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외팔이는 과거를 지고 있다 (5)
“이런 젠장.”
천계의 신전 중 하나.
평화로워 보이는 신전 안에서 데블랑- 아니 우리엘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생각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아까 전 대천사 회의 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필이면 검신(劍神)이 움직이다니…….’
루시퍼에게 들은 이야기.
분명 그것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데블랑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김현우가 난장판을 쳐놔서 어떻게 해야 하나 조마조마 하기는 했으나 결국 그는 혼자 힘으로 천사와 정령 파벌의 연합을 깨버렸으니까.
물론 정령 파벌을 거의 한계까지 몰아붙였으니 나이아드가 분명 관리기관에 붙을 것은 우리엘로서도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이 막장으로 치달을 줄이야…….’
다만, 지금 이 상황은 데블랑의 예상을 간단하게 넘어버렸다.
사실 그로서는 관리기관에서 김현우를 처리하기 위해 검신을 포함한 다른 관리기관 소속의 탑주들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밀레시안과 괴인까지…….’
물론 그 둘은 검신보다 늦게 도착했기에 데블랑이 50번에서 51번 탑으로 이어지는 입구에 급하게 결계를 쳐서 그 둘이 51번 탑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막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데블랑은 검신이 51번 탑에 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우선 급하게 조심하라는 쪽지를 어떻게든 보내기는 했는데…….’
사실 고작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가 저도 모르게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아주 ‘혹시나?’의 경우 김현우가 검신을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래, 아주 혹시나의 경우.
퍼센트로 따지자면 대충 1% 정도.
‘……김현우도 강하기는 하다.’
사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행적을 보면 탑주들 중 그 누구도 김현우가 강하다는 것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었다.
그만큼 김현우의 행보는 파격적이고 또한 패도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51번 탑에 들어가 버린 그 외팔이는 그런 김현우보다도 더한 괴물이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블랑은 그가 탑이 존재하기 전에도 살아 있던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무엇보다 그가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관리기관의 소속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우-”
데블랑은 탑이 존재하기 이전 그의 이명이 ‘신살자(殺神)’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xxxx
탓!
김현우가 전력으로 땅을 박차 티르에게로 돌진한다.
인지를 초월한 속도.
파지지직!
잔상마저 남기지 않는 속도로 티르에게 돌진한 김현우는 다시 한번 이전과 같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오른 주먹으로 노인의 얼굴을 노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피하는 노인의 옆구리에 발차기를 휘두른다.
허나 상황은 아까와 같았다.
노인은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도 김현우와 정확히 시선을 맞추고 있었고, 분명 그보다 느린 속도로 몸을 움직여 김현우의 몸을 피했다.
아까와 같은 전투의 반복.
그러나-
꽈아앙!
“!”
티르는 마른하늘에 불현듯 내리치는 거대한 번개에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검을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생긴 빈틈.
김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티르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으나, 그는 번개를 막아냄과 동시에 곧바로 몸을 뒤로 빼는 것으로 공격을 피했다.
아니,
-피하려 했다.
“!”
티르의 동공이 급격하게 커지며 분명 조금 전 앞에 있었던 김현우의 모습을 찾았으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티르는 몸을 뒤로 빼기 위해 체공한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일순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시선을 뒤로 돌렸고.
씨익-
그곳에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서 있는 김현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활처럼 휜 그의 다리에서 마치 증기기관처럼 마력들이 터져 나오며 압도적인 질량을 자랑하고, 티르의 몸이 점점 김현우에게로 다가옴과 동시에-
“흡!”
꽈아아아아──────!!!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다리를 휘둘렀다.
청각을 잡아먹을 정도로 엄청난 소음이 김현우의 귀를 메우고.
일시에 터져나간 마력들이 김현우의 눈을 어지럽힌다.
그럼에도 김현우는 시각과 청각이 봉인된 그 사이에서-
“쯧”
-혀를 찼다.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조금 전의 공격이 실패했기 때문.
분명 조금이라도 스쳤다면 김현우의 발에 감각이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공격을 가할 때, 김현우의 발에는 조금의 타격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호오, 대단하군. 지금까지 탑주들과 싸우며 친우들의 권능을 세 개 이상 사용해 본 것은 또 처음일세.”
-티르는 아직 멀쩡했다.
“…….”
김현우는 청각과 시각이 돌아오자마자 느긋한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티르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어디를 보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없어 보이는 그의 모습.
“…….”
심지어 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검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제대로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의 모습.
그러나 더 짜증이 나는 건-
‘이거 완전 괴물 같은 노인네잖아……?’
-그가 그렇게 여유를 부려도 될 정도의 강자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김현우는 티르와 지금까지 약 두 번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물론 그것은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공방이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그 짧은 순간에 이뤄진 공방은 굉장히 밀도 높은 공방이었다.
그리고, 김현우는 그 두 번의 공방에서 얻은 정보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얻은 정보라고는 자신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이 그의 눈 덕분이라는 것을 빼고는 그 어느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두 번의 공방 동안 김현우는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도 일방적으로 정보를 내주기만 할 뿐이었고.
오히려 티르는 김현우의 공격을 받아주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정보를 뿌리지 않았다.
그 사실은-
‘이대로 싸우면 내가 진다.’
-제대로 싸우는 순간, 김현우가 티르에게 진다는 소리와 같았다.
‘어떻게 하지?’
김현우의 머리가 순식간에 회전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상념과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으나 김현우는 그것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생각하려 했다.
조금 전까진.
“!”
김현우는 불현듯 자신의 앞에 티르가 다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선을 올리자 그곳에는 녹슨 검을 휘두르고 있는 티르가 보였고,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몸을 옆으로 움직여 티르의 검이 휘두르는 범위를 벗어났다.
허나-
촤아아악!
분명 김현우가 휘두르는 검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몸에는 세로의 거대한 자상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피.
“크학!?”
김현우의 시선이 일순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으나 그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티르를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몸을 뒤로 움직였고, 다행히 티르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조금 전과 같이 다시 검을 늘어뜨린 티르.
“아오 씨발……!”
김현우는 자신의 가슴에 짙게 난 자상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티르를 바라봤고.
“씹!”
그다음 순간, 김현우는 티르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힘차게 땅을 박차 앞으로 달려 나갔다.
카가가각-!
그와 함께 뒤에서 들리는 무엇인가가 갈리는 소리.
“역시 신기하군, 세 개 이상의 권능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는데도 공격을 피해내다니.”
그 뒤에 들려오는 티르의 목소리에 김현우는 순식간에 자세를 잡고는 티르가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조금 전의 느긋한 표정에서, 이제는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는 티르.
그는 더욱더 흥미가 가득한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고는 이야기했다.
“자네는 더욱더 나를 설레게 하는군. 그러니-”
허나 그 대답에 김현우는 답하지 않고 그저 자세를 잡고 티르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진심을 다해 가도록 하겠네.”
티르는 그 말과 함께 김현우의 앞에 나타났다.
마치 공간을 그대로 도약한 것 같이 나타나는 티르의 모습에 김현우는 곧바로 몸을 움직인다.
티르의 검이 아까와 함께 김현우를 노리고 날아들지만 김현우는 곧바로 몸을 비틀어 피해낸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우의 상체에는 다시금 거대한 자상이 생겼다.
푸화아아악!
티르의 앞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피.
‘분명히 피했는데……!’
김현우의 생각이 그 찰나의 순간 어지럽게 섞여나갔으나 그는 그 꼬인 실타레를 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곧바로 다음 동작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
티르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녹슨 검이 위에서 아래로 그어진다.
분명 그 녹슨 검이 지나간 곳은 김현우가 없는 허공.
그럼에도-
푸화아아악!
김현우의 오른 허벅지에는 자상이 생겼다.
녹슨 검이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 그어진다.
김현우의 몸 한가운데에 또 한번의 자상이 새겨진다.
분명 김현우는 티르에게서 떨어져 있었다.
마찬가지로 티르의 검은 그에게 닿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현우는 티르의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베이고 있었다.
녹슨 검이 횡으로 휘둘러진다.
김현우의 다리가 베인다.
녹슨 검이 위로 올려쳐진다.
김현우의 몸통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녹슨 검이 아래로 내리쳐진다.
김현우의 팔이 베인다.
베이고, 베이고, 계속해서 베인다.
그에 따라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김현우.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김현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외팔이가 휘두르는 검을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을.
마력을 이용해 막아보려 해도 불가능했다.
그가 검을 베는 순간을 노려 몸을 피해 봤으나 그것도 불가능했다.
마력을 팽창시켜 노인의 몸을 구속하려고 해도 이상하게 노인은 찰나의 순간만을 멈칫할 뿐, 곧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휘둘렀다.
티르가 휘두르는 검은 ‘무조건’ 김현우의 몸을 베었다.
마치 ‘필연적’인 듯.
그렇기에 김현우는 더 이상의 회피를 그만두고는-
파지지지직!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것을 본 티르의 검이 아래에서 빠르게 위로 그어 올려진다.
푸화아아악!
그와 함께 느껴지는 왼팔의 격통.
그러나 김현우는 티르가 단 한 번의 동작을 취할 동안 그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김현우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롯이 김현우를 바라보는 티르의 모습.
김현우가 주먹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티르의 몸이 예상했다는 느릿하게 움직여진다.
마치 미리 김현우가 휘두를 곳을 ‘본 것’처럼 움직이는 티르.
허나 김현우는 그 사실을 깨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올린 주먹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티르의 얼굴이 있던 쪽으로 내질러지는 주먹.
하지만 그 순간.
씨익.
김현우의 입가에는 기묘한 웃음이 번짐과 동시에.
화아아악!
“?!”
그는 티르의 앞에 번개를 터트렸다.
파지지지직!!!
순간적으로 방출된 전류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새하얀 빛을 만들어내고, 그 빛이 일순 티르의 청각을 빼앗는다.
그리고-
빠아아아악!
처음으로, 김현우의 주먹이 티르의 얼굴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