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시비 걸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줌 (2)
“내 이름을 알고 있어?”
김현우의 물음에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채 정장을 입고 있는 여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희 관리기관과 계약을 맺고 있는 51번 탑주님이시니까요.”
그 말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나한테 인사를 한 이유는?”
“저는 이곳을 처음 방문하신 탑주님들께 이 탑주회의가 대충 어떤 식으로 주최되고 있는지 안내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내어주시면 처음 이 탑주회의에 참석하신 김현우님께 대략적인 정보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괜찮으신지요?”
그녀의 물음.
그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그럼 감사히 탑주님의 시간을 받아 탑주회의에 대한 유래와 주최 의도에 대해 설명을…… 예?”
“필요 없다고.”
김현우의 말에 슬쩍 놀란 듯 눈을 뜨는 여성, 그녀는 침착하게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필요 없어.”
김현우는 딱 잘랐다.
애초에 김현우는 이다음부터 딱히 탑주회의에는 참가하고 싶지도 않았고, 어차피 그는 이 자리에서 친목을 얻자고 온 것이 아닌 사람을 찾으러 왔을 뿐이었으니까.
‘데블랑이라고 했나?’
김현우는 시선을 돌렸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딱 봐도 평범하게 보이는 인간,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적어도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수인 같은 모습.
-구워어어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은 그냥 괴물.
‘딱 보기만 해서 데블랑이라는 녀석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역시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김현우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시선을 돌려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그녀를 향해 손을 휘적거렸다.
“여기 계속 있을 필요 없어, 설명 안 들을 거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의 손짓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리는 여성.
“아.”
그러나 여성은 몸을 돌리기 직전 김현우의 입가에서 터져나온 탄성에 다시금 그를 돌아보았고.
“야,”
“혹시 여쭈실 거라도?”
“너 탑주들 이름 다 알고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저는 이 탑주회의의 관리대행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 참 잘됐네.”
“네?”
“너 혹시 데블랑이라는 이름 가지고 있는 탑주가 누군지 좀 알려줄 수 있어?”
“데블랑……?”
여성이 김현우의 말을 듣고는 되묻고는 그가 말했던 데블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탑주를 생각하고 있을 때쯤.
“……이건.”
관리기관의 안쪽에서는, 헤르메스와 남자가 붉은 돌을 놔두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도무지 어디에서 이런 것을 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이 붉은 돌 안에 담겨 있는 업은 진짜 업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몇 번이고 붉은 돌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아무리 봐도 맞는 것 같긴 하군.”
그러나 석연찮은 표정으로 붉은 돌을 바라보는 남자.
헤르메스는 석연찮아 보이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그가 말하기를 차분하게 기다렸고, 그사이에 남자는 몇 번이고 붉은 돌을 만지작거리며 확인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신기하군.”
문득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헤르메스는 슬쩍 고개를 갸웃했다.
“신기……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신기해, 무척이나 신기하군. 굳이 무엇이? 라고 물어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부 다 신기하군.”
“…….”
그의 말을 가만히 듣는 헤르메스.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이 돌의 출처부터가 굉장히 신기하군. 자네도 느꼈겠지? 이건 세공한 상태의 업이 아니야.”
“……그것은 저도 가지고 오면서 슬쩍 확인하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사실 헤르메스도 그 부분을 굉장히 신기하게 여겼다.
분명 돌 안에서 느껴지는 업의 기운은 세공을 한 것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저 붉은 돌은 탑주인 김현우가 따로 세공한 돌이 아닌, 원래부터 저 작은 돌멩이 하나에 저런 엄청난 업이 들어 있었다는 소리였다.
“……절대로 탑에서 이런 업을 만들지는 못하지.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
“그렇다고 해서 다른 경우의 수를 상정해 봐도…… 탑주가 그 짧은 시간에 이 돌을 얻는 것 자체도 신기하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몇 번이고 붉은 돌을 바라보았고,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헤르메스는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한번 뒤를 캐볼까요?”
“뒤를 캔다…….”
“예, 맡겨주시기만 하면…….”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그렇습니까.”
“그래, 어차피 뒤를 캐서 그가 어디서 업을 얻었는지 알아서 무엇을 하겠나? 결국 우리야 그에게 대금을 넘겨받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거지.”
“뭐, 그 말이 맞기는 합니다만.”
“명심하게 헤르메스. 우리가 움직여야 할 상황은 딱 두 가지뿐이야. 처음 한 가지 상황은 바로 우리가 받아야 할 대금을 한계기일까지 받지 못했을 때, 그리고 두 번째 상황은 탑주 중에 우리 관리기관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할 때뿐일세.”
“명심하겠습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남자.
그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붉은 돌을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히 궁금하기는 하군. 도대체 이제 막 탑주가 된 자가 어디서 이런 돌을 구했는지.’
물론 남자의 머릿속에는 은근히 걸리는 곳이 한두 곳 정도 있기는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막 탑주가 된 51번 탑주가 그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상했다.
‘……뭐,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의할 필요는 있겠군.’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주머니에 붉은 돌을 집어넣었고, 이내 헤르메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번 탑주회의는 어떻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총 51명의 탑주 중 참가한 이들은 45명으로, 저희가 주시하고 있는 ‘탐왕’을 포함한 여섯 명은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이번에도 그 여섯 명은 불참인가.”
“그렇습니다.”
“뭐, 별수 없지, 그들은 신경 쓰지 말도록 하게. 어차피 탑주회의에 나온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보다 새로운 탑주는 회의에 참가했나 보지?”
“예, 이번 탑주회의에 참가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주최자에게 회의에 대한 가벼운 내용을 소개 받은 뒤, 각 파벌에서 그에게 밑밥을 깔고 있을 겁니다.”
“흐응, 그런가?”
“예. 그도 그럴 것이 51번의 전 탑주는 어느 파벌에도 속해 있지 않아 파벌의 힘이 동등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어디다 뜻을 둘지 모르는 놈이 들어왔으니 밑밥을 깔 것 같습니다.”
“그쪽도 정말 쓸데없는 파벌싸움에 힘을 사용하는군.”
한심하다는 듯한 뉘앙스가 깃들어 있는 남자의 말.
그에 헤르메스는 대답했다.
“뭐, 그래도 탑주의 신분인 그들에게 파벌싸움은 중요합니다. 자신들의 파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들이 상대편을 찍어 누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상대편을 찍어 누를 수 있다면 이득을 볼 수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 파벌은 굉장히 중요한 무기가 되지 않습니까.”
헤르메스의 말에 남자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창문을 봤다.
창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어디가 위인지도, 혹은 아래인지도 모르는 무(無).
그 공간을 바라보며 남자는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를 눈빛으로 한동안 창밖을 바라봤다.
xxxx
“데블랑……말씀이십니까?”
“그래.”
김현우의 긍정에 그녀는 순간 머릿속을 뒤져 탑주 중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는 시간. 허나 시간이 상당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뭐야 모르는 거야?”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김현우가 결국 기다리지 못하고 질문하자 여성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혹시 그 데블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를 탑주 중에서 찾으시는 건가요?”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탑주 중에서 찾는다고.”
김현우의 긍정에 여성은 또 한번 머리를 굴렸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머릿속에 데블랑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탑주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나?’
그녀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탑주회의를 대리로 주최하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당장 이 회의에 참가하는, 혹은 참가할지도 모르는 탑주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모두 외우고 있었다.
그뿐이랴? 그들이 탑에서 어떻게 불려왔는지도 알고 있었고, 또 그 이전에는 어떤 별명으로 불렸는지 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김현우가 말했던 ‘데블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를, 여성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을까.
여성이 은근히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자 김현우는 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더니 손짓을 했다.
“거, 딱 봐도 모르는 것 같구만,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지.”
“그게 아니라…… 저는 분명히 탑주분들의 이름과 별명을 모두-”
“그럼 데블랑이 누구냐니까?”
김현우의 물음에 다시 입을 닫는 그녀.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연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
김현우는 연회장에 있는 탑주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무슨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지 모를 표정으로 마치 탐색을 하듯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들.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였고.
인간과 비슷한 수인도, 그리고 그보다 더한 괴물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하나같이 얌체 같은 눈을 하고는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쯧.”
김현우는 그 시선을 느끼며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는 본능적으로 피곤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김현우의 경험상 눈치를 보며 당장의 득실을 구분하는 놈들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삶을 통계로 알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그런 놈이 한둘도 아니고 이 연회장에 있는 이들 거의 전부라는 것도 문제였다.
그렇게 연회장 내에 불편한 침묵이 오가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참이나 탑주들을 보며 고민하던 김현우는 이내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 당장의 득실을 얻기 위해 열심히 눈치를 보고 있는 이들과 대화해 봤자 피곤해질 거라는 것을 곧바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곧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탑주들을 보며 불현듯 왼손을 번쩍 올렸다.
그와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는 탑주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현우는 이내 피식 하고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했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데블랑’이라는 이름이나 별명을 가지고 있거나 혹시 아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손 좀 들어봐.”
그런 김현우의 말과 함께 찾아온 연회장의 침묵.
아까 전과는 다르게 분위기가 싸해질 정도로 조용해진 연회장속에서-
“이것 참 당돌한 놈이네.”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