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최상층 (3)
“이거 완전 또라이 새끼 아니야?”
김현우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줄곧 상석에 앉아 있던 그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그저 네 잣대로만 그렇게 판단하는 건가?”
“당연히 내 잣대지 그럼 네 잣대겠냐 이 식인종 새끼야.”
“큭큭, 확실히 입이 험하기는 하군,”
그와 함께 그 ‘형체 없는 자’는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그의 근처에 있었던 식탁들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자신의 형체를 안개로 감싼 그는 김현우에게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네 입이 아무리 구대기와 같더라도 지금의 나는 관대하다. 전부 이해할 수 있지.”
-너는 내게 있어서 굉장히 특별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그.
김현우는 그에 본능적인 위협을 느끼고는 자신의 몸을 긴장시키며 자세를 잡았다.
한순간 김현우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생각.
지금 당장 달려드는 게 좋을까?
아니면 기다렸다가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맞춰서 대응할까?
아니, 애초에 그렇게 했다가는 당할지도 모르니 처음부터 최고 출력으로 때려 박는 건?
아니 애초에 나와 같이 왔던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됐나?
이렇게 되면 나 혼자 다구리를 맞을 수도 있나?
그의 머릿속에 노아흐와 아브가 해주었던 말이 복잡하게 얽히고, 그 위로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다 사라져간다.
허나 김현우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은 이내 형체 없는 자의 몸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 하나에 완전히 멈췄다.
그러나 형체 없는 자는 김현우가 언제라도 달려들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정말 느긋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뭐, 우선 걱정하지 말게. 나는 내 미식(美食)에 굳이 다른 찌꺼기들을 초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일세.”
그 말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은 어두운 벽을 뚫어 아래로 내려갔고, 그 모습을 보던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뭐지?”
“자네가 뭣 모르고 데려온 친구들을 데리고 놀아줄 물건이지, 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나 말고 다른 이들은 아래에 있는 건가?’
형체 없는 자의 말에 김현우는 조심스레 자신과 같이 온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허나 김현우는 이내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온 이들에 대한 생각을 끊어버렸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지 못한다.’
한 마디로, 지금부터 그는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 순수한 혼자의 힘으로 상대해야 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게다가 김현우는 어쩌면 내심 이런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자신의 머릿속 한 켠을 채우고 있는 당황스러움 이라는 감정을 내버리고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에게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타각- 타각- 타각-
그가 한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구두가 바닥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김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다.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설계자가 만만치 않은 이라는 것을 기류를 통해 깨닫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조심스레 그를 관찰했고.
탁-!
결국 어느 순간, 설계자는 김현우의 앞에 마주서서 그를 바라봤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을 가리는 상황.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일어날 전투에 대해 대비했고, 곧 설계자의 입이 열렸다.
“역시, 아무리 봐도 너무 훌륭하군……! 감탄이 나올 정도야!!”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김현우와 반대로 그는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쳐다보았다.
분명 형체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따끔한 시선.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속으로 수많은 고뇌를 했지. 과연 이 탑을 망치게 놔두면서 까지 너를 키우는 게 맞을까? 라는 생각을 여러 번이나 했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틀렸지. 너는 너무 훌륭했어. 제대로 된 업(業)도 쌓을 수 없는 이곳에서, 고작 일개 시험의 NPC와도 같은 존재였던 주제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업을 쌓았지.”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등반자의 업을 먹어치우고, 정복자의 업을 먹어치웠지. 그 외에도 너는 이 탑을 만드는데 일조한 녀석들의 업도 먹어치웠으며 지금에 와서는-”
-위업(偉業)까지도 그 몸에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너는 대단한 거다. 그야말로 걸작이지! 탑 밖에 있다 올라오는 녀석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미식이라 이거다!”
마치 자아도취에 빠진 듯, 입을 열 때마다 목소리 톤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는 그.
그는 자신이 한 소리에 자신이 매료된 듯 기묘하게 숨을 떨기까지 했으나 김현우는-
“지랄하고 있네, 미친 새끼. 이 새끼 진짜 말하는 거 들으면 들을수록 또라이 같은 새끼네.”
-이전보다도 짜게 식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김현우의 표정에도 그는 애초부터 표정이나 말투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말이 험하군, 하지만 네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내 기대는 식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기대되기 시작했다. 탑 밖에서 쌓은 업이 아닌- 내가 만든 이 탑 안에서 쌓은 업은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독특한 미식이 될까-?”
-너무나도 궁금해
“그러니까.”
그는 김현우가 존재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양팔을 좌우로 들어 올렸다.
그로 인해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검은 연기.
그 상태에서-
“한번 보여다오. 내가 본격적인 미식을 시작하기 전에, 네가 지금까지 쌓아 온 업을 내 눈앞에서 직접 보여봐라!”
형체 없는 자는 그리 말하며, 펼쳤던 양팔을 크게 휘둘렀고-
“!”
그가 팔을 휘두른 동시에 터져나오는 폭발적인 검은 기운과 함께, 김현우는 자신의 몸에 돌던 마력을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xxxx
어두운 공간.
“이곳은 뭐지?”
그곳에서 천마(天魔)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어둠.
허나 눈에 마력을 집어넣었을 때, 천마는 이곳이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 아닌, 어느 한 거대한 방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그에 천마는 입을 열지 않고 이 방의 출구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으나.
‘출구가 없어……?’
곧 천마는 자신의 주변에 딱히 출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이는 것은 온통 벽밖에 없는 그곳.
천마는 그 뒤, 곧바로 자신의 앞에 서 있던 김현우와 자신과 함께 탑의 최상층으로 올라왔던 다른 이들을 찾았으나,
‘……마찬가지로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군.’
천마는 곧 자신과 함께 있었던 이들이 모두 근처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그의 머릿속.
‘……아무래도 이곳으로 올라왔을 때 다들 떨어진 것 같군.’
천마는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중에 가장 신빙성이 높은 가능성 중 하나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는 미처 다음 생각을 하기도 전에-
“!”
-자신의 등에 있는 검에 손을 대어야 했다.
까가가강!!!
정적이었던 천마의 움직임이 한순간 압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등 뒤에 있는 검을 붙잡았고, 그와 함께 들리는 쇠가 깨질 듯한 소음에 천마는 크게 몸을 돌려 자신의 뒤를 기습한 이에게 발을 휘둘렀다.
후웅-!
허나 아무것도 없이 허공을 가르는 그의 발.
그리고 곧 천마는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을 공격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 참, 한 방에 죽이질 못해서 안타깝군.”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를 뒤로 묶은 남자.
그는 조금 전 천마를 공격했던 것으로 보이는 검을 크게 한번 휘두르곤 이내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듣기로는 제일 약한 놈이라 해서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은 되어 있는 놈인가 보군.”
남자의 말에 순간적으로 천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뭐라고?”
“어이쿠, 기분이 상했나 보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진실일세. 확실히 다른 곳에 갇혀 있는 네 동료들은 적어도 너보다는 강해 보이더군.”
그 말로 하여금 천마는 자신이 생각하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갑작스레 기습을 걸곤 아가리를 나불대다니, 정파 놈들이나 할 짓을 해대는군.”
그는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팔열성군의 검을 횡으로 휘두르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런 천마의 표정과는 다르게 그와 마주 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그는 금방이라도 공격을 가할 것 같은 천마의 앞에서 여유를 부리며 입을 열고 있었다.
“역시 자네가 들고 있는 것은 팔열성군의 검이로군. 그런데 설마 고작 그 팔열성군의 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건 아니겠지?”
아니, 뭐 그럴 수도 있나?
혼자 질문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는 남자의 모습.
천마는 더더욱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는 그런 천마의 모습을 보면서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봐, 힘 빼도록 하게. 어차피 자네는 나를 이기지 못하니까 말일세.”
“……너를 못 이긴다고?”
“당연한 것을 묻는군, 설마 자네 같은 등반자가 그런 검 하나 쥐었다고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이 몸을?”
피식.
“물론 자네와 같이 온 다른 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자네는 나를 이길 수 없네. 그래서 원래 내게 할당되었던 업보(業報)들도 전부 너와 같이 온 녀석들을 처리하는데 넘겼지.”
“……아가리가 뭣 모르고 미친 듯이 널뛰는군.”
“그건 오히려 자네 스스로에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런가?”
그의 말에 천마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탓!
땅을 박찬 천마의 신형이 일순간 흐릿해지고, 전혀 무방비 상태인 남자를 향해 튀어나간다.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거리.
남자의 지척에 다다른 천마는 그를 한 번에 베어버리려는 듯 손에 쥐어진 검을 휘둘렀으나-까아앙-!
“!”
천마의 검은 무방비한 자세를 잡고 있던 그 남자에게 막혔다.
“말했지 않은가?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이 무가자(無可者)를 이길 순 없네.”
무가자(無可者), 검선(劍仙) 김광택(金光澤)남자- 아니 한 세대에서는 자신 스스로를 무가자라고 불렀으나 다른 이들에게는 검선으로 칭송을 받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으나 천마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을 들이대지 마라.”
“내 자를 듣지 못했다니 그것참 안타깝군. 허나 그렇다면 지금부터 기억해 두도록 하게. 어차피 자네의 마지막은 내 손에서 이뤄질 테니 말일세.”
“헛소리하지 마라……!”
깡!
천마의 말과 동시에 무가자는 곧바로 지척까지 밀고 들어왔던 그의 검을 쳐냈으나, 천마는 그를 이렇게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 앞으로 들어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무가자가 검을 튕겨낸 그 짧은 순간-
“내 말이 헛소리라고 생각한다면-”
“!!”
“-어디 한번, 막아보도록 하게.”
-그의 검무(劍舞)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