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최상층 (5)
새하얀 빛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검은 기운이 만연해져 있던 형체 없는 자의 주변도.
흑백이 조화롭게 인테리어 되어 있는 공동도.
그리고 그 공격을 내지른 김현우 자신까지도.
새하얀 빛에 먹혀 들어갔다.
시각과 청각을 먹어치운 새하얀 빛.
허나 그 속에서 김현우는 알 수 없는 확신을 가졌다.
‘분명 먹혔다.’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자신이 주먹은 그에게 닿았고, 그의 몸이 분쇄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으니까.
물론 김현우는 지금 이 한 방으로 형체 없는 자를 처리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지금까지의 다른 정복자나 등반자들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김현우는 지금 자신의 공격이 분명 제대로 된 유효타였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래, 분명.
굉음과 함께 그의 시야를 빼앗았던 새하얀 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회복되는 시야.
귀에서는 전자음 소리가 줄어들며 동시에 청각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돌아온 감각 속에서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형체 없는 자를 바라보고는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꼴이 말이 아닌데?”
김현우의 이죽임대로 형체 없는 자의 몰골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김현우를 감쌀 듯 사방으로 덮쳐오던 검은 안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김현우에게 압박감을 주던 형체 없는 자의 몸은 박살이 나 있었다.
왼발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오른손은 덜렁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검은 안개가 그의 외견을 가리고 있었으나, 김현우의 공격이 치명상이 되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할 정도로, 그의 몰골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멋지군.”
형체 없는 자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서는 변함없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모습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릴 뻔했으나 이내 비틀어 올렸던 입가를 지우지 않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멋져? 아, 박살 나버린 네 몸이 멋지단 이야기?”
“감정의 동요가 눈에 보이는군.”
“너는 개박살 난 몸이 눈에 보이네.”
김현우의 말대답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본 형체 없는 자는 이내 말했다.
“그래서, 다음은 없는가?”
“……뭐?”
“아직 보여줄 것이 남지 않았는가? 적어도 내가 알기로 자네가 가지고 있는 업들은 고작 이정도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씨익-
“더 보여주는 것은 어떤가?”
그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비틀린 웃음을 없애고 얼굴을 굳혔다.
분명 지금 당장 보이는 상황적 우위는 누가 보더라도 김현우에게 있다.
형체 없는 자는 당장 보기에도 전혀 여력이 없어 보였다.
‘아니, 아니겠지.’
분명 숨기는 것이 있기에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설마, 더 이상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나?”
김현우가 생각하는 그 찰나에 그의 상념을 깨는 형체 없는 자의 비아냥.
그는 수많은 생각의 파도를 억지로 틀어막고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어.’
그것은 지금부터 전력을 쏟아붓는 것.
처음부터 김현우는 자신의 전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형체 없는 자는 애초부터 김현우의 전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형체 없는 자는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여력을 숨기며 김현우를 도발하고 있었으나, 어차피 그런 상황에서 전력을 이미 드러내고 있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전력으로 개박살을 내주지.”
그것은 바로 형체 없는 자가 자신을 무시하며 전력을 내고 있지 않을 때 몰아쳐서 그를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탓-!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림과 함께 이어지는 김현우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빠악-!
그의 신형이 바로 앞에 있는 형체 없는 자에게로 나타나 망설임 없이 그의 머리를 후려친다.
누가 들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굉장한 소음.
그러나 김현우는 그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기술들을 형체 없는 자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꽈아아앙-!
형체 없는 자의 몸이 김현우의 발에 맞아 벽에 처박힌 뒤 그 반동으로 튀어나온다.
애초에 반항할 생각도 없이 공격을 계속해서 맞고 있는 그의 모습에 김현우는 자신의 다리를 크게 오므렸다.
그와 함께 김현우의 다리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모이기 시작하고, 종래에 들어서는 김현우의 종아리 뒤쪽으로 마치 증기기관처럼 하얀색의 연기가 가득하게 쏟아져 나온다.
“후-!”
패왕(?王)-
그리고 형체 없는 자의 신형이 아래로 쓰러질 때와 맞닿게, 새하얀 연기를 뱉어내던 김현우의 다리가 힘껏 쳐올라갔다.
“-!”
-괴신각(怪神脚)
콰가가가가가가각──────!!!!
형체 없는 자의 머리에 정통으로 들어간 패왕괴신각과 함께 그 주변에 있던 벽들이 두부처럼 바스라지기 시작한다.
벽들은 마치 껍질이 깨어져 빛으로 산화하듯 사라졌고, 지반에는 마른 나무들이 그 형상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허나 그 사이에도 김현우는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아까 전보다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그에게 김현우는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간다.
패왕괴신각이 끝난 뒤에는 제천대성을 상대할 때 사용했던 멸격을 사용한다.
이미 형체 없는 자의 몸은 걸레조각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박살이 난 상태였다.
하반신은 날아가고, 상반신만이 남아 있는 그의 몸.
그러나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공격을 이어나간다.
꽈아아아앙!
그의 손끝에서 지금까지 그가 싸워오면서 얻었던 모든 깨달음과 업들이 한데 어우러져 형체 없는 자의 신체를 부숴나간다.
그나마 남아 있던 왼팔이 사라지고.
덜렁거리던 오른팔이 그다음으로 날아간다.
몇 번이고 김현우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그의 몸은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정도로 박살 나 있고.
꽈아앙-!!!!!!!
김현우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일격에는,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 있던 그의 머리가, 처참하게 함몰되어 땅바닥에 처박혔다.
“허억-허억-!”
그제야 터져 나오는 숨소리.
김현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그에게 공격을 감행했는지 그 시간을 깨닫지 못했다.
허나 김현우는 자신의 아래에 처박힌 머리를 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고.
이내 김현우는-
“멋지군.”
-아까와 비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비틀었던 웃음을 없애고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김현우는 그 목소리가 들려온 이상 다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 대신, 김현우는 몸을 움직였다.
꽈아앙!
김현우의 다리가 순식간에 움직여 땅바닥에 박혀 있던 형체 없는 자의 머리를 내리찍는다.
그 누가 보더라도 무자비한 일격.
그러나-
“!!!”
김현우는 다음 순간 땅에 박힌 자신의 발을, 무엇인가가 붙잡았다는 것을 느끼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싹-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협.
김현우는 곧바로 왼발을 움직여 자신의 발을 붙잡은 무엇인가를 후려쳤고, 곧 그는 자유로워진 오른발을 느끼며 그곳에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동시에, 김현우는 머리가 처박혔던 그 땅에, 하나의 손이 자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기운을 흩뿌리고 있는 손.
그것은 마치 자신의 기운을 사방으로 뿌리는 듯하더니, 이내 하나의 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발이 만들어지고, 손이 만들어진다.
걸레짝이 되어 사라졌던 몸이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재생되고, 그 뒤를 이어 땅바닥에 처박혔던 머리가 원래대로 재생된다.
“이런 개씨발.”
그렇게 돼서 김현우가 미처 무엇인가를 하기 전 완벽하게 재생된 형체 없는 자.
그의 입가에는 변함없는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역시 너는 대단하다.”
가히 칭찬해 줄 만하다.
그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으나 김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정말 처음과 같이 변한 형체 없는 자의 모습.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기세가 완전히 죽었었는데……도대체 어떻게?’
김현우가 그에게 공격을 퍼부었을 때, 그의 기세는 분명 신체가 훼손될 때마다 깎여나갔다.
확실히 죽음으로 도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헌데 지금은?
‘……완전히 처음과 똑같잖아.’
김현우는 형체 없는 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특유의 압박감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가 미처 다음 생각을 하기 전 형체 없는 자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충분히 맛을 봤으니, 나도 너를 미식하기 전 아주 간단하게나마 네게 재미있는 걸 보여주마.”
“……뭐라고?”
김현우의 되물음.
그러난 형체 없는 자는 그런 김현우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그저 자세를 잡았다.
어디에선가 봤었던 것 같은 자세.
“……!!”
탓-!
그리고 형체 없는 자가 바로 자신의 앞에 왔을 때, 김현우는 아주 오래전 기억 속에서 형체 없는 자가 취하고 있는 자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건 천마의-!’
그래, 조금 전 형체 없는 자가 취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얼마 전에도 전투를 치른 천마(天魔)의 기수식이었다.
김현우의 앞으로 날아온 형체 없는 자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손을 움직인다.
어느 사이엔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형체 없는 자의 발도를 피해냈으나-
“!”
그 다음 순간, 김현우는 자신의 몸이 허공에 뜬 상태로 멈추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 이상함을 느끼고 김현우가 눈을 돌린 순간.
“그다음은 이것이로군.”
“!!”
김현우는 형체 없는 자가 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걸음이 아닌-
시작이 될 일보(一步)를-
쿠구구구구-!
형체 없는 자가 걸음을 옮기자마자 본격적으로 김현우의 몸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마력들.
그사이에 김현우의 머릿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으나, 그 생각을 깊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흡!”
곧바로 김현우의 몸에서 일으켜진 광휘가 팽창하는 마력들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점점 걸음을 옮기며 자신을 짓누르는 마력들은 새하얀 광휘들을 밀고 들어왔고-마침내 형체 없는 자의 걸음이 십보를 걸었을 때-
“이런 썅!”
콰가가가가가가가각────!!
김현우가 있던 주변의 공간은 검은색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지워질 것 같은 소름 돋는 폭발.
김현우는 그런 대폭발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온몸으로 광휘를 내뿜어 자신의 몸을 보호했으나 그 대가로 인해 상당히 많은 양의 마력을 써버렸다.
그리고- 김현우가 그 공격을 전부 막았을 때.
“하……!”
-김현우는 어느 샌가 보았던, 아주 익숙한 장면을 보며 이를 악 물었다.
“마신강림(魔神降臨)이라, 나쁘지 않군.”
“도대체 어떻게……?”
형체 없는 자의 모습은 분명 그가 이전, 무신과 싸웠을 때 보았던 그 마신강림의 모습을 그대로 취하고 있었다.
괴물 같은 외형.
그러나 그런 괴물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얼굴에 걸려 있는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형체 없는 자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김현우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가 아니다. 당연한 것이지.”
“뭐?”
그에 되묻는 김현우.
그에-
“이 ‘탑’이 대체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형체 없는 자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