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불쾌한 진실 (3)
“그러니까 네 말은 이걸 개조한 뒤에 각 계층의 땅속에 박아 넣으면 그곳으로 업이 전부 빨려 들어간다 이거지?”
“정답일세.”
김현우의 물음에 만족했다는 듯 대답하는 노아흐.
그는 감탄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노아흐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아브가 입을 열었다.
“음…… 우선 제작자님이 어떻게 하려는지는 알았는데……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는 소용이 없지 않을까요?”
“어는 순간부터는 소용이 없다니?”
“당연히 저 보석을 박아 넣고 그게 제작자님 말대로 계층의 업들을 흡수한다면 처음에는 당연히 업이 모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 보석이 다 차게 되면…….”
아브가 그렇게 말하며 말을 줄이자 노아흐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준비를 할 생각일세. 업이 꽉 차면 그 업을 쓸데없는 소비로 전부 날리는 식으로 만들어 두면 되겠지.”
“그런 것도 가능해?”
“이 정도야 내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네. 물론 시간은 조금 걸릴 수도 있겠지만 말일세.”
“식은 죽 먹기라며?”
“만드는 건 쉽지만 걸리는 시간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노아흐의 반박에 김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리는데?”
“흐음, 만들기 시작해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1주에서 2주 정도는 걸릴 것 같군. 사실 하나하나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네만 수량이 수량이지 않은가?”
거기에-
“혹시라도 불량품이 있으면 안 되니 검사까지 전부 하려면 역시 2주 정도는 필요할 것 같군.”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하고는 이내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잠깐.”
“왜 그런가?”
“보석을 계층에 박아야 한다고 했지?”
“그렇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업을 흡수하려면 계층 안쪽에다 박아 넣는 게 좋겠지.”
“……그럼 필연적으로 보석을 설치하려면 정령파벌이 있는 탑에 가야 한다는 거네?”
“맞네.”
노아흐의 대답.
그에 지크프리트는 난색을 표하며 이야기했다.
“……직접 들어가는 건 여러모로 힘들 것 같은데.”
“왜?”
김현우의 질문.
그에 지크프리트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선 제일 처음으로 걸리는 게 많다.”
“……걸리는 거?”
“그래, 너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탑주들은 자신의 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일종의 보안을 걸어 놓고 있다. 한마디로 그 보안을 뚫지 못하면 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지.”
“부수면 되잖아?”
김현우의 심플한 대답에 지크프리트는 일순 한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어? 표정 봐라?”
“흠, 흠흠 아니다…….”
이내 김현우의 주먹을 보고는 급하게 말을 바꾸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면……그 보안은 물리적으로 부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 좌표의 문제다.”
“……좌표 문제?”
“그래, 그들은 자신의 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좌표를 숨겨놨다. 한마디로 그 좌표를 알지 못하면 그 탑으로 갈 수 없다는 거지.”
게다가-
“우선 들어가도 문제다. 들어가면 당장 탑주들과 맞붙어야 하지 않나?”
“그건 별로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은데?”
김현우의 말에 지크프리트는 묘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처음 돌파할 때는 모르겠다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너를 상대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할 거다.”
“우리도 애들 데려가면 되잖아?”
김현우의 말에 지크프리트는 ‘도대체 누구를?’ 이라고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이 녀석이 탑주로 있는 탑에는 기상천외한 놈들이 있었지.’
잠시 평범하게 생각하고 보니 잊고 있었으나 김현우가 탑주로 있는 탑에는 일개 계층민 주제에 다른 탑주들과 대등하게 싸우거나, 혹은 탑주를 아예 찍어 눌러 버릴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김현우는 눈치를 슬쩍 보더니 이내 이야기했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탑주들과의 싸움은 문제가 없다고 치지만 역시 좌표의 문제는…….”
지크프리트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흐리다-
“……아!”
“……?”
“방법이 있기는 하다!”
“뭐?”
“좌표를 찾을 방법 말이다! 물론 전체라고는 할 수 없다만 한 가지 정도 방법이 있다!”
“그게 뭔데?”
김현우의 질문에 지크프리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이상하지 않은지를 다시 생각해 보듯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xxxx
부서진 세계수의 뿌리 안.
그곳에서 나이아드는 초조한 표정으로 하루가 가까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정령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
나이아드는 비록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그냥 확신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지크프리트를 상대하는 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으니까.
“무슨 일이 난 것 같군.”
그것을 예상했는지 나이아드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프리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그것은 오리아드와 에리얼도 마찬가지였다.
근심이 있는 표정.
지금 당장 회의장에는 없었으나 잠시 밖에 나가 있는 다른 탑주들도 은근히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걱정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설마 지크프리트에게 패배한 건가?’
나이아드는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곧바로 지워버렸다.
애초에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렇다면…….’
나이아드는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오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그녀가 ‘탑주들이 지크프리트한테 패배한 건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순간이라도 머릿속에 떠올렸던 이유는 바로 이 생각을 부정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김현우가 지크프리트를 도와주었다는 생각을.
‘……설마 자기한테 붙었다고 진짜 도와준 거야?’
나이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김현우가 일전에 보였던 행동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도저히 평범하다고는 절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모습.
게다가 그의 성격은 그저 순수하게 정신 이상자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싸이코 패스 같았다.
그리고 그 일련의 성격과 행동을 보았기에 나이아드는 그가 분명 지크프리트를 돕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탑주들을 보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이아드는 지금까지 초조해했으나.
‘아니, 오히려 잘됐어.’
오히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 생각을 바꾸었다.
물론 정령파벌에게 있어서 탑주가 4명이나 소멸하게 되는 것은 굉장히 뼈아픈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당장 세계수에 넣는 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니까.
그러나 만약 잘만 하면 오히려 그 정도의 피해만으로 김현우를 처리할 수 있었다.
‘관리기관……!’
바로 관리기관을 이용해서.
만약 김현우가 지크프리트를 데리고 오려는 정령들을 모조리 소멸시켰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오히려 나이아드는 손 한번 까딱하지 않고 김현우를 처리할 수 있었다.
관리기관은 탑에, 정확히는 거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나이아드가 그것을 빌미로 관리기관에게 부탁하기만 하면 그들은 분명히 움직일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나이아드는 이내 지크프리트에게 갔던 정령들이 순수하게 돌아오기보다는 그들이 거기에서 소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의 마음이 바뀐 지 얼마나 되었을까.
“저, 정령들이 돌아왔습니다!”
갑작스레 뿌리로 뛰어 들어온 중급정령의 말에 나이아드는 순간이지만 인상을 찌푸렸으나 금세 표정을 환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이군요……! 그들의 상태는 어떤가요?”
“그……그것이……우선 한번 다들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심상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중급정령.
그에 나이아드는 슬쩍 이상함을 느끼고 곧바로 세계수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다른 탑주들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뿌리의 밖으로 나온 나이아드는-
“안녕하살법!”
“끄엑!”
부러진 세계수의 나무밑동에서 볼칸을 땅바닥으로 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현우의 발차기에 볼품없이 하늘은 나는 볼칸이 탑주들 사이로 떨어졌고,
“이, 이 미친 새끼가!”
“지금 네녀석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나 있는 거냐?”
탑주들은 볼칸을 발로 차버린 김현우를 보며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으나 그는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이내 나이아드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었다.
“이야, 이거 참 오랜만이네? 우리 며칠만이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쭈그려 앉은 김현우의 모습에 나이아드는 이를 악물고는 그를 노려봤다.
나이아드의 찡그린 얼굴을 보며 더더욱 재미있다는 웃음을 지은 김현우.
그는 그다음 타자를 고르듯, 이번에는 퓨리를 집어 들었다.
“그, 그만둬!”
퓨리의 외침이 들렸으나 김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머리통을 붙잡은 뒤 그대로 나이아드를 향해 집어 던졌다.
“끄아아악!”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나이아드에게로 날아가는 퓨리.
그녀는 주변의 물을 만들어내 날아오는 퓨리를 받아내고는 그를 거칠게 옆에다 내려놓았고, 김현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아프겠다는 듯 과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우…… 좀 아프겠다. 거 같은 동료인데 좀 잘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 지금 여기서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뭐가 무사해? 지금 협박하는 거야?”
“당신……!”
“아니, 좀 어이가 없네? 너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인가 본데, 지금 나 정도면 엄청나게 관대한 거 아니야?”
“뭐, 뭐라고요?”
어처구니없다는 듯 되묻는 나이아드에게 김현우는 뻔뻔하게 왼손을 들어 올리고는 손바닥을 펼친 뒤 엄지를 접었다.
“맨 처음으로, 지금 네가 보냈던 정령들이 전부 살아 있고.”
그다음에는 검지.
“두 번째로, 네가 지금 내 친구를 건드렸는데도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고.”
그다음에는 약지를 접었다.
“세 번째로, 원래 반 죽여놨을 수도 있었는데 그냥 아무런 고문도 안 하고 바로 이곳으로 데리고 왔고.”
마지막으로는 소지를 접었다.
“네 번째로, 지금 내가 친히 직접 이곳으로 와서 네 친구들 직접 배송하고 있잖아?”
중지 손가락만 남은 상태로 나이아드에게 손짓하는 김현우.
분명 그 뜻이 무엇인지 나이아드는 잘 몰랐으나 그녀는 이상하게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이아드가 열받아 하는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피식 하는 웃음을 지은 채 자신의 옆에 있는 두 탑주들을 집어 들었다.
머리통을 쥐자마자 자신이 조금 전 퓨리와 같은 꼴이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몸을 비트는 정령들.
그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씨익 웃은 뒤 그 둘을 제각각 다른 곳으로 집어 던졌다.
드디어 세계수의 나무 위에 혼자 있게 된 김현우.
허나 그는 두려움이라고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표정으로 이내 조금 전처럼 다시 쭈그려 앉아-
“야, 우리 화해할까?”
“……??”
-나이아드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