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죽이지만 않으면 되잖아? (1)
50번 탑주 지크프리트.
그의 인생은 실시간으로 예쁘게 조져지는 중이었다.
아니, 당장 실시간으로 조져지는 중은 아니었으나 이제 곧 그렇게 될 예정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51번 탑의 최상층.
지크프리트가 슬쩍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브와 노아흐를 바라보며 묻자,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혹시 모르니까 9계층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이를 데려올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탑주들이 이제 막 쳐들어올지도 모르니까 9계층에 내려가서 도움이 될 만한 계층인들을 데리고 오겠다. 이 말로 해석해도 되나?”
“맞아요.”
지크프리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브.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는 중얼거렸다.
“제정신인가……?”
“네?”
“혹시 너희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해두지만 우리가 싸워야 할 이들은 탑주다. 알겠나? 일반 계층인들이 아닌 탑주라는 말이다.”
지크프리트의 말에 아브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런데 계층인들의 도움을 받겠다고? 고작 계층인들의?”
“……어, 그러면 안 되나요?”
“그러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51번 탑의 계층인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다만 그들은 결국 일개 계층인일 뿐이란 말이다!”
나중에는 슬쩍 격앙된 말투로 입을 여는 지크프리트.
적어도, 그의 의견은 맞는 말이기는 했다.
그래. 1번부터 50번 탑에 한해서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1번부터 50번 탑에 있는 계층인들은 지크프리트 같은 이레귤러가 아닌 이상 절대로 탑주보다 강해질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무엇보다도, 탑주는 일정 이상의 업을 관리 기관에 항상 내놓기는 하지만 결국 탑주에게 돌아가는 업은 그대로 그의 힘이 된다.
그것이 바로 계층인들이 탑주를 이길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였다.
애초에 경험치를 흡수하는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계층인들은 끊임없이 살육을 저질러 10의 경험치를 쌓는데에 비해 탑주들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으로 100의 경험치를 쌓으니까.
압도적인 불합리함.
그렇기에 지크프리트의 어이없음과 의문은 굉장히 합당했으나 정작 아브와 노아흐는 슬쩍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군, 저번에 야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딱히 탑주들이 강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냐? 아니면 정말로 이해를 못 한 건가!?”
지크프리트의 말에 아브와 노아흐는 얼마 전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태양신 라가 탑의 최상층에 들어왔을 때, 9계층에 바람의 정령왕이 들어왔을 때를.
물론 노아흐와 아브는 그때 기절해 있었으나 야차를 통해 그날 일을 짤막하게 들을 수 있었고, 그 이후의 일까지 어느정도 들을 수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브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 지크프리트는 이내 반론을 하려다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
그것은 바로 문득 생각난 기억 때문이었다.
세계수가 무너진 그날, 지크프리트는 세계수가 있던 공간에 같이 있지 않았다.
그가 그 공간에 가게 된 것은 세계수가 무너지고 난 그다음 날.
다음 날에 세계수가 있는 공간에 찾아간 지크프리트는 세계수가 그대로 반으로 쪼개져 무너져 있고, 주변의 공간이 완전히 박살 나 있는 것을 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었다.
그리고 그때, 지크프리트는 조금 이상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력.
하루가 지나서도 여전히 세계수의 남아 있는 마력의 잔재는 상당했다.
허나 이상했던 것은 바로 그 마력의 잔재가 김현우의 것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물어봐도 그 당시 세계수에서 싸움을 벌였던 이들은 그날 세계수에서 있었던 일을 전혀 말하지 않고 그저 김현우를 소멸시키겠다고 이를 악물 뿐이었었다.
“…….”
지크프리트가 거기까지 생각하며 입을 다물고 있는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브 있냐……?”
그는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엇? 오공님?”
“자네가 왜 여기에 있는가?”
지크프리트의 시선에 비춘 것은 한 남자였다.
구릿빛으로 탄 피부를 가지고 있는 남자.
그러나.
“!!!”
곧 지크프리트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무슨??’
그것은 바로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마력 때문.
‘뭐지……? 저 녀석은 대체 누구길래 저런 엄청난 양의 마력을……?’
그것도 그냥 마력이 많은 것이 아니었다.
그 마력 속에서 느껴지는 폭발적인 잠재력.
“아, 그게 말이야…… 아브, 너 시간 좀 되냐?”
“응? 할 말이라도?”
“다름이 아니라 사실-”
게다가 조금 더 지켜보고 있자 지크프리트는 현재 남자가 마력을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마디로, 지금 은연중에 풍기는 마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소리.
물론 마력을 총량만을 가지고 그가 얼마나 강한가를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지크프리트의 눈앞에 보이는 남자는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양을 가지고 있었다.
“엑!? 싫어요!”
“그, 어떻게 좀 안되겠냐?”
“절대로 싫어요! 저를 또 노리개로 쓰실 생각인가요?!”
“……그건 아닌데 내가 요즘 바가지를 너무 긁혀서 힘들어…… 제발 살려줘.”
“안 돼요! 그렇게 해줄 생각 없어요! 돌아가요!”
아브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우울한 표정을 짓는 손오공.
지크프리트는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노아흐에게로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지금 저 남자는 누구지……?”
“응?”
그에 반응한 것은 노아흐가 아닌 손오공.
그는 지크프리트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 그러고 보니 처음 보는 녀석이네? 얘는 또 누구야?”
손오공의 말에 아브는 입을 열었다.
“아, 이분은 저희 탑 바로 옆에 있는 50번 탑주님이세요.”
“응? 50번 탑주?”
“네! 안 그래도 일 때문에 조만간 소개시켜 드리려고 했었는데 잘 됐네요!”
아브는 그렇게 말하며 손오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지크프리트에게 그를 소개해 주었고.
“뭐,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잘 부탁해. 탑주라고?”
“…….”
지크프리트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자신의 정보들이 처참히 분쇄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색한 인사.
그 인사를 바라보고 있던 아브는 이내 떠올랐다는 듯 오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오공 씨. 혹시 지크프리트님과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나요?”
“……?”
xxxx
무너진 세계수의 뿌리 안.
그곳에는 정령파벌에 속해 있는 이들이 모두 모여 둘러 앉아 있었고, 그 중앙에는 4대 정령왕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침묵이 가득한 방 안.
그곳에서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였다.
“그럼 지금부터 의견을 받도록 하겠어요. 혹시라도 발언하실 거라면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해주시길 바랄게요.”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그녀의 말.
그와 동시에 방 안에 빙 둘러 앉아 있던 탑주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역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천사쪽과 되도록 협동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흠, 저는 오히려 그 생각에 반대입니다. 천사 쪽에 기대는 것보다는 저희가 총력전을 펼쳐서 그를 소멸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발언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죠? 김현우가 쳐들어 왔을 때 저희 측에는 고작 다섯 명의 탑주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 있는 전체 인원이 몰려간다면 그도 고전을 면치 못할겁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저희가 피해를 입지 않겠습니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피해가 없는 전쟁은 없으니까요.”
“그것보다는 지금 저희의 세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으면서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나로 모이는 의견 없이 여러 갈래로 퍼져서 제각각의 의견을 내는 탑주들.
그 모습을 보며 나이아드를 포함한 다른 정령왕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현재 탑주들이 내고 있는 의견들은 모두가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의견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던 것은 그때 세계수가 무너지는 것을 직접 본 탑주들.
“…….”
지금 다른 탑주들이 총력전으로 김현우를 처리하자고 말하는 이유는 그 때당시 세계수에 있던 탑주들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김현우 혼자가 아닌, 김현우와 필적할 만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기에 생긴 일.
하지만 지금에 와서도 그들은 그 사실을 제대로 이야기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만약 지금 와서 그걸 이야기했다가는…….’
안 그래도 겨우 끌어 올려 놓은 사기를 완전히 바닥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천사화의 협동이 제일 유효한 방법이야…….’
그렇기에 나이아드는 지금 당장 유효한 방법은 천사와의 협동을 통해 김현우를 소멸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생각해 보면 손쉽게 이뤄지기는 힘들지.’
나이아드는 천사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부탁을 받았다고 해도 그들은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을거다.
설령 김현우를 적은 피해로 잡을 수 있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이쪽에서 우선 그의 힘을 어느 정도 빼놓기를 기다릴 것이다.
천사쪽은 자신들의 이익을 굉장히 중시하니까.
‘만약 우리가 협동으로 김현우를 잡기를 요청하면…….’
아마 그들은 지금 나이아드가 제시한 보상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었다.
“쯧.”
‘이래서 악마파벌쪽에서 같이 합류를 해줬으면 했던 건데……!’
물론 나이아드도 악마파벌이 기본적으로 싸움을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들이 이렇게까지 싸움에 소극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어느 정도 김현우가 접점이 있는 것까지도.
“…….”
그렇게 나이아드가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방 안에서는 여러 개의 의견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제정신인가? 만약 그러다가 김현우를 소멸시키지 못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한 손으로 열 손은 막지 못한다는 말을 모르십니까? 게다가 조금 피해가 있더라도 천사쪽의 도움을 받기 전에 소멸시키면 그것을 이용해 천사쪽에 보수를 지불하지 않고 저희들의 회복을 위해 사용해도 되는 일입니다.”
“설마 천사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우십니까?”
한쪽에서는 서서히 과열된 목소리가 오가고 있는 회의장.
“그만! 조용히 해라!”
이프리트가 뒤늦게 중재를 하려 했으나 탑주들은 이미 불이 붙었는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흐응, 이제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혹시 김현우의 공격 한방에 소멸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군요. 나약하게 말입니다.”
“무…… 뭐가 어쩌고 저째!?”
이제 대놓고 싸우기 시작하는 탑주들.
그런 고성의 끝에.
“모두 그만하세요!”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나이아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