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외팔이는 과거를 지고 있다 (7)
티르의 손에 쥐어져 있는 펜릴의 날이 마치 날카로운 맹수의 이빨처럼 떨린다.
금방이라도 먹잇감을 잡아먹을 듯.
그리고 그 일순간을 기점으로.
꽝!
김현우와 티르는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소름끼치는 소음이 들림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앞에 나타난 둘은 서로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먼저 행동한 것은 티르.
그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펜릴을 준비 동작도 없이 세로로 휘둘렀다.
애초부터 준비 동작은 필요 없었다는 듯 최대한으로 축약되고 간소화된 베기.
물론 김현우 또한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이미 그로서는 펜릴의 그 일격이 무척이나 사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
검을 중반까지 휘두르던 티르의 눈가가 슬쩍 커진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바로 앞까지 거리를 좁힌 김현우 때문.
검은 근접무기다.
허나 그럼에도 검이라는 무기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했다.
검을 휘두르는 데에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했으니까.
그것은 바뀔 수 없는 진리이자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오히려 자신의 몸을 깊숙이 들이밀어 그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막았다.
김현우의 몸 때문에 경로가 막혀 검을 완전히 휘두르지 못한 티르.
그러나-
“역시-”
빠아아악!
“-똑똑하군.”
그 순간, 김현우는 티르를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시야가 위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다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누가 사이의 코뼈에서 느껴지는 고통.
김현우는 그제야 자신이 칼자루의 끝부분으로 얻어맞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는 서둘러 시야를 아래로 내렸다.
“!”
그러나 이미 검을 휘두른 티르.
촤아아악! 툭!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의 감각이 끊긴다.
그다음으로 들리는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오른손이 잘려나갔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굳이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김현우는 지금 당장이 기회라는 듯 주변의 마력을 끌어모으며 남아 있는 왼 주먹을 휘둘렀다.
휘둘렀던 검을 회수하려던 티르는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검을 이용해 김현우의 공격을 막아내려했으나-
“!”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 멈칫함은 티르가 가지고 있는 ‘스카디’의 마력을 흡수하는 권능 덕분에 순식간에 풀리고 말았으나 이미 그 시점에 김현우의 주먹은 티르의 얼굴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까아아앙!!
허나 이번에도, 그의 공격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바로 공격을 막아낸 푸른색의 검 때문.
순간적으로 티르와 김현우의 얼굴에 몇 감정이 교차해 나간다.
그리고-
“흡!”
빠아아아악!
김현우는 그 자리에서 티르가 무엇인가를 하기 전 그대로 그를 향해 박치기를 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조금 전의 김현우처럼 시야를 상실한 티르.
그러나 김현우가 추가적으로 공격을 가하려 함과 동시에 티르의 주변에 있던 무기들은 순식간에 김현우에게 달려들었기에 그는 아쉬워하면서도 몸을 뒤로 날릴 수밖에 없었다.
“후읍!”
참았던 숨을 내뱉음과 함께 과한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오고, 그제야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격통이 더더욱 확실히 다가왔다.
“……씨발.”
오른손은 분명 범천의 업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었으나 예전과 비해 그 속도가 더없이 느렸다.
그에 비해 기습적으로 한 대를 맞은 것 빼고는 아무런 피해도 없는 검신.
그 인상이 찌푸려진 것을 봐서는 아무래도 아픈 것 같긴 했다.
후욱- 후욱-
김현우의 입가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다시금 공격을 준비하듯 펜릴을 들어 올리는 그.
김현우는 다급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야 잠깐만!”
“……왜 그런가?”
“뭐 이야기 해줄 거 있다며?”
김현우의 말에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티르.
“그게 무슨 소리지?”
“아니, 씨발 니가 아까 전에 그랬잖아? 무슨 들을 자격이 된 것 같으면 말해주겠다고! 말 안 해줄 거야?”
김현우의 말에 티르는 기묘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고민했고, 김현우는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봤다.
더럽게 재생이 느린 오른팔.
하지만 그것이외에도 김현우에게는 지금 당장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너무 차이가 난다.’
티르와 김현우의 차이는 너무 심했다.
아니, 사실 이 탑에 오르기 전만 해도 김현우는 항상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웠다.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녀석들을 결국에는 이기고 탑의 끝에서 심마를 죽인 것이 바로 김현우였다.
하지만,
‘진짜……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지금 김현우의 눈앞에 있는 상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머릿속에서 승리라는 글자를 지운다.
티르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김현우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뇌를 헤집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티르를 이길 수 있을 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무엇을 생각해도 나오는 것은 패배.
적어도 지금까지 그가 만난 적들은 그 어느 한 부분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기 마련이었다.
허나 티르는?
‘만능(萬能)’
그는 만능이었다.
근접 전투는 물론이고, 검을 휘두를 수 없는 초근접전의 상황에서도 그는 김현우에게 밀리지 않았다.
마력을 이용한 싸움에서도 김현우의 기술들은 그가 가지고 있는 권능을 이기지 못한다.
하물며 센스 면에서도 마찬가지.
“…….”
거의 모든 부분…… 아니, 그냥 모든 부분에서 티르는 김현우를 상회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끝나자마자 드는 것은 압도적인 무력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포기라는 단어는 김현우의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그는 이곳에 없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끊임없임 머리를 굴리며 티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자네는 분명 훌륭하네. 확실히 다른 탑주들과는 다르지.”
“…….”
“하지만, 딱 그것뿐일세. 자네의 실력으로는 내가 아는 진실을 말해주기에는 부족한 것 같군.”
티르의 말에 김현우는 짧게 김현우는 짧게 혀를 찼다.
물론 그가 알고있는 비밀이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김현우는 그저 시간이 필요했을 뿐.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자네는 굉장히 특이했고 솔직히 말해서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들게도 했네만.”
스릉-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는 딱 그 정도뿐이군.”
그 말과 함께 티르는 검을 펜릴을 위로 들어 올리려 했고.
툭-! 투투투툭!
“……?”
티르는 곧, 검을 들어 올리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줄기를 볼 수 있었다,
갑작스레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줄기.
솨아아아아-!
그것은 어느 한순간 거대한 소나기가 되었고.
탓!
그 어느 순간, 폭우(暴雨)가 되어 티르의 시야를 방해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티르가 김현우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동료들의 권능들은 이런 얄팍한 수 하나에 막힐 정도로 허튼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시야에 약간의 방해가 생길 정도는 되었다.
티르의 검이 생각보다 공중에 많이 머물렀다.
그리고 그 어느 순간, 티르는 자신의 앞에 보이는 김현우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검을 내리치려다-
“아니군.”
“!”
이내 곧바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 그곳을 향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텁!
그리고 그와 함께 옆으로 접근하고 있던 김현우는 갑작스레 시선을 돌려 검을 휘두르는 그의 공격을 막아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안 되나.’
그가 ‘시각’을 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떠올려 급작스럽게 생각해 봤으나 아무래도 티르에게는 이 방법도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빡!
“큭!”
휘두르는 검을 막고 있었던 김현우의 시야가 티르의 공격으로 인해 땅으로 꺼지고, 그에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발을 휘둘러 티르의 몸을 후려 찬다.
깡!
발을 휘두르자마자 무언가에 허공에 떠 있는 붉은 검에 의해 막히는 그의 공격.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오려 했으나 그것을 억지로 참아내고는 다음 공격을-
“?”
-이어 나가려 했다.
필사적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던 왼손이 보인다.
그다음으로는 쉼 없이 쏟아지던 폭우가 거짓말처럼 멈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이제 막 검을 중반까지 내려치고 있는 티르의 모습이 보인다.
다만 그 상황에 이상함을 느낀 이유.
그것은 바로 이 모든 것이 멈춰 있다는 것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 멈춰 있다.
그렇다는 건-
“……눈동자?”
[딩동댕~! 정답입니다.]
티르의 위에서 검은 동공을 가지고 있는 눈동자가 허공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데블랑이 급하게 불러서 와보니까 이런 상황이네? 설마 내 말을 무시한 거야?]
눈동자의 말.
그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뭔 네 말을 무시해?”
[내가 말했었잖아? 관리기관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이야. 네가 들키지 않았으면 저 양식장의 유물이 여기와 있겠어?]
“……양식장의 유물?”
[뭐, 그런 게 있어.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미 이 녀석과 네가 한판 붙고 있다는 건데…… 아무래도 밀리고 있는 것 같네.]
“밀리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마 이 상태에서 조금만 더 싸우면 죽을지도 모르겠는데?”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눈꼬리를 휘었다.
[확실히 그래 보이네, 이 녀석은 여유로워 보이는 반면에 너는 딱 봐도 급해 보이니까.]
“아니, 도대체 이 새끼는 왜 이렇게 강한 거야? 무슨 탑주 밸런스가 이렇게 안 맞아?”
그의 투덜거림에 눈동자는 이야기했다.
[아니, 쟤가 특이한 거야. 사실 쟤랑 한 명 더 있는 놈 빼고는 딱히 엄청나게 독보적이다! 라고 할 만한 녀석은 없지. 그런데 말야-]
눈동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김현우를 바라보며 이상하다는 듯 눈꼬리를 반대로 휘며 이야기했다.
[사실, 네가 질 만한 상황은 아닌데?]
“……뭐라고?”
[못 들었어? 네가 저 녀석에게 질 만한 상황은 아니라니까?]
눈동자의 말에 잠시 멍을 때린 김현우, 이내 그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상황 안 보여? 이제 좀만 더 싸우면 뒤지겠다니까?”
[그러니까, 애초에 네가 왜 지는지 모르겠다니까?]
“…….”
갑자기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하는 대화.
김현우는 반쯤 뜬 눈으로 눈동자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니, 그냥 개사기라니까? 애초에 저 사기눈깔을 어떻게 이기냔 말이야? 공격을 하면 무슨 미래 예지라도 하는 것처럼 다 피해 버리는데.”
[뭐, 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예지안 말하는 거야?]
“지금 쟤 눈깔에 달려 있는 권능이 그거야?”
[뭐, 정확히 말하면 좀 다른 거지만 그것과 비슷한 느낌의 업이기는 하지.]
-근데 말이야.
[네가 저걸 사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양심이…… 그렇지 않아?]
눈동자의 말.
“그건 또 뭔 소리야?”
[너는 저것보다 더한 게 있잖아? 네 눈말이야.]
“……내 눈?”
[그래, 저 예지안이 꼬우면 너도 ‘얻으면’ 되잖아? 네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