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22
322화. 나 몰래 뭐해? (5)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공간.
그곳에서 푸른 눈동자, 데블랑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슬쩍 눈을 내리까는 것으로 인사를 했다.
“좌표는 찾았어?”
그러자 들려오는 목소리.
데블랑은 이야기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죄송합니다.]
“뭐 괜찮아. 솔직히 너희가 빨리 찾을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혹시 다른 쪽에서는 좀 진전이 있으셨습니까?]
“악마 쪽은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직도 찾기에는 좀 오래 걸리는 것 같네.”
[…….]
“뭐, 그래도 너무 급하게 찾을 필요는 없어. 이미 김현우가 탑 위로 올라온 것만으로도 우선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갖춰졌으니까 말이야.”
김현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만족스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 그것.
그 말에 데블랑은 슬쩍 눈치를 보고는 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안 그래도 그것에 대해 조금 보고드릴 것이 생겼습니다.]
“보고할 거?”
[예.]
“뭔데?”
[그것이…….]
데블랑은 살짝 말을 길게 늘이는 것으로 뜸을 들이는 듯하더니 이내 김현우가 지금까지 벌인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나이아드와 척을 지기 시작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령 파벌의 세계수를 박살 내 버렸고, 그 덕분에 정령파벌은 다른 파벌들과 손을 잡고 김현우를 소멸시키려 한다는 것까지.
[거기에 더해서, 아무래도 김현우를 처리하는 데는 정령 파벌 말고 ‘관리 기관’도 움직임을 보일 것 같습니다.]
“응? 걔네들은 또 왜? 뭐 접촉한 게 걸리기라도 했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제 능력은 그럴 가능성을 0%로 만드니까요.]
“하긴 그건 그렇지, 그럼 도대체 왜 그런 예측을 하는데? 그냥 정령 쪽에서 의뢰했기 때문에 보낸 거 아니야?”
[솔직히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그것의 질문에 데블랑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이건 아직 정보가 부족하니 조금 더 관리 기관 쪽의 행동을 보고,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눈을 슬쩍 내리깔고 이야기하는 데블랑.
그에 그것은 흐음, 하는 짧은소리를 내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그러도록 해. 그렇다고 해서 네 정체가 들통 날 정도로 움직이면 안 되는 거 알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확실히 그런 상황이면 조금 문제가 되긴 할 것 같네. 아무리 김현우라고 해도 탑주 전체가 덤비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차후 정보를 수집한 이후 한 번 더 보고하겠습니다.]
데블랑의 말.
허나 그것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을 유지한 뒤 이내 말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예?]
“이참에 잠도 좀 자서 다시 마력도 회복했겠다. 이참에 얼굴도 볼 겸 본인한테 들어보지 뭐.”
[본인에게…… 말입니까?]
“왜? 안 돼?”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데블랑이 말을 줄이며 그것의 눈치를 보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자, 그것은 피식거리는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말했다.
“만약 관리 기관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라면 쓸데없는 걱정인거 알지?”
[……알겠습니다.]
데블랑은 그것의 말에 조용히 대답하고는 눈을 감았고, 이내 얼마 있지 않아 그 공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렇게 데블랑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던 그것은-
“자, 그럼 한번 나타날 타이밍을 노려 볼까?”
-그렇게 중얼거렸다.
xxxx
그로부터 하루 뒤, 51번 탑의 최상층.
“자, 이제부터 내 동료가 될 사람이야.”
김현우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지크프리트는 온갖 감정이 담겨 있는 눈빛으로 김현우를 쳐다보았으나 이내 어쩔 도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슬쩍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크프리트라고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그는 노아흐와 아브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분명 그의 인생은 투쟁과 전투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맨 처음 이성이라는 것이 생겼을 때부터 그는 죽지 않기 위해 투쟁했고, 끝없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위치를 위해 싸움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것이 바로 이 탑주의 자리.
오로지 투쟁만이 존재했던 세상에서 지크프리트는 결국 홀로 탑의 정상에 올라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깨고 평온한 삶을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 성공했었다.
탑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난 뒤부터 더 이상 지크프리트에게 투쟁이라는 것은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그가 탑주 회의에 참가해 정령 파벌에 들었던 그 순간부터 지크프리트에게 투쟁이라는 것은 먼 이야기가 아닌,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탑주의 자리는 평온했으니까.
그리고 그 평온함에 지크프리트는 항상 만족했다.
불만족스러워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의 삶은 투쟁뿐인 삶이었고, 그렇기에 이 평온함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그 짧은 시간에 지크프리트에게 주어졌던 평온함은 깨지고 말았다.
깨진 것뿐이 아니라 아예 상상조차도 못 할 정도로 개박살이 나 버렸다.
‘이 새끼 때문에……!’
맨 처음 갑작스레 탑에 나타났을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탑에 나타난 김현우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으니까.
‘그때 건드리지 말걸.’
지크프리트는 내심 그때의 일을 후회했다.
만약 저 녀석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면 이런 사달이 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
슬쩍 눈동자를 굴려 김현우를 째려본 지크프리트.
그러나 김현우는 그런 지크프리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브와 노아흐에게 지크프리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지크프리트는 한숨을 내쉬며 결심했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확실하게 노선을 바꿔야 한다.’
어차피 어제 김현우를 그 회의장에 데리곤 간 것으로 지크프리트는 정령 파벌에서 탈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그냥 탈퇴한 것이 아니라 척을 지고 탈퇴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프리트는 정령 파벌의 본거지인 세계수를 개박살 내 버린 김현우와 손을 잡은 것과 다름이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애초에 지금부터 찾아가서 변명을 한다고 해도…….’
살아남을 확률이 아주 조금은 있기는 했다.
아주 조금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렇게 빌어서 살아남는다고 해 봤자 이미 그는 내놓은 놈 취급당할 것이 뻔했기에 결국 지크프리트는 노선을 갈아타기로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폭주기관차 김현우의 노선으로.
‘……솔직히 이게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에게는 남아 있는 선택지가 ‘전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없었다.
지크프리트가 그렇게 홀로 결심을 다지고 있는 사이, 김현우에게 이야기하던 아브와 노아흐는 그에게 다가가 인사하기 시작했다.
“잘 부탁해요, 저는 아브라고 해요.”
“나는 노아흐라고 하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잘 부탁한다.”
아브와 노아흐의 손을 차례로 잡으며 인사하는 지크프리트.
김현우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고, 이내 지크프리트는 그들과의 인사를 끝내고 김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뭘?”
“정령계를 말하는 거다. 어제 네게 듣기로 정령과 천사들이 힘을 합친다고 하지 않았나?”
“뭐, 그렇지? 우선 듣기로는 그렇게 들었어.”
“그럼 뭔가 대책이 있는 거 아닌가?”
“대책?”
“그래, 나름대로 생각한 대책은 없나?”
지크프리트의 물음에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없는데?”
“……?”
“왜 그런 표정으로 봐?”
“없다고?”
“……없어.”
“……정말로?”
“그럼 가짜로 말하겠냐? 애초에 어제 그런 말을 들었는데 무슨 대책을 짜?”
김현우의 당당한 모습에 순간 할 말을 잃은 지크프리트.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아예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지. 지금부터 그 대책이란 걸 생각해 보려고 너를 부른 거잖아?”
김현우의 말에 할 말을 잃은 지크프리트.
‘……또라이인 데다가 대책까지 없을 줄이야.’
그는 짧게 감탄하고는 입을 열려 했으나.
“…….”
이내 지크프리트는 김현우의 양손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튀어 나오려는 말을 참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스스로의 입을 달랬다.
그렇게 자신을 진정시킨 지크프리트는 입을 열었다.
“알겠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보는 게 좋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 시작해 보지.”
“그래, 수고해.”
그리고 곧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귓가에 들린 목소리에 의심을 품고 김현우를 바라보았다.
“?”
“?”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수고하라고. 뭔가 잘못됐나?”
“당연히 참가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왜?”
“???”
지크프리트는 그 말에 대답하는 것 대신 기이한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김현우의 손이 약간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 눈빛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그런 지크프리트의 모습을 탐탁지 않게 바라본 김현우는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 그 말은 당연히 농담이고, 우선 당장은 내가 어디 한번 가 볼 데가 있거든, 우선 그전까지는 그 녀석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어 봐.”
“……갈 곳?”
“그래, 갈 곳이 있어서 말이야.”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몸을 돌리려다-
“아, 깜박했다.”
-이내 탄성을 내지르고는 이내 몸을 돌려 지크프리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레 몸을 돌리는 김현우의 모습에 지크프리트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노아흐, 그것 좀 줘 봐. 내가 어제 말했지? 만들어 놓으라고.”
“아, 그거 말인가?”
“그래.”
“알겠네, 좀 기다려 보게나.”
노아흐는 김현우의 말에 곧바로 자신의 품 안에서 어느 한 종이를 꺼냈다.
“그건…… 뭐지?”
노아흐의 품에서 나온 종이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 지크프리트.
그에 김현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그의 앞에 두고는 말했다.
“아, 뭐 별건 아니고 그냥 계약서 같은 거야.”
“……계약서?”
“그래, 굳이 네게 일일이 설명하기는 조금 귀찮으니까 그냥 여기에 사인만 하면 돼.”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지크프리트 앞에 있는 종이의 하단을 가리켰고.
“아, 사인은 마력으로 하면 된다?”
“아…… 아니 잠깐, 이게 무슨 계약서인지는 알려 줘야…….”
“별거 아니라니까? 그냥 너는 여기에 가볍게 손가락만 휘적거리면 돼.”
“그러니까 이게 무슨 계약서인지-.”
“사인하고, 그냥 편하게 대책 회의 할래? 아니면 질질 끌다가 몇 대 맞고 대책 회의 할래?”
“…….”
김현우가 웃으며 주먹을 쥐자 지크프리트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그와 계약서를 번갈아 바라보다-
“나…… 나를 믿지 못하는 건가!?”
-그렇게 소리쳤다.
“뭐?”
“나를 못 믿는 거냐고 물었다! 너도 알다시피 이미 나는 정령 쪽과는 완전히 척을 졌다!”
“그래?”
“그렇다!”
“그럼 하면 되겠네.”
“?”
“그럼 하면 되잖아? 어차피 여기 말고는 다른 데 갈 곳도 없는 거 아니야?”
“아니, 그게…….”
“야.”
“…….”
그날,
지크프리트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계약서의 끝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