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에게 있는가 (3)
“……거짓에 현혹되지 말라고?”
[그래, 정확히 말하면 의심 없이 진실을 마주 보라 이 말이지.]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또 뭔소리야?”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 거짓에 현혹되지 말고, 진실을 마주보라 이거지. 아니, 이 경우에는 진실을 꿰뚫어보라고 말해야 하나?]
자신의 눈꼬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민하는 듯한 눈동자.
그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곰곰이 생각을 해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니까 말이야.]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좀 제대로 된 도움 없어?”
[예를 들면?]
“그런거 있잖아? 사실 지금 저 연기 빽빽 피워대는 놈의 약점은 어디고, 어떤 공격 같은 걸로 때려박으면 효과가 있고…… 뭐 그런 거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눈꼬리를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게임인 줄 알아?]
“말 그대로 예를 들어서 그렇다는거지. 한 마디로 내 말은 좀 직관적이게 도움을 줄 수는 없냐 이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노골적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불가능해.]
“왜?”
[사실 지금 내가 말해준 것보다 직관적인 조언은 없거든.]
“……뭐?”
[왜 너는 똑같은 걸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게 하는거야? 내가 말 했잖아? 지금 내가 해준 조언보다 더 직관적인 건 없다니까?]
“……거짓에 현혹되지 말고 진실을 마주보라는 소리가 직관적이라고?”
[그 정도면 충분히 직관적이지, 지금 네가 상대하는 녀석의 약점에는 말이야.]
“이게 어떻게 직관적이 돼?”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이자 눈동자는 대답했다.
[충분히 직관적이거든? 오히려 이 이상 말해주면 오히려 너한테 독이 될 정도로 직관적이야.]
“이 이상 독이된다는 소리는 또 뭐야?”
[말 그대로 이 이상 더 근접해서 내가 진실을 말해주게 되면 지금 당장 몇 할 되지 않는 네 승률은 한방에 0%가 될 거거든.]
김현우의 물음에 그는 저도 모르게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는 이야기했다.
“지금 네가 하는 말 때문에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거 알지?”
[그래도 어떻게 상대할지 몰라서 머리가 텅텅 빈 채 꼬라박기만 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않아?]
“……맞는 말이기는 하네.”
눈동자의 말에 무엇이던 대답하려고 했던 김현우는 이내 입을 오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눈동자의 말이 백번 옳았으니까.
“……그럼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그게 끝이라는거야?”
[맞아, 이게 끝. 뭐 그리고 여기에 조금 더 첨언을 덧붙이자면, 애초에 ‘믿지 않으면’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거야.]
“……믿지 않는다고?”
[이걸로 정말 끝. 어차피 이 상태로 질문만 계속해서 받아봤자 제자리를 빙빙 맴돌뿐이니까 나는 다시 사라지도록 할게.]
아참-
[그리고, 좀 급하긴 해도 생각할 시간은 느긋하게 있어. 지금 이곳은 ‘순간’속이니까, 충분히 고민하고 난 뒤에 다시 시작해 봐.]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며 서서히 눈꺼풀을 감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그런 눈동자를 부르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 말대로 어차피 이 이상은 시간만 소모하고 이야기가 맴돌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눈동자가 완전히 눈을 감을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마침내 그 눈동자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가 돼서야,
“…….”
김현우는 이 안이 눈동자의 말처럼 찰나의 시간처럼 느리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곧 자신의 몸에서 은은하게 무엇인가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업이 흡수당하고 있는 건가?’
눈동자의 말을 상기한 것으로 김현우는 자신의 안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형체 없는 자가 자신의 업을 흡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나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최대한 생각해 보자.’
어차피 그를 제대로 상대할 만한 생각이 나지 않으면 그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고, 어차피 당장 힘이 흡수당하더라도, 이 찰나의 순간에서는 무척이나 작은 힘만이 그에게 흡수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생각했다.
‘거짓에 현혹되지 말고, 진실을 마주보라는 소리가 대체 뭐지?’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바로 눈동자가 자신에게 말해주었던 조언.
김현우는 그가 말했던 것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중얼거리며 생각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거짓에 현혹되지 말라는 소리는 뭘까?
그와 반대로 진실을 마주보라는 소리는?
이 이상 알려주면 내 승률이 0%가 된다는 소리는 또 뭐였을까?
믿지 않았으면 애초에 이럴 일도 없었다는 소리는??
수많은 생각이 김현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났으나 김현우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눈동자가 말한 그 의미에 대해서.
‘분명 그 녀석이 내게 쓸데없는 정보를 주진 않았을 거야.’
물론 김현우가 그 눈동자를 만나 것은 기껏해야 두 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현우가 그 눈동자를 믿는 이유는 바로 눈동자의 행동 때문이었다.
‘애초에 내가 죽기를 바랐으면 조언 따위는 해주지도 않았겠지. 아니, 애초에 내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거야.’
그렇기에 김현우는 눈동자가 말해준 그 두 개의 조언 안에 분명 형체 없는 자를 이길 수 있는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고-
“……!”
김현우는 문득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을 떠올렸다.
분명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었으나, 만약 이렇게 생각했을 경우 눈동자의 조언이 맞아 떨어졌다.
허나 그것은
‘설마?’
라는 생각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김현우에게 있어서 너무 어처구니없는 상상과도 같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고.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사기적이였기 때문에.
김현우는 그 설마라는 생각에서 나아가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저울질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실제의 시간으로는 아직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허나 김현우의 의식은 이미 가볍게 며칠을 지나고 있었다.
물론 그조차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으나, 그는 계속해서 그 한 가지의
‘설마?’
를 확신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전에는 수많은 가능성중 하나를 찾느라 시간을 소모했다면.
이번에는 가능성 중 하나에 확신을 부여하기 위해 소모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후”
그 깊은 고뇌의 끝에서, 김현우는 결국
‘설마?’
라는 하나의 가설을 하나의 확신으로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었고.
“자, 그럼-”
김현우는 새카만 어둠을 향해 힘껏 손을 뻗었다.
콰지지직!
그리고- 어둠이 깨져나갔다.
xxxx
완전히 부숴진 공동.
그곳에서 형체 없는 자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어둠에 감쌓여진 김현우를 바라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역시 내 예상대로야! 최고로군!’
형체 없는 자는 자신의 손에 흘러들어오는 김현우의 업을 빨아들이며 이 1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몇 번이나 탄성을 터트렸다.
그가 김현우에게서 흡수하는 업은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흡수한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업이었으니까.
“후…… 후우…….”
엇박으로 숨을 쉬어가며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오는 업을 느끼는 형체 없는 자는 아주 옛날, 자신이 처음으로 다른 이의 업을 흡수했을 때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맨 처음으로 타인의 업을 빼앗았을 때.
그때 느꼈던 고양감은 그야말로 최고를 넘어 극상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정도로 달콤했었다.
비록 그가 얻었던 업은 그저 한 톨 정도의 작은 업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달콤한 쾌감을 느꼈었다.
그것은 분명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었으니까.
물론 시간이 지나고 그가 서서히 남의 업을 흡수하는 빈도가 늘어나게 되며 그가 처음에 느꼈던 쾌감은 점자 사그라들었다.
정확히는 그 쾌감이 사그라든 것이 아닌, 그가 쾌감에 익숙해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형체 없는 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더욱 많은 업을 탐냈고, 또 질이 좋은 업을 탐했다.
하지만 그가 이 탑을 만들고, 결국 수시로 이 탑에서 올라오는 업을 흡수하게 되었을 때, 그는 문득 자신이 느꼈던 쾌감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많은 업을 한 번에 흡수한다고 해도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쾌락을 느낄 수 없었고.
그의 능력 또한 정체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민했고, 곧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깨달았다.
뭐, 그 정답이야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다.
한번의 많은 양의 업을 흡수하는데 익숙해졌고.
질 좋은 업을 흡수하는 데 익숙해졌다위업을 흡수하는 것도 담담해졌고.
탑에서 뽑아낸 업들을 흡수하는 것에도 담담해졌다.
분명 끊임없이 업을 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것에 너무나도 담담해졌기에, 그리고 항상 흡수하던 것만을 흡수했기에 이렇게 정체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이 정체되어 무료한 상태에서 나타난 그.
‘김현우’의 존재는 형체 없는 자에게 무척이나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번도 흡수하지 못했던, 새로운 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편하게 업을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에서 나타난, 어찌보면 단순한 이레귤러였으니까.
허나 그가 등반자들을 처리하고, 내려 보낸 정복자를 처리했을 때부터 그는 김현우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거의 마지막에 와서는 그의 업을 흡수하기 위해 ‘위’와의 약속까지 어겨가며 그를 최상층에 초대했다.
그리고, 지금 김현우의 업을 흡수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아니, 확신을 가진 것을 넘어 이런 선택을 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형체 없는 자는 김현우의 업을 흡수하며 느끼는 쾌감에 젖었다.
그래서 형체 없는 자는 일부러 그의 업을 흡수하는 속도를 줄였다.
원래라면 형체 없는 자에게 이 정도의 업은 3분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업이었지만, 그는 이 순간을 그렇게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형체 없는 자는 일부러 김현우의 업을 흡수하는 속도를 극도로 줄였다.
최대한 오랫동안 김현우의 업을 흡수하며 쾌감을 느끼기 위해.
물론 형체 없는 자는 이 어둠속에 갇혀 있는 김현우가 깨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깨어나 봤자 그가 자신을 이길 일은 없었으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는-
“……!”
형체 없는 자는,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들어 놓았던 어둠을 뚫고 나온 손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김현우의 손.
허나 그의 손은 완벽하게 재생되어 있지 않았다.
뼈는 붙어 있는 것 같았으나 외견은 아직도 상처로 가득했고, 특히 팔뚝에는 크게 살점이 떨어져 나가 있어 굉장히 위급해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체 없는 자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고.
형체 없는 자는 이내 어둠을 뚫고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현우의 눈을 보고.
“……!!”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