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나 몰래 뭐해? (1)
어두워진 밤.
축축하게 젖은 땅바닥을 짚으며,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는 멍한 표정으로 앞에 일어난 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
그녀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화마에 휩싸인 숲.
그리고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세계수가…….”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세계수였다.
“…….”
세계수.
그들이 탑주의 지위에 올라 지금의 세계수를 만들 때까지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세계수는 모든 정령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낸 정령들을 위한 안식처이기도 하고.
그래,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오랜 시간이, 저 세계수를 만들어 내는 데 걸렸다.
그런데.
그런 세계수가.
“단…… 하루아침에…….”
나이아드는 허망하게 중얼거리며 아까 전의 기억을 상기했다.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막지 못했던 김현우의 모습.
‘도대에 어디서 그런 괴물이…….’
나이아드가 그와 싸우고서 느낀 생각은 딱 그것뿐이었다.
괴물.
그는 나이아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괴물이었다.
물론 그녀는 세계수에 거주하고 있는 탑주들이 달라붙어도 김현우와 동수를 이루거나 밀릴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김현우와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사과를 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싸워보니 그녀는 자신이 판단이 전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도 머리가 아닌 그 몸으로 직접.
처음 한 대를 맞았을 때, 나이아드는 자신이 공격을 받았는지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땅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소름이 돋았던건 탑주들의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양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탑주들이 모여들어 그들에게 달려든다.
나이아드는 수분을 끌어모아 그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둔하게 만들고.
오리에드는 땅을 움직여 김현우를 가두기 위해 움직였다.
드라이어드는 나무를 이용해 김현우를 공격했고.
이프리트는 뜨거운 불꽃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김현우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문제는 그 모든 행동들이 김현우의 앞에서는 전혀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것이었다.
분명 그와 제대로 싸우기 시작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령왕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도 모른 채 쓰러졌다.
이프리트는 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처박혔고, 그것은 오리에드도 마찬가지.
자신은 괘씸죄가 추가됐다고 하면서 계속 멱살을 잡고 질질 끌려 다녔고, 뒤늦게 51번 탑에서 복귀했던 에리얼도 자신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그렇게 몰려드는 정령들까지 모두 정리한 김현우는 세계수를 박살 내 버렸다.
허나 그것은 김현우가 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수를 박살 낸 것은 바로 김현우의 옆에 있던 어떤 여자.
마치 악마 같이 이마에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던 백발의 소녀는 김현우의 요구에 따라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가볍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마자, 놀랍게도 공간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 그 백발의 소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정령계는 개박살이 나버렸고, 결국 그 소녀가 정확히 열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
“이익…….”
세계수는 박살 났다.
그것도 회생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그냥 회생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세계수는 그냥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완전히 박살난 세계수의 근처로는 이프리트가 뿌려놓은 불이 사방으로 번져 화마가 일어나 있었고.
무엇보다 그 세계수의 중심에서는 자신들이 ‘오물’에 넣어놓은 연료들이 하나둘씩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이아드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는
‘반드시…… 반드시 복수할 거야……!!’
그녀는 김현우를 생각하며 개 박살이 난 세계수를 바라봤다.
xxxx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정령 파벌 쪽 구역에 쳐들어가서 개판 오 분 전을 만들고 나왔다 이건가?”
데블랑의 물음.
그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의외라는 듯 이야기했다.
“벌써 소문났어?”
“그냥 소문만 난 것 같나? 지금 관리기관과 탑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네 이야기다.”
데블랑의 말에 김현우는 머쓱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적거리더니 이내 말했다.
“그래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냐?”
“뭐? 문제가 없어?”
“그래. 내가 깽판을 좀 치기는 했어도 걔들을 죽이지는 않았잖아?”
김현우의 당당한 말에 데블랑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적어도 데블랑이 듣기에 김현우의 말은 ‘우선 살려는 줬는데, 살려만 주면 문제 없는 거 아니냐?’ 정도로 들렸으니까.
그에 데블랑은 김현우에게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으나 이내 그만뒀다.
‘……그랬지, 이 녀석은 좀 생각이 달랐지.’
그냥 다른 것도 아니고 좀 많이 다르지만 데블랑은 굳이 이해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후-”
깊은 한숨을 내쉰 데블랑.
그는 이내 김현우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라리 네가 그 녀석들을 싹 죽였으면 일이 더 편해졌을 수도 있겠군.”
“진짜?”
“……그냥 말해본 거다. 아마 네가 정령쪽에 있는 녀석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면 지금쯤 탑주들 사이에서는 거대한 파벌전쟁이 일어나고 있을 거다.”
“파벌전쟁?”
“그래, 네가 정령 파벌 쪽에 있는 탑주들을 죽여 버렸으니 자리가 남지 않나? 그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치고받고 싸우겟지……. 뭐, 그래 봤자 악마 쪽은 참전하지 않을 테니 천사쪽의 일방적인 공격이 되겠지만.”
“악마쪽은 왜?”
김현우의 물음에 데블랑은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그쪽은 싸움을 싫어한다. ‘악마’라는 파벌 이름을 가진 것 치고는 말이지.”
“그럼 천사쪽은?”
“이쪽?…… 이쪽은 반대로 조금 투쟁적인 편이군…… 아니, 이걸 말하려던 게 아닌데.”
데블랑은 쯧 하고 짧게 혀를 차더니 이야기를 원래로 되돌렸다.
“아무튼, 지금 네가 벌인 일 때문에 탑주 쪽은 난리가 났다. 당장 오늘만 해도 정령파벌 쪽에서 개최한 회의에 천사파벌과 악마파벌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 것 같더군.”
“뭐. 나 좀 같이 조져달라…… 뭐 그런 거 말하는거야?”
“아마 그렇겠지.”
“아니, 이렇게 갑자기? 저번에 네가 말하기로는 각 파벌은 서로 견제를 오지게 한다면서? 그럼 서로 도와주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 원래라면 그래야 한다. 각 파벌들은 서로를 견제하니까.”
다만-
“지금 같은 상황은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슨 상황?”
“내가 미처 설명을 못했다만 지금 정령파벌쪽은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였다고?”
“그래, 한 마디로 자신들의 이권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했다 이거지. 이걸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한다면 지금 정령 파벌쪽은 너를 조지기 위해서 자신들이 가진 이권을 조금 내놓고 다른 이들의 힘을 빌리고 있다 이 말이다.”
데블랑의 말에 김현우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금 좀 위험한 상황이라 이거네?”
“그냥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 시점에서는 관리기관도 너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관리기관? 걔들이 왜?”
“네가 말했지 않았나? 태양신 라가 움직였다고.”
“그랬지. 나도 걔가 관리기관에 속해 있는 탑주라고 듣기는 했는데, 또 그 녀석이 하는 말을 듣기로는 정령 파벌에 개인적으로 일을 받은 거라고 하던데?”
“그럴 리가 있나?”
“……그럼 관리기관이 끼어 있다는 소리?”
김현우의 물음에 데블랑은 생각할 여지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지. 기본적으로 7번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있는 탑주들이 움직이면 무조건 관리기관이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그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애초에 내가 몸을 사리고 말 것도 없이 관리기관에서는 이미 날 노리고 있었다는 소리 아니야?”
“뭐, 그렇게 되는군.”
대체 왜? 라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데블랑은 또 한번 설명해 주고 싶은 욕구에 휩싸였으나 이내 그것을 참아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내가 지금 여기까지 와서 네게 이 말을 해주고 있는 건,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네게는 상당히 안 좋게 돌아가고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온 거다.”
데블랑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 하자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 이제 주의를 한다는 게 의미가 있기는 해?”
“……뭐,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군. 모든 건 정령 파벌 쪽에서 모은 회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지만…… 그래도 아마 지금 이 상황이 더 호전될 것 같지는 않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김현우의 물음에 데블랑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안 그래도 그게 문제라 머리가 아프군……. 원래라면 좌표를 찾을 때까지 조용히 있다가 좌표를 전부 찾고 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근데 일이 이렇게 되버렸으니-”
데블랑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김현우는 그런 그를 보고는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요컨대 포인트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거지?”
“……방법이 있나?”
데블랑의 물음.
그에 김현우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당연히 있지. 있고말고.”
이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데블랑은 김현우의 입가에 지어져 있는 미소를 보며, 왠지 께름칙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xxxx
어두운 공간.
가운데에는 그 공간을 비출 만한 랜턴 하나만이 켜져 있었고, 또 그런 랜턴 아래에는 거대한 원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 명의 사람이 앉아 있는 원탁.
그중 한 명은 바로 이번 김현우에게 세계수를 파괴당한 정령 파벌의 나이아드가 앉아 있었고, 그런 나이아드의 양옆으로는 각각 천사 파벌과 악마 파벌의 수장이 나이아드를 보며 앉아 있었다.
악마 쪽 파벌에는 얼마 전 김현우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예수가 뚱한 표정으로 나이아드를 보며 앉아 있었고.
“흐음.”
그 옆에 있는 천사 파벌에는 그 동안 탑주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탑주이자 천사 파벌에서는 대천사라고 불리우는 루시퍼가 자리에 앉아 나이아드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나이아드는 자신의 앞에 앉은 두 파벌의 수장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다 모이신 것 같으니 이야기를 시작해도 될까요?”
나이아드의 물음.
그에 루시퍼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래, 어디 한번 이야기나 들어보도록 하지. 어차피 정령 파벌 쪽에서 하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그에 나이아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맞아요. 각 파벌의 수장께서도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제가 여러분들을 이 회의에 초대하게 된 이유는 바로 김현우 때문입니다.”
“…….”
“…….”
나이아드의 말에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듯 아무런 말도 안하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루시퍼와 예수.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저희 정령 파벌쪽에서는 51번 탑주인 김현우를 여러분들과 함께 소멸시켰으면 합니다.”
곧 나이아드는 빙 둘러앉아 있는 양쪽 파벌의 수장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