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외팔이는 과거를 지고 있다 (3)
50번 탑의 최상층.
“쩝…….”
지크프리트는 황망한 폐허가 되어 있는 최상층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고치고 싶기는 한데.’
사실 지금 당장 업을 소모해서까지 최상층을 고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탑의 최상층을 고친다고 해봤자…….
‘또 박살 나겠지?’
분명 그가 재건해 놓은 최상층은 다시 박살 나리라는 것을 지크프리트는 짐작하고 있었다.
“…….”
물론 이미 지금 시점에서 보면 천사와 정령의 연합은 이미 깨진 상태고 정령들도 세계수를 잃어버린 터라 내부적으로 일이 들끓어 당장 쳐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크프리트는 지금 당장 옛날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에휴.”
그렇기에 지크프리트는 그저 한숨을 한번 내쉬는 것으로 황폐한 풍경에 대한 위로를 대신하고는 몸을 움직였다.
분명 보이는 것은 쩍쩍 갈라진 땅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폐허뿐이었으나 지크프리트는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 걸음을 옮겼고.
“흡!”
곧 그는 폐허의 한가운데에 서서 그 안쪽을 향해 손을 밀어 넣었다.
분명 수많은 잔해가 디딤돌이 되어 있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손쉽게 그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은 지크프리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안쪽의 잔해를 파헤칠 수 있었고.
“후.”
지크프리트는 그 잔해 속에서, 동그란 구슬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의 몸통 크기 정도 되는 구슬을 묘하게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지크프리트는 이내 구슬의 가운데 부분을 눌러 구슬을 열었고.
“……세 개라.”
그는 곧 그 안에 모여 있는 붉은빛의 결정들을 볼 수 있었다.
붉은 빛깔로 빛나고 있는 결정들,
지크프리트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으로 구슬 안에 들어 있는 결정들을 바라보다 이내 그것을 챙기고는 그대로 자신이 들었던 구슬을 잔해 속에 밀어 넣었다.
어차피 이 ‘업’을 가공하는 구슬은 탑주들이 부수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부수려고 해도 부서지지 않는 물건이었으니까.
게다가 저것이 탑의 최상층에만 있어야 업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지크프리트는 구슬을 넣어 놓은 곳을 다시 잔해로 뒤덮었고.
“자네인가? 51번 탑주에게 붙었다는 탑주가.”
“!!”
곧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가 시선을 돌림과 함께 보인 것은 바로 한 외팔이였다.
혹시 노숙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낡은 옷을 입고 있는 외팔이.
그는 느긋한 웃음을 지으며 지크프리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그와 함께 지크프리트의 머릿속을 유영하기 시작하는 수많은 생각들.
그러나 그 수많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이미 지크프리트는 본능적으로 외팔이를 경계하며 몸을 슬금슬금 뒤로 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프리트는 외팔이가 말할 때까지 그의 존재조차도 감지하지 못했고, 곧 그것은 다시 말해 외팔이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으면 언제든 죽일 수 있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게 했으니까.
‘도대체 누구야?’
그렇기에 지크프리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거리를 벌리면서도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크프리트의 머릿속에는 저런 모습을 한 탑주가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정령파벌쪽에 있었을 때 들었던 탑주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봐도 그를 특정하는 단어를 찾을 수가-
“……!”
-있었다.
“오, 혹시 내가 누구인지 알았는가?”
지크프리트가 경악한 표정으로 두 눈을 휘둥그레 뜨자 외팔이는 여전히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 했고.
“검신(劍神)……?”
지크프리트의 중얼거림에 외팔이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 했다.
“내가 누구인지는 아는 것 같다만, 나는 그런 위대한 이름으로 불릴 만한 사람은 아닐세. 나는 그저 죄인(罪人)일 뿐이니 말일세.”
외팔이의 말.
그에 지크프리트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어째서 관리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탑주가 움직인 거지?’
설마, 김현우가 한 짓이 선을 넘는 행위였나?
지크프리트의 머릿속에서 또 한번 떠오르기 시작하는 수많은 생각.
그러나 지크프리트으 생각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내가 왜 이곳으로 왔는지는 자네도 알 거라고 생각하네.”
“…….”
“한 번에 51번 탑으로 갈 수 있으면 좋았겠네만…… 정말 이상하게도 51번 탑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더군. 그 헤르메스조차도 51번으로 들어가는 포탈을 만들지 못했네.”
그래서-
“51번 탑주와 동맹을 맺은 자네를 찾으러 왔다네.”
“…….”
검신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지크프리트.
그에 검신은 이야기했다.
“만약 침묵을 유지하거나 발뺌을 하려 하는 것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걸세. 세상에 어두운 나라도 의뢰받은 대상의 정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사를 하고 오는 편이니 말일세.”
“…….”
검신의 말은 한마디로 다 알고 있으니 괜히 발뺌을 하거나 침묵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지크프리트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외팔이에게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그렇기에 그는 더욱더 초조했다.
자신이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곧 자신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강자라는 소리였으니까.
한 마디로, 여기서 침묵을 유지했다가는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민.
외팔이는 그런 그의 고민을 기다려 주겠다는 듯 느긋하게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지크프리트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xxxx
“……조심해라?”
김현우는 편지의 내용을 다시금 읽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고 그냥 하얀 종이 위에 적혀 있는 네 글자.
“저한테도 보여주세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아브에게 쪽지를 넘겨주었고, 마찬가지로 쪽지를 받아 본 아브와 노아흐는 곧 김현우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뭘 조심하라는 걸까요?”
“……그러게 말이야, 뭐 제대로 써 놓은 게 없어서 알지를 못하겠네.”
편지가 나왔을 때 터져나온 푸른 전류로 보아 이것은 필시 데블랑이 쓴 것임이 틀림이 없었다.
애초에 그 푸른 전류는 데블랑이 자신을 부를 때나 소환될 때 보았던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혹시 천사들이랑 정령들의 연합이 깨지지 않았나?’
그렇기에 김현우는 곧 데블랑이 이 편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추리해 보았으나, 역시 그 진위를 자세하게 알 길은 없었다.
“아니 썅. 편지를 줄 거면 좀 이유까지 같이 써서 주던가, 왜 이렇게 이유는 말도 안 하고 보내는 놈들이 많아?”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자 아브는 편지를 보고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좀 급하게 쓴 것 같은데요?”
“……급하게 썼다고?”
“네. 물론 저도 잘 모르는 단어이기는 한데 번역기능을 끄고 보면 필체가 조금 날려져 있거든요.”
아브의 말.
그에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순간.
“?”
김현우는 곧 하던 생각을 지우고 저택 너머로 느껴지는 기운에 인상을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누가 들어온 것 같은데?”
“응? 누군가 들어온거라면…… 아마 지크프리트 씨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렇군, 분명 50번 탑에 업을 가지러 다녀오겠다고 했으니 말일세.”
아브와 노아흐의 말.
허나 김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저택 너머를 빤히 바라봤고, 그제야 아브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어? 하는 소리를 내뱉고는 이야기했다.
“……이제 보니까 두 명이 들어온 것 같네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이야기했다.
“너희는 내려가 있어.”
갑작스레 진지하게 바꾸니 김현우의 말투.
그리고 그와 함께 김현우는 아브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곧바로 저택의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오, 이제야 만났군.”
저택 밖의 거대한 공동에서, 김현우는 자신에게로 걸어오고 있는 한 노인을 볼 수 있었다.
낡은 옷을 입은 채 허리에는 녹이 슬어 제대로 뽑아질 것 같지도 않은 검을 차고 있는 외팔이 노인은 다른 한손에 지크프리트 뒷덜미를 잡은 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신기하군, 탑 사이의 통로라,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었어. 혹 그 통로는 자네가 설치한 겐가?”
김현우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렇게 이야기하는 외팔이.
그는 곧바로 답했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
“흐음, 그렇게 대답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저 통로를 설치한 것은 자네가 아닌가보군.”
외팔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지크프리트를 김현우에게로 던졌다.
탁!
외팔이가 던진 지크프리트의 뒷덜미를 잡아 챈 김현우.
뭔가 켁, 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으나 김현우는 신경 쓰지 않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외팔이는 웃으며 이야기 했다.
“받게. 꽤 의리가 있는 친구더구만.”
“의리?”
“그래, 자네를 만나기 위해 통로를 조금 알고자 했네만 그 친구는 끝까지 말하지 않더군. 내가 알기로 자네들은 동맹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네만 확실히 동료의식이 있지 않은가?”
그거 그냥 나한테 목줄 잡혀서 그런 건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 나왔으나 김현우는 굳이 그 사실을 입에 담지 않고는 지크프리트를 저택 쪽으로 던져두었다.
쨍그랑! 하는 소리를 내며 저택 안에 처박히는 지크프리트.
“……동료를 좀 심하게 다루는 것 아닌가?”
“어차피 안 죽잖아? 게다가 지금 당장 나랑 있다가 공격당하는 것보다는 저기에 박혀 있는 게 더 안전할걸?”
“뭐, 그건 그렇네만…….”
외팔이 노인은 뭔가 묘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으나 김현우는 개의치 않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지?”
외팔이든 김현우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서로 알고 있었다.
허나 외팔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김현우의 질문을 받아 주었다.
“의뢰를 받고 왔지.”
“의뢰?”
“그래, 정령파벌 쪽에서 들어온 의뢰를 받고 왔네.”
“……그래? 그쪽에는 줄 만한 게 아예 없을 텐데?”
김현우의 물음에 외팔이는 허허 웃으며 이야기했다.
“눈에 보이는 보상만이 전부는 아니지.”
“……그래서, 나를 죽이러 오셨다?”
“뭐 우선 의뢰받은 것은 그런 내용이 맞기는 하네.”
외팔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끼기기긱- 끼기기기긱!!!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외팔이의 손에 의해 꺼내진 칼.
“…….”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우선 도신부터가 그랬다.
분명 여타 다른 칼이라면 아름다운 은빛을 머금고 있어야 할 도신은 칙칙한 회갈색을 띄고 있었고, 날이 있는 부분은 마치 상어의 이빨처럼 여기저기 이가 나가 있었다.
맞았다가는 베여죽는 것이 아니라 파상풍으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칼.
그에 김현우는 노인을 바라보고는 이야기했다.
“……몸도 딱히 안 좋아 보이고 주워온 칼도 그렇게 멀쩡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은데, 감당할 수 있겠어?”
김현우의 도발.
그러나 노인은 그저 느긋한 웃음을 지으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칼을 들어 올렸고.
“자네도 깨닫고 있지 않나?”
“!”
그다음 순간-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말일세.”
-외팔이는 김현우의 뒤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