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이 탑주들 실화냐 ? (5)
붉은 대지 위에 만들어져 있는 고성.
“…….”
예수는 얼마 전까지 자리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던 그를 떠올리며 철제 잔에 들어있는 포도주를 머금었다.
씁쓸한 맛.
그 맛을 조용히 음미하며 예수는 김현우를 떠올렸다.
‘신기해…….’
예수는 처음 자신의 제자에게 사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김현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었고, 오늘이 되어서야 그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기대와는 달랐지.’
허나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어느 정도 나눠본 김현우는 예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이였다.
그것도 상당히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히 신비했어.’
예수가 느끼기에 김현우는 분명 어떤 종류의 수행을 쌓았다.
물론 그것이 김현우의 말투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말투는 어찌 보면 굉장히 가볍고, 또 특정한 이들은 굉장히 무례하다고 할 수 있는 말투였으니까.
허나 그런 말투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어떤 종류의 수행을 쌓았다는 것을.
그것뿐인가?
“스승님.”
“그래, 무슨 일이냐?”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에 대해 정확하게 관측을 해봤습니다.”
“어떻게 되었느냐?”
“……한 시간입니다.”
“한 시간?”
“예. 조금 전 탑을 방문하신 51번 탑주는 단 한 시간 만에 고행의 길을 완벽히 걸었습니다.”
“확실히 빠르다고는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빠르구나.”
고행의 길.
그것은 바로 예수가 살고 있는 탑 전체에 깔려 있는 특수한 금제였다.
‘고행의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사람을 심마에 들게 하지, 그리고 그 심마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 동안 그 사람은 절대 이 성에 도착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금제 덕분에 이 33번 탑은 관리 기관의 감시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탑 중 한 곳이었다.
‘아버지의 힘을 얄팍한 짓으로 빼앗은 루시퍼조차 3일이 걸렸거늘.’
예수는 그리 셍각하며 김현우를 떠올렸다.
말투에서는 자유분방함이 묻어나오는데 비해 그 눈 속에서는 수백 수천 년을 기본으로 수행한 것 같은 선기가 느껴지는 이질적인 모습.
“……과연”
예수는 탑 밖의 붉은 대지를 바라봤다.
그 무엇도 없는 붉은 대지.
“어떻게 될는지.”
예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뀌지 않는 붉은 대지를 바라봤다.
물론 지금 당장 이 탑을 넘어선 모든 것들은 전부 바뀌지 않고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예수는 그를 만나고 나서 하나의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지켜보도록 하지.”
그것이 좋은 길이 될지, 아니면 나쁜 길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김현우는 분명히 무엇인가를 바꿀 것이라고, 예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눈을 감았다.
xxxx#
파지지직!
“무슨-”
김현우의 앞으로 흐르는 푸른 전류.
그에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움직였으나.
카지지직!
“!!”
이내 몸을 뒤로 빼는 그 순간 터져나온 전류는 김현우의 몸을 뒤덮었고, 그에 김현우는 곧바로 푸른 전류에 대응하기 위해 마력을 뽑아내려 했지만-
“……응?”
-그가 마력을 뿜어내려는 순간, 김현우는 자신이 지금까지 앉아 있던 소파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왔군.”
곧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데블랑이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자신이 예전에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날개?”
물론 외형은 거의 변함이 없었으나 그의 등 뒤에 있는 3쌍의 날개는 그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주었다.
김현우가 데블랑의 등에 있는 날개를 보며 중얼거리자 데블랑은 슬쩍 불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천사쪽에 있다고 설명만 했었지 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긴 하군.”
데블랑의 말.
그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곤 중얼거렸다.
“……신전?”
“맞다. 지금 이 곳은 ‘우리엘’의 이름을 사용 하고 있는 내가 지내고 있는 신전이다. 또한 이곳은 천사파벌의 집결지이기도 하지.”
데블랑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 천사들의 집결지?”
“그래, 하지만 너무 걱정할 건 없다. 애초에 내가 마음먹고 결계를 펼친 이상 네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루시퍼라도 모를 테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한데, 갑자기 왜 이런 식으로 부른 거야?”
김현우는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김현우의 앞에 스파크가 생기더니 이내 순식간에 김현우를 집어삼켰던 상황.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이는 김현우의 얼굴을 확인한 데블랑은 말을 이어나갔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너 때문에 천사쪽은 굉장히 날이 서 있으니까. 나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그래.”
데블랑은 그리 말하며 김현우에게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피드백을 하기 시작했고.
그 피드백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대답했다.
“……한 마디로 이제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나를 만나기가 힘들겠다는 소리네?”
“맞다. 거기에 더해서 네게 도움을 주는 것도 어렵게 됐다.”
“그래?”
담담한 김현우의 대답.
그에 데블랑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한번 부여잡더니 이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너는 무슨 짓을 한 거냐?”
“갑자기? 뭘 무슨 짓을 해?”
“루시퍼에게 말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 녀석이 그렇게 이를 갈고 있는 거지?”
“……응? 이를 갈고 있다고?”
“그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너를 찢어발기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더군.”
데블랑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김현우는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뭐야, 그냥 안 빡친 척한 거였어?”
“뭐?”
“아니, 회의장에 갔었을 때 잠깐 말싸움을 했는데 패드립을 쳐도 별로 안 빡친 척하더라고, 그래서 내심 멘탈이 대단하다 싶었는데 또 그게 아니었나 보네?”
김현우가 씨익 웃으며 이야기 하자 데블랑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 회의장에서 말싸움을 했다고?”
“응.”
“……루시퍼랑?”
“맞아.”
“……미쳤군.”
데블랑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현우가 또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아니, 그냥 또라이도 아니고 이 새끼는 그냥 개 쌍 또라이다.’
“왜 그런 눈으로 봐?”
데블랑인 인상을 찌푸린 표정으로 바라보자 같이 인상을 찌푸리는 김현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말싸움을 한 거지? 분명 너는 그 자리에서 되도록 평화롭게 세 파벌의 연합을 막아야 했다.”
“막기는 막았잖아?”
“……확실히 그건 그렇다만.”
“그럼 된 거 아냐?”
“…….”
데블랑은 더 이상 김현우와 대화를 하는 것이 그저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고는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지금 이 시점부터 내가 네게 찾아가는 일은 ‘좌표’를 찾은 게 아니라면 굳이 찾아가진 않을 거다.”
아니, 찾아가지 않는 게 아니라 못 찾아가는 거지.
데블랑은 스스로 했던 말을 정정했다.
그 말에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김현우는 이내 슬쩍 물린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좌표는 도대체 언제쯤 찾는 거야? 그거 찾기 시작한 지 좀 됐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아직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좌표를 언제쯤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거참 정해진 게 단 하나도 없네.”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고는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
“……무엇을 말하는 거지?”
“지금 상황 말이야. 우선 네가 움직임이 제약되는 건 알았는데,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하냐 이 말이지. 이제 슬슬 정령이랑 너희랑 연합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싸움을 걸어 올 거 아니야?”
“……생각해 보면 그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말을 전해놓는 편이 좋겠군.”
데블랑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현우에게 현 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의 목표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관리 기관이 눈치채지 못하게 좌표를 찾는 거다. 그건 기억하고 있겠지?”
“……이미 끝난 거 아니야? 어차피 관리 기관은 나를 주시하는 것 같던데.”
“그건 너 혼자일 뿐이고 아직 우리는 관리 기관의 시선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자랑하는 거야?”
김현우의 말에 데블랑은 대답하지 않고 살짝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너도 이제 어느 정도 알겠지만 관리 기관은 정말로 큰 일이 아닌 이상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거다.”
“그 큰일이라는 게 대체 뭐야?”
“솔직히 그 기준은 나도 잘 모르겠군, 애초에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네가 벌인 ‘이 정도’로는 관리 기관이 직접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군.”
-지금 당장도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데블랑은 그렇게 뒷말을 잇고는 이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너는 적절하게 선을 지키면 된다.”
“선?”
“그래. 관리 기관이 너를 주시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이 상황에 딱히 관련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는 거니까.”
데블랑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그러면 싸우지 말라는 건가?”
“사실 그게 가장 좋겠지. 애초에 싸움이 없다면 시선을 끌 만한 일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테니까.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불가능하지.”
그러니-
“죽이지 마라.”
“……뭐?”
“말 그대로의 이야기다. 탑주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탑주들을 죽이지 말라고?”
“그래, 네가 탑주들을 소멸시키지만 않으면 관리 기관은 먼저 나서지 않을 것 같군.”
“……진짜로?”
“……솔직히 100% 장담은 못 하겠군. 그러나 지금 정황상 봤을 때 그렇지 않나?”
데블랑의 말에 김현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민하다 이내 짧게 혀를 차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거참, 신경 써야 할 거 한번 더럽게 많네.”
“…….”
‘네가 처음부터 일을 키우지 않았다면 신경 쓸 일이 하나도 없이 않았을까?’라는 말을 내뱉으려 했던 데블랑은 입을 다물고는 또 다른 추가적인 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아마 천사쪽과 정령쪽은 동시에 너를 공격하지는 않을 거다.”
“그건 또 왜?”
김현우의 물음에 데블랑은 루시퍼가 한 이야기에 대해 가볍게 설명해 주었다.
“뭐야 쫄기까지 했어?”
“……그렇다기보다는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생각인 것 같더군.”
데블랑의 말.
그 이후로 한참이나 데블랑에게 이런 저런 정보를 들은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뭐, 아무튼 알았어. 한 마디로 요점은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이거지?”
“그렇지. 탑주가 죽으면 관리 기관 입장에서는 고객이 사라지는 것이지만 탑주가 죽지 않는다면 결국 관리 기관 입장에서 고객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렇단 말이지……?”
이내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왠지 언젠가 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는 김현우를 본 데블랑은 경고하듯 입을 열었다.
“혹시나 싶어서 말해두는 거다만 눈에 띌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당연히 알고 있지.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며?”
“그렇긴 한데…….”
“그럼 걱정 마, 이 이상 어그로를 끌면 상황이 안 좋아진다는데 그 정도는 지켜야지.”
데블랑은 자신 있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현우.
“…….”
그는 왠지 조금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