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89
289화. 내가 저질렀다 (3)
“오! 나왔나?”
“……설마 지금까지 술을 마시고 있던 거야?”
장원의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들리는 평천대성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와 그 옆에 있는 손오공을 바라보았고,
“무얼!”
그에 평천대성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원래라면 사흘 밤낮을 새고도 웃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지!”
“그것 참 대단하네.”
평천대성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소파에 앉은 김현우.
어젯밤의 소란이 마치 거짓말 같았다는 듯, 어제 그의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칠대성들은 손오공을 빼고는 모조리 사라져 있었고,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양주병 안에 들어가 잠을 자고있는 청룡뿐이었다.
‘왜 양주 병 안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거야.’
말 그대로 소주만 채워 넣으면 그 상태로 훌륭한 술이 될 것 같은 그 모습에 김현우가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이내 그는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다른 애들은 다 자나?”
김현우의 물음.
그에 손오공은 들고 있던 막걸리를 원샷하고는 말했다.
“뭐, 형님들은 전부 시간 좀 지나니까 주변에 있는 양주 벌컥벌컥 들이켜다 다 들어갔고, 내 친구들도 때 되니까 다 알아서 들어가던데?”
“그래?”
김현우는 그의 말에 대답하며 이내 물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댔고.
“그래서, 어땠냐?”
“…….”
김현우는 손오공에게서 흘러나오는 다음 말에, 저도 모르게 물을 마시려는 행동을 멈춰 버렸다.
왜 본인이 이렇게 찔리는지 김현우는 인지하지 못했으나, 그는 짐짓 평온한 표정으로 입가에 가져다댄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어땠냐니?”
“당연히 네 제자들 이야기지! 그동안 살랑살랑 눈길도 안주더니 어제는 왜 갑자기 그렇게 급발진한 건데?”
“……급발진?”
김현우가 되묻자 이번에는 평천대성이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봤다는 듯한 눈으로 씨익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래, 정확히 언제쯤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갑자기 자네가 한참이나 야차와 이야기를 하더니 갑작스레 일어나서 술을 마시고 있던 제자들을 그대로 보쌈하더군.”
“……뭐? 보쌈? 내가 보쌈했다고?”
김현우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하자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야? 설마 기억 안 나는거야?”
“…….”
“정말로?”
손오공이 불길한 표정으로 낄낄거리며 묻자 김현우는 왠지 머리가 더더욱 아파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나 계속해 봐.”
그의 말에 손오공은 어제의 일을 기억하듯 슬쩍 인상을 찌푸리는 듯하더니 이내 가벼운 미소를 짓고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내 기억으로는 갑자기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네 동료랑 이야기하고 있던 제자들을 갑자기 양 허리에 끼우더라고.”
“그걸 끼운 거라고 해야 하나?”
“끼운거 맞지, 마치 물건처럼 다루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뭐, 여자를 다루는 것으로 보면 조금 어떨까 싶었지만…… 박력은 합격점이었지.”
전혀 여자에 대해서는 모를 것 같은 평천대성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손오공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네가 그렇게 갑자기 두 제자를 들쳐메고 나가려고 하는거야?”
“그래서?”
“그래서긴 뭘 그래서야, 당연히 내가 갑자기 제자 들춰메고 어디가냐고 물어봤지. 근데…….”
“근데?”
“풉.”
“……?”
손오공은 말을 하려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는지 끅끅거렸고, 평천대성도 마찬가지로 웃긴 생각이 났다는 듯 손오공과 함께 끅끅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뭔가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여기서 내색하면 더한 놀림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었다.
“뭐길래 그래?”
“뭐라고 했더라? 뭐? 키운 수확물을 걷으러 간다고 했나?”
“푸하하하하하핫!!”
손오공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는 평천대성.
김현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웃겨?”
적어도 김현우 본인에게 있어서는 별로 웃기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손오공은 피식피식 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뭐, 푸흡, 그냥 그 말만 들어서는 별로 안 웃기지.”
“근데 왜 웃는데?”
“네가 겁나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 큭큭. 거기에 덤으로 상황도 웃겼고.”
“…….”
그 말에 김현우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평천대성은 피식 거리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손오공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
“그때 기억나냐? 나는 무슨 이제야 결전을 치르러 가는 줄 알았다니까?”
“큽.”
“거기다 더 웃긴 건 제자놈들이었지, 딱 술도 얼마 안 취했으면서 자기 스승한테 물건처럼 잡히더니 바로 술 취한 척하던데?”
“푸하하하하핫!”
손오공은 그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또 한번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터트렸고, 대충 그 이후로 손오공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던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탁치며 싶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손오공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아쉽냐?”
“또 뭐가?”
“아니,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수확하러 간다고 했었는데 기억이 없잖아? 이것 참 아쉬운 일이지.”
낄낄-!
김현우가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다르게 금세 그를 놀리는 것을 술안주로 대신하기 시작한 손오공과 평천대성.
김현우는 뭐라 말할까 순간 생각했으나 여기에서 괜히 반응하면 속 좁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았기에 그저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말을 대신하고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렇게 정신을 부여잡고나자 김현우는 진지하게 어제를 떠올리며 생각해 봤다.
‘아니, 내가 그렇게 한 방에 간다고?’
물론 김현우는 그동안 술을 많이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술을 배울 기회는 거의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없었으니까.
그는 학생일 때도 딱히 일탈을 할 만한 시간이 없었고, 20살이 되고 나서는 곧바로 군대에 갔었다.
물론 군대에 가서 동기나 선후임들과 나가서 그들에게 몇 번 정도 술을 얻어먹어 보기는 했으나 말 그대로 딱 그정도뿐.
허나 그렇다고 해도 김현우는 당시 술고래라고 불리던 선임과 술대작을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술에 강했다.
그렇기에 딱히 필름끊김 현상도 느껴본 적이 없었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던가 하던 숙취도 마찬가지로 그는 느껴보지 못했다.
물론 그것은 탑에 나와서도 마찬가지.
김현우가 탑 밖에 나오고 나서도 몇 번 술을 먹을 때는 있었으나 이렇게 필름이 끊길 정도로 먹어본 적은- 아니, 애초에 취할 정도로 마셔본 적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그에게 있어서 술은 그냥 쓰기만 한 음료 느낌이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기억이 안나네.”
그렇기 때문에 김현우에게 있어서 이 필름끊김 현상은 정말이지 신기하고 답답했다.
정말 단 하나의 기억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천대성과 손오공이 헛소리를 할 리가 없을테니 분명 기억이 나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김현우의 기억은 야차가 준 술을 마신 시점에서 끝났다.
그 뒤로는 자신이 야차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또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두 제자들을 데리고 나갔는지.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 하나의 기억도 나지 않았다.
“…….”
그렇게 얼마간 있었을까.
“후…….”
김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모두 털어냈다.
‘뭐, 어차피 기억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생각해 봤자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는 그냥 제자들이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xxx
김현우의 저택.
“……밤사이에 아주 친근해지신 것 같네요.”
김시현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숙취 해소제를 앞에 놓고 김현우를 바라봤고.
“좀, 친해졌지.”
김현우는 그런 김시현의 말에 답하며 자신의 양 옆자리를 차지하고 딱 붙어 있는 두 제자를 보며 평범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평범한 표정을 지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은 모습.
허나 김시현은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고 이내 그에게 숙취 해소제를 넘겼고, 김현우가 그것을 받으려는 순간-탁-!
그 옆에 있던 미령은 무섭도록 빠른 손놀림으로 김시현이 넘겨준 숙취해소제를 챙긴 뒤, 단 한 손만으로 곽안에 담겨 있던 숙취해소제의 알약을 빼낸 뒤,
“여기 있습니다 스승님.”
굉장히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김현우의 입 근처에 알약을 내밀었다.
“물도 여기에 있어요 사부님.”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김현우의 앞에 물을 들이미는 하나린.
김현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들이민 알약과 물을 집으려 했으나.
“드세요.”
“빨리요.”
“…….”
김현우의 손이 움직임과 무섭게 그의 손을 피해 조금 더 앞으로 가져다 대는 미령과 하나린.
그는 결국 떨떠름한 표정으로 미령과 하나린의 손에 있는 숙취약을 받아먹었고, 김시현은 그런 김현우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완전히 잡힌 것 같은 느낌이네.’
물론 두 제자와 김현우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으나 당장 김시현 앞에 일어난 일을 보면 약간 그런 느낌이 있었다.
어색하게 약과 물을 받아먹는 김현우의 양옆에 있는 미령과 하나린.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생글생글 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령과 하나린을 보며 김시현은 굉장한 위화감을 느꼈으나-
‘역시…….’
그녀들의 손이 김현우가 보이지 않은 뒤에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김시현은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으로 그 둘을 바라봤고.
“…….”
해소제를 먹고 나서도 자신의 양옆에서 은근히 자신의 시야를 넘어 수를 쓰고 있는 두 제자를 보던 김현우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 다 그만 좀 싸워라, 너희들이 싸운다고 서로 자리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아앗.”
“죄송합니다…….”
김현우의 말에 금세 얼굴을 붉히며 은밀한 손짓을 그만두는 미령과 하나린, 물론 평소라면 거기서 끝났겠으나 그녀들은 자연스레 은밀한 싸움에 쓰고 있던 손을 김현우의 팔을 껴안는데 썼다.
“…….”
양팔이 묶인 김현우.
그 모습을 보며 김시현은 은근한 웃음을 지으며 김현우를 바라보고는 이내 양옆에 있는 미령과 하나린을 바라봤다.
그녀들로서는 지금 상황이 더없이 행복한 것인지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김시현은 분명 어제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야차가 미령과 하나린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과, 또 이서연이 미령과 하나린을 데려다두고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물론 그도 아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으나 대충 일의 인과관계를 봤을 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건지는 알 수 있었다.
특히 김현우가 마지막에 취해 미령과 하나린을 들고 갔을 때 취한 척하고 그대로 끌려나갔던 제자들의 술잔.
그 술잔은 연회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새롭게 따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김시현은 눈치채고 있었다.
찌릿-!
김시현이 그 생각을 하며 묘하게 씁쓸한 웃음을 지음과 동시에 느껴지는 눈빛.
“…….”
그곳에는 미령과 하나린이 조금 전이 보여주었던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주 자그마한 움직임으로 김시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고.
“…….”
꼴깍-
김시현은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