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나 몰래 뭐해? (3)
황금의 산이 가득한 그 곳에 세워져 있는 신전.
그 신전 안에는 항상 그래왔듯 태양신 라가 황금으로 만들어진 황좌에 앉아 있었다.
풍경도 변하지 않고, 사람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변한 것은 태양신 라의 앞에 한 노인이 앉아 있다는 것뿐.
“…….”
태양신 라의 앞에 앉아 있는 노인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의 수염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나 있었고, 그가 입던 옷은 무척이나 낡아 조금만 힘을 주면 찢어져 나갈 것 같으니까.
그뿐이랴?
노인의 남은 팔에는 무척이나 낡은 검이 한 자루 쥐어져 있기는 한데, 그 검은 겉보기에도 상당히 녹이 슬어 노인의 힘으로는 꺼내는 것이 어려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노인이 초라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한쪽 팔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외팔이.
그것이 바로 노인을 매우 초라하게 만드는 이유였으나.
“오셨습니까.”
놀랍게도 그런 초라한 노인에게, 태양신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어떤 마력도 느끼지 않고, 그 어떤 기백도 느껴지지 않은 노인의 앞에서 태양신은 매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노인은 그런 태양신을 마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 죄인에게 왕이 항상 고개를 숙이는군.”
노인의 입에서 나오는 노년기 특유의 숨이 찬 듯한 목소리.
그에 태양신은 고개를 들어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당신이 죄인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태양신의 말에 노인은 짧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새 언변이 조금 늘었군. 맨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말이야.”
노인의 말에 태양신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는 이야기했다.
“……항상 당신을 만나면 이것저것 깨달음을 얻으니까요. 거기에다가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태양신의 말에 노인은 슬쩍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이내 생각이 났다는 듯 이야기 했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 그 녀석을 죽이고 탑주의 자리에 오른 이와 맞붙었다고 듣기는 했네. 여기 저기 소문이 돌더군. 탑 안에 박혀 있는 나라도 들을 정도로 말이야.”
노인의 말에 담백하게 고개를 끄덕인 태양신.
“그렇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저는 나름대로 또 한번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역시 스스로가 왕이고, 스스로가 ‘절대’의 위치에 올라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예는 지켜야 한다는 깨달음입니다.”
태양신의 말.
확실히 태양신은 김현우를 만난 이후부터 그 깨달음을 평생 마음에 새기고 가기로 했다.
물론 그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노인에게 말한 것처럼 ‘누구에게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자’ 가 아닌, ‘딱 봐도 미친 또라이 새끼한테는 접근하지 말자’였지만.
‘……그게 그거지 뭐.’
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찰나 떠오른 생각을 지워버렸다.
“허…….”
아무튼, 그런 태양신의 말에 노인은 순간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가 이내 허허 하는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 했다.
“그 친구가 자네보다 강했나 보군.”
“예. 그냥 강한 것이 아니라 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했습니다.”
“……그 정도로?”
“예.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상상 이상.
태양신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노인은 또 한번 이채가 섞인 눈빛을 띄었고.
“자네에게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니, 아마 조만간 그 친구와 한번 얼굴을 마주 볼 것 같군.”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녹이 슨 자신의 검을 만지작거렸다.
xxxx
어두운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원형 탁자.
그곳에서 나이아드의 말을 들은 루시퍼는 이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연합을 해서 지금 너희 본거지를 개박살 낸 51번 탑주를 힘을 합쳐 소멸시키자, 뭐 이런 말인 거지?”
“맞아요. 제대로 이해하셨네요.”
“그럼 이다음에 내가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맞아?”
루시퍼의 물음에 나이아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미 답변도 준비해 놨구요.”
“그럼 내가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어디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까?”
루시퍼의 물음에 나이아드는 곧바로 대답했다.
“저희 정령 쪽에서는 두 파벌의 수장분께서 51번 탑주의 소멸을 도와주신다는 전제하에, 앞으로 200년 동안 저희 본 탑에서 나오는 업을 각 파벌과 균등이 분배하겠습니다.”
“……균등 분배라면 엔빵 하자는 소리지?”
루시퍼의 말에 나이아드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와, 이거 생각보다 조건이 매력적인데?”
루시퍼의 말대로 나이아드가 내건 조건은 파격적이기 그지없었다.
물론 정령쪽의 본거지가 개 박살이 난 상황이라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정령 파벌이 업을 나누어 준다고 해도 그 업들은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애초에 가공되지 않은 업은 탑주들이 사용 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하지만 그것은 본거지가 파괴 된 지금뿐이고, 무엇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바로 정령의 땅이 비옥하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령 파벌은 다른 파벌의 탑주들과는 다르게 세계수가 있는 본탑에 다른 탑에서 모으는 업들을 모조리 몰아넣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령 파벌에 속해 있는 전부가 그런 식으로 업을 세계수 쪽으로 연결해 놓지는 않았으나, 파벌에 속해 있는 이들 중 50% 정도는 자신의 탑에서 나오는 업을 세계수에 붙여 놓았다.
정령 파벌의 인원 중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령’들에게 있어서 세계수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업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나는 세계수의 과실은 다른 방식으로 업을 가공하는 것은 다른 방법에 비해 약할지 몰라도, 그 효능이 압도적이었다.
세계수의 과실은 먹기만 하면 ‘남’의 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공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업을 더더욱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물건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몇몇 정령들은 그 과실을 얻기 위해 자신의 탑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업을 세계서의 양분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수가 있는 본탑에서 나오는 업이 얼마나 질 좋은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끌리네. 끌린단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루시퍼.
하지만 그는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무엇인가를 중얼중얼 거리며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내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런데, 좀 이상한데?”
그는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루시퍼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하는 나이아드.
“뭐가 이상하죠?”
“아니, 뭐 사실 우리야 준다니까 받으면 되기는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단 말이지.”
“……?”
“너희들, 관리기관이랑 친하잖아? 애초에 너희 파벌 중에서 정령들 대부분은 관리기관 녀석들이 알선해서 탑주 자리를 맡게 된 거고 말이야.”
“그건 맞아요, 그리고 확실히 관계 면에서도 다른 파벌보다는 확실히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는 그게 이상하다 이거지, 사실 너희들이라면 그냥 관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 않나? 저쪽에 있는 악마들처럼 관리기관이랑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실실거리며 묻는 루시퍼.
나이아드는 살짝 고민하는 듯 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확실히 관리기관과 저희의 사이는 좋아요. 다만, 이미 저희는 관리기관에 한번 의뢰를 했었습니다.”
“뭐,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지. 실패했잖아?”
안 그래?
루시퍼는 실실거리며 예수를 바라봤으나, 그는 그저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에 어울려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루시퍼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나이아드를 돌아봤다.
“그런데 사실 관리기관에는 다른 녀석들도 많잖아? 뭐……이를태면 검신(劍神)도 있을 테고……또 보면 탐왕도 있잖아? 오히려 우리보다 그놈들이 더 강할 텐데?”
뭐, 당연히 우리 전체가 달려든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뒷말을 붙이는 루시퍼.
나이아드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건 당신의 말이 맞아요. 확실히 관리기관에 속해 있는 탑주 중 검신과 탐왕은 우리 모두에게 규격 외로 통하는 이들이죠. 하지만 관리기관에서는 섣불리 그들을 보내주지 않을 거예요.”
“어째서?”
“관리기관과 저희가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결국 남남. 아마 기관쪽에서는 어떻게든 저희 파벌에게 한계까지 빚을 지우게 할 거예요.”
“그걸 순순히 다른 파벌에게 이야기해 줘도 되는 거야?”
“어차피 전부 알고 계신 거 아니었나요?”
나이아드의 말에 루시퍼는 그저 가만히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찾아온 침묵.
허나 그 침묵은 루시퍼의 실실거리는 웃음에 의해 곧바로 깨어졌다.
“뭐, 좋아 우리 천사 쪽은 51번 탑주를 소멸시키는 것에 총력을 다 해서 도움을 주도록 할게,”
그 말에 나이아드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슬쩍 숙였고, 이내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던 예수를 바라봤다.
“흐음…….”
한동안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던 예수는 이내 검은자위가 보이는 홍안을 뜨고는 이야기했다.
“유감스럽지만 나는 참가하지 않도록 하겠네.”
예수의 거절.
나이아드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이내 예수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이야기했다.
“……혹시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가요?”
“그건 아닐세. 확실히 자네가 해준 제안은 무척이나 매력적일세.”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표정을 굳히자 예수는 곧바로 입을 열려고 했으나-
“내가 맞춰볼까?”
-루시퍼는 예수의 말을 끊고는 대화에 난입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루시퍼를 바라보는 예수.
그와 상반되게 루시퍼는 실실 거리는 웃음을 여전히 지우지 않은 채 짐짓 놀랐다는 듯 과장되게 양손을 우스꽝스럽게 활짝 피고는 이야기했다.
“어이쿠! 그렇게 노려보면 내가 좀 무서운데 말이야.”
“…….”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예수.
루시퍼는 슬쩍 손을 내리고는 이야기 했다.
“왜 그렇게 화나 있어? 뭐 우리가 지금에 와서 이렇게 갈려지기는 했지만 우리도 결국 한 핏줄인데 말이야.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정색하면 좀 섭섭한데?”
“…….”
여전히 침묵하는 예수. 그러나 그의 얼굴 한편에는 슬쩍 핏대가 올라와 있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루시퍼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려 했고-
“자 거기까지!!”
-루시퍼가 입을 열려는 그 순간, 그 검은 공간에는 목소리가 울렸다.
순간적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셋은 순간 의문을 표했으나 곧 시간에 지남에 따라 자리에 앉아 있던 세 명은 그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실실거리며 웃던 루시퍼는 묘한 표정을 지었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던 예수는 의구심 넘치는 표정을 지었으며.
오늘, 양쪽 파벌의 수장을 이 자리에 초대한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는-
“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분노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기묘한 감정을 가지고 검은 공간 너머로 슬슬 걸어오기 시작하는 남자를 바라봤다.
“왜? 내가 여기 오면 안 되나? 다들 내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리고-
“나도 좀 껴주라.”
김현우는 수장들이 앉아 있는 원탁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