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에게 있는가 (2)딱히 인테리어라고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어두운 공간에서, 지천은 전투를 시작하기 전과 확연하게 바뀐 풍경을 보며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저 밋밋하게 아무런 인테리어도 되어 있지 않은 그 풍경은 전쟁터와 같이 변해 있었다.
허나 고작 밋밋하게 있던 풍경이 전쟁터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지천은 놀라지 않았다.
“……하!”
그는 시선을 똑바로 해 손오공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등 뒤에는 광배를 달고,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붉은 투기를 뿌리며 그 자리에 서 있는 손오공.
그 발아래에는 지천이 데려온 ‘그분’의 잔재들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잔재’라기보단, 형체 없는 자가 수십 개의 업을 뭉쳐 만들어낸 ‘존재’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렸다.
그런데-
“…….”
지천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오공과 발아래에 쓰러져, 이제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는 잔재들을 바라봤다.
그 모든 일들은 손오공이 한 것이었다.
그래, 그저 자신의 업을 전부 되찾았을 뿐인 손오공이, 형체 없는 자의 잔재를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다수를.
그리고 거기에서 지천이 더 놀란 이유는, 바로 손오공이 형체 없는 자의 잔재를 처리한 방법 때문이었다.
“……분명, 분명히 그건.”
지천은 아까 전 자신이 보았던 풍경을 상기했다.
맨 처음, 그가 잔재를 상대할 때 내뿜었을 때의 압도적인 존재감.
지천에게 있어서 그것은 상정 내였다.
그는 형체 없는 자에게 손오공이 자신의 업을 다 찾았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렇기에 그것은 상정했었고, 그가 잔재를 세 명 데려온 것도 손오공이 업을 다 찾았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다음에 일어날 일을, 지천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그건, 대체…….”
잔재와 손오공이 싸움을 시작하려는 직전.
지천은 그 직전의 순간에, 거대한 산을 보았다.
그래 거대한 산을.
분명 이곳에서는 없어야 할 거대한 산.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천은 갑작스레 주변의 풍경이 변화하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거대한 산이 보였고,
그 옆으로 나무가 만들어졌다.
분명 차가운 벽돌바닥이었던 것은 흙내음이 나는 갈색의 토지로 바뀌었고, 그 주변에는 온갖 나무들과 바위, 그리고 산이 들어섰다.
한 마디로, 손오공이 싸움을 시작하려는 순간, 지천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전이했었다.
아니,
그것을 전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그때 일어난 일을 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도 그럴 게 주변의 풍경이 산으로 변할 때도, 그리고 완전히 변하고 나서도 그는 전혀 마력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조금 전, 손오공이 잔재들을 전부 처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지천이 상상했던 것을 상회하는 압도적인 힘으로 잔재들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 그 공간에서 다시 지금의 풍경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마력을 움직임을 체크하지 못했다.
그리고 곧 그것은 손오공이 전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좀만 더 생각해 보면 이곳은 형체 없는 자가 지배하고 있는 공간으로 애초에 전이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은 원래부터 불가능한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지천은 그 말도 안 되는 풍경을 떠올리며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도 못했고.
“내가 말했지 틀딱아? 넌 날 못 이긴다니까?”
“……!”
지천은 곧 사라져가는 잔재들을 넘어 자신의 앞에 도달한 손오공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는 물었다.
“도대체, 그건 무엇이지?”
“그거?”
“……네 녀석이 보여주었던 그 풍경 말이다. 분명 그것은 전이가 아니었다. 그래, 그건 전이가 아니었어……! 도대체 뭐냐! 도대체 넌 무엇을 한 거냐……!”
평소보다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여는 지천.
그에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파삭-!
“쿠학?!”
그의 심장에 여의봉을 박아 넣었다.
순식간에 길어 늘어난 여의봉은 단숨에 지천의 심장을 뚫어 그의 생명을 앗아갔고,
“어이 틀딱, 내가 그걸 알려줄 것 같아?”
“이, 이런 원숭이 새끼……!”
지천은 그 말과 함께 급격하게 그 눈동자에서 생명의 빛을 잃어갔다.
지천은 뒤늦게라도 자신의 몸에 박혀 있는 여의봉을 빼기 위해 몸을 비틀었으나,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이미 제천대성의 손에 쥐고 있는 여의봉은 길어져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거기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심장을 꿰뚫고 있는 여의봉을 힘겹게 붙잡는 것뿐이었다.
지천의 눈빛에 서서히 생명이 꺼져가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제천대성은 이내 선심이라도 쓰듯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내가 네놈처럼 마음이 밴댕이 소갈딱지인 것도 아니니, 알려주도록 하지.”
“!”
일순 커진 지천의 눈.
손오공은 말했다.
“네가 본 것은 화과산(花果山)이다.”
“화과……산?”
지천은 생명의 빛이 꺼짐과 함께 서서히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정신을 억지로 위로 떠올리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분명 그것의 이름을 지천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니, 들어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했을 때 그 산의 이름은 굉장히 낯이 익었다.
그렇게 얼마나 생각을 이어나갔을까.
지천은 자신의 정신이 수면에 완전히 잠기기 전,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름을 어디서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고.
“어떻-게……?”
지천은 의문이 어린 마지막 말을 남김과 조금 전 잔재와 같이 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사라질 동안 그 모습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던 손오공은, 이내 지천의 시체가 모두 사라짐과 동시에 가볍게 여의봉을 원래의 크기로 줄이고는 주변을 돌아봤다.
그리고-
“?”
손오공은 곧 이 넓은 공동의 끝에 하나의 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있었던가?’
그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전의 기억을 떠올렸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런 문을 발견한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았다.
결국 그렇게 한참이나 생각을 이어하던 손오공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문으로 다가갔다.
‘뭐 있었으면 어떻고 없었으면 어때?’
길이 없었다면 문제였으나 길이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길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손오공은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별다른 고민 없이 벽에 만들어져 있는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흐음, 좀 늦지 않았나?”
“……야차?”
손오공은 곧 그 안에 마련되어 있는 자그마한 원형 공간 가운데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야차를 볼 수 있었다.
xxxx
김현우는 어둠 속에서 생겨난 눈을 보았다.
자신의 몸에 절반 정도 크기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눈.
[뭐야, 설마 정신까지 같이 날아갔냐?]
한심하다는 듯 김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여는 눈동자를 보며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는……?”
[뭐야? 아직 정신은 안 날아갔네? 그러면서 왜 말은 씹어? 게다가 설마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
마치 속사포 같이 터져나오는 눈동자의 말.
김현우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곧 말했다.
“저번에 부를 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더니 왜 이럴 때 나타나서 지랄이야?”
[뭐야 기억하고 있네?]
눈동자의 말대로 김현우는 그 거대한 눈동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범천의 업을 얻었을 때…….’
눈동자는 분명 범천의 업을 얻고 그가 자신의 몸에 범천의 업이 제대로 정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만났었다.
그것도 원래 김현우가 있던 곳이 아닌 허수 공간에서.
그렇게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눈동자는 김현우에게 이런 저런 쓸데없는 말을 하고는 결국 마지막에 ‘위로 올라와라’라는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사라졌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넌 또 어떻게 튀어나온 거야?”
김현우는 분명 자신의 시야가 어두워지기 직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잊어버릴 리가 없었다.
애초에 얼마 되지도 않은 일이었으니까.
자신은 분명 형체 없는 자의 싸움에서 졌고, 결국 그가 내뿜는 검은 안개에 갇혔었다.
김현우가 자신의 처지를 상기하며 눈동자를 바라보자 그는 별 대단한 것 없다는 듯 눈을 느슨하게 뜨며 대답했다.
[어떻게 튀어나오긴? 나는 내가 원하면 그 어디에든 나타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실제로 지금 실시간으로 업을 빨리고 있는 네 앞에 나타났지.]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업을 빨리고 있다니?”
[말 그대로, 너는 그 녀석한테 한 끼 식사로서 네가 모아왔던 업을 하나하나 내주고 있다 이 소리야. 이대로 가면…… 대충 10분 정도면 모든 업을 꿀꺽하고 너는 소멸당하겠네.]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눈동자.
그에 김현우는 답했다.
“그래서 방법은?”
[무슨 소리야?]
“방법 물어보고 있잖아. 여기를 빠져나갈 방법 말이야.”
그의 물음에 눈동자는 순간 어처구니없다는 눈동자로 김현우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그럼 네가 아니면 누구한테 물어봐? 애초에 뭐 알려주려고 내 앞에 나타난 거 아니었어? 아까도 나한테 올라오니 마니 했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니까 뭔가 좀……]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며 어이가 없다는 눈동자로 김현우를 바라봤다.
확실히 눈동자가 지금 김현우의 앞에 나타난 이유는 지금 상황에 의해 조금의 해답을 담아주기 위해서였으나 막상 김현우가 당당하게 요구하니 왠지 모를 떨떠름함이 느껴졌다.
눈동자가 떨떠름함을 덜기 위해 가벼운 한숨을 내쉬자 김현우가 툴툴거렸다.
“안 알려줄 거야?”
[알려줄 거니까 조금만 조용히 하는 게 어때? 솔직히 지금 안 알려주고 그냥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거든?]
눈동자가 짐짓 협박 가득한 어조로 김현우를 보며 이야기 하자, 김현우는 말했다.
“진짜?”
그의 되물음에 김현우를 째려보는 눈동자.
허나 이내 그 눈동자는 자신이 졌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당당한 성격을 조금만 유하게 바꾸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눈동자는 이내 자신의 눈동자를 한번 좌우로 움직이고는 입을 열었다.
[근데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 해봤자 간단한 것밖에 없어.]
“……그건 또 뭔 소리야?”
[의미 그대로의 이야기야. 뭐, 당장 내가 여기에 와 있다고 해도 너한테 힘을 주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거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간단한 말뿐이야.
[이제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듣느냐에 따라 네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이 말이지.]
“아니, 뭘 그렇게 도움이 될 듯 말듯하게 알려줘? 내가 위로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김현우가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눈동자는 곧바로 답했다.
[그건 맞지. 근데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해줄 수 있는 도움은 조언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를 마주 보곤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더니 이내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그 조언이라는 건 뭔데?”
그리고 그런 김현우의 물음에-
[거짓에 현혹되지 마.]
-눈동자는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