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내 눈깔 사용법 (1)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김현우의 물음, 그에 눈동자는 눈꼬리를 반쯤 내리고는 이야기했다.
[아니,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 아닐까?”
[……와!]
김현우의 말에 짐짓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리는 눈동자.
[대충 예상은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로 예전부터 단 하나도 모르고 있던 거야?]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아니, 그러니까 뭘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건데?”
[네 능력]
“……내 능력?”
김현우가 되묻자 눈동자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그래 네 능력 말이야. ‘내 눈’을 가지고 있잖아?]
“……네 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현우를 보며 눈동자는 갑작스레 머리가 아픈 듯 자신의 눈동자를 한번 감더니 이야기했다.
[……사실 이쯤 이야기하면 대충 적정선으로 전부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네.]
“뭘 이쯤 이야기하면 적정선으로 알아들어? 내가 무슨 추리 천재 같은 거냐? 단서 몇 개만 띡 말해놓고 대충 이야기 맞춰보라고 하면 다 맞추게?”
[……알았어, 사실 딴지를 걸 곳이 많기는 한데 이제부터 설명해 줄게. 물론 일일이 하나하나 찝어서 설명해 줄 수는 없어.]
-시간이 모자라니까.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슬쩍 고민하는 티를 낸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기 말이야, 네가 맨 처음 천마랑 싸울 때 기억나?]
“……천마랑 싸울 때?”
김현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천마와 처음 싸울 때의 기억은 상당히 오래되기는 했으나 기억이 완전히 희미해질 정도는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게다가 조금 더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때가 바로 자신이 처음으로 마력을 개화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뭐, 대충은?”
[그럼 네가 마지막에 썼던 기술을 어떻게 썼는지 기억하고 있어? 마지막에 천마를 죽였을 때 썼던 기술 말이야.]
“……패왕괴신각?”
[이름은 중요하지 않긴 한데, 아무튼 그 기술을 어떻게 썼는지 기억하냐 이거야.]
“그거야 당연히-”
마력을 개화하고 나서, 천마가 마력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응용해서 자신만의 기술로 리메이크 한 것이었다.
“……뭐, 조금 따라해 봤지?”
[그다음은?]
“괴력난신이랑 싸울 때 말하는 거지?”
[그래.]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에는 괴력난신이 썼던 마력의 팽창을 나름대로 리메이크했었다.
[으음…… 화수분과 싸울 때는 조금 애매하니까 넘기고…… 무신(武神)이랑 싸웠을 때는 어때?]
김현우는 그때를 다시금 상기하고는 중얼거렸다.
“그때는…… 무신이 쓰던 무공을 카피해서 사용했지.”
[게다가 지금 네가 쓰고 있는 그 뇌신화인지 뭔지도 그때 거기서 사용한 거잖아?]
맞다.
김현우는 그때 당시 무신이 사용하는 무공을 따라 해 뇌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거기까지 질문을 들었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뭐?”
[지금까지 네가 기술을 써 온 방식 말이야.]
눈동자는 질문했다.
“……이상하다고?”
[그래, 설마 너 스스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상하지 않아? 너는 무공에 대해 배운 적이 있어?]
“…….”
김현우는 무공을 배운 적 없다.
정확히는 천마에게 나름대로 무공에 대해 전수받긴 했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신을 만난 후의 이야기였고 심지어 천마에게 무공을 전수받을 때도 소주천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배운 적도 없었다.
한마디로 김현우는 기본조차 모른다.
[없지?]
“…….”
물론 김현우 혼자 무공이랍시고 수련했던 것은 있었다.
허나 그것은 진짜 무공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김현우가 혼자서 뇌내망상으로 만든 것들일 뿐.
[게다가 사실 그 이외에도 자세히 생각해 보면 조금 탐탁찮은 것들이 있지?]
있다.
김현우는 눈동자의 말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분명 너는 무공을 한 번도 연습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보란 듯이 단 한 번밖에 보지 않은 뇌신화을 사용할 수 있었지.]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 불렸던 그녀의 기술은 어때?
[그녀는 패도적이지만 그녀가 사용했던 마력의 팽창은 아주 세세한 컨트롤을 할 수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지. 네가 그렇게 한순간 봤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야.]
-그렇다면 전우치와 싸웠을 때 번개로 만들어 냈던 흑룡은?
[그건 애초에 네가 구현하는 게 불가능한 기술이야. 그 녀석은 마력이 아닌 선기와 도력을 사용하고 있었고, 네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마력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너는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을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는 눈동자.
그리고-
[도대체, 네가 어떻게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너보다 월등히 높은 성인(聖人)도 소멸시키지 못했던 심마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눈동자는 그렇게 의문을 던지며 김현우를 바라봤고, 그가 미처 답하기도 전에.
[그건 눈이 있기 때문이야.]
“……눈?”
[그래, 내 ‘눈’을 네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한 눈동자는 이내 씨익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내 눈동자는 이론상으로는 ‘네가 본 모든 것들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거든.’]
“……뭐?”
[뭐, 당연히 아직 내 정체를 모르는 네가 듣기에는 농담 같은 설명일 수도 있어, 그런데 이미 너는 이미 그 눈동자의 힘을 열심히 사용하고 있잖아?]
-아주 예전부터 말이야.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모습에 눈동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이제 알겠지?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눈이 얼마나 사기적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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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릴을 쥐고 있는 남자는 쏟아져 내리는 폭우 속에서 친우들의 권능을 이용해 어둠 사이로 몸을 숨긴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 은연중에 느껴지는 감정.
티르는 비록 이 싸움에서 김현우를 압도하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김현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여태껏 보아왔던 탑주 중에서는 한 명 정도를 빼고는 가장 강했다.
그것뿐인가?
‘……오딘과 같은 패기도 마음에 드는군.’
김현우는 지금까지 티르와 싸우며 여러 번 절망을 맛보았을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티르는 일부러 김현우가 절망을 맛볼 수밖에 없도록 조절하며 그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마치 최후의 기술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보이는 것들을 가볍게 깨부숨으로서 절망감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탑주들은 이 지점에서 무너진다.
자신이 필살기라며 준비했던 그 기술들이, 티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으니까.
아무리 강한 탑주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기술이 하나하나 무참하게 깨지는 모습을 봤을 때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기술들이 깨진다는 것은, 곧 자신의 무력함을 실질적으로 마주보게 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허나 눈앞의 그는 어떤가?
그는 아무리 자신이 불리하더라도 달려들었다.
그의 기술을 전부 깨버려도 달려들었고,
그에게 고통스러운 상처를 남겼음에도 어쭙잖은 말장난으로 시간을 끌어가며 또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티르는 김현우가 신기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과거의 자신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아쉽다.
-티르의 가슴 속 한켠에는 그런 생각이 은연중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만약 김현우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어땠을까?
자신을 죽이지 못하고 비슷하게 대적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왔더라도 티르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었다.
만약 그가 자신과 비슷할 정도까지 왔다면, 그에게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너무 약했기에 티르는 곧 자신의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쏴아아아아-!
그의 귓가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그 어느 찰나, 눈에 보였던 것은 바로 눈속임을 하려는 김현우의 모습.
그는 폭우로 두 시야를 가린 뒤 마력을 형상화해 자신과 비슷한 이를 앞에다 놔두고 자신의 옆을 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김현우.
그러나 티르는 그가 달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어렵지 않게 몸을 비틀 수 있었고, 곧 그가 달려오는 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텁!
순식간에 그의 앞에 도착한 김현우가 칼을 휘두르려는 티르의 팔을 막아섰으나 그는 ‘오딘’의 권능을 이용해 순식간에 그의 힘을 꺾어버리고 칼자루로 그의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빡!
“큭!”
짧은 음성과 함께 고개를 숙이는 김현우.
순간적인 빈틈이 생긴 그를 보며 티르는 이제 이 싸움을 끝낼 생각으로 검을 내리그었다.
어차피 김현우에게서 볼 것은 전부 봤고, 이대로 싸움을 질질 끌어봤자 아쉬움만 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의 검이 내리그어짐과 동시에 필사적으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고개를 드는 김현우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쯤 펜릴은 검은 이미 그의 지척에 다가가고 있었고, 그에 따라 티르는 김현우의 최후를 예감했다.
허나-
촤아아악!
“!”
“씹!”
-끝이 아니었다.
티르의 검이 그의 머리에 닿기 전, 그는 오히려 머리를 들기를 포기하곤 그대로 다시 고개를 숙이곤 그 상태로 몸을 뒤틀어 검을 내리치고 있는 티르의 손에 주먹을 날렸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판단.
물론 이미 티르의 검은 이미 거의 내리그어지고 있던 터라 김현우는 가슴에 큰 자상을 입었으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멍해진 티르의 상황을 놓치지 않고 기세 좋게 자리에서 일어난 김현우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자마자 다시 폭우 속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티르는 허, 하는 헛웃음을 지음과 동시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아쉬움이 더더욱 진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티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운 표정으로 김현우가 숨어들어 간 폭우 속을 바라보았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떨어지는 폭우 덕분에 가시거리가 줄어들긴 했으나 티르는 여전히 김현우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보인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는지 저만치 떨어져서 숨을 고르고 있는 김현우의 모습.
티르는 그렇게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한 김현우의 모습을 가만히 봤다. 하지만 더 이상 그에게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쉬움이 더욱더 진해졌다고 해서 그가 바뀐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면 그를 살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티르는 직접 그의 앞에 갈 필요도 없다는 듯 폭우 속에서 검을 들어 올렸다.
보라색의 검신 위로 빗방울들이 타고 내린다.
그 찰나의 순간.
티르는 김현우를 보며 검을 휘둘렀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마자 티르의 손에 쥐어져 있던 펜릴이 그의 베기에 호응해 공간을 가른다.
공간을 가르고 나아가는 종착지는 바로 김현우가 있는 곳.
촤아아아악!!
티르의 검이 휘둘러짐에 따라 빗물들이 베이며 물소리가 튀어나오고,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김현우의 신형이 그대로 절반으로 갈라져 쓰러진다.
예정된 결말.
티르는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봤고.
“뭘 그렇게 열심히 베고 있어?”
“!”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