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내 눈깔 사용법 (3)
욱신!
“끙-”
김현우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티르를 향해 웃음을 날렸으나, 실질적으로는 지금 당장 대가리가 터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과한 두통을 앓고 있었다.
‘확실히, 되기는 한다.’
티르는 시선을 돌려 티르의 주변에 떠 있는 무기들을 바라봤다.
붉은 검부터 시작해서 아까 전 자신의 배를 꿰뚫었던 창까지.
그의 머리 위를 유영하고 있는 수많은 무기들은 현재 제자리에서 마치 렉이 걸린 것처럼 버벅이고 있었다.
마치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을 누군가한테 제어받는 듯.
물론 그것은 바로 김현우가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갑작스레 ‘눈동자’가 그에게 나타나 주고 간 힌트.
김현우가 원하는 한 그의 눈에 비춘 것은 무엇이든지 따라할 수 있다는 눈동자의 그 힌트 덕분에 김현우는 현재 티르와 똑같은 업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태였다.
그뿐인가? 김현우는 티르의 업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다른 이의 업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김현우가 조금 전의 사용했던 분신이 바로 그 예.
‘……솔직히 그렇게 잘될 줄은 몰랐는데.’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지로 삭혀가며 조금 전을 회상했다.
눈동자에게 그 사실을 듣고 나온 뒤, 김현우는 별다른 특별한 과정 없이 손오공의 분신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 별다른 과정은 애초에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냥 원래부터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분신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분신이 도대체 어떤 구조로 사용할 수 있는 건지조차 모르는데도.
그것은 티르의 눈인 예지안도 마찬가지였고, 마찬가지로 그가 허공을 유영하고 있는 검을 움직이는 권능 또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더욱더 심한 건 김현우는 사실 티르가 정확히 무슨 권능을 써서 저 무기들을 움직이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도 김현우는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마디로, 김현우는 권능이나 능력을 발동해야하는 기본적인 원리구조를 모르고도 그와 똑같은 결과를 내고 있다, 이 소리였다.
그야말로 사기적인 능력.
‘……지나친 마력의 소모랑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어떻게 했으면 사기적인 능력에서 안 끝나는 건데.’
물론 그런 사기적인 능력이라도 단점이라면 있었다.
우선 그 능력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 마력이 지나치게 소비되는 것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능력을 따라하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지끈거리는 것이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심해진다.
그것이 바로 김현우가 일부러 잘 사용하던 분신능력을 지운 이유.
‘아무튼, 이걸로 우선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위치까지 왔다.’
김현우는 티르를 바라봤다.
요전과는 다른,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티르.
김현우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이내 귀찮다는 듯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들을 한 구석으로 집어넣었다.
비록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그와 동등해진 이상 더 이상의 작전은 무의미 했다.
어차피 그에게 잔재주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번에도 잘 싸우나 한번 보자고.”
김현우는 이전과 같은 정공법을 택했다.
팟!
그의 신형이 사라진 뒤 순식간에 티르의 오른 편에 나타난다.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르는 티르.
허나 김현우는 검을 휘두르는 티르를 막지 않았다.
그 덕분에 펜릴은 아무런 제재 없이 깔끔한 허공을 베었으나.
파칫-!
김현우는 펜릴의 허공이 벤 공간 대신 그 아래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이제 곧 자신의 몸이 도착할 공간을.
그곳에는 펜릴의 검이 휘둘러지자마자 검은색의 실선이 마치 확장하듯 만들어지고 있었다.
‘보인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것을 보며 망설임 없이 몸을 한계까지 숙여 검은 실선을 피해냈고, 곧 굳은 표정으로 검을 회수하는 것 대신 곧바로 검을 휘두르려는 티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빠아악!
깔끔한 타격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현우의 주먹은 그의 얼굴이 아닌 칼자루를 잡고 있는 그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
뻐억!
공격을 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김현우의 신체를 후드려 차는 티르.
그러나 이번에도 김현우는 마찬가지로 그의 공격을 피해낸다.
그것을 기점으로 시작 된 근접전.
김현우의 주먹이 휘둘러지고, 티르의 검이 망설임 없이 김현우를 향해 움직인다.
그러나 티르가 아무리 검을 휘두르고 김현우가 주먹을 휘둘러도, 그 둘은 서로의 공격에 맞지 않았다.
방어조차 하지 않는다.
그 둘은 서로의 공격을 계속해서 피할 뿐, 서로 맞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공격 속에서 김현우는 슬슬 자신에게 한계가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이러다 뒤지는 거 아니야?’
욱씬-!
이유는 점점 더 심해지는 두통.
티르의 위에 떠 있는 무기들을 막고 그와 같은 예지안을 손에 넣어 전투를 벌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것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어느 정도냐고 한다면, 티르가 습관적으로 무기를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머리통이 그냥 깨져버릴 것 같을 정도였다.
“쯧”
그리고 그 여파는 현재의 전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 중이었다.
촤악-!
분명 티르와 김현우는 모든 공격을 피하고 있었으나 김현우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더 이상 오래 끌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
그는 이제 곧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그는 끊임없이 티르의 공격을 피하며 그에게 먹일 결정적인 일격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
-김현우는 생각을 마쳤다.
촤아아악!
김현우가 생각을 마침과 동시에 줄곧 렉이 걸린 것처럼 움직이고 있던 티르의 무기들이 그의 생각대로 김현우를 공격한다.
부지불식간에 그에게 달려드는 무기들.
그러나 김현우는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무기들을 모조리 피해내기 시작했다.
정면으로 날아오는 궁니르를 몸을 비트는 것으로 피해내고 시간차를 두고 양옆으로 쏘아져 내리는 궁니르와 티르빙을 몸을 뒤로 젖히는 것으로-
깡-!
-피해낸다.
거친 쇳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보이는 것은 묵직해 보이는 망치와 도끼.
망치는 본연의 몸에 번개의 힘을 담고 있는 김현우에게 파직 거리는 번개를 쏘아 보냈고 도끼는 그에게 다가선 어느 순간 자신의 크기를 기형적으로 불렸다.
허나, 그것들의 종착지는 김현우의 몸통이 아닌 폐허가 된 땅바닥이었다.
콰아아아아!
그의 귀를 일순간 좀먹을 정도로 엄청난 소음.
그 마지막에서 김현우는 검을 휘두르는 티르를 볼 수 있었으나 그는 굳이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촤아아악!
빗방울을 가르며 그의 검이 깔끔하게 횡으로 그어지고, 그와 함께 김현우의 몸에 붉은 실선이 생긴다.
푸화아악!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터져나오는 붉은 피.
티르는 갑작스레 회피를 멈추고 그대로 공격에 당한 김현우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봤으나 이윽고 그를 끝내기 위해 또 한번 검을 움직이려 했으나-
“……!?”
-어느 순간, 티르는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을 휘두른 그 자세로, 더 이상 검을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굳어버린 몸.
그리고-
“걸렸네.”
그런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자신의 입가에 흐른 피를 닦으며 웃음을 지었다.
티르는 곧 이 상황을 김현우가 만든 것임을 깨닫고는 발두르의 권능을 사용해 주변에 있는 마력들을 지우려 했으나.
‘마력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모든 것을 없는 것으로 돌릴 수 있는 발두르의 권능은 김현우의 마력을 지울 수 없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김현우를 바라봄과 동시에 김현우는 아직까지도 입가로 줄줄 흘러내리는 피를 닦고는 한 걸음을 옮겼고.
“!”
그는 자신의 주변에 밀집되어 있는 마력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팽창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에 부담이 될 정도로 심한 압박을 넣기 시작하는 김현우의 마력.
그는 팽창하는 마력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에 마력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버티기 쉬워진 그.
허나-
이 보(二 步)
김현우가 한 번 더 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티르는 자신의 마력을 밀어내곤 더더욱 심하게 팽창하는 마력을 느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티르가 뒤늦게 무슨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김현우는 또 한걸음을 옮겼다.
삼 보(三 步)
쿠그그그그그극-!!!!
팽창한 마력이 주변의 폐허들을 무자비하게 없애버리기 시작한다.
-욱씬!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김현우의 머릿속을 찌르듯 울리는 두통.
김현우는 자신의 눈앞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을 깨닫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냥 놔버리고 싶다.’
그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생각.
티르의 마력 무효화와 동시에 몸을 확실히 구속 할 수 있는 십보멸살(十步滅殺)을 사용한 덕분에 이미 한번 그의 칼에 베였다
그리고 그렇게 베인 상처는 더 이상 재생하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의 몸에는 이미 마력이랄 게 거의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안 그래도 없는 마력을 억지로 끌어다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김현우의 몸에는 지독한 상실감이 들기 시작했고.
욱씬-!
티르의 권능 덕분에 그의 머리는 이미 생각이라는 것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냥 머리를 그냥 따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김현우는 이 최후의 공격을 멈출 수 없었다.
이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순간 이 싸움은 자신의 패배가 되니까.
김현우는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흐릿해진 시야를 억지로 다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사 보(四 步).
폐허의 잔해들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오 보(五 步)
마치 공간이 압축되듯 바닥과 바닥이 갈리는 소리가 김현우의 귀를 시끄럽게 어지럽힌다.
한계까지 다다른 정신 상태에 그 소리는 김현우를 짜증스럽게 했으나 그는 앞으로 나간다.
칠 보(七 步)
김현우는 어느새 자신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부신 시야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기에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나 역시, 그의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팔 보(八 步)-
청각이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갔다.
구 보(九 步).
그리고 그렇게 그가 아홉 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는 자신의 주먹을 들어 올렸다.
물론 감각은 없었다.
아니, 이미 김현우는 자신의 몸에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가 평소에 하던 것처럼 주먹을 들어 올리고, 그 주먹을 발리스타처럼 뒤로 꺾는다.
‘만다라라도 만들 마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주먹을 뒤로 당기며 김현우의 머릿속으로 잠시 그런 감각이 스쳐지나갔으나, 이내 그는 그 마음을 지워버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최선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감각 속에서 김현우는 끝까지 당겼던 주먹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향해 휘두르며 마지막 걸음을 옮겼고-
삐──────────────!!!!
-김현우는 귓가에 새로이 들리는 전자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