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외팔이는 과거를 지고 있다 (2)
그곳은 녹림(綠林)이었다.
지상에서 보나 하늘에서 보나 보이는 것은 오로지 나무뿐이었고, 그나마 있는 굴곡에도 절벽보다는 나무들이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녹림에서.
“으아아아! 시발!! 이러다 뒤지겠다!”
손오공은 거대한 돌에 깔려 있었다.
무척이나 매끈해 보이는 돌.
아니, 사실 그것은 매끈한 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오공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바로 오행산이었으니까.
물론 손오공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는 예전에 석가여래에게 오만을 떨다 500년 동안 이 오행산 아래에 깔려 끔찍한 수감생활을 보낸 적이 있었으니까.
“아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때의 수감생활.
제대로 된 음식은 먹지도 못했고 맨날 빌어먹을 쇠구슬과 구리물만 마셔야 했던 그때를 떠올린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고는 생각했다.
‘내가 왜 조금 더 강해지겠다고 여기에 기어 들어와서……!’
그가 벌써 몇 천 년도 지난 끔찍한 수감생활을 다시 하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야차의 제안 때문이었다.
‘이 오행산에서 자력으로 탈출할 수만 있으면……!’
투전승불의 업은 지금 단계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야차의 말.
그렇기에 손오공은 야차의 말을 듣고는 그녀가 직접 만들어준 허수 공간에서 스스로 오행산의 지하로 들어가 이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고 있는 것이었다.
“으그그그극-!!”
그그그극-!
손오공이 이를 악물고 양팔을 땅에 딛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가 양손을 딛고 있는 땅이 순식간에 우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파이고, 그와 함께 오행산에 눌려 있던 그의 허리가 아주 조금이지만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쿠우우우웅!!!
손오공은 약 0.5cm 정도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린 시점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을 지탱하던 손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으갹-!! 이런 씨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손오공의 허리를 끊어 놓을 듯 짓누르는 오행산.
손오공은 자신의 입안에서 쌍욕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고는 이내 시선을 올려 오행산 바로 위에 붙어 있는 부적을 바라봤다.
그때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야차가 붙여놓고 간 부적.
‘이게 정말 내가 옛날에 수감되어 있을 때 붙여져 있던 그 부적이라고?’
말도 안 된다고, 손오공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처음 부처의 손바닥 안에서 장난을 치다가 오행산에 깔렸던 손오공은 지금과 비교해서 별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허나 지금은?
오행산에 깔리고 난 뒤, 삼장을 따라 고행을 시작한 뒤부터 그는 수많은 난제를 넘어 업을 얻을 수 있었고, 나중에 가서는 여래에게 인정받아 투전승불의 업을 얻기도 했다.
그래, 한마디로 500년 동안 강제로 수감당했던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오공은 이 오행산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끄으으…….”
바닥에 깔린 채 죽겠다는 듯 신음을 흘리고 있는 손오공.
그리고-
“잘하고 있느냐?”
그렇게 죽을상을 지으며 오행산에 깔려 있는 손오공의 앞에 야차가 나타났다.
“끄…… 죽겠습니다……가, 아니라. 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십니까?”
손오공은 순간 깔려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야차의 모습을 바라봤다.
상당히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 야차의 모습.
은근히 볼이 상기되어 있는 그녀의 모습에 손오공은 일순 고개를 갸웃했으나 손오공은 곧 충격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후후…… 미리 조금 받아뒀느니라.”
“……??”
그것은 바로 묘하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야차의 모습.
손오공은 순간 자신이 무엇인가를 본 것인지 두 눈을 휘둥그레 떴고, 이내 그녀의 입술이 묘하게 번들거린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아.”
그제야 손오공도 자신이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큼큼거리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표정을 정리한 뒤 물었다.
“흠흠……. 아무튼, 뭐 보시다시피 잘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느냐.”
“……그보다, 이거 정말 한 달 만에 가능한 겁니까?”
“당연히 가능하니라. ‘밖’의 시간으로는 말이다.”
“……밖의 시간이라는 건…….”
“적어도 100년 안에는 가능하다는 말이니라.”
“……왠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손오공이 한숨을 내쉬자 그녀는 씨익 웃으며 이야기했다.
“뭐, 너무 실망하지는 말거라, 애초에 너도 깨닫고 있긴 했지 않느냐? 그 상태에서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건 그렇긴 한데…….”
손오공은 벌써 부터 100년간 이 오행산에 처박혀 있을 생각을 하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야차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나름대로 보상을 받았으니 이제부터 너희를 도울 생각이니 말이다.”
“……보상?”
“흠흠, 그런 게 있느니라.”
“…….”
손오공은 문득 그 보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해졌으나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김현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알겠네.’
야차의 헤실헤실한 표정을 보았을 때, 그 보상이 100% 김현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도록 하자꾸나. 물론 내가 도움을 준다고 해도 오행산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니라.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그녀의 물음에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애초에 고행을 다시 하는데 의미가 있는 이유는 바로 본인 혼자 그 고행을 극복하는 데에 있었으니까.
“그럼 잘 듣도록 해라.”
그리고 곧 야차는 그 말과 함께 손오공에게 오행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단서에 대해 말해주기 시작했다.
xxxx
탑의 최상층.
“와……. 영혼 흡수 당하셨어요?”
“……묻지 마.”
김현우의 대답에 아브는 순간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이내 어깨를 슬쩍 으쓱이고는 이야기 했다.
“너무 수척해진 것 같은데요?”
“…….”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김현우는 왜인지 꽤나 수척해 보였다.
마치 영화 같은 데에서 보면 흡혈귀가 사람의 피를 쭉쭉 빨았을 때 되는 모습이라고 하면 비유가 될까?
“…….”
물론 그렇게까지 홀쭉해진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튼 김현우의 외형은 누가 봐도 굉장히 수척해진 사람의 모양새였다.
“……정말 상당히 수척해 보이는군, 마력은 멀쩡한 것 같은데 말일세.”
김현우의 모습을 한번 바라본 노아흐가 김현우의 맞은편에 앉자, 김현우는 피곤한 표정으로 눈가를 꾹꾹 누르고는 이야기했다.
“뭐 아무튼 나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 쓸 건 아니야. 약간 회포를 푸는 데에 조금 어울려준 거니까.”
“……회포?”
아브의 되물음.
“그래서, 뭔가 침입 흔적 같은 건 있어?”
그러나 김현우는 그런 아브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다른 질문을 던졌고, 그에 슬쩍 뚱한 표정을 짓던 아브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아뇨. 전혀 없어요.”
“전혀?”
“네, 사실 저도 이곳에 침입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 싶어서 집중적으로 보안을 유지했는데…… 전혀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전혀 없다는 말이지?”
“네, 전혀요.”
“흐음……. 좀 신기하긴 하네.”
김현우는 사실 그 이후로 분명 정령 파벌에서 뭔가를 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이상하게도 정령쪽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거라던가.’
뭐 사실 지크프리트도 정령파벌에서 자신쪽으로 팀을 돌린 마당이라 김현우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외부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데블랑과 계속해서 연락이 됐으면 모르겠는데…….’
이미 김현우가 세계수를 완전히 박살 내버린 터라 천사와 정령의 연합은 끝난 것과 다름없었으나 이쪽에서 천사쪽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이상 김현우가 외부의 정보를 얻기는 상당히 힘들었다.
‘……뭐 조금 더 있어봐야 하나?’
어차피 얻지 못하는 정보를 머릿속에서 요리조리 굴려봤자 결국 나오는 게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김현우는 빠르게 머릿속의 생각을 지우고는 다른 주제를 꺼내들었다.
“지크프리트는?”
“우리가 9계층에서 돌아온 뒤 자신도 잠시 50번 탑에 돌아가 봐야 한다고 하고는 돌아갔다네.”
“그래?”
“듣기로는 50번 탑에 쌓인 업을 회수하러 간다고 하더군.”
“업 회수라…… 하긴 관리기관에게 내줘야 하는 업은 뽑아내야지…… 응?”
“……왜 그러나?”
“그냥 갑작스레 생각이 난 건데, 관리기관한테는 마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꾸준히 업을 내놓아야 하잖아?”
“그렇지?”
“그럼 이다음에는 또 언제 업을 회수하러 오는 거지?”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곤 이야기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그치? 나도 그쪽에서 어떤 주기로 업을 회수하러 오겠다는 소리는 못 들었던 것 같아서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노아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야기했다.
“뭐, 그것도 이미 때가 되면 전부 알 수 있지 않겠나? 어차피 우리 입장에서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 말일세.”
“……뭐, 그것도 그렇긴 하지.”
긍정하는 김현우.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고는 이내 물었다.
“그럼 아직 별다른 정보는 안 들어온 거지?”
“그렇다고 보면 될 것 같군.”
노아흐의 대답.
그에 김현우는 느긋한 표정으로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투덜거렸다.
“어째 점점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단 말이야.”
“뭐…… 그거야 예전에도 그렇지 않았나?”
“아니, 뭐 그건 그렇긴 한데…….”
김현우는 지금 상황에 맞는 말을 고민하는 듯 잠시 인상을 찌푸리곤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더라도 조금 쉬는 타이밍이 있었던 것 같거든? 예들 들어 등반자가 올라오고 나면 한동안은 좀 조용하다던가 말이야.”
근데-
“요즘에는 뭔가 좀 일이 계속해서 터지는 느낌이란 말이야.”
“그럼 잘된 거 아닌가? 이번 기회에 쉬면 되니까 말일세.”
“그치, 지금 특별히 일이 없으니 조금 쉬면 딱 좋을 타이밍인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뭔가 찜찜하단 말이야.”
“……뭐가 찜찜하다는 거예요?”
아브의 물음에 김현우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했다.
“……뭔가 계속해서 일이 있어야 하는 타이밍에 이렇게 갑자기 휴식이 생겨 버리니까 좀 찜찜한 느낌?”
파직-!
“!”
“!”
김현우의 말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번쩍이는 푸른 전류.
그에 노아흐와 아브는 순간 깜짝 놀랐으나 김현우는 왜인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쯧 하고 혀를 차고는 자신의 눈앞에 파직거리기 시작하는 전류를 바라봤다.
그리고-
“……?”
“편지……?”
김현우는 파직거리는 전류 속에서 빠져나온 한 장의 편지…… 아니, 편지라고도 할 수 없는 종이쪼가리를 확인할 수 있었고, 곧 김현우가 접혀진 종이를 펴자.
“……이건 또 뭐야?”
그곳에는 단 한 단어가 써져 있었다.
“조심하라고……?”
‘조심해라.’ 라는 단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