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연합 폭발시키는 법 (2)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현우에게 말을 건넨 루시퍼.
그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뭘 어디라고 들어와? 네가 있다길래 온 거지.”
김현우의 말과 동시에 천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탑주들은 루시퍼가 김현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총력전을 벌여도 나름의 피해를 감수해야만 소멸시킬 수 있는 자.’
탑주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인 생각이 떠오르며 그들은 언제라도 김현우가 행동함에 따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긴장한 상태로 경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런 탑주들의 모습을 한번 슥 둘러본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 했다.
“뭐야, 다들 왜 저렇게 쫄아 있어?”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김현우의 말에는 전혀 대답하지 않는 탑주들.
“겁 대가리를 너무 상실한 거 아니야?”
루시퍼의 말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지금 당장 너를 죽여야 하는 적진에 그렇게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들어온 것부터 그런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 설마 걱정해 준 거야? 그렇다면 고맙네.”
“…….”
“근데 어째? 나는 오늘 싸우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어떤 사실을 좀 전해두려고 온 건데.”
김현우가 그렇게 넉살을 떨며 말했으나 루시퍼는 그 넉살을 받아 줄 의향이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걸 왜 네가 정해?”
“뭘?”
“이곳에서 싸울지 말지 말이야. 지금 당장 너와 싸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바로 나야. 알았어?”
“글쎄? 우리가 굳이 싸울 이유가 있나?”
“그야 이유는 당연히 있지. 우선 첫 번째로 우리는 정령 쪽에게서 의뢰를 받았어. 그리고 두 번째,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너를 당장 찢어 죽이고 싶거든.”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리는 루시퍼.
그에 김현우는 괜스레 무섭다는 듯 과장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으나, 곧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이야기 했다.
“그래? 근데 그거 알고 이야기하는 거지?”
“?”
“지금 너희들이 다 같이 달려들어서 나를 잡는다고 해도, 정령파벌에서는 너희들에게 약속했던 마력을 지급하지 못할걸?”
“뭐야, 지금 이간질 한번 하겠다고 적진 한가운데까지 와서 입을 털고 있는 거야?”
“설마? 당연히 고작 이간질 하려고 이렇게 적진에 홀로 들어오지는 않지.”
“그러면? 지금 너는 정령파벌이 우리에게 약을 팔고 있다는 거야? 고작 그 정령파벌이?”
말투만 들어보더라도 정령파벌을 얕보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루시퍼의 말에 김현우는 대답했다.
“아니지. 걔들이 약을 팔지는 않아. 아마 너희에게 했던 제안도 진심일걸?”
“?”
“근데 여기서 요점은, 더 이상 걔들은 너희에게 했던 제안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거지.”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파란색 나침반을 들어올렸다.
그와 함께 크게 웅성이며 경계하기 시작하는 천사와 탑주들.
허나 그런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현우는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만약 내 말이 가짜 같다면 지금 당장…… 아니, 지금 당장은 말고 한 1, 2주 뒤에 세계수에 가서 한번 확인이라도 해봐. 그럼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말이야.”
우우웅!!
그와 함께 발광하기 시작한 나침반.
김현우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루시퍼에게 가벼운 웃음을 보여준 뒤.
“그럼 수고해라.”
이내 푸른빛과 함께 천계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그 모습에 저마다 경계를 취하고 있던 탑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던 루시퍼는 김현우가 있을 때까지 없애지 않았던 미소를 지우곤 이야기했다.
“가브리엘.”
“예.”
루시퍼의 부름에 천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가브리엘.
“저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저놈이 어떻게 이 천계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고.”
“곧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브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루시퍼의 앞에서 모습을 감췄고, 그는 고요한 표정으로 김현우가 나타났었던 곳을 말없이 응시했다.
“후…….”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리엘, 아니 데블랑은 벌써부터 자신의 머리에 두통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xxxx
51번 탑 최상층에 있는 저택.
“……그래서 천계까지 들렀다가 왔다는 건가?”
지크프리트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래야지, 내가 걔들 업을 전부 틀어막아봤자 정령들이 사실을 은폐하면 끝나는 거 아니야?”
김현우의 물음에 지크프리트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굳이 생각해 보면 그렇긴 하다만, 애초에 진짜 업이 틀어 막혔다면 그건 아마 삽시간에 퍼질 거다.”
“왜? 무슨 알림기능이라도 있냐?”
“그런 건 아니다만, 만약 세계수로 가는 업이 사라진다면 지금 박살 난 채 그나마 밑동만 유지하고 있던 세계수도 완전히 말라 죽을 테니까.”
“그래? 근데 기간이 있을 거 아니야?”
“아니다. 세계수는 조금이라도 양분을…… 그러니까 업을 공급받지 못하면 말 그대로 삽시간에 말라죽어 버린다.”
“……개복치네?”
“개복치가 뭔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업을 끊어버렸다면 뿌리에 업을 다시 이어 놓는 게 아닌 이상 세계수는 죽는다. 지금은 세계수가 토막나기는 했어도 업을 꾸준히 투자해 세계수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이라도 있다만…….”
지크프리트는 잠시 고민하곤 이야기했다.
“만약 진짜 말라죽어 버린다면 이제 그건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 굳이 방법이라고 한다면 세계수를 아예 처음부터 새로 키우는 건데…….”
“건데?”
“아마 지금 상태에서 세계수를 다시 키우는 건 불가능할 거다. 애초에 내가 세계수의 탄생을 지켜본 입장은 아니지만 정령들은 분명 그렇게 말하며 세계수를 귀중히 아꼈으니까 말이야.”
지크프리트의 말.
그에 김현우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참 기분 좋은 답변이네.”
“그보다…… 도대체 천계는 어떻게 갈 수 있었던 거냐?”
“천계?”
“그래, 내가 알기로 천계는 애초에 좌표 자체가 공개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뭐, 잘 갔지.”
“……잘?”
“그래, 잘.”
김현우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지크프리트.
그러나 김현우는 그런 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손에 쥐어진 나침반을 바라봤다.
‘역시 노아흐랑 아브는 대단하니까.’
김현우가 천계에 갈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아브가 ‘천계’의 좌표를 추적했기 때문이었다.
언제 추적했냐고?
‘어떻게 데블랑이 나를 불렀던 그 짧은 순간에 좌표를 추적할 수 있었지?’
그것은 바로 데블랑이 김현우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를 소환했을 때였다.
그때를 놓치지 않은 노아흐와 아브는 도대체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천계 쪽으로 이어진 좌표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좌표를 수집했지?’
물론 김현우 혼자 생각해 봤자 나오는 답은 없다.
애초에 그는 그런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모르는 것을 넘어 무지했으니까.
게다가 굳이 노아흐와 아브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는 게, 애초에 기초지식이 없어서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냥 노아흐와 아브가 대단하다는 것으로 모든 생각을 일축하기로 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머리를 가지고 이해하려고 하면 괜히 머리만 아플 테니까.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생각을 끝낸 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브랑 노아흐는 어디에 있어? 생각해 보니까 보이지를 않네.”
그의 물음에 지크프리트는 대답했다.
“일 때문에 잠시 아래로 내려갔다고 들었다.”
“……일 때문에 아래에 내려가?”
“그래, 무슨 일인지는 말해주지 않더군.”
“그렇단 말이지?”
지크프리트의 말에 그렇게 답한 김현우가 그렇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갑자기 어디 가나?”
“나도 잠시 아래 좀 내려갔다가 오려고. 최상층좀 보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 저택 밖으로 나가는 김현우.
그 모습을 보며 지크프리트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xxxx
세계수가 있는 공간.
아니, 이제 그 공간은 그렇게 부를 수 없게 되었다.
“…….”
“세……세계수가……!”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세계수에 모여 있는 정령들은, 안 그래도 밑동밖에 남아 있지 않은 세계수가 그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으니까.
밑동밖에 남지 않았으나 분명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던 세계수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말라비틀어지고 있었고,
그 뿌리들이 말라비틀어지자마자 세계수의 주변으로 크게 조성되어 있던 푸른 녹지는 그 힘을 잃고 뿌리가 말라비틀어진 곳을 대신하기 위해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싱크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상황.
탑주들은 혼란에 빠져 무너져 가는 세계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은 바로 정령파벌을 이끄는 나이아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 얼굴에 어떤 표정을 띄우지도 않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말라비틀어지는 세계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지금 무슨 일이지?’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의문.
그러나 그 의문에 답해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적어도 지금 여기에 있는 탑주들은 지금, 이 상황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지 아예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이아드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이아드를 포함한 탑주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김현우…….’
으드드득!
나이아드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세 글자에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물인데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두 눈을 부릅뜬 채 무너지던 세계수를 바라보고 있던 나이아드는 그다음으로 의문을 가졌다.
‘도대체 어떻게?’
주제가 바뀌자 마자 나이아드의 머릿속을 유영하는 수많은 정보들.
그러나, 나이아드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의문을 찾기도 전에 그녀는 진실을 찾을 수 있었다.
“업이……! 세계수에 공급되고 있던 업이 거의 끊겼어요!”
“……!”
세계수가 말라비틀어지자마자 식겁해서 세계수의 상태를 관조하던 드라이어드는 드디어 원인을 알았다는 듯 소리를 쳤고.
“어……업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그……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설마 탑들이 지금 한순간에 전부 무너지기라도 했다는 건가?”
“아……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고! 나는 조금 전까지 탑에 있었어! 멀쩡한 내 탑에 있었다고!”
탑주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 거렸다.
그것은 나이아드도 마찬가지.
‘도대체 어떻게?’
이 사태의 원인이 김현우 때문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머리로는 김현우가 ‘어떻게’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알 길이 없었다.
애초에 탑을 소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탑의 ‘업’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이아드의 머릿속에 끝없이 이어지는 의문의 고리.
그 의문 속에서,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이아드!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하죠!?”
“나이아드!!”
“나이아드!!!”
-바로 자신이 그 상태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하…….”
그녀는 절망 어린 표정으로 무너지는 세계수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