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딱 대라 (3)
“내가 관리기관에 소속되어 있다고?”
김현우의 물음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는 계승한 자.
그는 자신의 애검을 불쾌하다는 듯 만지작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헛소리하지 마라. 광견.”
“뭐? 광견?”
김현우의 표정이 노골적으로 찌푸려지자 계승한 자는 입가에 조소를 만들어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너를 표현하기에 이토록 좋은 단어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지? 이 탑에서 올라온 것도 아닌, 다짜고짜 다른 곳에서 흘러들어와 이 탑의 탑주인 나에게 그 차이도 느끼지 못하고 무례하게 입을 놀리고 있지 않은가?”
계승한 자의 말.
김현우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곧 무엇인가가 생각난 듯 살짝 고개를 저은 그는 원래 하려던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너는 관리기관은 알지도 않고 딱히 뭔가 관계가 있지도 않다 이거네?”
김현우의 되물음.
그에 계승한 자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너 같은 광견에게 정보를 공유할 생각은 없다.”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 없어? 뭐야, 그럼 조금은 알고 있다는 거네?”
“그게 네 녀석과 무슨 상관이지? 내가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든 이 정보가 네게 넘어가는 일은 없을 텐데? 아니-”
스르릉-
“오히려 네 녀석은 다른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뭘 걱정해야 하는데?”
“그야 당연히 네 목숨이지. 설마 왕의 어전에 그딴 흙발로 들어왔으면서 멀쩡하게 살아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계승한 자의 몸에서 마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용오름을 하듯 웅장한 소리를 내며 터져 나오기 시작한 마력.
곧 그의 몸에 터져 나온 마력은 순식간에 계승한 자의 몸을 감싸며-
“갑웃?”
-검은색의 갑옷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빛도 투과할 수 없을 것 같은 칠흑의 갑옷이 평상복 상태의 그의 모습을 덮어나가며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몇 초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온몸에 갑옷을 뒤덮은 그는,
“네 녀석이 어디서 온지는 모르겠지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광견.”
이내 김현우에게로 검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마치 검은 색의 마력이 망토처럼 휘날리고 있는 계승한 자의 모습.
그에 김현우는 피식 하는 웃음을 짓고는 이야기했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뭐긴 뭐야, 쓸데없이 힘 빼기 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거지.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정보 하나도 제대로 못 듣고 너만 신나게 쥐어 패주고 가는 건 내 에너지 손실이 너무 크잖아?”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고.
“자 그럼-”
“!!”
“좀 맞고 시작해 보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그의 갑옷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xxxx
그곳은 무척이나 신기한 곳이었다.
보이는 것은 그저 새하얀 공간.
어디가 위인지, 혹은 또 어디가 아래인지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그곳은 확연한 백색의 공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백색의 빛으로 꽉 차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곳이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라면 이 안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건물은 처음부터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
그 새하얀 공간에는 관저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하얀색의 인테리어를 위주로 만들어진 관저.
그 관저를 기준으로 마치 새하얀 공간이 만들어져 있는 착각에 빠질 것 같을 정도로 그 관저는 위아래가 제대로 구분가지 않는 그곳에서 확실히 경계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관저의 안쪽.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새하얀 관저 깊숙한 방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한 명은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도착했습니다.”
바로, 조금 전까지 김현우의 앞에서 그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 주었던 헤르메스였다.
그는 백색으로 넘긴 올백의 머리를 한번 만지며 슬쩍 고개를 숙였고, 그에 상석에 있던 남자는 손짓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권했다.
슬쩍 고개를 숙이며 남자의 앞에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은 헤르메스.
그는 이내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최후통첩을 전했습니다.”
“잘했네. 처음에 조금 과하게 상납을 한 것 때문에 너무 오래 보고 있기는 했지.”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슬쩍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헌데, 조금 상황이 바뀐 것 같습니다.”
“상황이 바뀌다니?”
그의 물음에 헤르메스는 조금 전 자신이 보았던 상황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그 말을 담담히 듣고 있던 남자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예, 아무튼 말씀하신대로 최후통첩을 전하긴 했지만.”
“뭐, 그렇겠군. 그쪽에서도 날벼락을 맞은 상황일 테니…….”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턱을 몇 번 정도 쓰다듬고는 곧 특이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좀 특이하군. 분명 오랫동안 연체가 밀린 탑은 이번에 마지막으로 추가된 51번 탑이 아니었나?”
“맞습니다.”
“그런데 51번 탑의 탑주가 바뀌었다고? 그것도 계승이 아니라 소멸로?”
“정확한 정황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인가관계를 따져봤을 때 그럴 확률이 농후합니다.”
헤르메스의 막힘없는 대답.
그에 남자는 몇 번이고 턱을 문질거리며 생각하곤 이내 피식 웃었다.
“신기하군.”
“……무엇이 말씀입니까?”
“51번 탑주가 죽은 게 말일세, 자네도 알지 않는가? 애초에 51번 탑주는 다른 탑주와는 다르다는 걸.”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가 생각하기에도, 51번 탑의 탑주는 다른 탑주들과는 그 시작점이 아예, 라는 말을 붙여도 될 정도로 완전히 달랐다.
‘……완전히 예외이기는 하지.’
애초에 1번부터 50번까지 모든 번호가 붙어 있는 탑은 맨 처음부터 만들어진 탑을 ‘분양’한 것에 비해 51번 탑은 51번의 탑주가 직접 만들고 난 뒤 마력 공급 계약만을 따로 딴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생각해 보면 51번 탑주는 절대로 바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51번 탑을 담당하고 있는 탑주가 다른 탑주들보다도 월등히 강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헤르메스는 전투원이 아닌, 남자의 통신을 주로 맡고 있는 통신원이었으나 51번 탑주가 어느 정도 강한지는 그를 몇 번 만나는 것으로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확실히, 그 강함은 규격외라고 지정할 만하지.’
헤르메스는 홀로 생각하고는 남자를 바라봤다.
아직도 무엇인가를 고민하듯 턱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남자.
그에 헤르메스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면 뭔가 따로 조치를 취하실 겁니까?”
“조치 말인가?”
“그렇습니다.”
헤르메스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남자.
허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지. 애초에 그가 잘 갚기만 한다면 말일세. 애초에 우리 일이 그렇지 않은가? 마력을 빌려주고, 그에 합당한 값을 받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 아닌가?”
남자의 물음에 헤르메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맞긴 합니다만…….”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는 겐가?”
“……이번에 새로 바뀐 51번 탑주는 이전 탑주의 부채를 자신이 값는 것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더군요.”
헤르메스의 말.
남자는 그의 생각을 읽듯 이어 말했다.
“그런데 게다가 기존 51번 탑주를 소멸시킬 만큼의 무력도 있으니 문제가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겐가?”
“……어찌 보면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네. 확실히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하는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애초에 자네가 생각하는 일은 그 친구가 아주 조금의 생각이라도 있다면 저지르지 않을 일일세.”
-아주 간단한 상식선의 문제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와는 반대로 그가 최후통첩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오히려 우리가 제재를 가해야 하겠지만…… 그거야 원래 있던 매뉴얼대로 행하면 되는 내용 아니겠나?”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했다.
xxxx
50번 탑의 최상층.
마치 거대한 왕궁처럼 꾸며놓은 50번 탑의 최상층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굉장히 깨끗했다.
조화롭게 만들어놓은 인테리어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았으며, 성 밖의 조경들은 보기만 해도 왕의 권위를 자연스레 올려 줄 정도로 훌륭했다.
그래, 조금 전까지는.
“크악!”
계승한 자의 몸이 크게 붕 뜨며 잘 왕국의 외벽을 박살 내고, 그 뒤를 이어 조경해 놓은 꽃밭을 등으로 시원하게 갈아버린다.
그에 계승한 자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완전히 개박살이 난 꽃밭에서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야, 너무 느린 거 아니냐?”
“!!”
계승한 자는 자신이 몸을 미처 전부 일으키기도 전에 바로 앞에 도착해 있는 김현우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꽈아아앙!
“끄에엑!”
그와 함께 또다시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었다.
배에 묵직한 일격이 들어가 계승한 자의 갑옷이 사정없이 찌그러지고, 이미 그가 쓰고 있었던 멋진 투구는 개박살이 난 채 왕궁 어딘가를 맴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계승한 자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린치를 가하고 있는 김현우를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뭐냐! 이 녀석은 대체!’
“끄악!”
계승한 자는 분명 처음 김현우를 만났을 때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을 느꼈었다.
분명 상당하지만 자신과 비교했을 때는 어느 정도 흠이 있는 마력.
그렇기에 계승한 자는 그의 실력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미친. 잠깐! 크하아악!!”
김현우는 그의 예상을 가볍게 넘어 설 정도로 강했다.
빠아악!
“끄아악!”
김현우에게 머리채를 잡혀 꽃밭 한가운데에서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잡게 된 계승한 자가 어떻게든 김현우의 손아귀에서 떨어지기 위해 발악을 해보려 했으나-빠악!
그의 머리에 들어오는 니킥에 그는 몸을 비트는 것 대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빠악! 빠아악! 빠아아아악!
“자……잠깐! 잠깐!!!”
계속되는 김현우의 린치에 계승한 자는 그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비틀었으나.
“어? 어어? 야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더 아파.”
빠아아악!
“끄아아악”
“아니, 움직이지 말라니까? 일부러 적당히 아픈 데만 때리는데 움직이면 한 방에 골로 간다니까 그러네.”
“제발 그만……! 그만해!!”
계승한 자의 비명.
그러나 김현우는 그저 피식 하는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주먹을 휘두를 뿐이었고,
“그……그만! 그만해! 그만해!! 다 말해줄 테니까 제발 그만!”
마침내 참다못한 계승자의 입에서 그 소리가 나오는 순간.
“그래! 그렇지! 진작 그렇게 말하면 너도 얼마 안 맞고 나도 힘 조금 덜 쓰고, 얼마나 좋아?”
김현우는 조금 전까지 계승한 자를 패고 있었다는 게 거짓말이었다는 듯 그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계승한 자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고.
“자, 그럼 이야기를 들어 보실까?”
이내 김현우는 그런 계승한 자를 보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