곳에 많은 인원을 남겨두지 않아도 되지.’
김현우가 이곳에 남겨둬야 하는 것은 다른 헌터들이 미처 죽이지 못할 만큼 강한 등반자를 처리할 수 있는 이들을 몇 명 남기는 것이었다.
“뭐, 애초에 서연이랑 아냐는 전력외의 사무전력이니까 제외하도록 하고…… 내 생각에는 김시현이랑 구미호, 그리고 미령이랑 하나린이 남는 게 좋은 것 같네.”
-불만 있는 사람?
김현우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이름을 부른 당사자들을 바라봤다.
김시현은 원래부터 이럴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구미호는 뭔가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김현우의 두 제자인 미령과 하나린은 그의 말에 애초부터 반론할 생각은 없었다는 듯 고개를 숙였으나, 그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김현우는 곧 그녀들이 자신을 보고 지은 묘한 표정을 보고 슬쩍 생각하다 이내 그것이 걱정이 담긴 표정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
“!!”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뜬 두 제자.
김현우는 그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가볍게 손을 내젓고는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여전히 이무 말이 없는.
그러나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을 보며 김현우는-
“자, 그럼 한번 최상층으로 가보자.”
마주 웃었다.
그렇게 김현우가 칠대성을 포함한 최상층에 올라가기 위한 인원들을 모두 데리고 노아흐에게 돌아갔을 때.
“후.”
“왜 그러세요, 언니?”
아냐는 이서연의 한숨을 보며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뭐, 좀 걱정이 돼서.”
“……걱정이요?”
이서연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생각했다.
물론 9계층이 멸망하니 뭐니 하는 소리야 예전에도 많이 들었고 김현우의 강함은 그동안 옆에서 봐온 이서연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이상하게 좀 걱정이 된단 말이야…….’
이서연은 왠지 들기 시작하는 걱정에 인상을 슬쩍 인상을 썼으나 그 옆에 있던 아냐는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솔직히, 저도 좀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그렇게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아요.”
“……왜?”
“그도 그럴 게…… 사실 그분이 그동안 싸운걸 봐 와서 그런가…… 그분이 지는 게 상상되진 않더라고요.”
아냐의 말.
그녀의 말을 듣고 한동안 멍을 때린 이서연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렇게 걱정해 봤자…….’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서연은 이제 최상층에 갈 김현우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다짐을 했고.
“…….”
이내 이서연은 말없이 김현우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두 제자를 보고는 묘한 표정을 짓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xxxx
“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거야?”
노아의 방주 안.
김현우는 방주 한가운데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마법진과 자신의 손에 쥐여져 있는 기묘한 장치를 보며 물었다.
“그렇네.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네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네.”
김현우의 물음에 답한 노아흐는 이내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모두 김현우의 근처로 모이는 게 좋을 걸세. 이 이동진은 한번 발동하고 나면 사력을 다해 충전해도 하루 정도는 너끈히 걸리니까.”
그의 말에 손오공과 야차를 포함한 다른 이들은 곧바로 김현우의 주변으로 슬쩍 간격을 좁혀 달라붙었고, 그는 손에 쥔 장치를 보며 말했다.
“한번 버튼을 누른 순간 끝장을 봐야 한다 이거지?”
“맞네. 한번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네, 물론 자네가 최상층의 통로를 통해 빠져나올 수도 있겠네만-”
-아마 설계자가 그렇게 하게 놔두지 않을 테지.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김현우는 도망칠 생각이 없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망칠 생각이 없다기보다 도망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이번에 설계자를 끝장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애초에 지금 당장 그 녀석을 죽이지 못하면…… 아마 높은 확률로 내가 9계층에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다.’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크게 한숨을 한번 내쉬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노아흐는 이내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마법진의 밖으로 빠져나왔다.
“잘 다녀오세요.”
노아흐가 빠져나오자마자 인사를 건네는 아브.
김현우는 장치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아브에게로 시선을 돌리곤 이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그래.”
꾹-
대답과 함께 버튼을 누른 김현우.
키이이이잉-!
그가 버튼을 누르자마자 무엇인가가 날카롭게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마법진 아래에 있는 마력들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와 그들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이이잉-!!
더욱더 심하게 들리는 무엇인가 갈리는 소리.
그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가 인상을 찌푸린 그 순간-
“!”
김현우는 자신이 서 있던 곳이 바뀌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김현우의 귀를 긁던 소리는 더 이상 나지 않고 있었고, 마력에 의해 가려졌던 시야는 서서히 사라지며 자신이 서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했다.
그리고-
“……무슨?”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현우는 이 바뀐 공간에 홀로 서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살짝이나마 펴지려던 김현우의 얼굴이 다시금 찌푸려지고 그는 곧바로 이곳저곳을 향해 시야를 돌렸으나 그의 동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보이는 것은 이 공간의 풍경.
김현우가 바라보는 곳에는 흑백으로 조화되어 있는 거대한 공동이 있었다.
아니, 이걸 공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치 거대한 공동에 고풍스러운 성의 일부분을 빼다 박은 것 같은 기묘한 모습.
흑백으로 나누어져 있는 타일은 이곳이 공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있는 긴 식탁에는 족히 수십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
-그 식탁의 끝에 있는 상석에서, 김현우는 볼 수 있었다.
“왔군.”
그를.
“…….”
김현우는 그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으나, 이내 대답하지 않고 상석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렇게 바라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저것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김현우는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결국 김현우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시커먼 마력이 그의 모습을 마치 안개처럼 가리고 있는 장면뿐이었으니까.
허나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를 휘감고 있는 안개는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를 파악하기 위해 몇 번이고 집중해서 그 안개 속에 있는 실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
김현우는 결국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 모습을 줄곧 보고 있던 그는 안개로 미소를 만들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대답을 듣지 못했으니 다시 한번 말하도록 하지.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어?”
김현우는 그렇게 되물으며 아브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설계자가 자신을 키우고 있다는 소리를.
“그래,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것도 내 입장에서는 꽤 오랫동안 말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을 뒤덮고 있는 안개를 이용해 더더욱 찢어질 듯한 미소를 만들어 냈고, 그 미소를 본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처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단 소리지?”
그의 물음에 그는 웃음을 지우지 않고는.
“아니, 아니지 너를 처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뭐라고?”
“그래, 처먹으려던 게 아니지. 설마 내가 너를 그렇게 허접하게 대할 것 같은가?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나는-
“너로 하여금 아주 황홀한 미식(美食)을 행할 거다.”
그렇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