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새로운 진실이 꽤나 많다. (1)
“후…….”
천계에 있는 거대한 신전.
안쪽에 있는 집무실에서 우리엘은 간만에 평온함을 느낀다는 듯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우리엘은 자신의 골치를 썩이던 일이 너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나.
우리엘은 평온한 얼굴로 조금 전 자신과 같이 정체를 숨기고 있던 베드로에게 들었던 정보를 상기했다.
‘통로가 확실하다라.’
물론 우리엘, 아니 데블랑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이었다.
허나 그때만 해도 데블랑은 그 소식을 들었음에도 기뻐할 수 없었다.
그때 당시에는 김현우가 검신에게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었을 때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말 설마설마 했지만…… 그 녀석이 검신을 소멸시켜 버릴 줄이야.’
데블랑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베드로에게 당장 단서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해도 그는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가 단서를 찾았다고 해도 그분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그 녀석, 그러니까 김현우가 없으면 단서를 찾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던 데블랑의 예상과는 달리, 김현우는 검신을 깔끔하게 소멸시켜 버렸다. 그 타격이 조금 있는 것 같기는 했으나 아무튼 중요한 건 검신을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 검신을 말이다.
‘후후…….’
검신이 죽었다는 것은 다른 탑주들에게는 그저 그런 수준의 가십거리일 뿐이겠으나 그에게 있어서는 느껴지는 바가 조금 달랐다.
검신은 관리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들 중에 단연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패다.
그런데 김현우는 그 패를 소멸시켜 버렸고, 그것은 곧 관리기관과 척을 지고 있는 자신들이 활동하기에 조금 더 편한 환경이 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뭐, 그래봤자 걸리면 죽는 것은 똑같았으나 아무튼 조금이라도 그쪽에 손실이 나서 심적 부담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뭐, 그것까지는 좋긴 한데.’
데블랑은 이내 평온한 표정을 지우고 지난 일주일간 풀리지 않는 의문을 다시 화두로 올렸다.
물론 모든 일이 잘 풀려서 딱히 짚고 넘어갈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살짝 의문이 드는 것.
‘……도대체 누구지?’
데블랑은 일주일 전의 그때를 상기했다.
김현우에게는 당장 조심하라는 편지를 보내고 검신이 먼저 51번 탑에 들어간 틈을 타 밀레시안과 괴인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50번 탑에 광역으로 결계를 쳐 51번 탑으로 통하는 입구를 숨겼다.
허나 입구를 숨긴다고 해도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분에게 받은 결계의 능력은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했으나 밀레시안과 괴인이 작정하고 50번 탑을 뒤지기 시작하면 찾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물론 밀레시안과 괴인은 결국 51번 탑으로 연결되는 문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 버렸으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
문제는 바로 데블랑이 50번 탑에 걸었던 결계 위에, 누군가가 추가로 결계를 덧씌운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추가로 덧씌워진 결계는 아무리 봐도 자신이 쳐 놓았던 결계를 조금 더 은밀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했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과 같이 김현우를 도우려 했다는 것.
허나 문제인 것은 도대체 그가 누구인지 현재의 데블랑으로서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데블랑은 한동안 집무실에 앉아서 고민을 이어나갔다.
xxxx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안에 있는 관저의 지하.
관 너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업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이내 시선을 돌려 헤르메스를 바라봤다.
“……소멸시키지 못했다는 건가?”
“예.”
묵묵한 대답.
그 대답을 듣고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던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헤르메스를 멍하니 바라보고는 말했다.
“거기에 검신(劍神)은 소멸했고?”
“예.”
“……괴인과 밀레시안이 같이 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남자의 물음에 헤르메스는 잠시 말을 아끼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그들로는 51번 탑주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헤르메스의 말.
그에 남자는 자신의 혀로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그 정도라고?”
“…….”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헤르메스.
그에 남자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허나 다른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침묵했다.
“…….”
“…….”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침묵.
그 긴 침묵 동안 헤르메스는 고개를 들지 않고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였고,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침묵을 유지하다 곧 시선을 틀고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그 말씀은.”
“놔두도록 하게.”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순간 실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봤고, 그런 그의 반응에 남자는 대답했다.
“어차피 처리도 못 하지 않는가?”
“……그건”
헤르메스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남자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물론 그 녀석을 놔두는 건 나로서도 그렇게 기쁘지 않지만 그나마 탑주 중에서는 강자 측에 속하는 검신이 죽었다면 다른 녀석을 보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소리 아닌가?”
“…….”
그는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
남자의 말에는 전혀 틀린 점이 없었으니까.
그런 헤르메스의 침묵을 긍정으로 읽은 남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결국 그 녀석을 당장 잡을 방법은 없으니 그냥 놔두도록. 사실 원래라면 자네라도 보내서 그 녀석을 처리하고 싶지만…….”
-조금 있으면 전부 끝나니 말이야.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 말씀은?”
“내가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긴 했습니다.”
“그래, 말 그대로의 이야기야. 이제 진짜로 얼마 남지 않았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에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업을 바라보고는 씨익 웃었다.
“사실 2주기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거든.”
“그렇다면.”
“1주기. 이제 1주기 정도만 지나면 내가 생각하던 업이 전부 모이게 되지. 물론 정령 쪽이 그 녀석 덕분에 완전히 박살 나서 들어오는 업이 좀 적을 예정이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제 1주기만 더 있으면 대업을 이룰 업이 완전히 모이지.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입가를 비틀어 올리는 남자.
그에 헤르메스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숙이고는 이야기했다.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억겁의 기다림 끝에 도달하셨군요.”
“그래, 길었지. 참 길었어.”
그러니-
“이제 그 녀석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
“이 1주기가 지나고 나면 어차피 이놈이든 저놈이든 내가 직접 깔끔하게 묻어버릴 테니 말이야. 그러니 자네는 이 1주기 동안 일이 터지지 않게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되네.”
-알았나?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헤르메스를 바라봤고.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의 말에 답했다.
xxxx
병실 안.
“……형 상태가 왜 그래요?”
“……왜?”
김현우의 되물음에 김시현은 딱히 답하지 않고 그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분명 잠에 빠진 것은 일주일 정도일 텐데 그의 눈은 굉장히 피곤함에 찌들어 보였다.
물론 처음에 봤을 때만 해도 그냥 이제야 잠에서 깨어나서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줄 알았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김시현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
김시현은 조금 전 이 병실에 들어오기 전 신나게 싸움을 벌이고 있던 3인방을 떠올렸다.
‘분명 미령과 하나린…… 그리고 야차님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조금만 더 싸우면 병원이 그대로 폭삭 무너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살기를 담아서 싸우고 있던 그들을 생각하며 김시현은 몸을 떨었다.
게다가 김시현의 입장에서 그것보다 조금 더 신기했던 것은 그들의 싸움이 1:1:1의 개인전이 아니라 팀 대 개인이었다는 것이었다.
‘딱 봐도 미령과 하나린이 같은 팀이고…….,’
야차가 개인이었다.
분명 옛날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미령과 야차가 같은 팀이고 하나린이 개인이어야 맞을 텐데 지금은 이상하게 팀이 바뀌어 있었다.
뭐…… 물론 그것은 김시현이 현 김현우의 와이프들의 구도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
그렇기에 김시현은 조금 전 보였던 와이프들의 싸움을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넘기고는 다시 김현우를 바라봤다.
“그래서, 몸은 어때요?”
“……좋진 않아.”
“뭐, 딱 봐도 그래 보이기는 하네요.”
“쉬지를 못했거든.”
“네……?”
김시현의 되물음.
그에 김현우는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이내 피곤하다는 듯 괜스레 손을 휘적거리며 말을 아꼈다.
“……?”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알 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 김시현.
허나 김시현은 그의 손짓을 보고는 이내 작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다물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김현우는 물었다.
“그래서, 서연이는 안 왔어? 아까 석원이 형이랑도 같이 온다며?”
김현우는 아까 전 이곳에 오기 전 이서연과 김시현, 그리고 한석원이 같이 온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물었고 김시현은 별 어려울 것 없다는 듯 답했다.
“뭐 다들 좀 사정이 있어서요.”
“사정?”
“네. 석원이 형은 지금 열심히 한국 내에서 굴지의 1위 길드가 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중이거든요.”
“……1위 길드?”
“네, 던전 권한 관련해서 최근에 열심히 여기저기 움직이시던데요?”
“너는?”
김현우의 물음에 김시현은 그가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를 잠시 고민하다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저는 지금 여기서도 충분히 만족하거든요. 게다가 여기서 더 늘리면 일이 더 고달파질 것 같아서요.”
김시현의 대답에 김현우는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또 한번 물었다.
“그럼 이서연은 왜 안 왔어?”
“아마 걔도 오늘 일정이 밀려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오늘은 길드 내에서 일이 벌어진 게 많아서 급하게 중재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거기는 또 무슨 일인데?”
“들어보니까 그렇게 큰일은 아니더라고요. 뭐 사실 제가 볼 때는 요즘 너무 길드 관리에 소홀해서 그렇게 일이 터진 것 같긴 한데…….”
“길드 관리에 소홀해?”
“네.”
“왜?”
“손오공이 수련한답시고 떠났잖아요?”
“……그렇지?”
그것은 김현우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애초에 그 덕분에 지금 밖에서 야차와 그의 와이프들이 신나게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근데 손오공이 수련을 하고 오겠다는 걸 이서연에게 말하지 않아서…… 음, 조금 기분이 상했나 봐요.”
“……한마디로 계속 저기압 상태다…… 뭐 그런 거?”
“네.”
김시현의 끄덕거림.
그에 김현우는 참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본 뒤 짧게 탄식했고, 그런 그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김시현은 무엇인가가 떠올랐다는 듯 짧게 탄성을 내지르곤 이야기했다.
“아, 그리고 보여드릴 것도 있어요.”
“보여줄 거?”
“네. 이거요.”
김시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손에 쥐고 있었던 검을 그에게 내밀었고.
“……이건?”
그는 곧 어렵지 않게 보라색의 도신을 가지고 있는 그 검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펜릴……?”
그것은 바로 티르의 무기인 펜릴이었다.