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이걸 안 도와주네? (4)
“어…… 어어?”
에리얼의 사고가 순간적으로 정지한다.
그도 그럴 게 현재 에리얼이 보고 있는 장면은 그녀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일이 풀려야 이런 장면이 펼쳐지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지? 이게 대체…… 뭐야?’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
에리얼은 그 의문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머릿속에 정보를 수급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자, 에리얼은 곧 눈앞의 상황 이외에 다른 상황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프리트……?’
그리고 그렇게 시선을 돌린 곳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이아드의 근처에 머리부터 처박혀 있는 이프리트.
분명 몸에서는 아직도 불꽃이 새어나오기는 했으나 그 불꽃은 평시에 비하면 무척이나 약해 보였다.
굳이 표현해 보자면
‘죽기 직전이지만 아무튼 죽지는 않았다.’
정도라고 보는 게 좋을까?
“…….”
에리얼은 이프리트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른 이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땅의 정령왕인 오리에드가 나무에 처박혀 정신을 잃고 있는 모습이었고.
“……세상에.”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같은 정령 파벌의 탑주 2명이 이프리트 근처에서 사이좋게 고개를 처박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냥 전멸했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하나같이 전투불능 상태에 빠져 있는 그들.
거기에 덤으로…….
“숲이…….”
에리얼은 아름다운 조경을 너머서 이 세상의 혼돈 그 자체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변해버린 숲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아름답게 자라나고 있었던 나무들은 여기저기 이프리트의 흔적으로 인해 불에 타고 있었고.
오리에드가 무분별하게 땅을 건드린 탓인지 세계수 곳곳에는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거대한 구멍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는 다른 정령들은 덤.
그렇게 에리얼이 망연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일어난 일을 바라보고 있을 때, 조금 전까지 나이아드의 멱살을 붙잡고 있던 김현우는 에리얼과 그 뒤에 나타난 야차를 바라보곤 이야기했다.
“……야차? 네가 왜 여기 있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에리얼의 뒤쪽에 서 있는 야차에게 묻는 김현우.
그에 에리얼은 이 상황을 이해하느라 풀로 돌아가고 있던 머리를 긴급하게 정지시켰다.
‘그, 그러고 보니 나는 분명……!’
에리얼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해가는 와중에도 야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없는 동안 9계층에 침입한 이 여자를 막고 있었느니라.”
“……그러던 와중에 쟤가 뭔가 수를 써서 너를 이곳으로 끌고 온 거야?”
“대충 그런 상황이니라.”
야차의 대답에 김현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시선을 돌려 에리얼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내가 태양신인가 뭔가 하는 놈이랑 싸우고 있을 때 저 녀석이 9계층에 침입했다 이 말이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료를 찾으러 왔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뭐? 연료?”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에리얼과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나이아드를 바라보고는 이내 피식 웃으며 이야기 했다.
“이것들 봐라? 야 물둥둥 일어나봐. 너 기절한 척 하는 거 다 알거든?”
탈탈탈!
“왜…… 왜 그러시죠?”
김현우가 멱살을 잡고 탈탈거리자 슬쩍 눈을 뜨며 입을 여는 나이아드.
그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물둥둥, 저 소리는 또 뭐야?”
“그…… 그게…….”
“아, 우선 변명할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알지? 그냥 생생하게 팩트로만 이야기해. 알았지?”
“…….”
“어? 뭐야? 못 말하겠어? 그럼 네가 한번 말해볼래?”
김현우는 시선을 돌려 야차와 함께 온 에리얼을 바라봤으나, 그녀는 김현우와 눈을 마주친 순간 시선을 아래로 내려버렸다.
이유?
별다를 것 없었다.
나이아드가 김현우와 이야기하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에리얼은 지금 이 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모조리 파악했으니까.
물론 순수하게 파악한 것뿐이기에 에리얼 스스로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솔직히 말하면 에리얼은 나름대로 빠르고 정확한 자신의 판단이 이번에 한해서는 좀 빗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게 결국 그녀가 파악한 최종적인 상황은-
‘……괴물이다.’
-바로 나이아드의 멱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 있는 김현우가 이곳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이었으니까.
당장 이 세계수에서 생활하는 탑주는 에리얼을 포함해 다섯이었다.
그리고 에리얼이 빠지더라도 남은 탑주의 숫자는 네 명.
네 명이라고 하면 그리 많은 숫자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나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그들 한 명 한 명이 전부 탑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네 명의 탑주를 전부 박살 낸다?
그것도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이 상황은 그렇게밖에 결론이 나오지를 않아.’
에리얼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내리깔았고, 이내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현우는 야차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얘 말고 같이 간 다른 녀석도 있었어?”
“아니, 적어도 내 기감에 잡힌 녀석은 그녀밖에는 없었느니라.”
야차의 대답.
그에 김현우는 짧게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 몰래 9계층에 있는 애들을 납치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연료로 사용하려 했다 이거지?’
물론 연료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이 없을 때 몰래 9계층에 있는 지인들을 빼가 연료로 사용하려고 했다는 사실.
김현우는 고민했다.
‘이 새끼들을 어떻게 하지?’
처음에는 그냥 이 새끼들 모두를 조져버리고 대충 으름장을 놓고 끝내려 했다.
김현우는 데블랑이 한 말을 지킬 필요가 있으니까.
……뭐, 사실 지금 시점에서도 이미 데블랑이 말한 ‘조용히 지내기’를 뒤엎어 버린 것은 똑같았으나 아직 김현우의 머릿속에서는 나름대로 약간의 선은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내 김현우는 한참의 고민 끝에.
“하, 진짜 나 너무 착한 거 아니야?”
김현우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멱살을 붙잡고 있던 나이아드를 저쪽으로 던져 버리더니 이내 에리얼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그 모습에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람으로 만들려던 에리얼은 이내 무척이나 익숙한 마력이 자신의 바람화를 방해하는 것을 깨달았고.
“땡큐.”
“별걸 다 고맙다고 하는 구나, 우리 사이에 말이다.”
“……아, 그래.”
김현우는 야차의 말을 듣고 순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시선을 돌려 에리얼을 붙잡고는.
“우선 다른 애들도 전부 맞았는데 너만 안 맞고 가는 건 좀 그렇지?”
살벌한 표정과 함께 주먹을 쥐는 김현우.
그에 에리얼은 자신의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이야기했다.
“자, 잠깐! 저는 이미 아까 전에 저분한테 맞았는데요……?”
에리얼은 폭력을 피해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그 표현이 너무나도 없어 보였다는 것을 상기하며 수치심을 느꼈다.
그러나-
“뭐, 그건 그거고.”
“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쟤가 내 몸 일부도 아니고. 한마디로 이거랑 저거랑은 별개다 이 말이야.”
씨익.
“그러니까 변명하지 말고 우리 깔끔하게 몇 대만 맞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xxxx
세계수의 나무 안.
완전히 개판이 되어 있는 내부 공간을 둘러보던 태양신 라는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무 너머로 일어나고 있는 풍경을 바라봤다.
불과 1시간 전. 이곳에서 바라본 세계수 밖의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답기 그지없었으나, 지금 태양신의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지옥이군.’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제 싸움은 끝났는지 이 이상 추가적으로 풍경이 바뀌지는 않았으나 이미 아름답던 세계수의 조경은 박살났다.
‘거기에 덤으로 이 세계수에 있던 정령들까지 죄다 전투불능 상태라니……’
이곳에 오기 전에도 느꼈던 김현우의 소름 돋는 전투능력을 또 한번 상기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김현우가 싸움을 시작했을 때 태양신은 이때가 기회가 아닌가 싶어 냉큼 정령쪽에 붙어 그를 처리하려 했다.
허나 무척이나 다행이었던(?) 것이, 태양신이 김현우의 뒤통수를 치려는 그 순간 김현우는 말 그대로 눈 깜짝 할 사이에 나이아드를 제압해 버렸다.
아니, 제압이라기보다는 장난감처럼 다뤘다는 게 맞는 말일까?
아무튼, 나이아드가 김현우의 발에 맞고 밖으로 튕겨나갔을 때 태양신은 김현우를 공격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 뒤에 뒤늦게 따라 붙은 정령 파벌들이 김현우의 공격 몇 방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며 그의 뒤통수를 때리려는 생각을 아주 깔끔하게 지울 수 있었다.
‘……도대체 저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날뛰는 김현우를 막을 수 있는 이를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당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두 명.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 뿐이지 정말로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탑주가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그 녀석은 움직이지를 않으니 저 녀석이 먼저 시비를 거는 게 아니면 가만히 있을 테고.’
태양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완전히 박살 난 세계수의 조경을 보며 생각을 이어나갔고.
그가 어느 정도 생각을 이어나가기 시작할 때쯤.
꿍!
“……!!”
태양신은 자신의 몸에 느껴지기 시작한 엄청난 마력을 느끼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허나 그가 놀란 것은 그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느껴지고 있는 마력이 김현우의 것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건 또 무슨?’
몇 번이고 느껴봐도 김현우의 마력이 아닌 다른 이의 마력이 느껴지는 것에 태양신은 의문을 가졌고.
그것보다도 태양신이 더더욱 큰 의문을 느낀 이유는 바로-
“……지금 이 마력도 엄청난데?”
-지금 누군가가 내뿜었는지 모를 마력이 엄청난 질과 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태양신마저도 순간적이지만 깜짝 놀랄 만큼의 마력을 세계수 근처에 흩뿌리는 존재.
순간 태양신은 정령 파벌쪽에서 지원군을 불렀나 싶었으나.
꽈아아아아-!!
“!!”
곧 태양신은 이 소름끼치는 마력을 내뿜는 장본인이 정령파벌의 지원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뿜어지고 있는 마력은 지금 세계수의 근처를 흔적도 없이 밀어버리고 있었으니까.
꽈아아아앙!
큰 폭음이 한번 울릴 때 마다 눈에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갈색의 토지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꽈아아아앙!
그 상태에서 세 번 정도 큰 폭음이 들리자 태양신이 바라보고 있었던 조경은 이미 맨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듯 사라져 버렸다.
그래.
애초에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나무나 풀도 없이 깔끔하게 사라져버린 그곳에는 그저 갈색의 토지만이 남아 있었고.
꽈아아아아아아앙!!!!!
우지끈!
“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태양신은, 문득 자신이 밟고 서 있는 이 거대한 세계수에서 난 소름끼치는 소리를 들었다.
무엇인가가 확실하게 부러지는 듯한 소리.
그리고 그 뒤로 세 번의 폭음 뒤.
“으아아아아악!!! 이런 미친!!”
정령 파벌의 상징과도 같은 세계수가, 땅바닥에 처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