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3
33
033. 뇌신(雷神)인가, 천(天)인가(4)도쿄에 있는 헌터 협회 일본 지부의 상층 회의실.
그곳에서는 모두가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총 4명.
회의실 테이블의 제일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바로 헌터 협회 일본 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남자였고, 그 아래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길드’의 길드장들이 앉아 있었다.
양옆에는 후쿠오카를 주축으로 활동하는 길드인 ‘카라스’ 길드의 길드장인 ‘킨 케이칸’과, 오사카를 주축으로 활동하는 ‘오로치’길드의 길드장인 ‘쿠로 시로기’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
“…….”
그곳에는 분명 이전 ‘천마’가 나타났을 때, 그의 검에 몸이 두 갈래로 나누어졌던 여자.
도쿄를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자나미’길드의 길드장인 ‘나카가와 야스미’가 살짝 힘겨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침묵. 그리고 또 침묵.
분명 그들이 자리에 앉은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래서, 너는 분명 죽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살아 있지?”
상당히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가진 남자. 킨 케이칸이 야스미를 보며 질문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케이칸을 슬쩍 바라보곤 말했다.
“얼마 전에 미궁 탐사를 내려갔을 때 얻은 아티팩트가 있어서, 그것 덕분에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뭐? 아티팩트?”
“자세한 건 설명하기 어려우니, 그냥 아티팩트 덕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
분명 천마에게 베여 죽음을 맞이했을 그녀 ‘나카가와 야스미’는 그녀가 얼마 전 미궁 탐사를 하며 얻었던 아이템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녀가 미궁 탐사에서 얻었던 아티팩트인 ‘소생자의 목걸이’는 목걸이를 걸고 있는 대상에 한해 사용자가 죽으면 목숨을 살려주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아티팩트가 능력을 발하는 즉시, ‘소생자의 목걸이’는 그대로 깨져 사라져 버리고, 살아나는 대상은 시스템상으로 모든 등급이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애초에 능력치가 부실한 헌터는 금방 능력치를 복구할 수 있다.
허나 그녀같이 S등급 랭킹 상위권에 오른 인물에게 있어서 능력치가 깎인다는 것은 ‘몇 년’을 날리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걸 미쳤다고 사실대로 풀어 놓을 리 없는 야스미는 능숙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어쩔 겁니까?”
“뭘 말이지?”
“……’그’에 대해서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시선을 돌려 회의실 메인에 걸려 있는 프로젝터를 돌아보았다.
프로젝터에서는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마치 드론으로 촬영된 듯 애매한 허공에서 뷰를 잡고 있던 영상에는 한 남자가 찍히고 있었다.
낡은 흑의를 입고, 각각 손에는 검짐과 검을 잡은 채 아무도 없는 도로를 걷고 있는 남자.
그는 천마였다.
천마가 검을 휘두른다.
쿵! 쿠구구궁! 콰가가가가가각!
그가 휘두른 일 검.
고작 그 일 검에, 도로에 세워져 있던 작은 2층 주택이 산산이 부서져 나간다.
“꺄아아아악! 살ㄹ……! 꺽!!”
“어…엄마…ㅇ….”
푹!
그리고, 곧 무너진 건물에서 들린 비명소리는, 멀리서 움직이고 있던 천마의 검질 한 번에 조용해졌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순식간에 눈을 질끈 감았을 텐데, 드론은 무심하게도 그 장면을 유심히 촬영했다.
그리고 곧-
카메라의 뷰가 넓어지며 주변의 풍경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하…….”
누구의 탄식인지는 모른다.
허나 드론이 찍고 있는 이 풍경은 누가 보더라도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그런 풍경이었다.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목소리조차 없는 죽은 도시 사이에서, 천마가 걸어온 길만이 핏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에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수많은 시체가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의 시체,
그중에는 양복을 입은 회사원도 있었고, 평범한 옷을 입은 주부들도, 그리고 아직 뭣 모르고 놀이터에서 뛰어 놀 나이인 아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민들 사이에 섞여 있는 헌터들의 시체.
저마다 무기를 들고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외치는 듯 입을 벌린 채 죽은시체가 있었다.
반면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듯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죽어 있는 시체도 있었고, 보기 싫은 것을 봤다는 듯 꾹 감긴 시체도 있었다.
그 모든 장면.
그 모든 풍경이 빠짐없이 담기고 있는 드론을 보며, 협회 내에 있던 지부장과 길드원은 망연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미치겠군…….”
그동안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던 남자. ‘쿠로 시로기’가 욕설을 내뱉었다.
“지금이라도 추가로 협회 헌터들과 길드내의 헌터들을 보내야…….”
그 모습을 보며 지부장이 슬쩍 입을 열었다.
“제정신입니까 지부장?”
“그럼 대안이 없잖소! 우선 시민들이 대피할 때 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개소리하지 마! 지금 네 눈에는 저게 안 보이나? 저 시체가 안보이냐고! 지금 저 녀석을 막으려고 투입된 헌터만 200이 넘는다고!”
근데 어떻게 됐어!?
시로기는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 뒤졌다!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200명이 넘어가는 헌터가 저 미친 괴물 새끼의 발걸음 한 번을 잡지 못하고 모조리 죽었다고! 저 녀석이 휘두르는 저 검에!”
“그렇다면 이대로 저 녀석이 시민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만 있자 이 말인가!”
“지부장! 네 녀석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헌터는 사람 아니야? 헌터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이 새끼야! 네가 뭔데 희생을 강요해!!”
“그만하세요.”
시로기와 지부장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는 중, 나카가와 야스미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야스미를 보더니 이내 큰 소리를 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야스미는 그런 그들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서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달려든다고 해도 저 ‘천마’를 이기기는 힘들 겁니다.”
그의 말에 야스미를 제외한 다른 길드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실이다.
지금 일본에는 나카가와 야스미의 S등급 세계랭킹과 크게 차이 나는 헌터가 없으니까.
킨 케이간은 150위, 쿠로 시로기는 174위였다.
100위권 안으로, 아니, 50위권 안으로 들어가면 각 순위가 가지는 전투력의 차이가 엄청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100위보다 낮은 서열에 있는 헌터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한 마디로, 나카가와 야스미가 쪽도 못쓰고 당했다면 그것은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결국 저희들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외부의 힘인데…… 지부장님? 지원은 요청하셨습니까?”
“지원 요청은 이미 사태가 발생했던 7시간 전에 신청했네…… 다만.”
“다만?”
“지원을 온다는 곳이…….”
지부장이 말끝을 흐리는 것을 보며 나카가와 야스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있을 리가 없었다.
S등급 헌터가 국가의 전력으로 취급되는 세상. 그곳에서 선뜻, 그것도 S등급 헌터를 잃을 수도 있는 이런 상황에 투입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됐다.
‘만약 내가 죽지 않았다면….’
아마 거금의 보상금을 미끼 삼아 S등급 헌터들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겠으나 이미 그녀가 죽었다는 뉴스가 전 세계에 보도된 시점에서, 헌터들의 지원을 바라는 것은 힘들다.
설령 헌터가 원한다고 해도 국가가 막을 터.
“후…….”
야스미가 긴 한숨을 내쉬자 지부장이 입을 열었다.
“있기는 하네.”
“있나요!?”
야스미가 깜짝 놀라서 말하자, 오히려 앉아 있던 지부장이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이내 흠흠 하며 목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런데……?”
“단 한 곳뿐이라네.”
그래도 괜찮다.
나카가와 야스미는 생각보다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자신이 죽었다는 뉴스를 봄에도 일본에 지원을 오겠다는 헌터가 절대 쭉쩡이 일리가 없었다.
최소 50위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부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한국일세.”
“…한국?”
나카가와 야스미는 저도 모르게 맥빠진 소리를 냈다.
‘한국에 그런 헌터가 있었나?’
그녀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릿속의 정보를 여기저기 두드려봤으나, 적어도 자신이 알기에 한국에는 50위권 내에 있는 S등급 헌터가 없었다.
“…지원을 오겠다고 한 헌터는 누구입니까?”
“김시현일세.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요즘 한국에서 유명하다던…김현우…? 라고 하더군.”
“김현우……아, 설마 그….”
김시현의 이름에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그는 이내 지부장의 입에서 나온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다. 그 이름에 대해 깨달았다.
“그 있지 않은가? 혼자서 크레바스 안으로 들어가 보스 몬스터를 죽였다던.”
그리고, 그녀는 필연적으로 실망했다.
‘김시현은 S등급 헌터 랭킹 160위대 초반, 그리고 같이 오는 그 김현우라는 헌터는…….’
랭킹조차 없다.
야스미는 저도 모르게 밀려오는 묘한 절망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아무리 크레바스를 혼자 클리어한 장본인이라고 해도, 지금 일본에 나타난 인물은 누가 보더라도 명확히 ‘규격외’라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였다.
물론 탑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크레바스를 홀로 클리어했다는 것은 위대한 업적으로 남을 수 있겠지만,
‘저 괴물을 막을 정도는 아니야.’
야스미는 우울한 눈으로 실시간으로 드론이 촬영하고 있는 프로젝터를 바라봤고,
“어?”
그곳에서 나카가와 야스미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그녀가 저도 모르게 어벙한 소리를 내자, 회의실에 앉아 있던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로 프로젝터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재생되고 있는 드론의 카메라를 통해, 그들은 모든 걸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천마 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이제 막 석양이 된 해를 등지고 선 남자.
검은색의 츄리닝이 석양빛에 의해 붉게 물들어 있고, 그의 발에는 한국에서 그 누구나 한번은 신어 본다는 검은색의 삼선 슬리퍼가 신겨져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는 한참이나 부는 바람에 휘날려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고 있었고, 지나가면서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천마 앞에서, 그는 양손을 츄리닝 바지에 넣은 채 서 있었다.
“뭐야 저거?”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쿠로 시로기’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고, 나카가와 야스미는 본능적으로 저 모습을 보며 천마의 앞에 서 있는 게 누구인지 깨달았다.
“저……저 사람, 김현우?”
김현우,
바로 조금 전까지 그녀가 생각하고 있었던 남자.
그가 천마의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협회 내부의 길드장과 지부장이 드론이 찍고 있는 카메라고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을 때,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마주 선 남자를 보았다.
뒤로 묶은 말총머리, 눈은 무감정했으나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무료함을 내포하고 있었고, 그의 양손은 각각 검집과 낡은 검을 붙잡고 있었다.
김현우는 은근슬쩍 ‘정보권한’을 통해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능력치를 훔쳐보려 했지만-
[확인 불가.]‘역시 안 되나.’
간단명료하게 떠오르는 로그에 그는 짧게 혀를 찼다.
말 없는 대치상태.
먼저 말을 건 것은 김현우였다.
“너는 뭐냐?”
그의 대답에 날아온 것은 천마의 검이었다.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쫓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휘두른 천마의 검.
그 검에서 빠져나온 무형의 기운은 김현우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허나-
“……!”
“허.”
김현우는 천마가 검을 휘두른 그 순간, 이미 그 공격을 피한 상태로 그의 앞에서 어이없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곧바로 주먹을 쳐들었다.
“검을 휘두르지 말고, 대답을 해 이 씨방새야……!”
꽝!
김현우의 주먹이 힘껏 내리쳐지며 느껴지는 거대한 충격파, 허나 그는 본능적으로 공격을 당한 남자가 일체의 타격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검을 버텼으니, 대답해 주지.”
아니나 다를까, 폭음 속에서 검집을 손에 쥔 체 걸어 나온 남자는 김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천마다.”
그리고, 천마의 검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