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0
30
030. 뇌신(雷神)인가, 천(天)인가(1)
“‘그’가 오고 있습니다.”
“그? ‘등반자’ 말하는 거야?”
“네, 등반자입니다.”
그녀의 말을 듣던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앞에 앉아 있는 그녀 ‘아브’를 보며 말했다.
“그래, 뭐 그건 들어서 알고 있기는 했는데. 설마 이 알리미 스킬도 그 정보권한이 올라야 완벽해 지고 그런 거냐?”
“네 그렇습니다.”
빡!
“끄앙!? 왜 때려요!?”
“너는 이게 알리미냐!? 알리미야!? 응!?”
김현우는 앞에 떠 있는 로그를 다시 읽었다.
——
알리미
9계층의 통로로 새로운 ‘등반자’가 등반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 ??: ?? ]
——
“이게 뭐냐고! 남은 시간이 표시가 안 되면 알리미 의미가 있냐 이 말이야!”
“아니 저도 몰라욧! 왜 때려요!? 그거야 가디언의 정보권한이 낮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평소 같으면 맞은 부위를 감싸며 히익 거렸을 아브가 드물게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으로 쌍심지를 켜며 대답하자 김현우는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때릴 만하니까 때리지! 애초에 이 시스템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러니까 그걸 왜 저한테 화내고 저를 때리냐고욧!! 저는 아무 잘못도 없단 말이에요! 아무튼 부모님한테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아서……!”
아브는 머리를 매만지며 소리를 빼엑 지르며 생각했다.
‘계속 이렇게 맞기만 해서는 안 돼……!’
아직 가디언이 성장하지 않아서 많은 권한이 없기는 하나 그래도 명색이 9계층의 메인 시스템의 간부.
엄연히 말하면 가디언과 동급인데 언제까지고 이런 취급을 받을 수는 없었다.
‘동요하고 있어……!’
아브는 머리를 매만지면서도 자신의 빼엑거림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주먹도 쥐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김현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 부모님 없는데?”
“네…… 네?”
“부모님 없다고.”
갑작스러운 김현우의 커밍아웃에 아브가 혼란에 빠졌다.
“아, 아니, 그…… 아…… 아닌데? 분명히 있다고…….”
“나 어릴 때 두 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아, 아니, 그…… 양부모…….”
“나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
“…….”
“…….”
갑자기 싸해진 방 안의 분위기.
아브는 시선을 어디에다가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이내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저기, 그, 미안…미안해요. 그……그럴 생각은.”
“후…….”
‘낄낄낄, 이거 골때리네.’
김현우의 깊은 한숨에 아브는 당황했으나, 김현우의 머릿속은 당황스러워하며 눈알을 굴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즐기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김현우에게 있어서 부모님이 없는 건 그리 큰 상처가 아니었다.
뭐, 예전에 들었으면 조금 욱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으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아브를 지켜보고 있던 것도 잠시, 김현우는 입을 열었다.
“됐어, 별로 신경 안 쓰니까 우선 부른 이유나 말해 봐.”
“아, 그…네…….”
조심스럽게 대답하며 자리에 앉는 아브. 그녀는 슬쩍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그, 제가 부른 이유는 말 그대로 ‘등반자’가 오고 있어서 그런데….”
“그런데? 그건 전에 들었던 설명이잖아? 뭐, 네가 직접 올라오는 시간이라도 말해주려고?”
“아뇨, 그건 저도 불가능해요. 우선 그, 가디언인 당신이랑 저는 뭔가 협업관계……? 같은 느낌이라 당신이 모르는 건 저도 모르거든요.”
“……그래?”
김현우는 머릿속 한구석에 그 정보를 욱여넣었다.
“그럼 부른 이유는?”
“그, 이번에 오는 ‘등반자’는 충분히 조심하실 필요가 있기 때문이에요.”
“……조심할 필요? 이번에 올라오는 등반자가 네가 말한 그 ‘상위급 등반자’인가 그거냐?”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적어도 지금은 상위급 등반자가 올라오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아니, 애초에 상위급 등반자가 올라오면 정말 위험해요.”
“……그렇게 강해?”
“앞에 ‘상위급’이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건 그야말로 단위급 재앙이 아닌 세계급 재앙이라고 보면 되요, ‘등반자’들이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상위급은 그냥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어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 멸망이라.’
경험한 적이 없기에 와닿지 않았다.
다만, 상위급은 엄청나게 강하구나. 라는 감상만이 어렴풋이 느껴질 뿐.
“그래서,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이번에 올라오는 등반자는 어느 정도인데?”
“그게.”
“?”
“이번에 올라오는 등반자의 등급은 이제 막 중위급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등반자이기는 한데….”
“…중위급이면 중위급이지, 뭔데?”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만약 이번에 등반하는 등반자가 중위 초입 이상이라면… 당신이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어요.”
“뭐…?”
갑작스러운 위험선고에 김현우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그녀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빨리 ‘마력’을 깨우치세요!”
“마력을 깨우치라고?”
“네, 적어도 지금의 당신은 마력이 없으면 중위급 이상을 상대하지 못할 거예요.”
그, 마력이 없어도 중위급 초입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지만….
아브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를 슬쩍 바라봤고, 김현우는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툭- 툭.
‘마력, 마력이라.’
분명 능력치 한켠에 있었던 마력.
확실히 언제인가 한번 마력을 겸사겸사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다만 어쩌다 보니 잊고 있었을 뿐.
“뭐, 아무튼 알았어.”
뜻밖의 과제를 받은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고, 이내 물었다.
“그래서, 그 등반인이 언제 오는지는 모르지? 위치 같은 것도 몰라?”
“네, 처음에 말했다시피 당신이 모르는 정보는 저도 몰라서…… 그리고 아마 위치도 랜덤일 거예요.”
“그럼 이번에도 그 녀석이 나오면 크레바스가 나타나나? 저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뇨, 등반자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몰라요.”
“……그것도 몰라?”
김현우가 묘하게 핀잔을 주듯 입을 열자 아브는 묘하게 억울하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등반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나 업적 같은 것에 따라 등반자의 등장 형태는 여러 가지라서.”
여전히 물어봐봤자 대부분 알 수 있는 게 없는 아브.
김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아무튼 알았어.”
김현우는 아브에게 들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
내용을 정리했다.
“…….”
‘내용이 없잖아. 씨발?’
어쭙잖은 찌라시 정보들은 몇 개 들었다만, 이건 그다지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었다.
……한참동안이나 다시 한번 아브를 면박줄까 생각하던 김현우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돌려보내 줘.”
“네….”
“아, 참 그리고.”
“네?”
“나 화 안 났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마.”
김현우의 말에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떴고, 그때 김현우는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사람 경험이라고는 김현우가 처음인 아브의 순수한 생각이 그의 장난 하나로 인해 너무나도 쉽게 비틀리기 시작했다.
***
김현우가 아브에게 호출을 받고 난 그다음 날.
“우선 모든 요건이 총족되셨으니 길드는 충분히 설립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요?”
“네, 원래 길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총 5명의 인원이 필요한데, 사실 이것도 어느 정도 협회에 금액을 지불하시면 만들어 드리거든요.”
“얼마인데요?”
“한 사람 당 100만 원씩 해서 총 400만 원이요.”
“……400만 원?”
김현우의 입이 묘하게 벌려졌다 다시 닫혔다.
“……낼 테니까 설립 신청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쪽 창구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김현우의 말에 그녀는 웃음을 짓고는 접수처 뒤로 향했고 김현우는 뚱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진짜 많이 받아 처먹네.’
1명 당 100만 원, 총 해서 400만 원.
물론 지금 김현우에게 있어서 400만 원은 절대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400만 원 자체가 크지 않은 돈은 아니었다.
정말 모순적이긴 하나, 김현우는 12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사이에 금전적인 혼란을 겪고 있었다.
12년이라는 시간 덕분에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역시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솔직히 요즘에는 돈 쓸 때 얼떨떨했다.
특히 자주 사 먹던 250ml짜리 콜라가 700원이 아니라 1300원이라는 사실은 정말 그 가격표를 볼 때마다 멈칫멈칫하기도 했다.
그렇게 김현우가 길드 서류를 기다리며 손가락을 두드리고 있자.
“저기…….”
“?”
“그, 혹시 김현우 헌터…… 아니세요?”
그의 옆에 한 여자가 다가왔다.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는 것을 보며 그녀가 헌터라는 것을 알아챈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요?”
“그, 혹시……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사인 좀…….”
“저한테요?”
그녀는 더 말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은근슬쩍 자신의 사이드 백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었다.
곧, 김현우가 얼떨떨하게 그녀가 내민 볼펜과 수첩을 받아들자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 예…….”
김현우는 여자의 말에 얼떨떨하게 대답하면서도 수첩을 펼치고 볼펜을 누르다 멈칫했다.
‘사인을……어떻게 하더라?’
아니, 애초에 내가 쓰던 사인이 있었나? 를 진지하게 고민한 김현우는 이내 모르겠다는 듯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휘갈겼고,
“그, 괜찮으시면 아래에 ‘나예진에게’라고도 좀 써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의 부탁에 곧바로 아래에 그 글귀까지 써넣은 김현우는 그녀에게 수첩을 건네주었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뭐…… 별말씀을.”
사인된 수첩을 가지고 협회 내를 신나게 뛰어가는 그녀를 보며 김현우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유명해졌나?’
본인 스스로가 유명해졌다는 사실은 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직접 누군가가 다가와 사인을 받는 일은 처음이기에 그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 애초에 유병욱이 얼마 전에 조사한 것처럼 그의 루트가 집 카페를 반복하고 가끔 가다 동료들이랑 밥 먹는 것밖에 없는 것이 김현우의 생활 루트였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타인을 만날 일이 적은 것이었지만 정작 김현우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김현우가 그녀가 사라진 협회의 저편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오래 기다리셨죠? 이쪽에 차례대로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김현우의 앞으로 들이밀어진 한 장의 문서.
“길드 설립서는 모두 작성하고, 승인절차를 밟고 난 후에 정식으로 길드 활동이 가능하시고, 기부금은 어떻게 하실래요……? 카드? 현금?”
협회원의 물음에 김현우는 지갑 속에서 카드를 꺼내 건네주었다.
카드를 건네주자마자 다시 저쪽으로 사라지는 협회원에게서 시선을 돌린 김현우는 이내 설립서를 작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름이라.”
김현우는 설립서 맨 마지막 줄에 있는 길드명을 작성하는 곳을 보며 볼펜으로 툭툭 테이블을 누르다, 길드명을 적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