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이 탑주들 실화냐? (2)
모든 것이 새하얀 세상.
하지만 관리 기관이 있는 관저와 이곳은 본질적으로 다른 곳이었다.
관리 기관이 있는 곳은 모든 것이 새하얀 게 아닌, 그냥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었고, 이 공간은 그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사물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보기만 해도 부드러워 보이는 하얀색의 구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그러한 구름 위에 만들어져 있는 수많은 건물.
마치 법칙을 무시하기라도 한 듯 새하얀 하늘 위에 있는 수십 개의 구름들의 위에는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것 같은 중세 시대의 신전과도 같은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고.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중에서도 그 공간 한가운데 지어져 있는 거대한 공간에서는 4명의 천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대천사라는 것을 의미하듯 화려하게 빛이 나고 있는 3쌍의 날개.
그중에서도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붉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루시퍼를 바라보며 묻자, 루시퍼는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한차례 훑고는 말했다.
“당연히 죽일 생각이야.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언을 들어서 말이야.”
루시퍼의 간단명료한 대답.
그 대답에 이번에는 루시퍼의 오른쪽에 있던 금발 머리칼의 남자, 지브리엘이 입을 열었다.
“천사들과 소속 탑주들을 집결시킬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렇다면……?”
“너무 그렇게 총력전으로 가려고 하지 마. 사실 죽여 버린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인력을 소모하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
루시퍼의 말에 지브리엘은 순간 고개를 갸웃하고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인력 소모라니요……? 물론 51번 탑에 총력전을 펼치면 천사들이 하늘의 곁으로 돌아갈 수는 있겠으나 저를 포함한 대천사들과 탑주들은 전혀 피해가 없을 겁니다.”
그런 지브리엘의 말에 루시퍼는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슬쩍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고.
“혹시.”
루시퍼가 그런 표정을 짓는 순간,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백금발의 남성, ‘우리엘’은 입을 열었다.
“……루시퍼 님께서는 51번 탑주를 저희가 총력전을 벌이더라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강자로 보고 계시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루시퍼는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우고 슬쩍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정답. 역시 한 번 정도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해서 그런지 대충 감을 잡고 있는 것 같군.”
“……정말입니까?”
지브리엘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자 루시퍼는 가볍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이야기했다.
“뭐, 우리도 총력전을 펼치면 51번 탑주를 소멸시키는 거야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녀석은 확실히 강해.”
-분명 우리도 그대로 총력전을 벌이다가는 쓸데없는 손실을 입게 될 거야.
루시퍼의 말에 입을 다문 지브리엘, 그 옆에 있던 가브리엘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그가 이프리트와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볼 때부터 심상치 않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강할 줄이야.”
“뭐, 마력만을 보낸 터라 그 아래까지 꿰뚫어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회의 때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분명 마력을 이용해 사념만으로 대화를 했음에도 눈에 들어오는 진득한 투기.
거기에 더불어.
‘그때의 그 공격.’
그 어떤 준비 동작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내질러져 있었다는 듯 루시퍼의 사념체를 파고든 그 공격은 그로서도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
비록 사념체로 가서 전체적인 감각 정밀도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루시퍼는 김현우의 공격을 꿰뚫어 보지 못했으니까.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루시퍼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들려오는 가브리엘의 목소리.
그에 루시퍼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바로 움직이지는 않을 거야.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총력전으로 가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무조건적으로 피해가 일어날 테니까.”
“그렇다면…….”
“알다시피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어. 우리가 굳이 먼저 나서지 않더라도 정령 쪽에서 움직임을 보이거나 할 테니까.”
그러면-.
“우리는 적당히 눈치를 보다 51번 탑주가 제일 약할 때 그 녀석을 건들면 되는 거야. 만약 그 녀석이 정령 쪽을 혼자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뒤에도 힘이 빠지지 않으면 녀석을 이 천국으로 초대해도 되겠지.”
“천국으로요……?”
“그래, 그 보잘것없는 나무와 다르게 우리는 이 천국에서 가장 많은 힘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안 그래?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
그렇게 루시퍼가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우리엘, 아니 ’데블랑‘은 자신의 푸른 동공을 슬쩍 감았다.
xxxx
“여기가 맞나?”
김현우는 앞에 펼쳐진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보이는 것은 검디검은 하늘.
분명 저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하늘과 구름은 김현우에게 기묘한 인상을 남겨 주었고, 그것은 김현우의 발아래에 있는 붉은 대지도 마찬가지였다.
툭툭-.
모래도 아닌, 딱딱한 돌이 이리저리 엉켜서 만들어진 붉은 대지.
그리고 그 붉은 대지 위로 솟아올라 있는 거대한 고성.
물론 고성의 주변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고성의 하늘은 다른 곳과 변함없이 어두웠고, 그것은 고성을 지탱하고 있는 땅도 마찬가지였다.
“…….”
혹시나 다른 것들은 없나 하고 살펴보자 고성의 주변으로 몇몇 개의 식물류들이 자라나는 것을 확인했으나.
‘못 먹게 생겼네.’
자라나는 식물들은 척 보기에도 먹으면 어떻게든 탈이 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김현우는 깔끔하게 시선을 돌려 고성을 바라보려 했다.
“51번 탑주님이십니까?”
자신의 앞에 한 악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누구?”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악마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예수와는 다르게 온몸에 갑각류의 껍질을 달고 있는 악마는 언뜻 보기에 굉장히 흉측하게 생겼으나 그런 외형과는 다르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예. 듣기로는 스승님께서 손님이 한번 찾아오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승님이라고 하면…… 예수?”
김현우의 물음에 갑각류를 뒤집어쓴 악마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
분명 미소를 지은 것일 텐데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든 김현우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려다 표정을 고쳤고.
“그럼 따라오시죠.”
악마는 그런 김현우의 실례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으로 곧바로 몸을 돌려 고성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에 김현우는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며 그의 뒤를 따라 고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메마른 대지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성을 향해.
“…….”
고성을 향해 걷는 동안 김현우와 갑각류의 악마는 단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김현우는 문득 고성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멀다고 생각했다.
“……?”
분명 그가 걸은 시간은 꽤 된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고성까지 남은 거리는 자신이 걸어온 것보다도 한참 남아 있는 것 같은 기현상.
하지만 길을 안내해 주고 있는 악마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걸음을 옮길 뿐이었고, 그렇기에 김현우는 딱히 질문하지 않았고 그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후…….”
김현우는 분명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고성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는 고성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고성의 여기저기는 제대로 유지, 보수가 되지 않았는지 외벽이 부서지거나 상해 있었고, 심지어 그 문마저도 마찬가지였다.
한 마디로 고성을 넘어 ‘폐성’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놀랍군요.”
“응?”
그렇게 김현우가 고성을 구경하고 있을 때 들린 목소리에 그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갑각류의 악마가 그를 놀랍다는 듯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고행의 길을 이렇게 빨리 통과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고행…… 뭐?”
“고행의 길입니다. 설명을 해 드리고 싶지만 우선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차차 설명해 드리도록 하고……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스승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가 미처 무슨 질문을 하기도 전에 곧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뭐야……?”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김현우는 묘하게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했으나 이내 그 악마를 따라 고성 안으로 들어갔다.
고성의 내부는 외부와 별다를 바 없었다.
물론 외부보다는 풍화가 심하지 않았으나 내부도 그 상태가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여기저기 이가 나가고 부서진 돌계단을 한참이나 올랐을 때.
“왔군.”
김현우는 고성의 꼭대기 층에서 기다렸다는 듯 원형 탁자에 앉아 있는 예수를 볼 수 있었다.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김현우를 예수에게 데려다준 제자는 스승에게 인사를 받고는 슬쩍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이내 자취를 감추었고, 예수는 김현우를 보며 가벼운 웃음을 짓고는 손짓했다.
“우선 앉게.”
예수의 말에 김현우는 우선 별다른 말없이 그의 앞에 앉았다.
툭.
앞에 앉자마자 예수는 김현우의 앞으로 쇠잔에 담겨 있는 포도주를 넘겨주었고, 이내 이야기했다.
“그래,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다른 정령과 천사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거겠지?”
“그것뿐만이 아니라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정보들은 전부 알고 싶은데? 거기에 더해서 ‘관리 기관’에 대한 정보까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고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예수는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뭐, 사실 자네가 이곳에 온 시점에서 내가 해 주지 못할 이야기는 없지. 그러니 우선 맨 처음부터 이야기해 주도록 하겠네.”
“맨 처음?”
“그래, 내가 그때 약속하지 않았나? 이곳까지 오면 내가 그들과 손을 잡지 않은 이유를 말해주겠다고 말이야.”
예수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 말고도, 그 녀석들이 탑을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었나?”
“뭐, 정확히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네만…… 자네의 말이 맞네.”
예수의 말에 김현우는 자신의 머릿속에 야차에게 들었던 정보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그거지? ‘오물’이나 ‘연료’ 말이야.”
“분명 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어떻게 알고 있는 겐가? 그건 그 녀석들이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하는데 말이지. 뭐, 전부 알음알음 알고 있지만 말일세.”
“나도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니야. 그냥 그 녀석들과 싸움이 났을 때 언뜻 들었던 것뿐이지.”
“그런가.”
“그래서, 도대체 그게 뭔데?”
김현우는 그렇게 물으며 팔짱을 꼈다.
생각해 보면 이 주제에 관해서는 데블랑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계속 어긋나서 물어보지 못해 상당히 궁금증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예수를 바라보는 김현우의 모습에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령들이 말하는 ‘오물’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