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나 몰래 뭐해? (2)
천호동 하남에 있는 거대한 장원의 건물 안.
“와 진짜 인형같다! 너 왜 이렇게 귀엽니?”
“저, 저기 잠깐, 저좀 놔주-”
“와! 이 머리색 봐봐! 대박이다!”
“이서연 씨,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남의 머리카락을 그렇게 만지는 것은 실례입…… 제발 말을 좀 듣고 나서 움직여 주세요!”
아브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서연을 은근슬쩍 밀어내려 했으나, 이서연은 그런 아브의 움직임 따위는 가볍게 힘으로 제압한 뒤 그녀를 마치 인형처럼 끌어 안았다.
확실히 아브는 9계층에서는 절대로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희귀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백발부터 시작해서 인형 같은 눈코입.
거기에 자그마한 체구까지 더하니 그 외모는 가히 무척이나 잘 만들어진 인형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이서연은 김현우가 일주일 전 아브와 노아흐를 데려왔을 때부터 줄곧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고.
“제발 그만-”
아브는 어째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격해지는 애정표현(?)에 기가 눌린 듯 이서연을 밀어내며 그 뒤에 서 있는 제천대성을 향해 애절한 시선을 보냈다.
그 누가 보더라도 ‘당장 도와주세요!’ 라는 의미가 담긴 눈빛.
허나-
“흠…….”
손오공은 유감스럽게도 그런 아브의 소리 없는 외침을 그저 조용히 외면했다.
그런 손오공의 모습에 크게 배신당했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아브.
허나 손오공으로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저번 일을 기점으로 손오공은 더 이상 이서연을 이길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손오공은 당연히 이서연을 물리적으로 이길 수는 있었으나, 이길 수 없었다.
이유?
“…….”
그런 건 없다. 그냥 아무튼 이길 수 없었다.
그래, 그런 거다. 그저 막연히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손오공의 머릿속에서 맴돌았을 뿐이었으나 그는 굳이 그것을 치우려 하지 않았다.
뭐…… 정확히는 치우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기보단 그 나름대로 바가지를 긁히지 않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냈다고 보는 게 옳았으나.
아무튼 그렇기에 손오공은 이서연의 품에 끌어 안겨져 있는 아브의 눈빛을 애써 무시한 채 시선을 돌려 노아흐와 청룡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아아, 이것은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다.”
“오오. 이것 참 대단하군. 아무리 봐도 이 계층에서는 나올 수 없는 첨단의 기술일세!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빨리 이곳에 들러볼 걸 그랬네!”
“그런가? 스마트폰 외에도 꽤 둘러볼 것들이 많이 있다.”
“오! 조금 더 소개시켜 주게!”
스마트폰 하나를 가지고 거의 몇 시간을 넘게 대화하고 있는 청룡과 노아흐.
어찌 그리 죽이 잘 맞는지 청룡은 최근 손오공과 거의 말을 섞는 일이 없이 노아흐와만 말을 섞고 있었다.
‘…….’
뭐, 사실 그것도 그렇고 애초에 손오공이 이서연의 뒤를 따라다니게 될 일이 자연스럽게 많아진 것도 있었으나, 아무튼 손오공은 묘한 소외감을 느끼며 진득한 한숨을 내쉬고는 건물 한켠에 비치되어 있는 소파에 앉고는 이내 사색했으나.
‘어쩌다 투전불승의 직위를 가졌던 이 몸이 이러고 있는 건지 원.’
“오공! 빨리 좀 와봐.”
“으, 응?”
“빨리!”
“알았으니까 소리 좀 지르지 마, 간다 가…….”
이내 손오공의 사색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는 자신을 부르는 이서연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xxxx
새하얀 공간 속.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톡톡 두들기며 이야기했다.
“상황이 신기하게 돌아가고 있군.”
“…….”
그에 헤르메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남자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현재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남자의 심정이 내심 어떤지를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남자의 한마디 이후로 침묵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이내 그 묵직한 침묵은 남자에 의해서 깨졌다.
“태양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
“……그는 1주일 전 김현우를 만난 뒤부터 더 이상 탑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거야 원래도 그러지 않았나?”
“……그게, 이번에는 탑에 틀어박혀서 아예 제대로 된 의사도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게서 들었던 건 ‘더 이상 51번 탑주와는 엮이지 않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턱을 두들기던 손가락을 멈춘 남자.
그는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생각 이상이었나 보군.”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고개를 숙이는 헤르메스.
남자는 괜찮다는 듯 손을 한번 휘적거리며 이야기했다.
“아니. 네가 사죄할 상황은 아니다. 그저 태양신을 이긴 정도였다면 또 모르겠다만…… 이번에는 그 녀석이 정령 파벌에 있는 세계수마저 날려 버렸다지?”
“……예.”
“정령 쪽은 이쪽에게 따로 연락 같은 것을 넣지는 않았나?”
“예. 그들은 세계수가 날아간 이후부터 이쪽에는 전혀 이렇다 할 연락을 취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헤르메스의 대답에 남자는 가만히 생각했다.
정령 파벌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계수.
남자도 그 세계수가 정령들에게 어떤 의미인 줄은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처음 탑주들을 포섭했을 때 정령을 포함한 관계자들을 회유하는 데 사용했던 것이 바로 세계수에 관한 내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세계수를 51번 탑주가 개 박살을 내놓았다, 라…….’
남자는 짧게 독백하고는 이야기 했다.
“……오늘 파벌들끼리 따로 회의를 열었다지?”
“예, 정령 파벌 쪽에서 각각 천사 쪽과 악마 쪽을 섭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는 아마도-”
헤르메스는 굳이 뒷말을 하진 않았으나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 뒤에 나올 단어를 이해하고 있었다.
“……연합을 만들 생각인가.”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
헤르메스는 곧바로 답했다.
“아무래도 그럴 생각인 것 같습니다만…….”
헤르메스는 남자가 제일 경계하고 있는 것이 탑주들의 연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긍정했다.
그에 다시 찾아온 침묵.
이번에는 처음의 침묵보다 몇 배는 긴 침묵이 지속되었고, 마침내 그 침묵의 끝에서 남자는 결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선은 지켜보도록 하지.”
“……우선은, 입니까.”
“그래.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각 파벌들의 수장이 모인 회의는 열리지 않았나?”
“맞습니다.”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김현우를 처리하기는 늦었지. 어차피 지금 처리해 봤자 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 결정나는 것은 ‘오늘’일 테니 말이야.”
그의 말대로 지금 관리기관에서 김현우를 죽인다고 해봤자 연합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니…… 우선은 한번 이후를 보도록 하지. 파벌들이 김현우 때문에 연합을 만드는지, 아니면 만들지 않는지 말이야.”
뭐-
“그와는 별개로 생각 이상으로 탑주들의 물을 흐리는 김현우에게는 따로 제재를 가해야 할 것 같지만 말이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인상을 슬쩍 찌푸렸다.
xxxx
“안녕?”
50번 탑의 최상층.
그 탑의 주인인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악몽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환한 웃음을 지은 채 마치 친구 집에 놀러오듯 손까지 슬슬 흔들고 있는 김현우의 모습.
그에 지크프리트는 인상을 쓴 표정으로 김현우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문이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분명 막았는데 어떻게 이곳으로 온 거지!?’
예전, 김현우가 한번 50번 탑에 와서 깽판을 치고 난 뒤, 지크프리트는 또다시 그런 상황을 겪을 것을 대비해 그 문이 있던 곳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마음만 같아서는 아예 개박살을 내버리고 싶었지만……!’
정말로 이상하게 50번과 51번 탑을 잇고 있는 통로는 지크프리트가 그 무슨 짓을 해도 부서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는 통로를 부수는 것 대신 통로를 막아버리는 것을 차선책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 표정이 살짝 안 좋아 보이네?”
김현우가 슬쩍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자 지크프리트는 뒤늦게 찌푸린 인상을 피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니다.”
지크프리트의 뒤늦은 변명.
물론 그것이 변명이라는 것은 김현우도 무척이나 잘 이해하고 있었으나 그는 관대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김현우는 지금부터 지크프리트에게 도움을 받아야 했으니까.
김현우는 굳혔던 얼굴에 다시 미소를 그리며 지크프리트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옴에 따라 저도 모르게 앉아 있던 왕좌에서 일어나는 지크프리트.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내가 다름이 아니라 오늘은 너한테 좀 부탁이 있어서 왔는데, 부탁 좀 들어줄 수 있지?”
“……부, 부탁?”
“그래, 부탁.”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여는 김현우.
그 모습에 지크프리트는 알 수 없는 소름을 느끼면서도 대답했다.
“무……무슨 부탁이지?”
“내가 저번에 보니까 네가 정령 파벌에 있더라?”
“그……그건.”
“아, 변명할 필요 없어. 네가 정령 파벌이라고 지금 와서 뒤지게 패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애초에 나는 나한테 덤빈 놈이 아니면 안 때리는 주의거든.”
나 알지?
그렇게 말하며 웃는 김현우의 얼굴에 지크프리트는 금방이라도 죽빵을 날리고 싶었으나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참았고.
‘이 또라이 같은 새끼.’
그는 그저 속으로 김현우의 욕을 전부 때려 박으며 그의 말에 대답 할 수밖에 없었다.
“뭐…… 내가 정령 파벌에 속해 있기는 한데.”
그것뿐이랴? 거기에 덤으로 얼마 전 그는 무너진 세계수 앞에서 다른 정령 파벌의 탑주들과 함께 김현우를 소멸시키겠다는 맹세까지 했다.
지크프리트가 그 생각을 상기하며 대답하자 김현우는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내가 너한테 부탁해야 할 게 좀 있어서 말이야.”
“부탁해야 할 거……?”
떨떠름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는 지크프리트, 그러나 그는 애초에 그의 표정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곧바로 자신의 본론을 말했다.
“너희들, 오늘 각 파벌끼리 모여서 회의한다며?”
“회, 회의라고?”
‘이놈이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물론 세계수가 박살 나고 정령파벌에서 천사파벌과 악마파벌을 초대한 것은 무척이나 유명한 이야기다.
아니, 애초에 탑주 거의 대부분이 파벌에 속해 있다 보니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수순이고, 딱히 알고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는 정보기는 한데.
‘……얘는 대체 왜?’
김현우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김현우는 파벌에 속해 있지도 않을뿐더러, 딱히 그와 친하게 지내는 탑주들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친하게 지낼 시간조차도 없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사건을 몰고 다녔으니까.
“그래, 회의한다며?”
지크프리트는 생각을 이어나가려다 들리는 김현우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런 그의 긍정에 김현우는 웃음을 지으며.
“그럼 나 좀 거기로 데려다주라.”
“……뭐?”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