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이걸 안 도와주네? (3)
세계수의 안쪽.
나이아드는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태양신이 졌다고……?’
그냥 말만 들어보면 그것은 당연히 믿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아무리 51번 탑주가 날고 긴다고 해봤자 그는 아직 탑의 수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이 중 한 명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야. 억울해?”
“진짜로 억울합니다! 진짜요! 저는 저런 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자세를 숙인 채 비굴하게 부르짖는 태양신의 모습.
분명 일신의 무력이 강했기에 그 어디의 세력에도 들어가지 않고 관리기관의 아래에서 느긋하게 살고 있었던 탑주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행동은 비굴했다.
‘도대체 어떻게?’
‘태양신 라’가 불로불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탑주의 자리를 오래 지속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죽여도 소멸당할 염려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그가 저렇게 저자세를 취한다?
그것도 김현우에게?
‘이프리트를 가볍게 처리한 걸 봤을 때부터 당연히 평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건 상상이상이었다.
그렇게 나이아드가 슬슬 현 상황을 파악하고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을 때, 김현우는 점점 굳어지기 시작하는 나이아드의 표정을 보고는 이야기했다.
“얼굴 좀 펴라. 왜 그렇게 심각해 응?”
“……상황을 심각하게 만든 당사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우습다고 생각하기는, 지금 이 상황이 정말 나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김현우가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입을 다문 나이아드는 이내 뭔가를 생각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당신이 그때 제 말을 들었다면-”
“어어? 헛소리 또 시작해? 그러지 마라. 안 그래도 화나 있는 사람 더 빡치게 하지 말고.”
“…….”
“아, 아니네. 뭐…… 더 해도 돼. 어차피 네가 나를 더 빡치게 하든 말든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스윽 웃는 김현우.
나이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남의 탑에 와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얘가 우리 탑에 왔던 거랑 똑같은 짓, 내가 또 나름대로 지성인이라서 말이야? 나는 딱 당한 만큼만 갚아줄 거야.”
참 괜찮지?
그렇게 뒷말을 붙이며 씨익 웃는 김현우를 보며 나이아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설마, 당신 혼자서 이곳에 온 건가요?”
“얘 있잖아?”
김현우가 손가락질로 태양신을 가리키자 움찔하는 그.
나이아드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고는 이내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과연, 저 남자를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물론 당장 이 세계수에는 정령 파벌쪽의 탑주들이 많이 상주해 있다.
당장 51번 탑에 간 에리얼을 제외하더라도 이 세계수에 머물고 있는 탑주는 4명, 그 이외에 호출 요청을 한다면 시간 소요는 조금 걸리겠지만 10명 정도의 탑주를 더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다른 탑주들이 올 동안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한 나이아드.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시선 끝에 들어온 것은 바로 김현우의 뒤에 있는 태양신 라였다.
“…….”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비굴해 보이는 표정으로 수치를 감내하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을 한차례 확인한 나이아드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결론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응? 뭐라고?”
“죄송합니다. 이건 변명할 여지가 없군요. 저희 쪽의 잘못이 맞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나이아드.
그녀는 김현우에게 직접 맞서 싸우는 것 보다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유?
그야 물론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준 것은 바로 김현우의 옆에 있는 태양신 때문이었다.
‘태양신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상대할 정도라면.’
적어도 지금 당장 있는 다섯 명의 탑주로는 그를 막는 데 부족할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당장 다섯의 탑주가 합공을 하면 동수를 이룰 수도 있겠으나 동수를 이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동수를 이룬 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피해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녀는 당장 사과를 하는 것으로 현 상황을 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인사를 하는 나이아드.
김현우는 물었다.
“얼씨구? 지금 뭐하냐?”
“저희가 잘못했으니, 마땅히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사과를 드린 겁니다. 저번은 모르겠으나 이번에 한해서는 저희 쪽이 부당한 청탁을 해 51번 탑주를 해하려고 했던 게 맞았으니까요.”
“시원하게 인정하네?”
“……다만, 태양신께서도 알고 계시듯 저희는 절대로 당신의 목숨을 취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저-”
“태도 교정을 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김현우의 물음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그는.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사과하는 자세는 꽤 마음에 드네. 어째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놈은 자기 잘못을 알아도 끝까지 자기 잘났다고 뻗대던데.”
“……그렇다면.”
“근데 그건 그거잖아?”
“무슨…….”
“말 그대로의 이야기야. 네가 사과한 건 사과한 거고, 잘못을 한 건 잘못을 한 거잖아? 그러니까-”
씨익-
“-딱 네가 한 것만큼만 맞자.”
xxxx
한강 고수부지.
“끄학-!”
에리얼은 이번에도 여지없지 자신의 목을 부여잡은 야차를 보며 고통스럽다는 듯 자신의 목에 닿은 팔을 떼어내려 했으나 그녀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익!”
그렇기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바람의 칼날을 형성해 야차에게 쏘아냈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그 어느 공격도 야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흐음, 숨을 못 쉬게 공기를 빼앗아 버린 것이냐? 허나 유감이로구나, 고작 그 걸로는 나를 막을 수 없느니라.”
그녀의 숨을 빼앗아도 야차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고.
“정말 원시적이다 못해 질이 떨어지는구나. 너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분이라 고작 이것밖에 못하는 것이냐?”
아무리 바람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를 공격하려고 해도, 야차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마치 불사신처럼.
빡!
“큭-!”
에리얼은 배를 걷어차는 것으로 또 한번 자신을 풀어준 야차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감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야차.
“왜 그러느냐? 설마 이렇게 빨리 포기할 생각은 아니지 않느냐?”
“윽……!”
야차의 물음에 더더욱 두려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에리얼.
허나 그녀의 말대로 에리얼은 고작 이런 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목숨을 허무하게 날리지 않는 방법 또한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에리얼은 야차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는 오른손을 뒤로 가져가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고.
“!”
이내 자신의 몸속에 있는 자그마한 구슬을 찾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쥐고 있는 것은 바로 귀환 구슬로, 나이아드가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을 때 사용하라고 건네줬던 것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바로 사용 하는 것만으로도 차원을 넘어 세계수로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그녀가 굳이 귀환 구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돌아가지 않은 것은 바로-
‘……지금 저 괴물을 데려가면 과연 우리가 처리할 수 있을까?’
-야차를 자신들의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힘은 강했다.
그것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차라리 김현우가 탑주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괴물이 탑주라고 말하는 게 어울릴 정도로,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마력과 무력은 에리얼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렇기에-
‘만약 저걸 연료 안으로 집어넣기만 한다면……!’
-에리얼은 그녀를 연료로서 오물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탑주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연료가 오물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최근 겪고 있는 업에 관한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 할 수 있을 테니까.
에리얼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손에 쥐어진 구슬을 만지작거렸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야차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뭔가 꾸미는 게 있는 것 같구나.”
“!”
“혹시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행동이 의심스러워서야 전부 의심하느니라.”
키득거리며 재미있다는 듯 말한 야차.
그에 에리얼은 아차 싶은 마음에 표정을 컨트롤 하려 했으나 이미 별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어디 한번 해 보거라.”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디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팔짱을 낀 야차.
그에 에리얼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으나 이내 그녀는 결심한 듯 야차의 앞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바람’의 정령왕답게 에리얼의 돌진 속도는 무척이나 재빨랐다.
야차마저도 아주 순간이기는 했으나 제대로 움직임을 잡지 못할 정도.
그러나 에리얼이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온 시점에서 야차는 다시금 그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고, 이내 시선을 돌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 이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야차.
‘무슨 꿍꿍이지?’
에리얼은 야차의 지척에 다가설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는 야차를 보며 의문을 표했으나 이내 그녀의 입가에 있는 웃음을 확인하고는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야차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에리얼의 공격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으니까.
에리얼이 자신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가만히 서 있는 야차를 본 그녀는 이내 바람에 날리고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래, 차라리 이러면 훨씬 편하지……!’
그녀는 이내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구슬을 떠올리며 침착함을 유지하곤 야차의 앞에 다가섰고.
“!”
이내 에리얼은 지금껏 자신의 품안에 숨겨두고 있는 구슬을 야차의 앞에 내밀고는 그대로 사용했다.
화아아악!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빛.
그와 동시에 야차의 얼굴빛이 슬쩍 바뀌는 것을 본 에리얼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과연 네가 정령계에 있는 이들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에리얼의 외침을 끝으로 그녀와 야차는 새하얀 빛에 빨려 들어갔고, 에리얼은 곧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세계수로 다시 되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으며 환희에 젖은 표정으로 세계수를 바라봤다.
“…….”
바라봤다.
“……?”
바라봤다?
“……어?”
에리얼은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세계수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분명 그녀가 바라본 곳에는 무척이나 거대하고 아름다운 가지를 사방에 뻗어 만물을 지켜주듯 감싸고 있는 세계수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물론 그 뒤에 따라오는 조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지금 에리얼의 앞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세계수가 아닌, 자신과 같은 정령왕인 나이아드의 멱을 붙잡고 있는 김현우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