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53
353화. 내 눈깔 사용법 (2)
“!”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은 티르의 잠재의식이 자신의 머리 위를 유영하고 있는 티르빙을 등 뒤에 있는 김현우에게 쏘아 보냈다.
잠재의식의 명령을 받아 순식간에 쏘아져 나가는 티르빙.
쩡!
허나 티르빙은 그의 몸을 꿰뚫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주먹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티르.
허나 이미 김현우는 뒤를 돌아보고 있는 그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깡!
물론 그 주먹은 티르에게 닿지 않았고, 그의 앞을 막은 궁니르에 막히고 말았다.
티르는 이 상황에 순간적으로 흥미를 느꼈으나 이내 곧 그 흥미를 거두고는 검을 휘두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뒤 조심해.”
“뭐-?”
“난 말했다?”
빠아아아악!
-티르는 자신의 뒤통수에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감각에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본능적으로 몸을 반바퀴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티르의 손에 쥐어져 있는 펜릴이 떨어지는 빗물들을 베고 등 뒤에 있는 상대를 베었다.
펜릴은 검을 휘두르는 티르에게 분명 무엇인가를 베었다는 감각을 넘겨주었으니까.
그렇기에 티르는 시선을 들어 자신이 무엇을 벤 것인지 확인했고.
“……무슨?”
티르는 벤 것이 바로 김현우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체와 하체가 완전히 분리되어 피를 흩뿌리고 있는 김현우.
허나 그는 곧 그렇게 쓰러지고 있는 김현우가 마력으로 변화하여 사라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눈팔면 안 되지!”
“!”
까아아앙!
그는 곧 자신의 뒤에 있던 김현우가 주먹을 내질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그의 주먹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허공을 돌고 있는 무기에 의해 막혔으나 뒤를 돌아 김현우를 마주한 티르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신기한 재주로군.”
그도 그럴 것이 김현우에게서는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초조함’과 ‘불안함’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티르는 분명 그가 사용하는 기술을 직접 파훼하며 그에게 심적인 부담을 만들었고 그에 김현우는 분명 몇 수 전까지만 해도 눈빛 안에 초조함과 불안함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치? 나도 처음 써보는데 역시 좋은 것 같더라고.”
“뭐라ㄱ-!”
까아앙!
폭우 속을 뚫고 나와 갑작스레 주먹을 날린 또 다른 김현우를 베어낸 티르는 슬쩍 굳은 표정으로 김현우의 눈을 바라봤다.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고 어느새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그의 모습.
티르는 묘한 표정을 거두고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니,
티르는 그런 생각을 해놓고는 스스로 부정했다.
그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그에게 있어서 어떠한 것을 깨닫거나 멘탈을 정리할 시간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게 보여줬던 그 감정들은 전부 연기였다는 말인가?’
그것 또한 아니었다.
분명 조금 전에 그가 보냈던 불안과 초조함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으니까.
“…….”
티르는 그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문이 점점 증폭하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고는 김현우를 바라봤다.
“…….”
그 짧은 시간 동안 김현우는 이내 이전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 그의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갑작스레 바뀐 김현우의 모습을 보며 티르는 문득 자신의 기억 속에 묻혀 있는 또 다른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아주 예전에 있었던, 그러나 자신이 잊을 수는 없는 아스가르드가 멸망하기 직전의 기억.
그때에도 티르는 갑작스레 저런 식으로 변했던 자신의 친우를 떠올릴 수 있었고, 곧 티르는 51번 탑과 연결되어 있던 통로를 떠올렸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통로.
허나 그 통로는 그도 분명히 알고 있는 통로였다.
“……역시, 그랬나?”
짧은 중얼거림.
김현우는 티르의 짧은 중얼거림을 듣고는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그의 생각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촤아아악-!
김현우가 생각하기도 이전, 펜릴은 움직였으니까.
남아 있는 한쪽 팔에서 크게 회전한 펜릴이 바로 앞에 있는 김현우를 찢어발기겠다는 듯 휘둘러진다.
칼자루에서 튕긴 빗물이 마치 총알처럼 사방으로 튀어나가고, 그의 검이 순식간에 김현우의 몸을 지난다.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김현우의 몸.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검은 김현우의 분신을 베었고.
“!”
베어진 김현우가 미소를 지으며 사라짐과 동시에 그는 곧 사방에서 달려들기 시작하는 김현우를 볼 수 있었다.
오른쪽에서 나타난 김현우가 발을 차올린다.
그의 뒤에 떠 있던 레바테인이 공격을 막아낸다.
김현우가 베였던 앞쪽에서 그의 비슷한 속도로 달려든 김현우가 주먹을 휘두른다.
칼을 한번 횡으로 휘둘러 막아낸다.
왼쪽에서는 티르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을 노리고 달려든 김현우가 태클을 건다.
가볍게 몸을 띄우며 궁니르를 사용해 김현우의 심장을 꿰뚫는다.
찰나의 시간에 마치 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듯 달려들기 시작하는 수많은 김현우.
허나 사방에서 달려드는 김현우의 공격에도 티르는 당황하지 않고 그들을 모조리 처리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방으로 달려드는 김현우를 처리한 티르는 마침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째서 더 분신을 사용하지 않는 겐가?”
티르의 물음에 김현우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딱히, 더 이상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이미 분신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얻었거든.”
“……그게 뭔지 궁금해지는군.”
“그새 다시 궁금증이 차올랐나 봐?”
“원래 노인은 변덕이 심한 법 아니겠나?”
“뭐, 확실히 틀딱들이 변덕 하나는 또 기가 막히지.”
“게다가, 자네에게도 기회가 아닌가? 굳이 아까 그것을 물어본 걸 보면 자네도 비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일세.”
물론 그 말은 김현우가 단순히 시간을 끌기위해 꺼낸 말이었으나 그는 굳이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는 자세를 잡았다.
“뭐, 이제는 그렇게까지 궁금하진 않아. 어차피 들을 거니까 말이야.”
그의 오만한 선언.
노인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고, 김현우는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다는 듯 티르를 향해 달려 나갔다.
벌써 몇 번인지 모를 김현우의 돌격.
이번에도 그의 돌격은 똑같았다.
마력을 잔뜩 담은 발로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티르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별다른 전략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정면돌파라는 말이 어울리는 김현우의 모습.
그에 티르는 김현우를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르려 했고,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검을 휘두르는 팔을 막았다.
그에 티르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검을 막아낸 김현우를 떨치기 위해 칼자루를 아래도 내려 김현우의 머리를 찍어 내렸고-
“!!!”
-그다음, 티르는 그 김현우가 자신의 공격을 미리 ‘예견했다는 듯’ 피해내는 모습을 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허나 그렇게 놀란 상태에서는 티르는 절대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예견하듯 곧바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젖힌 김현우의 얼굴을 타격하기 위해 손등을 이용해 얼굴을 후려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김현우는 그 공격을 예측했다는 듯 피해내곤-
빡!
“큭!?”
오히려 그는 자신의 몸을 들이대 그의 시야를 제한시키고는 그가 미처 보지 못한 오른손을 이용해 티르의 얼굴을 올려쳤다.
순간적으로 돌아가는 티르의 시야.
그 순간 그의 잠재의식은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김현우를 방해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유영하고 있는 동료들의 무기를 쏘아보냈으나-
“!”
-티르는 곧 자신의 무기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상함을 느꼈다.
빠아아악!
그와 함께 티르의 복부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컥!”
그에 티르는 처음으로 신음을 터트리며 저 멀리로 날아갔고-
“내가 말했지?”
-김현우는 무척이나 심각하게 굳어버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티르를 바라보며 보란 듯이 입가를 비틀어 올린 뒤.
“이미 필요한 건 전부 얻었다고.”
그렇게 말했다.
xxxx
모든 것이 메말라 버린 붉은 대지.
하늘에 떠 있는 것은 시리도록 차가워 보이는 만월이었고, 그 만월의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별빛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별빛이 수놓아져 있는 곳 아래에는 하나의 집이 있었다.
그 집은 거대하지 않았다.
또한, 사치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무엇인가 비밀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민가.
그래,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 붉은 황야 아래에 올라와 있는 집은 그저 평범한 집이었다.
물론 그 집의 안쪽도 밖의 외견과는 다르지 않았다.
집안에는 그저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난로가 하나 있을 뿐이고, 낡은 책상과 잠을 잘 수 있는 공간 정도가 마련되어 있을 뿐이었다.
허나 그 집 안쪽에 있는 이는 그런 허름한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마치 나무처럼 딱딱해 보이는 손.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보기 흉한 껍질들로 온몸이 감싸져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낡은 책상에 앉아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그 남자.
예수의 일곱 번째 제자 중 한 명인 ‘베드로’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그는 자신의 껍질 속에서 붉은 눈동자를 내보이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붉은 눈동자를 뜬 채로 몇 번이고 눈을 껌벅거리더니 이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진짜 단서를 찾았다고……?”
그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조금 전의 풍경을 상기하며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거기에 있을 줄이야.’
베드로는 얼마 전 단서를 찾는 데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을 시기에 데블랑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51번 탑 근처를 찾아보라고 했던 데블랑의 말.
허나 그는 51번 탑을 찾는 것을 탐탁찮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51번 탑은 양식장이 사라지고 탑이 들어섰을 때 만들어진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51번 탑에 통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있다고?’
단서가 있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무척이나 찾기 쉬운 곳에, 단서가 있었다.
어느 정도냐고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관리기관이 이것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찾기 쉬운 곳에 통로는 버젓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베드로는 몇 번이고 그 자리에 지어져 있는 통로가 혹여나 함정이나 가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은 가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진짜 같았다.
아니, 그것은 그냥 진짜 단서였다.
“……이렇게 어이없이 찾을 줄이야.”
베드로는 뭔가 맥이 빠진다는 투로 중얼거리며 낡은 의자에 몸을 기대었으나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지금 당장 쉬는 것보다는 이 사실을 데블랑한테 알리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베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떴던 눈을 다시 감았고.
“무슨 일이지?”
“단서를 찾았다.”
그는 곧 심연 속에서 데블랑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