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딱 대라 (2)
“이 정도면 설명이 되었겠습니까?”
탑의 최상층에 만들어진 성의 내부에서, 김현우는 자신을 헤르메스라 소개한 이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심마가 지금까지 진 빚을 받으러 왔다 이거야?”
“그렇습니다. 이해가 빠르시군요.”
“…….”
헤르메스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야.”
“왜 그러십니까?”
“왜 그놈의 부채를 왜 나한테 찾고 지랄이야?”
다짜고짜 나온 김현우의 욕설에 헤르메스는 순간 웃고 있던 미소를 경직시킨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인데? 그건 내가 진 빚이 아니라 그놈이 진 빚이잖아?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찾느냐 이거지.”
무척이나 당당하게 말하는 김현우.
그에 헤르메스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로 김현우를 바라보다 이내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제 설명이 부족해 이해를 잘못하신 것 같군요.”
“뭐?”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제가 부채를 받으러 온 것은 당신이라는 개인이 아닌 ‘탑의 주인’에게 부채를 받으러 온 겁니다.”
한마디로-
“애초에 저는 심마에게도 부채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이 탑의 주인, 그러니까 한마디로 ‘탑주’에게 받아야 할 부채를 받으러 온 겁니다. 이제 이해가 좀 되십니까?”
실실거리는 웃음을 지운 채 말하는 헤르메스.
김현우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지 고개를 숙였다.
잠시간의 침묵.
“쯧.”
곧 짧게 혀를 참과 동시에 고개를 든 김현우는 물었다.
“그래서 뭘 갚아야 하는데?”
“별것 아닙니다. 소모한 만큼의 마력을 업으로 치환해 주시면 됩니다.”
“……소모한 만큼의 마력을 업으로……?”
그가 인상을 찌푸리자 헤르메스는 자신의 옷 안에서 돌돌 말려있는 종이 하나를 꺼내들어 김현우의 옆에 있던 책상에 놓았다.
“자세한 것은 이 안에 써져 있으니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헤르메스는 김현우의 옆에 있던 노아흐와 아브를 돌아봤다.
“아무래도 제가 여기에 있는 건 여러분께서 이야기를 하는데 방해가 될 테니, 저는 삼 일 뒤에 다시 오는 것으로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계약이 잘 이행되기를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사라진 헤르메스.
마치 처음부터 여기에 없었다는 듯 느껴지던 기운과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김현우는 허 하는 웃음을 지었고, 그 옆에 있던 아브는 헤르메스가 두고 갔던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이건 무슨…….”
종이를 보자마자 터져나오는 아브의 중얼거림에 김현우는 물었다.
“왜 그러는데?”
“……이건 그냥 빚 정도가 아닌데요?”
그와 함께 시작된 아브의 설명.
김현우는 그 설명을 한동안 가만히 듣고 있다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한 마디로, 그냥 간단하게 정리해서 해석하자면 설계자가 돈을 한계까지 끌어다 쓴 상황이라 이거야?”
그의 말에 아브는 어렴풋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맞아요. 게다가 더 중요한건 그 계약기간의 만기가 바로 2주 전에 지났다는 거죠.”
“……이 새끼 존나 쎈 척하더니…….”
그냥 빚쟁이였네?
김현우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심마의 존재가치가 더더욱 낮아지는 것을 느끼며 두통이 일어난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곤 말했다.
“그냥 배 째면 안 되나?”
그의 말에 아브는 설명했다.
“……솔직히 저도 지금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게 바르다고 생각돼요.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게 사실이라면…….”
조금 전 사라졌던 헤르메스.
그는 김현우에게 빚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새로운 탑주가 된 것을 축하한답시고 이 탑과 무슨 계약을 어떻게 맺고 있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었다.
“뭐라고 했더라……? 관리기관?”
“네, 관리기관이요.”
이 탑, 그러니까 맨 처음 설계자이자 심마가 자신의 탐욕을 위해 만들었던 이 탑은 ‘관리기관’이라는 곳과 계약을 해 이 탑을 움직일 수 있는 마력, 그러니까 에너지를 얻는 대가로 일정 부분의 업을 지불하기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심마 이 새끼는 초반 빼고는 계속해서 업 지불을 미루면서 지가 다 처먹은 거고. 그치?”
“……그렇네요. 적어도 이 양을 보면 그냥 처음부터 안 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 새끼 처음부터 노리고 그냥 나한테 뒤진 거 아니야?”
-막상 호의호식하다 보니 빚이 감당이 안 돼서 그냥 뒈져 버린 거 아니냐고.
김현우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자 아브가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며
“……애매한 상황이네요. 만약 정말로 배를 째버리면 그쪽에서 더 이상 마력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마력 공급이 없으면 안 되나?”
“네?”
“아니, 생각해 보면 어차피 마력이 사용되는 이유는 각 계층에 문제가 있을 때 원래대로 돌리기 위한 마법진이 움직이는 거라며?”
김현우의 말에 아브는 대답했다.
“가디언의 말대로 그것뿐이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 이외에도 마력이 사용되는 부분은 많아요.”
“공급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당연하죠. 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마력공급이 끊긴다고 치면…… 아마 이 탑 전체가 멸망할 거예요.”
“……뭐? 멸망?”
“네, 멸망이요.”
“아니……마력 공급이 안 된다고 이 탑에 있는 계층들이 모두 멸망한다고?”
아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디언은 잘 모르겠지만 이탑은 무조건적으로 마력이 유통돼야만 제대로 탑의 기능이 돌아가도록 설계되고 또 만들어졌어요. 만약 그렇게 만들어진 탑에 마력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탑에 있는 계층들이 멸망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아니, 어떻게 멸망하는데?”
“그건 저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어요. 다만 확실한 건 ‘마력’이 끊긴 순간부터 이 탑에 존재하는 계층은 멸망을 위해 달려갈 거예요.”
무겁게 중얼거리는 아브.
김현우는 허, 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결국 선택지가 없다는 거 아니야?”
“그렇……죠? 저희 중에는 이 탑을 유지할 정도로 거대한 마력을 뽑아 낼 수 있는 기관이 없으니까요.”
“……그럼 탑을 얻으려면 빚을 갚아야 하는데, 그건 또 너무 비싸다며?”
“그것도 맞아요.”
“심마 이 개새끼.”
아브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심마 욕을 하는 김현우.
그렇게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할지 한참 동안이나 턱을 톡톡 두들기던 김현우는 이내 시선을 돌려 아브를 보곤 물었다.
“야.”
“네?”
“생각해 보니까, 너희들은 저 위에 있는 그 뭐냐…… 관리기관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있던 거야?”
그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애초에 이 탑의 위가 있다는 건 전혀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건 처음 제가 통괄자로서 이곳에 왔을 때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으니까요.”
아브의 단호한 대답.
노아흐는 살짝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아주 어렴풋이 위에 뭔가가 있다는 것은 깨닫고 있었네.”
“깨닫고 있었다고?”
“그래, 애초에 나는 이 탑을 제작한 제작자이니까 말일세, 물론 그 위에 있는 게 사실 관리기관이나 저런 사람인지는 몰랐네만…….”
노아흐의 말을 들은 김현우는 쯧 하고 혀를 차곤 말했다.
“이거 완전 개판이 따로 없네.”
이 탑의 탑주인 심마를 죽이고 이제 좀 평화롭게 살아보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설계자는 알고 보니 개 병신 빚쟁이 새끼였고, 또 다시 보니 그냥 갑을 관계에서 을을 담당하고 있는 병신이었다.
“에휴 씨발.”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욕설.
김현우는 그 상황에서 목재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생각을 이어나가는 듯하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려고요……?”
갑작스레 일어선 김현우를 보며 조심스레 묻는 아브.
그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야, 위에 아직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제대로 모를 길이 있다고 했지?”
“네, 그렇긴 한데…….”
김현우가 탑주의 자리를 얻고 아브와 노아흐가 최상층을 새롭게 지을 때, 아브는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모를 문을 하나 발견했었다.
“나 잠깐 어디 갔다 올 테니까 하던 거 하고 있어.”
그녀의 긍정에 김현우는 곧바로 말하고 움직이는 김현우.
“아, 아니 가디언! 갑자기 가셔서 어쩌시려고요!? 거기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니까요?!”
그에 아브는 그런 김현우를 만류하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그는 아브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빚을 지고 살아? 그것도 거의 평생?’
그건 절대 안 될 말이었다.
김현우는 누군가한테 빚지는 것은 뒤져도 싫었고, 그것이 일방적인 을에 가까운 관계라면 그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아브의 만류를 무시한 채 탑의 위로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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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는 아주 예전,
그는 자신이 ‘탑주’가 되기 이전을 생각했다.
최하층의 구더기 소굴에서 살면서 아직 제대로 전투라는 것을 제대로 치르지도 못했을 때의 기억.
그때의 그는 ‘구더기’라고 불렸으며,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한 인생이었다.
허나 그가 살고 있는 세계에 탑이 생기고 나서, 그는 본격적으로 바뀔 수 있었다.
알량한 힘으로 탑에 들어간 그는 구더기라는 신분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힘을 키울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는 탑을 오르며 자신의 힘을 더욱더 키울 수 있었다.
그래, 더욱더.
층계를 오르면 오를수록 그는 더더욱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고 그가 탑의 중앙층을 넘었을 때, 더 이상 그를 얕보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상태에서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탑을 올랐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다.
계속해서.
이미 자신의 신분은 완전히 세탁이 끝났고, 더 이상 구더기로 부르는 일은 없어졌으나,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탑을 올랐다.
수많은 이들이 혐오했고.
수많은 이들이 평범하게 보는 것을 넘어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경외하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는 끊임없이 탑을 올랐고, 마침내 탑의 주인에게 도달해 그를 죽이고 자신이 직접 탑주가 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칭송받고, 그 누구에게도 두려움의 존재로 남을 수 있는 탑주가.
그렇기에 그는 탑주로서 지내며 굉장한 만족감을 느꼈고, 자신이 구더기일 때의 시절을 기억하지 않았다.
“…….”
그래,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네 녀석은 뭐냐?”
최하층에서는 ‘구더기’라 불렸고.
중층에서는 ‘걷는 자’라고 불렸으며.
탑주의 자리를 계승한 지금에는 ‘계승한 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왕좌에 앉아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굉장히 느긋해 보였으나, 한 편으로는 굉장히 짜증이 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고.
이내 그- 아니 김현우는.
“너, 관리기관에 소속된 놈이냐?”
그렇게 말하며 계승한 자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