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우선 좀 조용히 있으려 했는데 (2)무척이나 풍요롭고 비옥한 토지 위에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세계수.
그런 거대한 나무의 안쪽에서 아름다운 조경을 바라보고 있던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에리얼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물’쪽은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그녀의 물음에 주변이 잔잔한데도 불구하고 긴 생머리가 슬쩍슬쩍 펄럭이는 에리얼은 별다른 표정 없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이전처럼 처리했어요. 올라온 이들 중 제일 강한 이는 저희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세계수의 중앙에 밀어 넣고, 나머지는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냈죠.”
에리얼의 말에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짓는 나이아드.
“별 특이사항은 없었나요?”
“아시다시피 별 특이사항이 일어날 만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것도 그렇긴 하군요. 아래쪽은 이미 저희가 조성해 놨으니 말이에요.”
“다만 조금 걱정되는 거라면.”
“걱정이요?”
“네, 이번에 올라온 이들은 아무래도 저번보다는 업이 조금 덜 쌓인 것 같더군요.”
점잖이 말한 에리얼.
나이아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건, 확실히 조금 문제인 것 같네요. 분명 저번부터였나요? 슬슬 쌓이고 있는 업이 줄어드는 건.”
“예. 아무래도 조만간 새로운 녀석들을 넣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확실히, 점점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해가고 있다면 그 수밖에는 없겠죠. 타이밍이 나쁘지는 않네요.”
“나쁘지 않다고요?”
“네, 원래라면 이럴 때마다 어떤 식으로 새로운 녀석을 잡아넣어야 할지 고민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들을 공수할 만한 곳이 있으니까요.”
나이아드가 그리 말하며 부드럽게 웃자, 에리얼은 슬쩍 고개를 갸웃 거렸고.
“아, 마침 오는 것 같군요.”
에리얼이 미처 질문을 하기도 전에, 나이아드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정령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녀들의 앞에 나타난 이는 바로 물의 중급정령인 닉스였다.
닉스는 나이아드의 앞에 나타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는 이야기했다.
“정령왕을 뵙습니다.”
정중한 목소리.
나이아드는 그 인사를 받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그래서,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차분하지만 냉소적인 나이아드의 목소리.
허나 닉스는 그런 나이아드의 태도에도 별다른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곧바로 그녀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관리기관쪽에서 나이아드님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원래 올리던 ‘업’의 2배를 지불하면 된다고 합니다.”
“……원래 올리던 ‘업’의 2배라…….”
나이아드는 슬쩍 짜증이 난 표정으로 닉스의 말을 똑같이 중얼거렸으나 이내 곧바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그쪽에서는 누구를 보내겠다고 하나요?”
“관리기관쪽에서 제게 전해준 말로는 27번 탑의 ‘태양신’에게 이미 부탁을 해 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태양신이라면…… 확실히 일은 깔끔하게 처리되겠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태양신이라면 혹시의 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나이아드는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닉스를 바라봤다.
“그래서, 일은 언제쯤 치를 생각이라고 하나요?”
“듣기로는 시간을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처리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 또한 반가운 소리네요.”
나이아드는 그리 말하며 슬쩍 턱짓을 했고, 닉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물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시 나이아드와 엘리얼만 남게 된 상황.
나이아드는 자신의 앞에 선 엘리얼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은 뒤 입을 열었다.
“해주실 일이 있어요.”
“할 일이요?”
“네. 에리얼의 말대로 슬슬 오물에서 나오고 있는 업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에 따라 저희는 새로운 것들을 그 오물 안에 넣어 주어야 하고요.”
나이아드의 말에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얼.
그에 그녀는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엘리얼, 51번 탑에서 ‘오물’에 사용할 재료를 구해와 주시겠어요?”
“51번 탑에서요?”
“네. 어차피 이제 저희 파벌에 속한 이들에게서는 더 이상 그것들을 꺼내 올 수 없는 것을 알고 계시겠죠?”
“그렇죠? 이미 이곳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부분 저희가 협조를 받았으니까요.”
엘리얼의 끄덕거림.
나이아드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니 51번 탑에서 가져오자는 이야기에요. 어차피 태양신이 51번 탑에 들어가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하면 김현우 그자는 정신을 차리지도 못할 테니-”
저희는 그때-
“-그 탑에서 오물에 넣을 만한 적당한 ‘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몇 명만 고르면 된다 이거죠. 게다가 모든 바람과 공기를 다루는 당신은 그런 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요.”
그렇죠?
나이아드의 물음.
그녀의 말에 엘리얼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xxxx
천호동의 자택 안.
김현우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앉아 요염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야차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밀어내려 했으나.
‘……안 밀린다고?’
야차는 놀랍게도 김현우의 힘에도 밀리지 않은 채 오히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김현우의 표정을 보았는지 더더욱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은 야차는 입을 열었다.
“정말 모른다고 할 것이냐?”
그녀의 물음.
그에 분명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등 뒤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분명히 힘은 내가 더 강한데.’
이미 그는 일전에 야차를 이긴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그녀가 야차로서의 업을 각성하기 전에도 때려 눕혔고, 그녀가 업을 각성한 이후에도 한번 때려 눕혔다.
그것뿐인가?
이미 김현우는 심마를 처리함으로서 이미 야차를 뛰어 넘었다.
그래.
분명히 그럴 텐데.
‘뭐지……? 이 압박감……!’
김현우는 왠지 스스로가 고양이 앞에 놓인 쥐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느낌이 들고 있는가? 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왜, 왜 이래?”
저도 모르게 떨떠름한 표정과 함께 나온 목소리.
“후후후후-”
그에 야차는 날카로운 이빨을 그대로 드러내는 미소를 지었고, 김현우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또 한번 그녀를 밀어내려 했으나.
“아니 힘이 왜 안 들어가?”
“당연하지 않느냐? 내가 피워 놓은 향 때문이니라.”
“향?”
“환상향이라는 물건이지. 걱정하지 말거라, 딱히 몸이 큰 문제가 있는 향은 아니고 이 향을 흡수하는 동안 잠시 온몸의 근육이 느슨하게 풀리는 정도니까 말이니라.”
야차의 말에 김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그딴 물건들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저번에 천살주인가 뭔가 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누군지 잊었느냐? 나는 야차(夜叉)니라.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많았을 뿐더러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하나하나가 최상품이다.”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
김현우의 비명 어린 목소리.
그러나 그녀는 올라간 입가를 지우지 않은 채 김현우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았다.
“후후후, 이렇게 보니 꽤 귀엽구나.”
“귀엽기는 미친, 아니 갑자기 약을 처드셨나 왜 이러는 거야?!”
야차가 자신의 허벅지에 앉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여는 김현우.
그러나 야차는 그런 김현우의 화난 표정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화난 얼굴도 마음에 드느니라.”
“아니 진짜 돌아버린 거야?”
“돌아버리다니? 나는 지극히 정상이니라, 다만 너와 함께 있으면서 살짝 관심이 생긴 것뿐이다.”
“뭐? 관심?”
“그래, 관심이니라. 뭐, 정확히 말하자면 네 제자의 내면에 거주할 때부터 생긴 관심이니라.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 몸을 얻기 전까지는 그 아이의 몸에 있지 않았느냐?”
야차의 말에 김현우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고 이 앞으로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당연히 예측할 수 있었다.
김현우는 바보가 아니었으니까.
“뭐,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우선은’ 그냥 관심일 뿐이니까 말이다.”
“아니 관심이 있으면 우선 처음부터 이야기를-”
“미안하지만 그 아이들처럼 찔끔찔끔 진도를 나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다. 게다가 내 성격적으로도 맞지 않고 말이니라.”
왠지 점점 다가오고 있는 야차의 얼굴.
그에 김현우는 순간적으로 갈등했다.
여기서 더 정색을 할까?
아니면 차분하게 그녀를 설득할까.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니까? 우선 잠시 진정하고 향부터 끄는 게 어떨까?”
야차의 얼굴이 거의 가까이 다가오기 전 김현우의 입가에서 터져나온 말.
그러나-
“뭐, 우선은 가만히 있어 보거라, 우선은 ‘맛’만 한번 보도록 하겠느니라?”
“뒤에 물음표는 뭔데?”
“맛이 있으면 좀 먹어볼 수도 있으니까……?”
“이거 생각 이상으로 선 넘고 있는 거 알지? 응? 감당할 수 있어? 우선 나는 그렇다 치고 내 제자들은 어떻게 하려고?”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김현우.
그러나 야차는 피식하는 웃음으로 입을 열었다.
“네 제자들과 너를 이어준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게냐? 게다가 최근 네가 먹었던 그게 어디서 났는지는 생각해 보았느냐?”
야차의 말.
김현우는 그것으로 딱히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를 진실을 깨달아 버렸고, 야차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김현우의 두 얼굴을 도망치지 못하도록 콱 잡았다.
“야…… 잠깐! 잠깐만!!”
“너무 날뛰지 말거라, 잠시 ‘맛’만 보겠느니라.”
그렇게 말하며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는 야차.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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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초대합니다.]
시스템 옆에 남은 시간이 모두 흘러가면 당신은 부름을 받아 초대됩니다.
남은 시간: 0일 0시간 0분 5초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떠오른 로그를 보며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
야차의 얼굴이 김현우의 얼굴에 닿기 그 직전에, 김현우는 시스템의 초대에 따라 저택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눈앞에 뜬 로그 덕분에 목숨(?)을 구제받은 김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을 바라봤고.
“……뭐야?”
곧 김현우는 앞에 벌여져 있는 참상에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브가 만들었던 거대한 성인 것을 보면 이곳이 탑의 최상층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전부 박살이 나있지?”
-그 거대한 성이 모두 박살이 나 있었다는 것이었다.
탑의 꼭대기는 이미 박살이 나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고, 중간중간 반파되어 있는 성벽들은 성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끄악!”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김현우는 성 안쪽에서 들리는 익숙한 비명소리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성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곳에서-
“오, 이제야 온 건가?”
김현우는 부서지고 있는 상의 안쪽에서 아브의 목을 붙잡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