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맞아야지 (2)
‘이런 미친…….’
지크프리트는 완전히 개 박살 난 연회장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프리트 님이…… 밀리고 있다고?’
염제(炎帝) 이프리트.
다른 말로는 정령왕 이프리트라고 불리고 있는, 모든 불의 정령들의 왕좌에 앉아 있던 그는.
꽈아앙!
“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실시간으로 김현우에게 구타를 당하는 중이었다.
그래, 저건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구타로 보는 게 더 가까울 정도로 김현우와 이프리트의 싸움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어찌 보면 전투 패턴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싸움은 단순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프리트가 김현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사방으로 불꽃을 내뿜으면 김현우가 달려가 이프리트의 죽탱이를 후려갈겨 방어를 무효화시키고.
이프리트가 공격을 날리려 하면 김현우가 미리 이프리트의 죽탱이를 쳐서 공격을 무효화시킨다.
그 이외에 이프리트가 김현우와의 싸움에서 그 무엇을 하려고 해도, 그 결과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었다.
“꺼어억!”
꽝!
바로 김현우에게 맞는 것으로.
부우웅
김현우의 발에 맞은 이프리트의 몸이 허공에 떠오른다.
물론 이프리트는 그의 공격을 이어서 맞아 줄 생각은 없는지 곧바로 사방으로 불꽃을 흩뿌려 자신의 몸을 방어하려 했으나 몇 번이나 결과가 나왔듯.
“안 통하는 기술을 계속 쓰고 있네?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
빠아악!
“크학!?”
김현우는 이프리트의 불꽃을 뚫고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야말로 그냥 보고서는 절대로 믿기지 않을 광경.
‘도대체 저 녀석은 어떻게 이프리트의 불꽃을 뚫고 일격을 먹일 수 있는 거지?’
이프리트의 불꽃은 열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뜨겁게 타오르고, 한번 불이 붙은 이상 이프리트 본인이 끄거나 불이 붙은 대상을 모조리 태우기 전까지는 꺼지지 않는다.
그래,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때까지는 말이다.
허나 분명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프리트의 불꽃은 김현우에게 통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프리트의 공격은 통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지크프리트는 김현우의 싸움을 지켜보며 그가 도대체 이프리트의 불꽃을 막아내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아무리 봐도 그가 어떻게 불꽃을 막아내는지를 짐작할 수 없었다.
애초에 불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면 불을 방어하거나 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현우가 불꽃을 뚫어낼 때, 불꽃은 분명 김현우의 주변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봤으니까.
그렇기에 지크프리트는 도대체 김현우가 무슨 수로 불꽃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
곧 또 한번 김현우가 이프리트의 불꽃을 뚫는 것을 보며, 지크프리트는 그가 어떻게 이프리트의 불꽃을 피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흘리고 있다고……!?’
물론 자세히 본 것도 아니고 그저 찰나의 순간을 본 것뿐이었으나 그는 그 찰나의 순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이프리트가 불꽃을 사방으로 비산하는 순간 김현우의 손이 미약하게 움직이고, 그와 함께 사방으로 퍼지던 불꽃들이 그 경로를 잃고 허공으로 비산하는 모습을.
‘……괴물!’
그 모습을 지켜본 지크프리트는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렸고.
그가 그런 감상을 남김과 동시에-꽈드드드득!
승부는 이미 결정 난 듯했다.
화려한 불꽃을 내뿜던 이프리트의 불꽃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약해졌고, 그렇게 약해진 그는 이미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구덩이에 빠져 있었다.
누가 봐도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한 승패.
‘허.’
별다른 특별한 기술 같은 것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무력으로 이프리트를 팬 김현우를 보며 지크프리트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저건 그냥 괴물이 아니었다.
‘……재앙이로군.’
그야말로 재앙(災殃)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할 정도의 무력.
지크프리트는 어느새 시선을 돌려 자신과 같은 파벌에 속해 있는 이들을 바라봤고,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제일 먼저 느껴지는 것은 당혹감이었고, 그 다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분노였다.
허나 그다음을 넘어 느껴지는 마지막 감정.
“…….”
그것은 바로 ‘공포’였다.
정말로 미약하기는 했으나, 자신과 같은 파벌에 속해 있는 그들은 쓰러져 있는 이프리트의 앞에 당당히 서 있는 김현우를 보며 그런 감정을 받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크프리트를 포함한 정령 파벌쪽이 김현우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흐음”
김현우는 사방으로 흩뿌렸던 마력을 갈무리 하며 바닥에 처박힌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머리는 땅바닥에 처박히고 몸만 밖에 나와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꼴사나운 모습이 되어 있는 이프리트.
그는 이프리트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느껴지는 것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시선.
물론 그중에서 느껴지는 몇 가지의 호승심 섞인 눈빛도 보였으나 거의 대부분은 놀라움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저쪽은…….’
이프리트가 기어나왔던 저쪽은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으나 종합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불편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은 김현우가 행동하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
허나 그럼에도 김현우는 딱히 두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얘들 다 허접인데?’
김현우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결코 강하지 않았다.
……뭐, 물론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김현우가 이 곳에서 비정상적으로 강한 것이었으나 김현우는 자신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라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김현우가 위를 향해 움직일 때는 항상 강적이 등장하지 않았는가?
당장 자신의 동료가 되어 구미호와 꽁냥거리고 있는 천마도 처음에는 김현우의 적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무척이나 당연할 정도로 ‘위로 올라간다=강적이 등장한다’는 것을 거의 반 공식처럼 가지고 있던 김현우는 이 상황이 묘하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한 놈이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까 말이다.
‘뭐…… 그래도…….’
강한 놈이 없다는 건 좋을 일이지.
그렇게 생각한 김현우는 이내 시선을 내려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끝낼까 말까?’
김현우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이프리트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수 있었다.
간단하다, 저녀석들이 오기 전에 혼신의 힘을 다한 내려찍기 한 방이면 눈앞에 미약한 불꽃을 토해내는 이프리트는 죽는다.
허나.
“쯧.”
김현우는 그러지 않도록 했다.
뻑!
“어……어어어!!”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이르피트의 몸을 그대로 올려 차 그가 처음 걸어왔던 곳에 내던졌다.
‘저놈을 죽이면 앞에 있던 놈들이 죄다 달려올 것 같으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그 이유는 바로 귀찮아서.
김현우는 저들이 다 달려들어도 웃으면서 죽빵을 한 대식 갈겨 줄 수 있었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귀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현우는 여기서 싸움질을 하러 온 것이 아닌 데블랑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그 관리기관에 속한 놈이었으면 한 번쯤 대가리를 쥐어박고 싶긴 하지만.’
애초에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생각을 깔끔하게 접어버리고는 다시-
“자 그럼 다시 묻는다. 여기서 데블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거나 데블랑이라는 별명이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아는 사람?”
손 좀 들어봐.
-그렇게 말하며 회의장 내부에 있는- 아니, 회의장이 아닌 개박살 난 폐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그래서, 회의장이 개판이 되었다고?”
“그렇다고 합니다.”
“……허.”
백색의 공간 안에 있는 거대한 관저.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남자는 허, 하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저번에도 51번 탑주는 대단했건만…… 이번에도 51번 탑주는 대단하군.”
다른 의미로 말일세.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헤르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현재 회의 상황은 어떤가? 보통은 한번 회의를 열면 2, 3일 정도는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생겨서 그런지 회의가 5시간도 되지 않고 끝나버렸습니다.”
“……뭐, 각 파벌이 연합하지 않고 서로를 계속 견제했으면 해서 만든 탑주회의인데…… 이번에는 너무 빨리 끝나버렸군.”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탑주회의의 숨겨진 목적을 중얼거리자 헤르메스는 가만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렇군요. 분명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김현우가 계속 저 상태로 날뛰면 파벌쪽에서 은근슬쩍 ‘연합’을 할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희박한 가능성이긴 해도 말입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진 남자.
그는 몇 번번이고 자신의 턱을 문질거리더니 이야기했다.
“우선 조만간 탑주회의를 한번 더 여는 것으로 하지.”
“……탑주회의를 말씀입니까?”
“그래, 마력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그건 맞습니다만.”
“……혹시나 모를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보다는 처음에 조금 투자를 하더라도 그런 가능성을 아예 막아버리는게 좋네. 아, 그리고.”
“말씀하십시오.”
“……51번 탑주가 ‘데블랑’이라는 자를 찾았다고?”
“예. 맞습니다.”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헤르메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그 데블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도 한번 찾아보도록.”
“알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금세 사라진 헤르메스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렇게 헤르메스와 그가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래서, 그 데블랑이라는 사람을 찾지 못한 건가요?”
51번 탑의 최상층에서는 김현우와 아브, 그리고 노아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이새끼 진짜 제대로 알려준 거 맞는지 의심이 든다니까.”
김현우가 은근히 짜증을 내며 한숨을 내쉬자 아브는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래도 신기하기는 하네요. 눈동자라니…… 물론 저번에도 말씀해 주신 적이 있기는 한데.”
아브는 저번에도 김현우에게 눈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런 신비한 존재가 과연 이름을 잘못 알려주거나 하는 실수를 할까요?”
약간은 심통이 나 있는 김현우의 모습에 아브가 말하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는 생각 안 하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다 말고 이전에 굉장히 상쾌한 느낌으로 말했던 눈동자의 말투를 떠올리고는 저도 모르게 흠, 하고 입을 열었다.
“왠지 그럴 것 같기도 한데?”
“네?”
김현우의 말을 듣고 아브가 고개를 갸웃거리길 잠시.
“응?”
노아흐는 갑작스레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지금 무언가가 이곳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다네.”
“무엇인가가……? 그게 무슨 소리야?”
김현우의 물음.
허나 노아흐는 그런 김현우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시선을 한쪽으로 모았고.
치지지직! 치지지직-!
곧 그는 자신의 앞에서 푸르른 전류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리고 김현우가 무슨 행동을 취하기 전에, 중앙에 퍼지기 시작했던 전류는 일순간 크게 확장하며 세를 넓혔고.
“…….”
곧 그곳에는 푸른 눈을 가진 한 남자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