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딱 대라 (4)
탑의 최상층에 있는 거대한 성.
노아흐와 아브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성 2층에 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에휴.”
이내 한동안 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브는 진한 한숨을 내쉬며 노아흐를 바라봤고, 이내 그 옆에서 그녀와 별반 다를 것 없던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걱정이로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둘이 바라보고 있는 문.
그것은 바로 아브가 얼마 전에 발견했던, ‘출구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문’이었다.
물론 출처를 알 수 없는 것이 최상층에 존재해 봤자 별로 좋을 것이 없었기에 아브는 그 문을 보자마자 없애버리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그 문은 아브가 없앨 수 없었고, 그렇기에 놔둔 것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들어가 버릴 줄이야.”
아브는 몇 번이나 내쉬었는지 모를 한숨을 다시금 내뱉으며 아까 전의 장면을 회상했다.
헤르메스가 찾아오고 나서 이야기를 몇 번 나누더니 정보를 얻어오겠다고 말한 김현우는 아브와 노아흐가 말릴 시간도 없이 이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도대체 출구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모를 저 문으로.
“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막상 그렇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군.”
“네……?”
“뭐, 결국 아무리 걱정해도 김현우는 우리 중에서는 가장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뭐, 그건 사실이지만.”
“물론 나도 걱정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네만, 그래도 너무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군…….”
-뭐 애초에 그가 죽는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상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더 맞는 말이네만.
노아흐는 그렇게 말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사실 그것보다도, 나는 이 ‘위’에 대한 존재가 더 충격적이군.”
“……’위’의 존재?”
“그렇네. 자네도 자네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이 세계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보다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네.”
-나는 상당한 세월은 살아서 세계의 변화를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말일세.
“그런데 이 세계를 제외하고도 다른 세계가 있다라…….”
노아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복잡한 표정으로 마력이 흘러들어오고 있는 성 중앙의 동력구를 바라봤고, 아브는 그런 그를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저도 좀 충격이네요. 뭐, 저 나름대로 한때 지금 제가 존재하는 차원 말고 다른 차원이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정말 있을 줄은…….”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브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대답했다.
“아, 그런데 제작자는 이미 맨 처음 탑을 만들 때 위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했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뭐, 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이지 않나? 내 경우에도 그런 것이지.”
노아흐와 아브는 그렇게 김현우가 들어간 문 안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50번 탑에서는.
“…….”
“…….”
김현우와 계승한 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왕궁의 천장은 부서져 있었고, 왕성의 뷰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조경도 완전히 개 박살이 나있었으나 계승한 자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고.
“흐음…….”
김현우는 반쯤 부서진 탁자에 손을 올리고서 곰곰이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몇 번이고 고개를 혼자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자, 그럼 우리 한번 해보자, 지금부터 나는 내가 들었던 말을 쭉 정리해서 말할 건데 내가 이해한 게 틀렸으면 보충설명을 해주면 되고, 그게 아니면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거야. 오케이?”
“……알겠다.”
김현우의 말에 힘없이 대답하는 계승한 자.
‘도대체 왜 내가 이런 꼴을…….’
물론 대답하는 와중에도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괴감이 흘러넘쳤으나, 그는 곧 김현우가 하는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 맞으려면 제대로 대답해야 했으니까.
“자, 우선 맨 처음으로 너는 관리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총 51개의 탑 중에서 50번의 탑주를 맡고 있고. 본명은 ‘계승한 자’가 아니라 ‘지크프리트’라 이거지?”
“맞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김현우의 말에 긍정하는 지크프리트.
김현우는 곧바로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관리기관이랑은 마력 공급 계약을 맺었고?”
“맞다. 하지만 그건 아까도 말했다시피 내가 맺은 게 아닌 전의 탑주가 관리기관과 맺었던 계약이다.”
“탑을 돌리기 위해서?”
“맞다.”
지크프리트의 대답에 김현우는 또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채점표 하나에 동그라미를 치곤 이어 말했다.
“그렇게 마력 공급 계약을 해서 탑을 돌리는 이유는? 다들 제각각이라 이거지?”
“맞다.”
“어떻게 제각각인 걸 알지?”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것 같은 김현우의 말투에 지크프리트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괜히 한마디 했다가 더 맞는 건 싫었기 때문이었다.
“……탑주 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탑주 회의?”
“그래, 나도 탑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는 두 번 정도밖에 얼굴을 내비친 적이 없긴 하다만 대충 1년 기준으로 한 번씩 관리기관에서 탑주 회의를 연다. 뭐, 실제로는 회의라기보다는 연회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며 말을 줄이는 지크프리트.
“그럼 거기에서 대충 정보를 얻었다 이 말이지?”
“그렇다. 뭐 몇몇 탑주들은 참여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회의가 있다고 하면 꼭 참여하는 편이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김현우는 물었다.
“이유는?”
“……이유라니?”
“탑주들이 회의에 참여하는 이유 말이야.”
“그게 딱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지는-”
지크프리트는 그렇게 말하려다 김현우의 눈이 가늘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아마 대부분이 정보교류와 친목회…… 그리고 대충 파벌 나누기 같은 느낌이 조금 강한 것 같군.”
“파벌 나누기? 그건 또 뭐야?”
“……나도 잘 모른다.”
“……정말?”
“저, 정말이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애초에 나는 탑주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냥 서로 편을 가르고 견제하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지크프리트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고개를 끄덕거리곤 말했다.
“그 외에 네가 말했던 게 또 뭐가 있었지?”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선에서의 대답은 전부 다 해준 것 같은데. 유감이지만 내가 이 이상 알고 있는 것은 없다.”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듯 양손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을 본 김현우는 앞서 말했던 내용을 정리하곤 말했다.
“지금 말해준 것 외에는 또 말해줄 거나 그런 건 없냐?”
“……없다. 몇 번이나 말했다시피 나는 애초에 원래 탑주를 밀어내고 탑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기관에 대해서는 딱히 아는 게 없다. 애초에 관리기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도 없고 말이다.”
“왜?”
“어차피 이야기해 봤자 좋을 게 단 하나도 없으니까.”
“이야기해 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건 무슨 소리야?”
김현우의 물음에 지크프리트는 김현우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말 그대로의 이야기다. 관리기관은 탑주들에게 있어서는 거의 갑의 위치다. 애초에 탑을 돌리기 위해서는 관리기관에서 공급해 주는 마력이 필요하니까.”
“아, 한마디로 괜히 흉봤다가 밉보이면 뭔가 불이익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 말 못한다, 뭐 이런 거야?”
“…….”
지크프리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김현우는 그것을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이고는 중얼거렸다.
“완전 독과점 형태로 지들 내키는 대로 해 처먹고 있나 보네.”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문 김현우.
그에 지크프리트는 김현우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왜?”
“너는 대체 누구지? 도대체 어디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거냐? 적어도 내가 느낀 마력으로 너는 내가 있는 탑을 올라온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지크프리트의 물음.
그에 김현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나도 탑주야.”
“……탑주라고?”
“그래.”
김현우의 긍정에 지크프리트는 내심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의 싸움에서 봤던 그의 힘은 확실히 규격 외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곧 또 다른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김현우의 무력에 대한 의문.
지크프리트는 분명 탑주의 자리를 차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의 무력은 그래도 탑주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는 됐다.
그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마치 자신을 애 다루듯 가볍게 가지고 놀았다.
그야말로 엄청난 무력.
그렇기에 지크프리트는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온 탑주지?’
그는 저번에 열렸던 탑주 회의를 생각하며 그때 보았던 얼굴을 하나둘 기억해 봤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김현우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탑주인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조금 이상했다.
그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탑주가 갑작스레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서 이렇게 관리기관에 대해서 일일이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니까.
애초에 관리기관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이들은 맨 처음 탑을 받았던 탑주들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잠시 고민을 거듭하던 지크프리트는 이내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서 또 한번 질문을 시작했다.
“……혹시 탑주가 된 게 최근인가?”
“이제 일주일 좀 안 된 것 같은데?”
“……혹시 네가 탑주가 되기 전 탑주의 이름을 알 수 있겠나?”
지크프리트의 물음에 김현우는 일순 귀찮음을 느끼기는 했으나 그의 얼굴을 슥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심마다.”
“……심마?”
“아, 다른 애들을 그놈을 형체 없는 자라고 하던데, 원래 알고 있는 놈이냐?”
김현우의 물음.
그에 지크프리트는 두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뜨며 말했다.
“네, 네가 소유하고 탑의 전 탑주가 혀……형체 없는 자라고?”
깜짝 놀란 것 같은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는 지크프리트.
그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계승받은 건가? 아니면 소멸시킨 건가?”
“계승은 또 뭐야?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당연히 조지고 빼앗은 거지. 그 이외에도 탑을 빼앗을 방법이 있나?”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여는 김현우.
그에 지크프리트는 떠억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벌리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네가 형체 없는 자를 죽였다 이거냐?”
“……똑같은 걸 몇 번이나 물어봐? 그놈이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몇 번이나 계속되는 똑같은 물음에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자 지크프리트는 당연하다는 듯-
“당연한 것 아닌가? 그는 적어도 탑주 회의에 나오는 탑주들 중에서는 거의 최상위권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뭐?”
-그렇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