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외팔이는 과거를 지고 있다 (1)
백발의 실눈을 가지고 있는 남자.
“오랜만이군.”
“오랜만입니다.”
헤르메스는 앞에 앉아 있는 외팔이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부서진 궁전을 바라봤다.
아니, 부서진 궁전이라고 칭하는 것보다 그저 폐허라고 보는 것이 나을 정도로 흔적만 남아 있는 궁전.
그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는 흔적 속에서, 외팔이 검사는 쓸쓸히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헤르메스는 입을 열었다.
“……아직도 이곳은 이런 상황이군요.”
헤르메스의 말에 외팔이검사는 말 없는 웃음을 짓고는 이야기했다.
“그래, 아직도 이곳은 이런 상황이지.”
어쩌겠나?
“애초에 내가 아니라면 이것들을 기억해 줄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을 텐데.”
외팔이는 그렇게 말하며 짐짓 아련한 표정으로 궁전을 바라봤다.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은 폐허.
천장은 이미 남아 있지 않았고, 천장을 받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기둥마저도 이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월의 흔적을 가지고 낡게 풍화되어 있었다.
그나마 이곳에 궁전이 있었다고 알려주는 것은 이미 음각마저 희미해진 대리석 바닥뿐.
그것들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외팔이는 이내 헤르메스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평소라면 얼굴을 비추지 않는 자네가 나를 찾아온 것으로 봐서는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송구합니다.”
“아니, 아닐세. 그럴 수 있지. 사실 생각해 보면 그 이전에도 우리의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니 말일세.”
언뜻 보면 헤르메스를 비난하는 듯한 말투로도 느껴질 수 있는 외팔이의 말.
그러나 외팔이의 말투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어찌 보면 외팔이의 말투에는 묘한 친근감이 내포되어 있었다.
“…….”
“이런, 잡설이 너무 길었군. 자네에게 있어서 과거 이야기는 상당히 하기 힘든 일을 텐데 말이야.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군.”
외팔이의 말.
그에 헤르메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외팔이의 말에 헤르메스는 이내 그의 앞에 앉아 이야기했다.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의뢰…… 의뢰라……그것도 꽤 간만에 들어보는 말이로군. 게다가 더 신기한 건 앞으로 자네의 입에서 튀어나올 대상이 누구인지도 대충 짐작이 간다네.”
외팔이의 말에 헤르메스는 순간 말을 멈췄으나 이내 이야기를 계속했다.
“처리해야 할 사람은 51번 탑주인 김현우입니다.”
“소멸인가?”
“소멸입니다.”
“소멸이라…… 뭐, 요즘 그 친구 이야기가 가만히 있는 내 귀에도 꽤 많이 들리더군.”
외팔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홀로 납득하는 듯하더니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그래서, 나 이외에 다른 이도 탑에 참가하는가?”
“예. 아마 예상으로는 두 명 정도 더 참가할 것 같습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순간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끈 외팔이는 이내 자그마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미움을 너무 많이 사버린 모양이군.”
“…….”
헤르메스는 굳이 입을 열지는 않았으나 외팔이의 말에 동의했다.
이번 의뢰를 받았던 나이아드에게서 헤르메스는 정말로 무한한 악의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정말로 순수한 악의.
스스로를 파멸 시켜서 까지 김현우를 소멸시키고 말겠다는 그 순수한 악의는 헤르메스를 저도 모르게 압박했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상기했던 헤르메스는 외팔이의 말에 동의를 하며 표정을 굳혔고, 그런 헤르메스의 표정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궁전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그곳에 있는 것은 하나의 낡은 검.
사실 말이 낡은 검이지 녹이 슬어서 과연 검을 뽑을 수나 있을까? 하고 의심이 들게 만드는 칼을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팔에 쥔 외팔이는 이내 헤르메스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알겠네. 그 의뢰를 받도록 하지. 솔직히 나도 좀 궁금한 게 생겨서 말이야.”
노인의 말에 헤르메스는 순간 외팔이를 응시했으나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알겠습니다. 만약 갈 준비가 되시면 제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도록 하지.”
외팔이의 긍정에 헤르메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그의 앞에서 자취를 감췄고.
“흐음…….”
헤르메스가 몸을 감췄던 곳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노인은 이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녹슨 검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하군.”
그렇게 외팔이가 헤르메스게에 의뢰를 받았을 때.
“……아무래도 김현우의 말이 정말인 것 같습니다.”
“정말로 세계수가 완전히 박살 났다고?”
“예. 분명 처음에는 미약하게나마 세계수의 기운이 남아 있어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어제 부로 세계수의 힘이 전부 소멸한 것을 봐서는…….”
가브리엘이 그렇게 말하며 말꼬리를 흐리자 루시퍼는 굉장히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끄덕이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세계수가 박살 난 게 진짜라는 말이지?”
“우선은 느껴지는 바로는 그렇습니다.”
“당장 살아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 그 공간 자체에서 아예 세계수의 마력이 소멸한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정령쪽에서 세계수를 새로 지정해서 키워야만 될 것 같은 수준입니다.
천사의 말에 루시퍼는 감탄했다는 듯 저도 모르게 박수를 짝 치며 이야기했다.
“이 새끼 진짜 상상 이상이네?”
루시퍼의 말에 앞에 있던 가브리엘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그는 몇 번이고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했다.
“아니,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어떻게 세계수를 소멸시킨 거지?”
루시퍼의 물음에 가브리엘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내 이야기했다.
“그것까지 자세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만 우선 염탐한 정보에 의하면 세계수가 소멸하기 전, 김현우가 정령파벌에 속해 있는 탑에 들렀다고 합니다.”
“……정령파벌에 속해 있는 탑?”
“예. 대충 그 내용을 토대로 해서 대략적으로 정리를 해본다면…… 아무래도 김현우는 세계수와 연결되어 있는 탑주들에게…… 아니, 정확히는 탑에게 어떤 조치를 취한 것 같습니다.”
가브리엘의 말에 잠시 고개를 숙이며 고민에 빠진 루시퍼.
그는 잠시 고민하다 가브리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상하는 게 있어?”
“물론 예상하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몇 개는 개연성이 맞지 않고, 또 몇 개는 너무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라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예.”
가브리엘의 대답에 루시퍼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야…… 사실 세계수가 소멸한 건 우리에게 있어서 그다지 큰일도 아니고 말이야.”
확실히 루시퍼의 말대로 그에게 있어서 세계수가 소멸한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세계수가 사라진 덕분에 그가 받아야 할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게 손해라면 손해였으나 애초에 천사 쪽에서는 잃은 것이 전혀 없었기에 상관없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득이지.’
김현우는 강했으니까.
‘내가 잘못 생각했어.’
분명 이전에 김현우를 만났을 때, 루시퍼는 그를 힘만 좀 있는 병신으로 봤다.
그도 그럴 게, 그가 탑주회의나 다른 곳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나 소문들은 루시퍼가 그를 그렇게 보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으니까.
‘어디서든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멍청한 짓이지.’
또한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나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없이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멍청한 짓이었다.
이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감추고 숨길수록 더더욱 극대화되니까.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행보들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것 투성이었다.
쓸데없이 싸움을 걸고.
쓸데없이 관심을 끌고.
쓸데없이 적을 만든다.
적어도 루시퍼의 눈에는 김현우의 행동이 지독한 비상식으로 보였기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김현우가 세계수를 소멸시켜 버렸을 때부터 루시퍼는 김현우에 대한 평가를 바꾸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강하기만 한 병신 같은 놈’에서,
‘어쩌면 겉은 그저 눈속임이고, 속으로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있는 놈’으로.
“…….”
사실 이것이 너무나도 큰 논리의 도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루시퍼는 인지할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루시퍼는 자신이 생각한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없애지는 않았다.
적어도 루시퍼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 일련의 상황은 도저히 노리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상황들이었으니까.
‘아무튼,’
멍청이라면 모르겠으나 괜히 상대하기 껄끄러운 놈을 건드리는 것은 그리 이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루시퍼는 세계수가 소멸한 것을 내심 다행으로 생각하곤.
“아.”
짧게 탄성을 터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김현우가 어떻게 여기로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봤어?”
루시퍼의 물음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것 또한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 먼저 김현우를 이곳으로 초대한 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가브리엘의 말에 루시퍼는 순간 무섭게 얼굴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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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에 있는 장원에서 김현우는 장원에 굉장히 넓게 그려져 있는 마법진을 보며 질문했다.
“이건 또 뭐야?”
김현우의 물음에 전부 그려진 이동진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던 야차는 이내 답했다.
“이동진이니라.”
“……이동진?”
“그렇느니라.”
“갑자기 이동진은 왜?”
김현우의 질문에 야차는 스윽 웃더니 김현우의 옆구리를 툭 치고는 이야기했다.
“두 아내와 밤새 열심히 만리장성을 쌓아 올리느라 듣지 못했나 보구나.”
“……하던 말이나 계속해.”
야차의 말에 괜히 낯부끄러워진 김현우는 괜히 얼굴 주위를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이야기했고, 야차는 여전히 얄궂은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이야기했다.
“이 마법진은 ’밖‘과 이어진 마법진이다.”
“……밖과 이어진 마법진?”
“그래, 정확히 말하면 손오공과 청룡의 본래 고향을 말하는 것이니라.”
“그러니까…… 칠대성이 간 곳을 말하는 거지?”
김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손오공의 동료들인 칠대성을 떠올리자 야차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정답이니라.”
“그런데 갑자기 고향은 왜?”
“수련 때문이니라.”
“……수련?”
“그렇느니라.”
“아니, 이렇게 갑자기?”
김현우가 묘한 표정으로 묻자 야차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뭐…… 굳이 말하면 이미 저번부터 이야기가 나온 터라 갑자기 수련을 하러 간 것은 아니다.”
“……그래?”
“그렇느니라. 뭐…… 사실 내가 어느 정도 꼬신 부분도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꼬셨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김현우의 질문에 야차는 곧바로 대답했다.
“저번에 일이 한번 있지 않았느냐?”
“일……?”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다 이야기했다.
“설마 탑주들이랑 싸우는 걸 말하는 거야?”
“그렇다. 그걸 빌미로 꼬셨더니 곧바로 넘어오더구나.”
묘한 웃음을 지는 야차.
“뭐…….”
사실 김현우의 입장에서는 같이 싸울 수 있는 동료가 조금이라도 더 필요하다보니 동료들이 강해진다고 하면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다만 문제는 시간.
“……그래서, 저 둘이 돌아오는 데에는 어느 정도가 걸리는데?”
“흐음…… 그렇구나. 대략 100년 정도니라.”
“……그래? 100년……응? 100년!?”
김현우가 슬쩍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야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느니라. 대충 100년 정도 걸릴 것이니라.”
다만-
“내가 그 둘을 도와준다면 100년이 아니라 한 달 정도로 그 수련의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응? 그럼 그냥 한 달 아니야?”
김현우의 어리둥절한 물음.
그에 야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는-
“흐음, 유감이지만 그건 아니니라. 100년이나 걸리는 수련시간을 한 달로 줄이려면 나도 대단한 노력을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네가 내 부탁을 조금 들어 준다면…… 조금 노력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냐?”
“……?”
-곧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묘한 제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