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에게 있는가 (4)어두운 공동.
“제발…… 제발!”
이산대성((移山大聖)은 자신의 앞에서 빌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에 여성은 혹시 모를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삼베바지를 붙잡고는 말했다.
“살려줘! 나는 애초에 이러고 싶지 않았다니까? 나는…… 나는 그냥 시켜서 이렇게 한 거라고! 응? 제발!”
상체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하체는 뱀의 형상을 그대로 딴 것 같은,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그 여성은 마치 애원을 하듯 그에게 달라붙어 목숨을 구걸했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산대성은-빠아아악! 파삭!
-이내 자신의 바지를 붙잡고 있는 그녀의 머리통을 그 상태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푸화아악! 털썩-
이산대성이 주먹을 휘둘러 머리를 터트려 버리자 그의 바지를 붙잡고 있던 여성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고.
-스으으으
이내 천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곧 자신을 나가라고 소개했던 정복자의 시체를 바라본 이산대성은 이내 어깨를 한번 으쓱인 뒤 자신의 몸을 뒤적거렸고-
텁- 스으-
곧 그녀와 함께 자신에게 달려들었던 ‘잔재’를 한번 바라본 이산대성은 이내 입에 문 곰방대를 길게 빨아들였다.
-뻐끔.
그와 함께 이산대성의 입에서 퍼져 나오는 담배연기.
그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산대성은 차근차근 기억을 맞췄다.
분명 처음에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 이동진 위에서 함께 이동했다.
그런데 이동진을 타고 왔더니 자신과 함께 왔던 동료들은 없었고, 그의 앞에는 자신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이상한찌꺼기 한 명과 여자가 있었다.
그래서 죽였다.
그게 지금 이산대성의 상황이었다.
-뻐끔
‘……길을 좀 물어보고 죽일 걸 그랬나.’
그는 순간 아쉬운 눈빛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나가의 시체를 보았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느긋하게 곰방대를 빨아들였다.
뻐금-
또 한 모금.
이산대성은 곰방대를 연달아 들이키며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
‘길 찾기는 완전히 잼병인데.’
그는 길 찾기에 대해서는 그냥 극악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엄청난 길치였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는 연신 곰방대를 피며 고민했고, 이내 그렇게 시선을 돌리다-
“…….”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문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이산대성은 그 문을 한번 바라보고는 왠지 느껴지는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으나 이내 어깨를 으쓱이고는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문 앞에 도달한 그는 곧바로 문을 열었고.
“왔군.”
“이걸로 다 온 건가?”
“……?”
이산대성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손오공과 자신들의 형제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야, 나만 저기에 떨어진 거였어?”
그는 시선을 돌려보더니 자신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이 전부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리 물었고, 그에 손오공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아니, 우리도 다 따로 떨어졌지.”
손오공은 그리 말하며 원형 경기장에 붙어 있는 수많은 문을 손가락질했고, 이산대성은 손오공의 손가락을 따라 주르륵 붙어 있는 문을 한번 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마지막으로 온 거야?”
“맞아.”
“이번에도 길 찾느라 늦었냐?”
평천대성이 씨익 웃으며 장난을 치자, 이산대성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곰방대를 한 모금 빨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번엔 저번처럼 늦지는 않았잖아?”
“그래, 그래도 그때보다는 빨리 왔구나.”
이산대성이 오래 전, 평천대성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몸을 옮기다 저도 모르게 길을 잘못 들어 천계 일주를 했을 때를 떠올리며 말하자 평천대성은 유쾌하게 웃으며 동의했고.
“그래서,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설마 이미 전부 끝난 거?”
이산대성이 입을 열며 주변을 돌아보자 이번에는 야차가 대답했다.
“물론 끝난 게 아니니라.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구나. 애초에 우리가 상대했던 것들은 전부 그 녀석의 장기말이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야차는 덤덤한 표정으로, 허나 자세히 보면 노골적인 불쾌함이 담긴 표정으로 자신이 앉아 있는 돌기둥을 툭 쳤다.
우드득-!
분명 그녀의 몸 둘레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돌기둥에 금이 갔으나 야차는 신경 쓰지 않고 혀를 찼고, 이내 이산대성은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니 김현우가 보이지 않는군.”
그의 물음에 이번에는 청룡이 답했다.
“아마 지금 그 녀석은 싸움을 벌이고 있을 거다.”
“싸움?”
“뭐…… 보나마나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아마 우리가 쓰러뜨리려고 왔던 형체 없는 자와 싸우고 있을 확률이 높지.”
청룡의 말.
그에 손오공은 짜증이 나는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정말로 위로 가는 방법은 없어?”
“아까부터 몇 번을 물어보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처음부터 말했듯이 김현우와 형체 없는 자가 싸우고 있는 위층으로 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김현우와 그 녀석이 싸우고 있는 곳이 위층인가?”
“우선 느껴지는 바로는 그렇다.”
이산대성의 물음에 대답한 청룡.
그는 가만히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만약 그 녀석이 이 위에 있다면 부수면 되는 거 아닌가?”
이산대성의 말에 야차는 말했다.
“이미 네가 오기 전, 여기에 도착한 이들은 전부 한 번씩 해봤느니라.”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
“아예 꿈쩍도 안 하더군. 내 힘으로도 말이다.”
야차의 말에 이산대성은 아쉽다는 듯 자신의 곰방대를 입에 물고는 뻐끔뻐끔 피워댔다.
그도 지금 이 곳에 모인 이들 중 제일 강한 이가 돌기둥에 앉아 있는 그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헌데 그녀가 천장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녀와 비슷한 자신의 아우인 손오공이나 다른 이들도 천장을 뚫지 못한다는 것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산대성은 괜스레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에 담배를 뻐끔뻐금 피는 것밖에 할 수 없었고.
“거, 잘하고 있을라나 모르겠네.”
손오공은 마찬가지로 김현우의 기운이 느껴지는 하늘을 보며,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들이 한참이나 그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중얼거리고 있을 때.
-우우우웅!
그들은 갑자기 원형 경기장의 한쪽 끝에서 나타난 타원형의 구체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이 방 안을 환하게 비출 정도로 새하얀 빛을 내뿜고 있는 하얀 구체.
그리고 곧 그 구체를 바라보고 있던 손오공은 그 안에서 나타난 이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xxxx
형체 없는 자는 조금 전 자신의 검은 기운을 뚫고 나온 김현우를 바라봤다.
그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이미 업을 일부분 흡수당한 탓인지 신체의 재생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공격당했던 그의 상체는 당장 치료가 보일 정도로 위급해 보였다.
한 마디로, 지금 형체 없는 자의 눈에 보이는 김현우의 모습은 전혀 그에게 위협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형체 없는 자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입을 열 수 없다기보단 그는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바로 그가 보고 있는 다른 것.
그건 바로 김현우의 눈동자였다.
그의 눈은 분명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흑안.
그래, 김현우의 눈동자는 분명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특별한 외관상의 변화나 안쪽의 변화도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체 없는 자는 김현우의 눈 속에서 지독하리만치 심각한 위화감을 느꼈다.
정확히는 위화감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것은 그가 분명 오래 전에 느꼈던 감정, 허나 그는 그 감정을 순간 정확히 정의할 수 없었다.
그는 그 감정을 느낀 것이 무척이나 오래 전의 일이였으니까.
그렇기에 형체 없는 자가 갑작스레 느낀 감정을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야,”
김현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보였다.
분명 본인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것 같았으나, 상체가 완벽하게 재생되지 않은 덕에 그의 목에서는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조금 전 일어났던 몸도 살짝이지만 비틀거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좋아 보이진 않는 상황.
그럼에도 형체 없는 자는 위화감을 느꼈고.
“얼굴이 굳었네? 왜 그렇게 굳어 있어?”
김현우의 이죽거리는 말투에 형체 없는 자는 저도 모르게 뚱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굳어 있다니? 무슨 소리지?”
그의 물음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야, 표정이 굳어 있다고. 분명 조금 전만해도 미친 새끼처럼 실실 쪼개고 다니더니 왜 갑자기 그렇게 표정이 굳었냐 이 말이지.”
“…….”
김현우의 말에 형체 없는 자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이상했다.
‘어째서 이러지?’
형체 없는 자는 분명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우의 업을 최대한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 그는 업을 최소한으로 빨아들였다.
그래, 그저 상정했던 상황이 일어난 것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상정하던 상황 중에서도 지금 김현우의 모습은 가장 위협이 적었다.
그는 몸을 회복시키지 못한 채로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그래.
분명 그럴 터다.
근데…….
‘근데 왜?’
김현우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형체 없는 자는 문득 굳어 있던 자신의 표정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서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도.
어째서 갑자기?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으나 그 안에서 대답이 되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한동안 김현우를 보며 대치상태를 이어나가던 형체 없는 자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기 시작하는 조급함을 억지로 잠재우고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쓸데없는 저항 같은데…… 그냥 편해지는 게 좋을 것 같지 않나?”
노골적인 비아냥이 섞인 형체 없는 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분명 이전과 같았으나 오히려 김현우에게 그 목소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뭘 편해져?”
“그렇게 열심히 저항해도 네 최후는 똑같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러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니까?”
그렇게 말하며 입가를 비틀어 올리는 김현우.
그 모습을 보며 형체 없는 자는 한 번 더 자신의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분명 그가 검은 기운에 둘러싸이기 전만 하더라도 형체 없는 자는 김현우의 웃음을 그저 위에서 내려다보고 비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지금은 아니었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위화감.
그리고 점점 강하게 드는 조급함.
그에 형체 없는 자는 결국-
“그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면 될 일이로군.”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를 향해 튀어나갔다.
그 속도는 가히 찰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어쩌면 멀쩡한 상태의 김현우가 그 순간의 공간 안으로 들어갔어도 형체 없는 자의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빠른 형체 없는 자의 속도.
그는 순식간에 몸을 비틀거리고 있는 김현우의 앞에 도달해 다시 한번 그의 심장부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키이이이이이잉-!
주변의 공기가 갈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쏘아져 나가는 형체 없는 자의 주먹.
그는 김현우가 주먹을 내지르는 그 순간까지도 반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입가를 비틀어 올렸으나.
텁-
“!!!”
형체 없는 자는 곧 그 뒤에 일어난 일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한번 뭘 깨닫게 해주겠다고?”
-김현우는 형체 없는 자가 내지른 주먹을 붙잡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