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8
28
028. 수틀리게 하지 마라(4)
경기도 광주 외곽 산맥에 있는 지하 벙커.
그곳은 아레스 길드가 여러 가지 비밀스러운 일을 위해 정부에 돈을 먹여 극비에 제작한 벙커였다.
밖에서 볼 때는 그저 낡은 철문 하나밖에 없었으나, 그 철문을 넘은 지하에는 현대 문명의 이기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후….”
그런 철문 앞에서, 두 명의 흑의인은 문틏 가장자리에 기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에휴, 씨발 우리 길드는 뭐 이렇게 돈을 이런 데다 꼬라박냐?”
“그런 말 하지 마라. 이런 데가 생겼다는 게 우리 같은 머더러 헌터들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거잖아?”
머더러 헌터.
그들은 협회와 국가에서 민간인 ‘살인’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범죄를 저지른 헌터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보통 헌터끼리의 싸움은 던전 안에서 이뤄지는 터라 증거도 거의 없기에 거의 모든 수사가 애매한 반면, 머더러 한터들은 던전 안이 아닌 밖에서 시민이나 헌터들을 죽인 이들이었다.
그 말을 들은 흑의인이 낡은 철문을 한번 바라보곤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 이런 것들을 만들어 두니까 우리도 재미있게 작업 할 수 있고 말이야…… 그치?”
“아, 그러고 보니까 그, 관리부 1팀 녀석들 작업 나간 거 이쪽으로 온다고 했었나?”
“아니, 지부장님은 오늘 잠깐 일이 있어서 여기에 들른 거고 우리가 그 ‘고인물’인가 뭔가 하는 녀석 볼 일은 없을걸?”
“그래?”
“너 좀 아쉬워 보인다?”
흑의인이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솔직히, 요즘에 TV에서 혼자 존나 띄워 주니까 좀 쳐맞고 질질 끌려오거나 쫄아 가지고 1팀 애들한테 둘러싸여서 오는 거 보면 좀 웃길 것 같았는데.”
“그렇지? 나도 그 생각하기는 했다.”
그렇게 철문에 기댄 흑의인들이 키득키득하고 있을 때-쿵!
그들의 앞에 한 명의 남자가 떨어져 내렸다.
아무것도 없다가 갑작스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남자를 보며 흑의인들이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지만.
그는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는 투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자신의 손에 들른 남자를 흔들었다.
질질….
“야, 여기 맞아?”
“예…예예! 맞…맞습니다!”
파란색 츄리닝에 마찬가지로 파란색 슬리퍼를 깔로 맞춰 입은 김현우가 손에 잡혀 있는 흑의인을 탈탈 털자마자 나오는 대답.
“좋아.”
그는 만족한 표정으로 흑의인을 바라보더니-쿵! 꽈드드득!
“끄게에에엑!”
“죽이지는 않았다.”
흑의인의 얼굴을 그대로 흙바닥에 처박으면서 대답했다.
“뭐……뭐야!?”
갑작스레 앞에서 일어난 유혈사태에 흑의인들은 당황하며 기댔던 자세를 풀려고 했으나-
“끅……!?”
“끄아아아아아악!?!”
이미 자세를 풀려고 했던 두 명의 흑의인은 김현우의 손에 얼굴을 잡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들린 채로 몸을 버둥거리는 흑의인들에게 김현우는 짧게 선고했다.
“뭐긴 뭐야? 너희들 저승으로 보내줄 저승사자지.”
쾅!
두 흑의인의 머리를 벽에 그대로 처박아 버린 김현우는 쓱 하는 웃음을 머금으며 낡은 철문을 그대로 차 날렸다.
“이야~ 돈 많이 처발랐나 보네?”
그리고 곧 철문을 날려 버리자마자 보이는 내부의 풍경에 절로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 보였던 낡은 철문의 이미지와 달리 내부는 굉장히 깔끔했다.
마치 고급 빌라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따온 듯한, 어찌 보면 모델 하우스처럼 깨끗하게 꾸며져 있는 그곳을 감상하던 도중,
“누구냐!!”
“저 새끼다, 저 새끼!”
“저건 또 무슨 또라이 새끼야!”
하나밖에 없는 통로로 몰려들기 시작하는, 제각각의 무기를 든 헌터들을 보며 김현우는 씩 웃었다.
“찾아갈 필요 없이 이렇게 몰려와 주니까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구만?”
김현우는 몰려오는 헌터들을 보며 입가를 길게 찢었다.
그렇게 김현우가 몰려드는 헌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일 때, 그 벙커의 제일 안쪽의 방에서는 아레스 길드의 지부장인 흑선우가 붉은 마력에 묶여 있는 한 여자를 보고 있었다.
온몸에는 고문의 흔적이 여실해 보이는 상처들이 여기저기에 나 있고, 눈은 금세 맛이 갈 것처럼 흐리멍텅해져 있는 여자의 모습.
흑선우는 그런 여자의 모습을 무감정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친구야. 인제 그만 좀 버티는 게 어때? ‘패도’길드에서도 널 버렸다니까?”
“…….”
“내가 몇 번이나 제안했잖아? 또 제안할까? 응? 네가 여기서 패도 길드 내부 정보와 인원 취약점만 알려주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니까?”
응?
흑선우는 그렇게 말하며 흐리멍텅한 눈빛을 가진 여자와 눈을 맞췄으나, 그녀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힘겹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명백한 거절을 표현.
“이야, 이거 독한 년이네? 야, 한 발 더 못 넣냐?”
“헌터한테도 치사량이 있어서 이 이상 투여하면 온몸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죽을 겁니다. 게다가, 사실 지금만 해도 위험합니다.”
“쯧, 돌겠네.”
흑선후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더니 다시 무릎을 굽혀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들었어? 너 이 이상 가면 진짜 큰일 난다는데 정말 그렇게 뻐팅길 거야? 응? 너 저기 있는 친구들 보이지?”
흑선우는 방 안에 있는 총 8명의 헌터들을 쭉 가리켰다.
“쟤들 취향 좀 쎈 애들이다? 응? 너 진짜 여기서 말 안 하면 좆된다니까? 몸도 박살 나고 정신도 박살 나.”
흑선우의 말에도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보며 흑선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야, 한 발 더 놔줘.”
“그럼 잠깐 동안은 말을 하겠지만 결국에는 취조를…….”
“어차피 이렇게 두면 말도 안 할 것 같은데 뭐, 그냥 시원하게 한방 놔주고 망가질 때 여기 친구들한테 한번 쫙 돌려줘, 해소라도 하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말을 한 흑선우.
그의 명령에 남자가 옆 테이블에 있던 주사기를 쥐며 묶여 있는 여성에게로 다가갔고.
꽝!
그와 함께 닫혀 있던 문이 부서져 나가며, 그 앞으로 김현우가 튀어나왔다.
“뭐…!? 끄엑!”
콰드득.
그는 문 옆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그대로 발로 차버린 뒤, 방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
방을 두르고 서 있는 헌터들.
그 가운데에 있는 딱 봐도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와 그 앞에 묶인 상태로 흐리멍텅한 눈을 자신에게 보내고 있는 여자.
그녀의 몸에 있는 숱한 상처와 팔뚝에 있는 주사 바늘, 그리고 오른쪽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주사기들을 보며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이거 사람을 불러놓고 다른 사람 먼저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넌 김현우……?! 네가 어떻게 여기에…관리 1팀은……!?”
여자의 앞에 서 있던 남자 흑선우가 몸을 돌리며 입을 열자 김현우는 츄리닝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말했다.
“아, 네가 보낸 그 친구들? 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잘 자고 있을걸? 얼굴에는 끈적끈적하게 피도 흘러나와서 입이 돌아가진 않을 거야.”
낄낄거리는 웃음을 짓는 김현우의 모습.
그리고 곧 그의 맞은편에 서 있던 흑선우는 김현우가 발로 차고 걸어왔던 그 길 뒤로 잔뜩 쌓여 있는 아레스 길드 소속의 헌터들을 보았다.
“아, 여기에 있는 네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죽어라 이 새끼야!!”
김현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서 있던 헌터가 순간 가속을 사용한 속도로 김현우의 목 아래까지 치달았다.
꽝! 우탕탕탕!!
허나 당한 건 김현우가 아닌 그.
김현우는 발로 남자의 몸을 후려치곤 말했다.
“이것 참, 분명 나는 초대를 받고 온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친구들이 과격하지? 응? 나랑 한번 해보고 싶다 이거야?”
그의 말에, 방 안에 있는 이들이 순간 긴장한다.
분명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저 보기만 해서는 평범한 남자였다.
아니, 평범한 것도 아니다. 그는 외모만 보자면 그냥 백수에 가까웠다.
입고 있는 건 파란색 츄리닝, 머리도 자르지 않아 더벅머리에다가, 발에는 파란색 슬리퍼를 끼고 있었다.
자세 또한 마찬가지였다.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고, 싸울 준비라고는 단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느긋한 자세.
그런데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압박에 흑선우는 이를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저게 A급이라고?’
지랄, 지랄이다.
저건 A급이 아니었다.
S급, 그중에서도 상위.
이 벙커에 있는 헌터들은 최하가 B+등급에서 놓으면 A+등급의 ‘머더러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단신으로 온다?
단신으로 와서 그 헌터를 전부 쓰러뜨리고 자신 앞에 서 있다?
저런 실력을 가진 헌터가 A+등급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분명 S급 하위 예정자들로만 이뤄져있는 관리 1팀을 보냈는데, 그 녀석들이 전부 당했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흑선우는 그의 등급을 감히 측정할 수 없었다.
‘내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S급 중상위권, 452위라는 랭킹을 가지고 있는 흑선후.
그는 과연 자신의 무기와 방어구를 들고 왔을 때, 지금 그를 상대해서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으나.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흑선우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야, 귀먹었어? 빨리 정하라니까? 나한테 뒤지게 맞고 여기서 다 같이 매장될래? 아니면 나랑 이야기를 좀 할까?”
아레스 길드 한국 지부장의 위치에 올라서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폭언에 흑선우는 욱했지만, 그는 우선 숙이기로 했다.
‘그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기 전에는 움직이지 못한다.’
“이야기를 좀 하는 걸로 하지.”
“좋아.”
김현우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입을 열고는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털썩 소리가 나게 자리에 앉는 김현우.
이곳이 적진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
그 맞은편에 흑선우가 자리에 앉자. 김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너는 내게 무슨 보상을 해줄 수 있는지 좀 들어볼까?”
“뭐?”
“우선 헌터들을 내게 보내서 귀찮게 한 것도 있고, 나를 살해하려고 사람을 보낸 것도 있고, 니들이 먼저 잘못해놓고 언론 터트려서 물 먹이려 하고, 응?”
흑선우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
어두운 세상,
하늘에는 잿빛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지상에는 부서진 돌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아마 멀쩡했다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을 저택은 이제는 그 기둥밖에 남지 않아 초라함을 더하고 있었고,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던 냇물과 자연의 녹색 빛을 만연에 퍼뜨리던 나무는 이미 시들고 메말라 회색빛의 세상에 동화되어 있었다.
그런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세상.
아무것도 없이 부서진 자택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검은 흑발을 뒤로 묶은 말총머리에 마치 옛날 동양풍의 무의를 입고 있던 남자는 회색빛으로 물들어 버린 세계를 감상하듯 시선을 주곤 이내 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그는 이 멸망해 버린 회색빛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을 볼 수 있었다.
“…….”
거대한 ‘탑’.
멸망한 세상에서 오직 그 탑만이 회색빛 하늘을 뚫고 높게 솟아올라 있었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솟아있는 그 탑을 보던 말총머리의 남자.
─그 어느 곳에서는 ‘뇌신’이자 마교의 ‘천(天)’라고도 불렸던.
턱.
그가,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