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
3
003. 튜토리얼 탑의 고인물(3)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튜토리얼 탑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 심심해.”
한국 헌터 협회 소속 직원이자 D급 헌터이기도 한 그. 이천명은 자신의 옆에서 서류판을 보고 있는 신입 사무원을 보며 물었다.
“뭐 해?”
“아, 튜토리얼 탑에 들어간 인원들 명단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이상한 거?”
“네.”
“뭔데?”
“이거요.”
사무원은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판을 넘겨주었고, 이천명은 사무원이 넘겨 준 서류판을 보고는 말했다.
“딱히 이상한 데 없는데?”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어느 부분이?”
“여기 김현우라는 사람이요. 분명 이번 15회차에 들어간 사람들이 지금으로부터 약 10개월 전인 2018년 7월경 탑에 들어갔잖아요?”
사무원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서류철 제일 위에 쓰여 있는 이름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말했다.
[2006.2.21. / 24세 / 김현우]“근데 지금 이 최상단에 올라와 있는 헌터는 애초에 년도부터가 다른데요?”
“아, 이거?”
사무원에 물음에 그는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 피식 웃더니 이내 서류판을 사무원에게로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
“그거 정상이야.”
“네?”
“정상이라고, 너 혹시 ‘고인물’ 몰라?”
“고인물이요?”
“그래, 이번에 ‘헌터를 알다’에서 한국 소속 길드장들이 이야기했었잖아?”
이천명의 말에 사무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 사람 말하는 거죠? 우선 밖에 빠져나오기만 한다면 무조건 확정으로 A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그 사람.”
“그래.”
“……어? 그럼 설마 이 위에 써져 있는 게……?”
사무원이 묻자 이천명은 피식 웃었다.
“맞아 그 길드장들이 말하는 고인물이지.”
“와, 진짜 고인물이 있었구나.”
사무원의 새삼스러운 감탄사에 그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왜, 없는 줄 알았냐?”
“아니 뭐, 저도 듣기는 해서 있는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명단에 적혀 있는 걸 보니까 뭔가 실감이 나서요.”
사무원의 말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나도 처음 여기 근무할 때는 그게 굉장히 신기했는데. 시간이 좀만 지나면 그 고인물이라는 사람이 엄청 불쌍하게 느껴질걸?”
“……불쌍하게 느껴진다고요?”
사무원의 되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녀석이 탑에 들어간 날을 봐. 2006년이지? 그 녀석은 지금 12년 동안 그 탑 안에서 갇혀 있는 거라고, 그 아무것도 없는 탑 안에 말이야.”
“…아.”
이천명의 말에 그는 그제야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천명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헌터들은 탑 안에 들어가면 자신의 능력이 성장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멈춰, 식욕도 못 느끼고 수면 욕구도 못 느끼지. 거기에 덤으로 나이도 안 먹어.”
“나이도요?”
“그래, 사람이 튜토리얼 탑 안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탑 안에 들어간 사람들의 시간은 멈춰 버리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한번 생각해 봐.”
그는 그렇게 말하고 한번 뜸을 들인 뒤, 사무원을 보며 말했다.
“그는 수면욕도 식욕도 나이도 안 먹는 세상에서 12년 동안 있는 거야. 아무런 유흥이나 오락거리 없이, 그저 탑을 빙빙 돌기만 하면서.”
이천명이 그리 말하자 사무원은 뭔가 생각하는 듯한 체스쳐를 취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하신 말씀이 조금 이해가 되기는 하네요.”
그의 말에 그렇지? 라고 답하며 피식 웃음을 짓던 이천명은 이내 시선을 돌렸고,
“어?”
분명 조금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생겨있는 균열을 볼 수 있었다.
하얀빛을 내며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균열.
“헉! 저거 출구 열린 것 맞죠?!”
“야, 빨리 협회 소속 인원들 호출해, 지금 날짜 확인하고 바로 상부에 전화해서 보고서도 올려.”
“네 알겠습니다……!”
이천명의 말을 들은 사무원은 곧바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일렁거리는 문 안에서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남자.
“내가 빠져 나온 건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멍하니 주변을 돌아봤다.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본 이천명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서류판을 들고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축하드립니다. 튜토리얼 탑에서 빠져나오셨군요.”
“내가 정말로 빠져나왔다고?”
이천명의 말을 듣고도 몇 번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쓴웃음을 지은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사람이 종종 있기는 하지’
그 지옥 같은 튜토리얼 탑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 게 믿기지 않는 듯, 정말로 몇 번이나 주변을 돌아본 그는 이내 현대로 돌아왔다는 확신이 생긴 듯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씨발!”
“!?”
“내가 돌아왔어! 내가 돌아왔다고!!!”
‘이거 미친놈 아니야……?’
갑작스레 욕설을 내뱉으며 외치는 남자의 모습에 이천명은 당황했으나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선 이름을 말해주시겠습니까? 튜토리얼 탑에 들어간 인원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신원확인을 하게 되어 있어서요.”
남자가 다시 외치기 전에 선수를 친 이천명은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 판을 그에게로 슬쩍 들어 올리며 추가로 말했다.
“물론 신원확인이 전부 된 뒤에는 지금 상황에 대한 설명도 전부 해드리겠습니다.”
이천명의 말에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서류 판을 본 남자는 이내 찢어질 듯한 미소를 입가에 걸며 그를 바라봤다.
“김현우, 내 이름은 김현우다.”
“네 잠시만요.”
자신을 김현우라 소개한 남자의 말에 이천명은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 판을 들여다보며 그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
이번 튜토리얼 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총 382명의 이름 중에서 ‘김현우’라는 이름을 찾던 이천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름이 김현우가 맞으십니까?”
“맞아.”
‘…이 새끼는 왜 반말이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남자의 말에 이천명은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이내 크게 내색하지 않은 체 서류판을 들여다보았다.
허나 이천명은 곧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름이…… 없는데?’
서류판을 몇 번이나 둘러봐도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이천명이 이상함을 느끼던 중,
‘어?’
이천명은 서류판맨 앞에 끼워져 있는 용지의 상단을 바라봤다.
처음 이곳에 배치되고 나서 3년 동안은 볼 일이 없었던 용지의 상단.
[2006.2.21. / 24세 / 김현우]그리고 그곳에서 이천명은 남자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어…… 어어, 어!?”
“왜?”
“이, 이름이 김현우 씨…… 맞으십니까?”
이천명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런 이천명의 물음에, 그는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 대답했다.
“맞다니까?”
“이런 미친……!”
이천명이 욕을 하며 서류판의 맨 윗장에 표시를 한 것을 기점으로.
12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튜토리얼 탑의 고인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다음 날.
강동구 천호에 위치해 만들어져 있는 튜토리얼 센터는 때 아닌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예약했습니다! 저 이창진 기자라고요!”
“죄송하지만 내부 인원이 너무 많아서 통제 중입니다! 기자분이시라면 1층에 있는 기자실로 내려가 주세요!”
입구가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
그것은 바로 어제. 튜토리얼 탑에 들어갔던 헌터들이 전 세계 최단 기록을 갈아 치우고 탑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었다.
미국 센디에고 튜토리얼 탑 클리어 기록을 깬 헌터 타이틀은 국내외의 길드 스카우터나 기자를 끌어들이기에는 충분한 미끼였다.
“와, 진짜 이 정도는 역대급인데?”
튜토리얼 센터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 앞에 몰려 있는 인파를 바라봤다.
“아니, 보통 이 정도로 안 몰리지 않아요?! 아무리 기록을 갈아치우고 나왔다고 해도 이건 좀……!”
옆에 있던 경호원이 투덜거리듯 말하자 남자는 조금 전 쪽문을 통해 들어가려는 기자를 제지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아마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 건 고인물 때문이겠지.”
“그 고인물이요?”
“그래.”
선임으로 보이는 경호원의 말에 되물었던 경호원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튜토리얼 탑 안에서 12년 동안이나 빠져나오지 못하고 탑을 루프한 헌터이자.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길드라고 할 수 있는 3대 길드의 길드장과 같은 1회차 헌터.
그 이외에도 방송 매체에서 길드장들이 고인물에 대해 떠들었던 이야기들까지 종합하면…….
“확실히…….”
“그렇지? 기자들 입장에서도 특종이고, 스카우터들 입장에서도 거대한 건수니까 안 시끄러울 수가 없지.”
“하긴, 오늘이 본격적인 등급 책정 날이니까요.”
가득히 보이는 기자들을 보며 질린다는 듯 말한 후임 경호원을 보며 선임은 센터 본관을 보며 말했다.
“사람들도 다들 확인하고 싶겠지.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이름이 나왔고 길드장들도 있다고 공언했던 ‘고인물’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야.”
그렇게 경호원들이 입가에서 기자들을 막아내고 있을 때쯤,
“진짜 그 녀석일까?”
튜토리얼 센터의 본관, 무척이나 거대한 본관 하늘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시계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아래로는 축구장 넓이는 우습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동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넓은 공간 한쪽 끝에는 길드 스카우터들을 위한 스카우트룸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룸 안에 있던 서 있던 고구려 길드의 길드장 한석원은 김시현을 보며 말했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2006년부터 저 튜토리얼 탑에 갇혀 있던 사람은 그 ‘형’밖에 없으니까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면 그 형이 맞을 것 같은데.”
“쯧, 한번 만나봤으면 좋으련만.”
한석원은 짧게 혀를 차며 거대한 홀로그램 시계를 보았다.
어제, 튜토리얼 탑에 들어간 헌터들이 귀환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탑에 12년 동안 갇혀 있던 고인물이 빠져나왔다는 소식이 협회를 통해 전해졌다.
허나 그 고인물이 빠져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한석원은 그를 만날 수 없었다.
협회의 보호 덕분에.
처음 튜토리얼 탑에서 헌터가 빠져나오고 헌터가 어느 정도의 직업에 올랐을 때 1회차 헌터들이 모여 그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협회.
그들은 튜토리얼 탑에서 나온 헌터들이 현대에 나와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 막 탑에서 나온 헌터를 몇 일간 보호하며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처음 튜토리얼 탑에서 나온 헌터는 협회의 도움을 받아 지식을 어느 정도 쌓은 뒤 사회에 합류했다.
그렇게 김시현과 한석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스카우터룸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아랑 길드의 길드장이자 S등급을 가지고 있는 헌터 ‘이서연’.
그녀는 슬쩍 주변을 바라보다 한쪽 구석에 있는 김시현과 한석원을 발견하더니 이내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안 늦었지?”
“너는 어떻게 된 게 맨날 늦냐?”
“그래도 쿨병환자보다는 낫지 않아?”
“이게 진짜….”
김시현의 차가운 타박에 거침없이 반박하는 이서연.
공적으로 만날 때나 ‘헌터를 만나다’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른 그 둘의 모습에 한석원은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곧 한동안 김시현과 입씨름을 하고 있던 이서연은 이내 얼마 남지 않은 홀로그램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 오빠는 진짜 그대로일까?”
“……뭐, 우리야 바로 빠져나와서 나이를 먹기는 했지만, 그 녀석은 탑 안에 있었으니까 아마 그때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겠지.”
“그렇겠지?”
별 의미 없는 대화, 허나 튜토리얼 존을 보고 있는 3대 길드장의 눈빛에는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아아, 알려드립니다. 15시 00분을 기점으로 튜토리얼 존을 오픈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런 대화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 소리가 들리고, 그와 함께 어제 탑을 빠져나온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쟤 뭐야?”
“……?”
“방어구를 안 입고 있네?”
“……츄리닝? 저거 츄리닝 아니야?”
열린 대기실의 문에서 스카우터들은 츄리닝을 입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