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누구??? (1)
새하얀 공간.
“그래서.”
헤르메스와 남자는 언제나의 그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데블랑에 대해서는 알아낸 게 없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슬쩍 고개를 숙인 헤르메스.
그에 남자는 자신의 손으로 턱을 톡톡 두들기며 마치 생각을 떠올리려는 듯 중얼거렸다.
“데블랑…… 데블랑이라…….”
잠시간의 침묵.
그저 남자가 자신의 턱을 툭툭 때리는 규칙적인 소리만이 그 공간에 조용히 울려퍼졌고, 그 끝에-
“역시 짐작 가는 게 없군.”
-남자는 슬쩍 한쪽 눈을 찌푸리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이내 헤르메스에게로 시선을 돌려 질문했다.
“51번 탑을 감시했을 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나?”
“예, 분명 계속해서 51번 탑을 주시했지만 김현우가 찾던 데블랑이라는 자에 대한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남자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좀처럼 이상함이 가시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뭐지?’
물론 김현우가 ‘데블랑’ 이라는 자를 찾았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곰곰이 생각해야 할 정도로 큰일인 것은 아니었다.
그가 탑주회의에서 날뛰며 누구를 찾든 말든 그는 탑주들에게서 업을 받기만 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데블랑’이라는 이름에 대해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가 걸린다는 말이지…….’
무엇인가가 걸린다.
그것이 바로 남자가 이전 헤르메스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데블랑’이라는 이름에 대해 조사해 보라고 했던 이유였다.
물론 말 그대로 무엇인가가 걸린다는 것은 그 어떤 근거도 없이 그저 본능적인 직감에 의존한 감각일 뿐이었으나 그런 불확실성을 제치고서라도 남자는 그 데블랑이라는 이름이 걸렸다.
“흐음.”
침음.
‘……신경을 꺼도 되는 것일까?’
51번 탑주 김현우.
물론 그는 상당히 특이했다.
애초에 처음 탑주회의에 참가해 정령 파벌의 수장급인 이프리트를 거의 소멸 직전까지 몰고 간 것부터 그가 평범한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그는 바로 51번 탑을 직접 만들었던 형체 없는 자를 처리하고 탑주의 자리를 차지한 이였다.
한 마디로 평범함과는 절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그런 건가?’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생각을 이어나가던 남자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뭐, 우선은 알겠네.”
어차피 이렇게 생각해 봤자 더는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다다른 남자는 결국 머릿속에 든 생각을 일축했다.
“우선 감시는 계속해서 하는 것이 좋겠군.”
남자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헤르메스는 이야기를 이었다.
“그리고, 드릴 말씀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무엇이지?”
“정령 파벌 쪽에서 아무래도 김현우에게 복수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복수?”
“예, 물론 곧바로 복수를 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나름대로의 대화를 거친 뒤에 보복을 할지 말지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자기들의 뜻을 이곳에 전하는 이유는?”
“그쪽에서 조금 힘을 빌려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이라……. 뭐, 그쪽도 나름 제대로 된 판단은 하는 것 같군.”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어느 정도 생각을 마친 남자는 씨익 하는 웃음을 짓곤 이야기했다.
“그렇게 되면 나쁘지 않겠군.”
“……예?”
“네게 한 말이 아니다. 뭐, 우리는 기본적으로 마력을 파는 일을 하기는 하지만, 사실 ‘업’만 제대로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면 다른 일도 해 줄 수 있기는 하지.”
“……그렇게 전하면 되겠습니까?”
“51번 탑주와의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게 된다면 다시 한번 말을 전하라고 해라. 그 뒤의 일은 그때 말하도록 하지.”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고, 헤르메스는 그런 남자의 모습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하고는 이내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xxxx
탑주회의가 열리는 회의장은 사실 회의장으로 불리는 것이 아닌 연회장으로 불리는 것이 어울렸다.
그도 그럴 것이 회의장이라고 불리는 그곳에는 회의장이라고 불러야 할 만한 요소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고.
주변의 벽과 기둥들은 전부 고풍스러운 예술작품을 방불케 하는 데다가, 무엇보다 연회장처럼 테이블도 나누어져 있고 한쪽에는 요리들도 배치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회의장이 아니라 연회장이라고 불러야 하는 셈.
그리고 그런 회의장의 한가운데서.
“저번에는 사방으로 불꽃을 뿜던 멍청한 놈이 사방에 민폐를 끼치더만…… 이번에는 물둥둥이 오셨네?”
김현우는 자신이 회의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앞에 나선 나이아드를 바라봤다.
피부 자체가 물로 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신비로운 모습이었으나 김현우는 딱히 그 신비로움에 이끌리지 않았다.
뭐, 이끌리지 않았다기보단 벌써부터 그녀가 시비를 걸 것 같다는 예감이 씨게 오기 때문이었지만.
김현우가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이아드를 바라봤으나 그녀는 처음 등장할 때와 같은 냉막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 그와 눈을 마주치곤 이야기했다.
“……반가워요. 51번 탑주. 저는 11번 탑의 주인이자 이 세상의 가장 중요한 생명을 다루고 있는 나이아드라고 해요.”
“그래서?”
심플하게 대답한 김현우.
허나 나이아드는 그의 태도를 전혀 지적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은 이전 저희 정령 파벌의 수장 중 한 명인 이프리트와 싸움을 벌여 그가 소멸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행사했어요.”
“그래서?”
“물론 저희도 그 일을 가지고 더 이상 크게 일을 키우고 싶지는 않아요. 애초에 저희 쪽의 잘못도 일부분 있으니까요. 다만, 저희는 사과를 받고 싶군요.”
“……뭐?”
김현우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나이아드를 바라봤으나 그는 꿋꿋이 제 할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이번 일은 어느 정도 저희 파벌에 속해 있는 ‘이프리트’의 실수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소멸 직전까지 몰아붙인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만약 51번 탑의 탑주께서 저번에 있었던 그 일에 대해 사과를 해주신다면 저희는 더 이상 탑주님께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으려고 해요. 그게 당신의 입장에서도 좋지 않으신가요?”
합리적인 요구를 했다고 생각하는지 무척이나 당당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이 새끼들 봐라?’
완전 양아치 새끼들이네?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사과를 해라?”
“맞아요. 그렇게 되면 저번에 있었던 일은 없는 걸로-”
“저기요. 뒤질래요?”
“……뭐라고요?”
“아, 존댓말로 말하면 못 알아듣나? 그럼 뒤질래?”
“…….”
“이거 완전 어처구니없는 새끼들이네?”
저번 탑주회의 때, 김현우는 이프리트와 싸움을 벌였고, 그를 거의 죽기 직전까지 팼다.
그래, 그건 맞았다.
근데 그 원인제공자는 누구다?
“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네 친구가 먼저 시비를 건 건 알고 있지?”
바로 이프리트였다.
김현우는 그 전까지 그저 순수하게 질문을 했을 뿐이고,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이프리트였다.
그 뒤에 그에게 계속해서 도발을 건 것도 이프리트.
말싸움에 져서 먼저 힘으로 찍어 누르려던 것도 이프리트였다.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이아드를 쳐다보자 그녀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저희 쪽에도 책임을 질 ‘부분’이 있다고 말이에요.”
“책임을 질 부분이 아니라 그냥 전부 너희들 책임 아니야? 맨 처음에 아무런 감정 없이 사람 찾던 놈한테 시비를 건 것도 그 불쟁이새끼고, 먼저 무력을 사용한 것도 그 불쟁이새끼잖아?”
물론 무력적인 선빵을 친 건 김현우였으나 그건 아무튼 넘어가도록 했다.
“……아무래도 사과할 마음은 없으신 것 같군요.”
“내가 피해자인데 대체 누구한테 사과를 하라는 거야? 아, 너희들이 그 불쟁이 데려와서 나한테 사과시켜 주게?”
김현우가 노골적으로 그녀를 째려보며 비웃음을 흘리자 나이어드는 흠칫 입을 다물고는 김현우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 뒤에 흘러나오는 말.
“당신의 뜻은 잘 알았어요, 탑주. 조용히 일을 덮을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니 그거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왜, 여기서 당장 또 뒤지게 맞고 싶어서 덤비려고?”
물론 그에게 찾아왔던 데블랑은 조용히 있으라는 소리를 하긴 했으나 이렇게 대놓고 거는 시비를 무시할 정도로 김현우의 인내심은 깊지 못했다.
그러나-
“아뇨. 대화가 끝났으니 저는 이만 자리로 돌아갈 거예요.”
“……뭐?”
김현우의 예상과는 반대로 나이아드는 김현우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 몸을 돌리는 것을 택했다.
“다만, 저희와 척을 지게 되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51번 탑주.”
그녀는 몸을 돌린 뒤 고개만을 돌려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자신의 파벌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김현우는 어느 순간엔가 벌써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나이아드를 한번 확인하곤 이내 주변을 돌아보며 짜증스럽게 인상을 썼다.
‘저 새끼 때문에 온 세상 시선은 다 끌었네.’
물론 김현우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그에게 시선이 몰리기는 했으나 지금은 아예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졌다.
“쯧.”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짧게 혀를 찬 김현우는 이내 대충 시선을 돌려 구석진 자리에 빈 테이블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김현우가 그렇게 걸음을 옮겨 테이블에 앉자마자 그에게로 닿았던 시선은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다시금 조곤조곤하게 들리기 시작하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
그제야 김현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털썩-
“응?”
이내 그는 자신의 앞에 누군가가 앉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시선을 올렸다.
“……?”
시선을 올린 곳에 보이는 것은 한 남자였다.
종족은 아마 흔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마족처럼 보였다.
물론 그렇게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남자의 양 머리 위에 나 있는 무척이나 거대한 뿔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보이는 것은 창백해 보이는 회색빛 피부와 검은자위에 적안의 동공을 가지고 있는 눈동자.
그 남자는 김현우를 보며 자그마한 웃음을 짓더니-
“반갑네, 51번 탑주. 자네의 소문을 들어서 이번 탑주회의에 참가했는데 역시 생각 이상이로군.”
-이내 무척이나 반갑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
다짜고짜 자리에 앉아 인사부터 건네는 남자의 모습에 김현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남자를 바라봤고, 이내 그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 물론 나는 저들과는 다르게 딱히 별생각이 있어서 자네에게 다가온 게 아니니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네. 애초에 나는 자네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거거든.”
“……감사 인사?”
“그래, 감사 인사말일세. 자네가 사탄을 죽이지 않았나?”
“사탄?”
김현우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남자는 아, 하고 탄성을 내뱉고는 이야기했다.
“자네에게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사탄’보다는 ‘심마’라고 표현하는 편이 좋겠군.”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김현우에게 손을 내밀며-
“아무튼 감사인사를 하기 전에 우선 통성명부터 하지. 나는 위대한 그분의 아들이자 다른 이들에게는 구세주라고 불리던 자,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 라고 하네.”
-그렇게 말했다.
“……네?”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